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다 뭐꼬?

그림이 다 뭐꼬? – 진현동 할머니들이 들려준 삶과 기억

 

 

 

 

저자 : 손영
ISBN : 978-89-6131-238-7
페이지 : 128page
발매일 : 2026-10-16
크기 : 190*240mm
정가 : 15,000원

 

 

 

 

책소개
“한 노인의 지혜는 도서관 하나와 맞먹는다.”
경주 진현동 어르신들이 호미 대신 연필을 쥐고 길어 올린 삶과 기억의 파노라마

경주 토함산 자락 진현동으로 귀촌한 화가 손영 작가가 마을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을 돕고자 시작한 작은 미술 수업. 평생 밭일과 자식 뒷바라지에 손마디가 굵어진 할머니들은 처음에 “일자무식이 그림은 다 뭐꼬”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스케치북 위에서 호미 대신 쥔 연필 끝으로 잃어버렸던 유년과 젊은 날의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새끼줄에 고추를 달던 금줄 이야기부터, 가마 타고 시집오자마자 신랑을 전쟁터로 보낸 사연, 식구 수대로 양을 늘려 끓여 먹던 김치밥국, 깎아낸 머리카락을 팔아 공책을 사주던 기억까지— 책 속에는 공식 역사서에는 기록되지 않은 우리 어머니·할머니 세대의 생생한 일상과 끈질긴 생명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삐뚤빼뚤하지만 더없이 진실한 그림과 구수한 경상도 방언의 입담, 그리고 그 곁을 따뜻하게 지켜본 화가의 시선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과 눈물겨운 감동을 선사합니다.

 

 

 

 

저자소개
손영 Son Young
<서양 화가>
서양화를 전공하고 순수미술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경주로 귀촌한 뒤 오래되고 축적된 것들에 대한 사유가 작업의 철학적 화두가 되었으며, ‘여백, 기억과 시간’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여백에는 지나온 무수한 시간과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고 믿는다. 그 축적된 흔적 속에서 삶과 예술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올해 스무 번째 개인전 《시간이 그은 선》을 준비하고 있으며,마을 할머니들의 삶과 기억을 기록하는 구술 작업도 함께하고 있다.

<저서>
『DEAR YOU』 – 화집·짧은 글
『나의 시월, 나의 경주』 – 드로잉·시집
『여백의 시간』 – 산문시집
『그림이 다 뭐꼬?』 – 구술집

<SNS>
Instagram: sonyoung10
Blog: naver.com/glim9435

 

 

 

목차
서문 | 치매 예방을 위한 발걸음
프롤로그 | 나는 이야기를 캐러 다닌다
추천사1
추천사2

한 노인의 지혜는 도서관 하나와 맞먹는다.
금줄
늙었는가, 아들이 보고싶어지대
봄을 먹고 자란 아이
오늘은 어디로 가고 싶은 날
개곡댁
쌀 씻는 소리
꽃의 시간
천원 택시
꽃요강
장은 1년 농사다
기억보다 오래 남아 있는 것
빨간 고무다라이 목욕
꽃보다 아름다운 손
내 껌 누가 씹었노?
옛날에 뭐 알고 시집오나?
니가 무슨 죄가 있노?
잘 숨갔는데
달비도 다 돈이었서이
똥친막대기
불국동, 사라진 길들
전쟁 나머 우짜노?
김치밥국 한 그릇
바가지 소금이 같이 뛰대
달이다
전깃불이 처음 들어오던 날
고흐가 뭐꼬?
보리문디
똥도 아까벗다
신발 수만큼의 생
소원이 뭐 있는기요?
꺼내놓으면 없어지고
상이군인이 나타났다 카머
비료포대기 비옷
그림이 다 뭐꼬?
복 달력
우산 속에는
떡국 그리던 손
꼬치 따묵자
몬드리가 뭐꼬? (단청을 만난 몬드리안)
할머니들의 감나무
선생님 말 잘 들으래이
진현동 500살 당산나무
안 봐도 눈에 훤하니더
딸아 배린다고
연필만 잡으머 손이 와 이래 삐딱하이 가노
할배가 가자칸다
불국사 처마 밑에는
설날은 자식오는날
처음 받아본 칭찬
도란도란 말하는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우리가 누리고 있는 오늘은, 그분들이 견디고 버텨낸 고단한 시간 위에 놓여 있다.
— 기억을 깨우는 예술 치유, 그리고 한 시대를 기록한 온기 넘치는 생애사

《그림이 다 뭐꼬?》는 단순한 미술 활동 결과물이 아닌, 마을 공동체와 어르신들의 기억이 만난 따뜻한 기록 문학입니다.

치매 예방이라는 실천적인 목표로 출발한 이 여정은, 어르신들이 굳게 닫아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열고 지나온 80~90년의 세월을 복원해 내는 뜻깊은 작업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능산댁, 능동댁, 개곡댁, 읍천댁, 야호댁 등 저마다의 택호로 불리는 진현동 어머니들의 목소리는 꾸밈이 없습니다.

배고팠던 보릿고개의 가난, 한국전쟁의 비극과 상흔,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했던 서러움 속에서도, 자식과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바쳐온 어머니들의 희생은 담담한 한마디 말과 색연필 그림을 통해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착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는 옛말처럼, 고된 상처보다 다정했던 위로를 더 오래 품어온 할머니들의 지혜는 각박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뭉클한 위로와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잊고 지낸 어머니와 할머니의 품을 다시 만나는 정겨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책 속으로
“호미는 손에 익숙하지만 연필은 처음 쥐어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르신들은 때로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미술은 다릅니다. 마음의 방어를 내려놓게 하고, 문을 열게 하며, 의식 깊은 곳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려 줍니다.”
p. 6 (서문 중에서)

“‘옛날에 뭐 알고 시집오나? 선도 안 보고~~ 중신애비 말만 듣고 왔지.’ 개곡댁 할머니는 열일곱 살에 시집을 왔다. 신부는 시댁 대문 앞에서 타오르는 볏단을 넘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새로운 식구가 되는 의식이었다. 그런데 새색시의 꿈같은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신랑은 날 딱 받아놓고 잔치 해먹고 바로 고대로 전쟁에 나가봤다.'”
p. 43 (〈옛날에 뭐 알고 시집오나?〉 중에서)

“사람은 상처보다 위로를 더 오래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진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 맞고 울고 서러웠던 기억보다는 ‘니가 무슨 죄가 있노’ 하며 안쓰러워 등을 토닥여 주던 한 사람의 따뜻함을 더 오래 간직한 사람. 그 삶의 주름마다 눈물과 서러움이 있었지만 결국 남은 것은 상처보다 따뜻한 말이었다.”
p. 48 (〈니가 무슨 죄가 있노?〉 중에서)

“호박을 자르기 전에 할머니들께 물었다. ‘호박 속에서 소원이 하나 나온다면 무슨 소원 빌고 싶으세요?’ 그때 능동댁 김옥희 할머니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내사 마 아무 욕심 없심더. 이렇게 연필도 잡아 보고, 글도 다 써 봤서이. 무슨 소원이 더 있겠능기요.'”
p. 79 (〈소원이 뭐 있는기요?〉 중에서)

“‘새도 삐딱하이 그려진다, 내 닮아서. 호미로 밭은 똑바로 고랑을 잘 내는데, 연필만 잡으머 손이 와 이래 삐딱하이 가노.’ ‘연필을 잡아봐야 알지. 생전 처음 해보니 벌벌 떨리고.'”
p. 105 (〈연필만 잡으머 손이 와 이래 삐딱하이 가노〉 중에서)

 

 

 

서문 | 치매 예방을 위한 발걸음
“한 노인의 지혜는 도서관 하나와 맞먹는다.”

인간의 발달 과정은 자연의 이치와 닮아 있습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결국 소멸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많은 것들이 쇠퇴하지만, 삶의 지혜는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집니다. 그 지혜의 무게는 도서관 하나와 맞먹습니다.

지금 우리가 풍족한 한 끼를 누리고 신선한 음식이 문 앞까지 닿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지난날 보릿고개를 견디며 삶을 이어온 우리 할머니들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고 몸이 쇠약해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지닌 채 인간답게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치매 예방에 깊은 마음을 써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 나는 ‘미술’을 선택했습니다.

‘어떤 색 옆에 어떤 색을 두어야 할까?’ 고민하고, 나무를 그리며 가지의 모양을 떠올리고, ‘우리 집 감나무에는 감이 어디쯤 달렸을까?’ 하고 되짚어보는 일. 그 단순한 과정 속에서 기억은 다시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지난번 해바라기를 그리던 날, 능동댁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80평생 살면서 그냥 거~ 해바라기가 있구나 생각했지, 이파리가 우에 생겼는지 자세히 한번도 안 봤대이.”

이제 할머니들은 다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리고,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오랜 세월 위에도 새로운 시작은 존재합니다. 호미는 손에 익숙하지만 연필은 처음 쥐어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르신들은 때로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미술은 다릅니다. 마음의 방어를 내려놓게 하고, 문을 열게 하며, 의식 깊은 곳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려 줍니다.

나는 진현동으로 귀촌하며 동네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년을 보내시길 바랐습니다.
능산댁, 능동댁 어머니, 읍천댁, 활천댁, 야호댁 어머니…….
어르신들은 재료비도 받지 않고 수업해 준다며 고맙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내가 훨씬 더 많은 것을 얻고 있습니다.

내가 얻는 것은 바로 그분들의 소중한 삶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르신들의 기억은 점점 또렷해지고, 나는 그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모으고 있습니다. 밭매던 손으로 그린 삐뚤빼뚤하지만 진실한 그림들. 그 안에 담긴 세월을 나는 전시로 보여드릴 것이고, 한 권의 책으로 남길 것입니다.

나는 지금 그 약속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 나는 이야기를 캐러 다닌다
나는 유월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유월의 푸르름은 봄의 푸르름과 다르다. 너무나 폭발적이어서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자주 일렁인다. 여름 꽃인 백일홍과 다알리아, 해바라기가 텃밭에서 하루가 다르게 두 뼘씩 자라나고, 내가 좋아하는 살구가 노랗게 익어가는 계절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내 작업은 대부분 6월에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온다.

초록 바람이 살랑이는 어느 유월의 저녁, 잔디밭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경주 사람들의 어린 시절은 어느새 보물찾기 같은 이야기로 이어진다.

윤 선생님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들려주었다.
“어머니가 감자 심을라고 호미로 밭을 매고 있는데 뭔가 턱 걸리는 기라.”
“저거 뭔지 한번 닦아봐라.”
제대로 흙을 털어내고 보니 귀면(鬼面)기와였다고 한다.
“그 귀면을 팔아뭇심더.”
“1980년대 경주에 민속공예촌이 조성될 때쯤에는요, 골동품 수집하는 사람들이 시골 마을을 돌아댕기매 민속품을 엄청 사러 다녔거던요.”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 방에 하나 있니더’ 카이, 참고서나 사 보라고 5000원을 주더라꼬.”
팔지 않겠다고 하자 만 원, 다시 만오천 원까지 값을 올렸다고 한다.
“그래가 팔아먹었니더.”

그보다 앞서 박물관에도 문의해 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시큰둥했다.
“경주에는 그런 거 흔해빠졌니더.”
그 대답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팔아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는 그 선명하던 귀면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참 아깝니더.”
더구나 이후 큰 사고를 겪고 나서는 문득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귀면을 팔아뿌서 그런가…”
물론 우연일 뿐이지만, 사람 마음은 그렇지 않다. 오래된 물건에는 사람의 시간과 영험한 기운이 묻어있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경주에서는 내 또래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밭을 갈다가 옥구슬이 나오고, 축대를 쌓다가 신라 기와가 나오고, 누구네 집 발씻는 돌(또는 빨랫돌)이 알고 보니 신라 왕의 비석이었다는 등의 이야기들 말이다. 누군가는 헐값에 팔아버리고, 누군가는 집 한구석에 두었다가 잃어버린다. 대릉원이 어릴 적 미끄럼을 타며 놀던놀이터였고, 첨성대 안에 들어가 볼일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어릴 적 뭔지도모르고 도굴꾼을 따라다녔다는 사람도 있었다.

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땅 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일인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역사책에 적히지 않은 작은 전설들이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 땅을 조금만 파도 옛사람의 흔적이 나오고, 사람들의 입을 조금만 열어도 오래된 이야기가 샘물처럼 흘러나온다.
나는 그 소중한 이야기들을 캐러 다닌다.

 

 

추천사
『그림이 다 뭐꼬?』의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진현동 할머니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마주하며, 그림보다 먼저 그 안에 담긴 삶의 시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금줄을 치던 풍경에서부터 아이를 낳고 농사를 짓고 가족을 돌보며 살아온 이야기까지, 이 책에는 우리가 미처 기록하지 못했던 한 시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미술 수업으로 시작된 일이 할머니들의 기억을 깨우고, 한 세대의 삶을 기록하는 귀한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림과 글로 엮어낸 손영 작가의 따뜻한 노력에도 깊은 박수를 보냅니다.

『그림이 다 뭐꼬?』가 오래도록 읽히며 우리 어머니들의 소중한 삶의 기록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선애경 경북신문 문화부장

 

 

한 사람의 기억을 지키는 일이 한 시대를 지키는 일이다

『그림이 다 뭐꼬?』는 진현동 할머니들이 그림을 그리며 길어 올린 삶의 기록이다. 호미에 익숙했던 손으로 감나무와 꽃, 요강을 그리고 지난 70여 년의 기억을 꺼내는 동안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이 하나둘 깨어난다. 그 안에는 가난과 노동의 고단함도 있고, 자식을 향한 애틋한 사랑과 이웃과 나누던 밥 한 끼의 온기도 있다.

화가이자 작가인 손영은 할머니들과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분들만의 시선과 언어를 귀하게 담아냈다. “씰데없는 이야기 그만하고 밥이나 묵자”는 말처럼, 담담하게 건네는 일상의 언어가 어느 순간 시가 되고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질문이 길어 올린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누리는 오늘이 그분들이 견뎌낸 어제 위에 서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이 더 많은 이에게 닿아, 우리가 미처 묻지 않았던 삶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장성애 교육학박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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