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버텨내는 이곳에서, 당신을 향해 오늘도 다시 걷는다”
지친 일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진종화 시인의 묵직한 위로
진종화 시인의 시집 《오늘도 걷는다》는 삶의 현장에서 퍼올린 진솔한 고백과 깊은 가족애, 그리고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한 인간의 성실한 발자취를 담은 작품집이다.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곁을 지켜주는 배우자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마움, 부모님의 굽은 등 뒤로 느껴지는 그리움과 애틋함, 치열한 작업장과 고단한 퇴근길에서 느끼는 삶의 무게, 그리고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고 삶을 마주하는 강인한 의지를 차분하고 따뜻한 언어로 풀어낸다.
거창한 수식이나 화려한 기교 대신, 누구나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익숙하고도 소중한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그의 시들은 독자들에게 “참 수고 많았다”는 따뜻한 어깨 토닥임을 선사한다. 삶이 버겁고 마음이 무거워질 때, 시인이 전하는 나지막한 위로는 우리로 하여금 다시 신발 끈을 매고 내일을 향해 걸어갈 힘을 준다.
진종화
시인. 삶의 한가운데에서 가족과 함께 웃고, 때로는 아파하며,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시인.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사랑, 부모, 가족, 삶과 희망의 이야기를 꾸밈없는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1부 당신에게 길들여진 시간
그녀를 처음 만난 날
그대로
길들여진 사랑
나는 바보인가 봐
나의 반쪽
함께할 시간
행복한 바보
바보가 된다
2부 두 분의 굽은 등을 바라보며
겨울이면
어머니
얼마나 그리우려나
오늘도 걷는다 2
묘비 앞에서
부고
3부 하루를 버텨내는 이곳에서
작업장
축 처진 어깨
터널
화
오늘도 걷는다
퇴근길
눈물이 난다 그냥
4부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기를
감정의 흔들림
비 오는 날
사랑하는 이여
삶
새벽의 고요함
세월은 약이라고
시간을 멈추고 싶다
아버지가 바라는 것
저녁노을
죽음의 기회는 한번뿐이다
행복은 평범한 순간
거울
고맙다
내일
[길들여진 사랑]
사랑은
상대를 내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꺼이
당신에게 맞춰 가는 것이었다
화를 내기보다 먼저 이해하고
서운함보다 먼저 안아 주는 것
살아보니 그것이 사랑이었다
[겨울이면]
그때는 몰랐다
빗자루를 만드신 것이 아니라
한 가족의 겨울을 버티고 계셨다는 것을
세월이 흘러 나도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보니
겨울이 오면 빗자루보다
두 분의 굽은 등이 먼저 떠오른다
[어머니]
전화기를 들면 어머니는 늘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밥은 먹었냐”
그 말이 안부였고 걱정이었고 사랑이었습니다
[퇴근길]
살아보니 퇴근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당신 마음속으로 가는 길이었어
[축 처진 어깨]
인생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
오늘 축 처진 어깨도
내일은 조금 더 당당해지기를 바라며
나는 또다시 희망을 품고 걸어간다
[행복은 평범한 순간]
큰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고
웃으며 하루를 마치는 것
그게 행복이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모여 만드는 가장 빛나는 삶의 찬가
우리 시대의 가장 보통의 가장이자 직장인, 그리고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품은 진심은 어디에 머무는가. 디자인21에서 출간된 진종화 시인의 시집 《오늘도 걷는다》는 바로 그 삶의 한복판, 땀 냄새와 그리움이 짙게 배어있는 현장에서 시작된다.
시인은 1부 ‘당신에게 길들여진 시간’에서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여겼던 아내에 대한 참회와 깊은 사랑을 노래한다. 입맛이 변하고 서로를 닮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은 상대에게 기꺼이 맞춰가는 것임을 고백하며, 지친 일상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인연에 감사를 전한다.
2부 ‘두 분의 굽은 등을 바라보며’에서는 지나간 세월 속에서 비로소 이해하게 된 부모님의 마음을 나지막이 부른다. 궂은 날 빗자루를 만드시던 아버지의 굽은 등에서 한 가족의 겨울을 버텨내던 무게를 읽어내고, “밥은 먹었냐”는 어머니의 안부 전화 한 통에 담긴 끝없는 사랑을 조명한다.
3부 ‘하루를 버텨내는 이곳에서’와 4부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기를’에서는 지게차 엔진음이 요란한 작업장과 고단한 퇴근길, 터널 같은 공포와 감정의 흔들림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품는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시인은 삶이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임을, 그리고 오늘 무사히 보낸 평범한 하루야말로 가장 큰 행복임을 나지막이 속삭인다.
투박하지만 가식 없는 시인의 언어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가슴속 잊고 있던 온기를 깨운다. 이 시집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지나온 날들을 가만히 감싸 안고,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의 손을 다시 한번 따뜻하게 잡게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