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떠난 낚시터에서: AI 시대와 디지털 전환 속 출판인이 새로 배워야 할 네 가지 생존 전략

<출판N> Vol.66 2026 9~10월호, 물고기가 떠난 낚시터에서: AI 시대와 디지털 전환 속, 출판인이 새로 배워야 할 네 가지 생존 전략

 

 

커버스토리
[출판교육의 현재와 미래]
출판인은 무엇을 배워야 하나
유정연(흐름출판 대표, 서울북인스티튜드(SBI) 원장)
2026. 9+10.

 

 

익숙한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몇 해 전부터 내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은 ‘AI는 어떻게 출판을 바꾸는가?’이다. 2026년 서울북인스티튜트 (Seoul Book Institute, 이하 SBI)의 원장이 되면서 이 질문을 중심으로 특강을 만들기도 했다. 여러 출판 인과의 협업하고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가 진행을 맡아 비즈니스 모델, 작업 공정, 마케팅·영업의 변 화와 출판의 다음 역할을 찾고자 했다. 특강이 끝나는 7월의 어느 날, 소나기와 폭풍에도 출판인으로 꽉 찼던 강당에서 한 가지 부끄러움이 내 머리를 쳤다. ‘나는 여전히 여러 가능성 가운데 종이책 하나에 집착하 고 있었구나.’ 왜 이런 편견에 사로잡혔을까. 부분과 전체를 오가야 할 때 무엇이 나의 시야를 가린 것일까. 생각을 이어가니 간과한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몸담은 흐름출판에 AI 도입을 구상하고 출판사 식구들과 함께 메타데이터와 홈페이지를 재구축하면서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디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했다. 예전에는 좋은 미끼만 있으면 물고기를 낚을 수 있었다. 그런 감각과 직관으로 살아왔고 그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물고기 가 떠나버린 낚시터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이다. 오래 믿어온 방식일수록 변화를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걸리 는 것일까. AI로 인한 변화가 급작스럽게 느껴지지만, 사실 다른 업계는 이미 일찍부터 체감해 온 변화다. 인터넷 버블 때는 적응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믿었던 성공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데도 하던 대로 똑같이 움직이는 출판 현장을 보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밖에 할 수 없을까?’ 돌아오는 답은 늘 같았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으냐’는 것. 변화의 시대, 그리고 답 없는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 출판인들에게 국내외 동향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방향을 함께 찾고 싶었다. AI 시대에 출판인이 새로 배워야 할 것은 AI 사용법만이 아니다. 변화한 사업 시스템을 관찰하고 자신의 판단과 조직의 운영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서점 중심에서 독자 관계 순환으로
현재 출판계에 불어온 변화는 가치사슬 변화, 구조 변화, 유통 변화 등 다양하다. 출판사업 시스템이 구조적 으로 재편된 것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간 출판 현장에서 서점 유통과 종이책이라는 개념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출판계의 무게 중심이 점차 서점 중심 유통 생태계에서 ‘독자 관계 순환 생태계’로 옮겨가면서 일의 시작과 끝이 달라졌는데, 나는 여전히 이전의 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던 것이다. 현재 내가 생각하는 출판 생태계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과거 서점 중심 유통 생태계는 저자-출판사-서점 유통사-독자로 이어지는 단선 구조였다. 이 구조에서 출 판사는 좋은 원고를 알아보고 이를 잘 완성하는 편집·제작 능력, 초판 부수와 정가를 판단하는 능력, 서점 MD에게 책을 잘 설명해 서점에서 노출을 확보하는 능력 등 독자들의 초기 관심을 끄는 것이 핵심 역량이 었다. 이때 서점은 책이라는 콘텐츠의 발견과 거래, 판매 데이터 보유를 맡았다.

지금은 구매와 발견이 분리되었다. 독자는 여전히 서점에서 책을 사지만 발견은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SNS나 도서전, 북토크, 도서 커뮤니티 등 책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과 경로가 다양해졌 다. 이렇게 책의 발견과 독자와의 관계, 후속 콘텐츠 노출이 서점 밖으로 분산되면서 출판사에는 기존 유통 망 위에 새로운 관계와 학습 체계를 덧붙여야 하는 이중 운영이 시작되었다. 나는 기존 유통 생태계에 겹쳐 보이는 이 생태계를 나름대로 ‘독자 관계 순환 생태계’라고 이름을 붙였다.

 

 

새로운 출판 생태계를 만드는 네 가지 변화
① 서점 중심에서 분산된 발견으로
서점의 분류와 진열이 책의 운명을 좌우하던 시절은 지났다. 발견은 서점과 SNS 알고리즘, 검색엔진, 생성 형 AI, 유튜브와 팟캐스트, 창작자와 전문가, 독자 커뮤니티, 영화·게임 같은 다른 콘텐츠까지 여러 채널로 흩어졌다. 출판사의 유통 업무는 책을 서점에 공급하는 일에서 책이 여러 노출 경로를 가질 수 있도록 정보 를 구조화하고 연결하는 일로 넓어진 것이다. 이 일을 잘 해내려면 메타데이터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어떤 상황의 독자에게 필요한 책인지, 책은 어떤 질문에 답하는지, 기존의 어떤 인식을 바꿀 수 있는지, 어떤 책·저자·주제로 연결되는지, 어떤 언어로 책이 검색되고 추천될 수 있는지를 주도적으로 해석하고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발행 이후 판매 반응이 책의 수명을 좌우했다. 출판사들은 대개 발행 후 책 홍보를 진행했다. 그러 나 출판인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책이 나왔는데 왜 이리 반응이 없나. 정말 시장이 죽은 것은 아닌가?” 아무리 좋은 책을 잘 만들어도 독자의 발견이 없으면 책의 생명선은 사라진다. 이제 시대가 변한 것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홍보가 시작되는 것으로 변했다. 고경력 출판인들은 이런 변화를 알고 있지만 아직 효과적인 대응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도전 사례를 살펴보자면, 마케팅 조직을 개편하고 독자의 발견을 시스템으로 만든 곳이 있다. 포레 스트북스 김선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자사 직원 40명 가운데 마케팅팀 인원이 15명이다. 조직을 개편하여 시장의 흐름을 읽고 독자의 발견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유튜브 매체를 인수하고 독자와의 관계를 통해 그들의 신호를 읽으며 니즈를 직접 묻고 실험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출간한 사례가 『마음의 어휘 력』(조아란 외 2인, 페이지2북스, 2026)이다. 마케터가 독자와 소통하며 직접 느끼고 경험한 것을 새로운 기획으로 순환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마음의 어휘력』

 

 

② 도서 거래에서 독자 관계로
과거에는 판매가 일어나면 거래가 종결되었지만 지금은 독자가 책을 구매한 이후의 관계가 중요하다. 뉴스 레터 구독, 독자 모임, 저자 강의, 후속 콘텐츠, 연관 도서 큐레이션, 멤버십, 커뮤니티, 다음 책에 대한 참여 등의 형태로 보면 브랜드 미디어와 관계 기반 콘텐츠 생태계로 수렴하는 듯하다. 책 한 권의 판매가 일회성 거래라면 독자 관계는 여러 책과 다양한 채널 그리고 경험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민음사가 이를 잘 구현하고 있다. 책 한 권 중심의 마케팅에서 브랜드와 인물 중심으로 고객과 관계를 형성한 사례다. 민음사는 민음사TV 채널을 키워가면서 유튜브 이용자들을 관찰하고 반응이 좋았던 방향으로 콘텐츠를 확대 및 수정해 갔다. 김아진 편집자에 이어 김민경 편집자 등 인물 중심의 콘텐츠들이 큰 반응을 얻어 이용자층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일력, 워터프루프북 등 새로운 독서 방식과 경험을 제시하며 책에 관심이 없던 독자도 ‘사무실에 둘까, 수영장에 가져가 볼까?’ 하면서 책을 구매 목록에 추가하도록 한다. 독서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 굿즈나 매력적인 상품으로 설렘과 기다림을 만든다. 타 분야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하게 책과 연결 통로를 만들고 독자가 팬이 되게 하는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출판가에는 말재주가 좋고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다. 이들에게도 인물 중심의 콘텐츠,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판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가치사슬 측면에서 미국 출판인 리처드 내시 (Richard Nash)의 ‘출판 수요 곡선*’에 따르면, 같은 저자와 주제에도 독자마다 원하는 관계의 깊이와 구 매 의사가 다르다. 다시 말하자면 출판사는 단일 가격의 책만 공급하는 회사에서 서로 다른 깊이의 관계를 설계하는 회사로 이동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 출판 수요 곡선: ‘종이책’이라는 물리적 책의 형태를 넘어 작가와 독자가 원하는 가격과 서비스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디지털 출판 비즈니스 모델

출처: 장은수 <AI는 출판을 어떻게 바꾸는가> 출판 특강 자료 재구성 (참고 자료: PUBLY, <2017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보고서>)

 

 

③ 완성된 책에서 유동하는 콘텐츠 IP로
과거의 유통 단위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가진 한 권의 책이었다. 지금은 책 전체, 장과 절, 개념과 사례, 저자 강의, 오디오와 영상, 캐릭터와 세계관, 교육 과정, 번역권과 영상화권, 굿즈와 체험 등 상품 단위·권리·경험이 다양해졌다. 여러 콘텐츠와 권리가 연결되려면 먼저 형태가 달라져도 기준이 되는 ‘도서 정본’이 있어야 한다. 도서 정본은 확정된 본문과 목차, 본문 구조, 서지 정보, 권리 정보와 수정 이력을 포함하는 원천 자료다. 이 가운데 인물, 사건, 개념, 이미지처럼 독립적으로 활용되거나 별도의 권리 확인이 필요한 요소는 ‘핵심 노드(Keystone)’로 식별할 수 있다. 핵심 노드는 도서의 특정 요소를 영화, 웹툰, 오 디오북 등 다른 콘텐츠와 연결하고 그 활용 범위를 관리하는 접점이다.

도서 재고를 혁신한 사례로는 주문형 인쇄(Print on Demand, 이하 POD)도 있다. POD 운영체계를 시스 템으로 갖추며 실행하고 있는 곳은 박영률 대표가 운영하는 커뮤니케이션북스가 있다. 책뿐 아니라 장과 절 단위의 키워드 검색에 대비하고 오디오북, 전자책, 큰글자책을 제작하며 재고 부담이 없는 POD 시스템 을 15년 전부터 운영해 온 곳이다. 무엇보다 하나의 판본을 바탕으로 전자책, 큰글자책으로의 변환을 자동 화한 방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해외 판권 판매와 실험을 통한 학습 사례로는 클레이하우스를 참고할 만하다. 클레이하우스는 50개국에 수출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2022) 외에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2022) 와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유영광, 2023),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이수연, 2024), 『윗집 부 부』(황보름, 2026)까지 등 많은 도서를 수출하며 해외 판권 판매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5년 기준 클레 이하우스의 연 매출의 41%가 해외 판권 매출이고 국내 도서 수출 비율은 75%에 해당한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영문판 표지

게다가 클레이하우스는 텍스트·오디오·영상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기획안을 동시에 작성 해 초기부터 편집자뿐 아니라 오디오 PD, 영상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관점을 고려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빤냐 이야기』(한재우, 2026)를 출간하기 전에 홍보용 애니메이션 영상을 먼저 제작하고 영문판을 먼저 출간하려 했으나 반응이 저조해 국내에서 먼저 출간했다.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는 이를 “한국인이 쓴 영성 소설은 수요가 없음을 확인했다.”라고 정리했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실패하면 원인을 분석해 무 엇을 배웠는지 정리하는 사고방식을 눈여겨볼 수 있다. 이 책은 2026년 영국 출판사 에버리(EBURY)와 출판 계약이 체결됐다. 처음 예상과 달리 문학 출판사가 아닌 논픽션 출판사에서 손을 내민 것이다. 수출 가능성에 집중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

『빤냐 이야기』

 

 

④ 판매 보고에서 학습 순환으로
기존 출판사는 판매량, 재고, 반품, 서점 순위 등 정보에 주목했다. 앞으로는 다르다. 독자가 책을 어디에서 발견했는가, 어떤 질문과 문장에 반응했는가, 왜 상세 페이지로 이동했는가,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 가, 어떤 상황에서 읽었는가, 어떤 책·강의·콘텐츠로 이어졌는가, 예상하지 못한 독자군은 누구인가가 중요 해진다. 이러한 정보가 기획으로 돌아가면 유통은 출판 이후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다음 출판을 위한 관찰 단계가 된다. 판매를 경험으로, 경험을 다시 학습으로 연결하며 성공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이 순환 을 더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출판사의 핵심 역량은 어떻게 달라지나
앞서 언급한 네 가지 변화는 출판사에 서로 다른 능력을 요구한다. 출판인들이 새롭게 배우고 개발해야 할 능력들이다. 첫째, ‘분산된 발견’ 환경에서는 독자의 상황과 질문, 검색어에 맞게 책이 노출될 수 있도록 채널마다 다른 발견 경로를 설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홍보물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먼저 도서 정보를 메타데이터로 구조화하고 어디에서 어떤 문장과 맥락으로 책이 발견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도서 거래에서 독자 관계로’의 이동에는 판매 이후의 독자 경험을 관찰하고 그 관계를 다음 책과 콘텐츠로 이어지게 하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채널을 운영하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독자의 반응을 신호로 수집해 편집과 마케팅이 함께 해석하는 관계·경험 설계 능력이 중요하다.

셋째, ‘완성된 책에서 유동적인 콘텐츠 IP로’의 이동에는 한 권을 닫힌 완성품이 아니라 여러 형식과 권리로 확장될 원천으로 보는 능력, 즉 OSMU(One Source-Multi Use) 시각을 익혀야 한다. 도서 정본과 권리, 버전을 관리하고 핵심 개념과 사례를 재사용 가능한 단위로 구조화하며 외부 제작자와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판매 보고에서 학습 순환으로’의 이동에는 가설을 세우고 측정할 신호를 정하여 작은 실험 결과와 포기한 선택까지 기록해 다음 기획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데이터의 수치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엇을 배웠으며 다음 판단을 어떻게 바꿀지를 확인하며 성장하는 능력이다.

출처: 챗지피티(ChatGPT)

결국 위 네 가지 변화가 요구하는 것은 발견 설계, 관계·경험 설계, 콘텐츠 IP 구조화, 실험과 학습의 능력 이다. 이 능력들은 기존의 편집·제작 능력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책을 만드는 능력에 더해 발견과 관계, 확장과 학습으로 이어지게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다시 묶으면 ‘책을 발견시키는 능력’ 과 ‘반응을 다음 책으로 연결하는 능력’이라는 두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책을 발견시키는 능력은 독자 상황 정의, 메타데이터 구조화, 검색·AI 추천 대응, 콘텐츠 변환, 채널별 발견 설계, 큐레이션·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반응을 다음 책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독자 신호 수집, 데이터 설계, 가설과 실험, 반응 해석, 판단 기록, 콘텐츠 IP 재사용 능력을 말한다. 과거에는 책을 잘 만드는 것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존의 핵심 역량에 새로운 두 가지 역량이 더해지고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모든 책을 데이터가 잘 잡히는 책으로 만들거나 모든 출판사를 미디어 플랫폼으로 바꾸자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느린 책과 작은 책을 오래 지키기 위해 어디에 자원을 집중하고 무엇을 실험 할지를 더 정밀하게 판단하자는 것이다.

흐름출판의 경우 이 두 가지 역량을 처음에는 10종에 적용하고 그다음은 50종을 대상으로 차츰 늘려가면 서 실행하기로 했다. 이처럼 방향은 알고 있지만 막상 조직에 적용하려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어서 사람과 역할을 나누고 마케팅팀과 편집팀의 역할을 새로 정의했다. 마케팅 팀은 경험 설계, 편집팀은 질문 설계를 맡기로 했다.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각 팀이 매일 하는 일의 순서를 다시 설계하고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조직 재설계는 누가 무엇을 새로 맡을지 정하는 동시 에 무엇을 버릴지도 결정하는 일이다. 편집자가 질문하고 마케터가 독자 경험을 설계하려면 반복 보고, 중 복 입력, 형식적인 회의를 없애 업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일만 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이다.

 

 

AI 시대, 출판인에게 필요한 재학습
과거의 출판인이 좋은 책을 가려내는 사람이었다면 앞으로 출판인은 근거 있는 기회를 파악하여 전략 가설 을 설계하고 시장의 반응에 따라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각 분야의 업무 를 연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AI 활용 능력보다 새로운 환경 적응에 필요한 경계인으로서의 학습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의 익숙한 방식에서 탈피하는 탈학습(Unlearning)과 새로운 개념을 초보자 관점에서 다시 익히는 재학습(Relearning)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출판사 차원에서 운영 모델을 유지할 수 없다면 사업 모델과 운영 모델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셋째, 출판계에서는 아직 AI의 혁명 사례를 이야기하기보다 AI 도입 전에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출판인에게는 ‘판단하는 방식의 재설계’를 위한 학습이, 출판사에는 ‘사업과 운영 방 식의 재설계’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다면 AI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행할 때도 한정된 자원 안에서 일정을 계획하고 어떤 기쁨과 경험을 만들어 낼지 기대하며 떠난 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하는 경계에 있으면 불안과 두려움은 상수다. 알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많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오늘의 매출을 만드는 기존 체계와 내일을 만드는 학습 체계를 동시에 운영하 면서 하루, 한 달, 1년의 ‘미션 클리어’를 만들고 도전하는 것. 많이 실험하고 부딪히고 경험하는 것. 그것이 변화하는 환경에도 적응하며 내일을 만들어 가는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참고문헌
• SBI <해외 독자와 만나는 출판 수출의 첫걸음>
• 『경계인: AI 시대, 새로운 인재의 조건』(백영재,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2026)
• 『린분석』(엘러스테어 크롤, 벤자민 요스코비츠, 한빛미디어, 2014)
• 『데이터 분석의 힘』(이토 고이치로, 인플루엔셜, 2018)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개글
“‘AI는 어떻게 출판을 바꾸는가?’ 2026년 서울북인스티튜트(SBI) 원장이자 현직 출판사 대표로서 마주한 이 질문은 오랫동안 믿어왔던 출판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종이책이라는 하나의 편견에 갇혀 있던 사이, 출판 생태계는 서점 중심의 단순 유통 구조에서 ‘독자 관계 순환 생태계’로 거침없이 이동하고 있었죠.

이제는 책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발견을 설계하고, 판매 이후의 독자 경험을 다음 기획으로 연결하는 입체적인 역량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출판인과 출판사는 어떻게 운영 방식을 재설계해야 할까요?

현장에서 책을 만들고 유통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신 편집자·마케터·작가님들, 그리고 출판의 미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시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여러분이 체감하고 계신 출판 시장의 변화나 나만의 생존 노하우를 댓글로 아낌없이 나눠주세요. 변화를 준비하는 출판 동료분들과도 이 글을 널리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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