출판N Vol. 63 2026 3~4월호, 출판계 이모저모, K-오컬트, 기이한 이야기에 세계가 빠져든다

출판N Vol. 63 2026 3~4월호, 출판계 이모저모, K-오컬트, 기이한 이야기에 세계가 빠져든다

 

 

출판계 이모저모
K-오컬트, 기이한 이야기에 세계가 빠져든다
황지윤(<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2026. 3+4.

 

 

세계 최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도 주목한 ‘K-오컬트’
“어떡해, 사자보이스야(Oh my gosh, it’s Saja Boys)! ” 작년 10월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Frankfurt Bookfair) 한국관 내 대한출판문화협회 부스에서 이와 같은 탄성이 여러 번 터져 나왔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 인기를 겨냥해 한림출판사와 국가유산청이 <케데헌>의 캐릭터 사자보이즈와 같은 의상 체험 이벤트를 열자 방문객들이 물밀듯 들이닥쳤다. 갓과 도포를 입고 사자보이즈로 분한 관람객들은 들뜬 표정으로 인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반 관객 입장이 시작된 이날 하루에만 80여 명이 <케데 헌> 속 캐릭터로 둔갑했다.

 

출처: 강형원 포토 저널리스트

 

필자는 작년 10월 15~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계 최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취재 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매년 150여 개국에서 약 20만 명 이상이 찾아 일명 ‘출판계 세일즈 올 림픽’으로 불린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기업과 소비자(B2C) 간 거래 중심인 것과 달리, 프랑크푸르트 도 서전은 전 세계 출판 관계자들이 모이는 기업(B2B) 간 거래 시장으로 유명하다. 행사장인 메쎄 프랑크 푸르트(Messe Frankfurt) 내 에이전시센터(6.2홀)와 금융가 한복판에 있는 프랑크푸르터 호프 호텔 (Frankfurter Hof Hotel) 등에서는 출판 관계자들이 분초를 다투며 치열하게 저작권 미팅을 진행한다. 그곳에서 오가는 대화만 들어도 최신 출판 동향을 알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영미권 유명 출판사 관계자들은 ‘힐링 소설’ 유행의 끝물에서 다음 트렌드를 찾느라 분 주했다.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그중에 하나였는데, 그 관심은 K-컬처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 미 국 하퍼콜린스(HarperCollins) 임프린트 하퍼원(HarperOne)의 타라 파슨스(Tara Parsons) 부발행인 은 “K-문학을 K-컬처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1) 그 연장선에서 향후 유행으로 유 력한 장르는 ‘오컬트(Occult)’인 듯했다. <케데헌>의 폭발적인 유행 덕분이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내 한국 주요 출판사와 저작권 에이전시들은 이런 흐름을 겨냥해 괴물이나 무속 관련 작품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케데헌> 유행에 올라타 이와 유사한 소재를 다룬 오 컬트 장르 소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박에스더 작가의 장편소설 『불량여신』(네오픽션, 2025) 이나 배예람 작가의 장편소설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안전가옥, 2024) 같은 작품이 국내 저작권 에이전시가 힘주어 홍보한 책들이다.

『불량여신』은 인간 세계에 떨어진 달의 여신(월신)의 후계자 ‘보름’이 주인공으로, 그가 악귀 사냥을 벌 이는 판타지 소설이다.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는 귀신 보는 ‘눈’을 가졌지만, 괴물을 다루는 ‘손’ 은 갖지 못한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주인공이 어느 날 회사에 나타난 전래동화 괴물을 물 리친 일을 계기로 신입 직원과 함께 임시 파견팀을 꾸려 새로운 괴물들을 만난다. 이처럼 한국적 색채 가 짙은 K-오컬트가 세계인들의 눈길을 끄는 상품이 된 것이다.

 

『불량여신』,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

 

이런 반응에 “스토리가 바닥난 할리우드가 한국의 무속적 전통에서 완전히 새로운 판타지 소재를 발견 한 것”이란 분석이 있다. 2) “한국인의 무의식 밑바닥에 침전해 있었던 토속 문화가 다른 데에 없는 독 특한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그 원형이 무(巫)”라는 것이다. 3) 생(生)과 사(死)의 세계를 넘나드는 ‘무당’ 에게는 미국 마블(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세계관이나 배트맨, 슈퍼맨 등 DC 코믹스(DC Comics)의 슈퍼히어로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이함이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케데헌>의 유행은 이 신 묘함이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 콘텐츠의 보고(寶庫)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축적된 문화콘텐츠
<케데헌> 흥행과 한국의 무속 문화를 향한 세계적 관심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재작년부터 K-오 컬트물이 IP 콘텐츠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에도 K-오컬트는 하나의 문화콘텐츠 장르로서 내실을 다져왔다. 지난 10년간 영화·드라마 분야에서 관련 콘텐츠가 꾸준히 나왔는데, 나홍 진 감독의 영화 <곡성>(2016)이 대표적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에도 약 687만 명의 관객을 극장 으로 불러 모았고, 해외에서도 호평받았다.

<곡성>은 당시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을 뿐 아니라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 상영 후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Screen Daily)>는 “최근 몇 년간 나온 한국 영화 최고작 중 하나”라고 평했고, 프랑스 영화 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 (Cahiers du Cinema)>의 평론가 뱅상 말로자(Vincent Malausa)는 소셜 미디어에 “곡성은 올해의 영화”라고 찬사를 보냈다. 4)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2015)과 <사바하>(2019)도 있었다. <검은 사제들>(2015)은 오컬트 장르 로는 관객 수 약 500만 명을 넘기며 이례적인 흥행몰이를 했다. 그다음 도전한 한국형 오컬트 <사바 하>는 누적 관객 약 239만 명이 들어 손익분기점(약 230만 명)을 간신히 넘기는 등 흥행 면에서는 기 대만큼 큰 실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장재현 감독의 수작(秀作)으로 꼽히는 등 마니아층이 상당한 영화 다. 이 밖에도 OCN 드라마 <손 the guest>(2018), tvN 드라마 <구미호뎐>(2020)과 그 속편인 <1938 구미호뎐>(2023) 등 K-오컬트 콘텐츠는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영화 <곡성>, <검은 사제들>, <파묘> 포스터

 

이렇게 쌓은 K-오컬트 장르는 2024~2025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소수의 마니아층만 즐기는 ‘비주류 장르’로 취급받던 오컬트가 대중적 장르로 부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적 색채, 즉 ‘K스러움’이 가미되면서 K-오컬트의 대중화가 본격화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장재현 감독은 영화 <파묘>(2024)로 누적 1천만 관객을 넘기는 대성공을 다시 거머쥐었고, 해외에서도 박스오피스 약 139 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달성했다. <파묘>는 실제 현직 무속인을 2년간 사사한 끝에 신랄한 스토리와 몰입도 높은 연기로 한국 오컬트 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이러한 K-오컬트의 인기는 문화 와 문학 전반에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출판·예능까지 섭렵한 K-오컬트, 마이너에서 메이저 장르로
2024~2025년은 극장·방송가뿐 아니라 출판시장에도 K-오컬트 바람이 제대로 분 시기였다. ‘클래식’ 으로 꼽히는 여러 한국형 오컬트 소설이 속속 개정판을 낸 것이다. 일례로 2002년 최초 출간된 유은 지 작가의 장편소설 『귀매』(문학동네, 2024)가 개정판으로 재출간됐다. 이 소설은 100년 전 일제 치 하 부산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참극과 그로 인해 거대한 원한을 현대의 영능력자 대학생들이 풀어나가 는 이야기다.

작년 6월에는 ‘한국형 오컬트의 전설’로 불리는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반타, 2025) 국내편(전 2권)과 소장판 전권세트(전 17권)가 다시 독자를 찾아왔다. 작년 2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퇴마록>이 인기를 끌면서 재출간된 것이다. 10여 년 만에 공개되는 신작(외전 3)이 포함돼 화제를 모았다. 1994년 첫 단행본이 출간된 『퇴마록』은 누적 판매 약 1000만 부를 돌파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장르 소설’ 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시리즈로, 재출간될 만큼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귀매』, 『퇴마록 1』, 『혼모노』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창비, 2025)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3월 출간 이후 서점가 베스트셀 러로 자리매김한 이 책은 배우 박정민의 파격적인 추천사(“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로 큰 화제를 모았다. 표제작 「혼모노」는 계간 <자음과모음> 2023년 가을호에 처음 실렸던 단편으로 이른바 ‘신빨’이 떨어진 중년 무당 ‘문수’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성해나 소설은 독자의 눈앞에서 사회적 조감도처럼 펼쳐진다.” 5) 는 정명교 문학평론가의 평처럼, 신구(新舊) 세대의 갈등, 진짜와 가짜 의 구분 같은 사회적 의제를 ‘무당’이란 소재를 활용해 박진감 넘치는 서사로 만들어냈다. 오컬트 장르 소설이라 보긴 어렵지만, K-오컬트 소재를 영리하게 접목한 경우다.

이렇게 K-오컬트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요즘은 예능까지 섭렵하고 있다. 온갖 연애 프로그램이 쏟아 지는 가운데 점술가들이 출연해 짝을 찾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2024년에 방송된 SBS 예능 ‘신들린 연애’는 시청자들이 K-오컬트에 얼마나 푹 빠졌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이 프로그램은 작년에 시즌 2까 지 방영됐다. 올 초에도 신점, 타로, 관상 등을 통해 49인이 모여 운명을 점치는 샤머니즘 서바이벌 예능 ‘운명전쟁49’는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되며 새로운 오컬트 예능 바람이 불었다.

 

 

유행 이면에 자리한 ‘불안 심리’
K-오컬트가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된 데는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다. 1020세대 또는 2030세대가 MBTI·사주·신점·관상 등에 갖는 관심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젊은 층일수록 소위 ‘미신’이 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 니터(Embrain Trendmonitor)가 작년 만 13~69세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 주나 타로, 주술에 관심이 있다.”라고 답한 비율은 10대(71.5%)와 20대(68%)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67.5%), 50대(57.0%), 40대(56.0%) 순이었다. 60대는 41.5%로 가장 낮았다. 6)

이러한 유행의 이면에는 ‘불안 심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학업·연애·취업 등 인생의 중요한 선택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주나 신점 같은 무속 에 몰두하며 불안을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7) 마치 K-힐링 소설이 한국의 극심한 취업난, 과도한 경 쟁과 압박 등에서 잉태된 일종의 ‘현실 도피형’ 소설인 것처럼 K-오컬트 또한 신종 현실 도피 콘텐츠 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도피형 콘텐츠가 전통과 원형이 풍부한 경우라면, 충분히 활용하고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 법이다. 픽션의 즐거움은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데서 오는 것이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재미’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영상이든 문학이든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법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외 출판시 장을 주름잡았던 K-힐링 소설의 흥행처럼 K-오컬트 문학과 IP도 그 특수(特需)를 누려보면 어떨까. <케데헌>이 제대로 문을 열었으니까 말이다.

참고문헌
1) 황지윤, “불닭볶음면 같은 소설 없나요? … 세계 최대 도서전 달군 K문학”, <조선일보>, 2025.10.23.,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10/23/5XVYY5UIKRCNTMSNJYM5CVY2BY/
2) 조용헌, “[조용헌 살롱] 할리우드까지 뻗은 한국인의 巫”, <조선일보>, 2025.07.27.,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07/27/QGPIHKIBPRADNNIJEAQB2BIVSQ/
3) 조용헌, “[조용헌 살롱] 할리우드까지 뻗은 한국인의 巫”, <조선일보>, 2025.07.27.,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07/27/QGPIHKIBPRADNNIJEAQB2BIVSQ/
4) 변희원, “나홍진의 스릴러, 칸도 떨게 했다”, <조선일보>, 2016.5.20.,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0/2016052000047.html
5) 황지윤, “[동인문학상] 5월 독회, 본심 후보작 심사평 전문”, <조선일보>, 2025.05.28.,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05/27/YEUUEENWKBFWHHCBF3SOAJJOII/
6) 트렌드모니터, “사주에서 AI까지 불안한 일상 속 ‘점술’의 귀환”, www.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ail.do?bIdx=3239&code=0401&trendType=CKOREA
7) 조유미, “점술·주파수·부적·사주까지 … 불안하니 청춘이다?”, <조선일보>, 2025.07.19.,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5/07/19/3NG2HZSZNRAF7L7IBBAKJZ4I34/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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