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섹스, 젠더, 유전, 진화 그리고 사회

  • 저자 김남수
  • 페이지 232 page
  • 크기 152*225mm
  • ISBN 978-89-6131-220-2
  • 발행일 2026-06-04
  • 정가 22,000원

“자연은 어떤 성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명령하지 않았다”

유전학자의 학문적 엄밀함과 넓은 시야로 읽어내는 성, 섹스, 젠더의 복합적인 지형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성’, ‘섹스’, ‘젠더’라는 단어를 명확한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만, “이 셋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이내 머뭇거리게 된다. 신간 《성, 섹스, 젠더: 유전, 진화 그리고 사회》는 평생 유전학 분야에서 연구와 강의를 이어온 전문가 김남수 저자가 생물학, 진화, 뇌과학, 그리고 사회와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성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시도한 뜻깊은 기록이다.

이 책은 총 5부 15장에 걸쳐 성의 기원부터 현대의 정체성 정치까지 방대한 테마를 차분히 드러낸다. 38억 년 전 초기 생명체의 무성생식에서 출발해 12억 년 전 유성생식이 등장하게 된 진화적 전략을 살피고, 인간의 몸과 뇌에서 성호르몬이 욕망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뇌과학적으로 규명한다. 나아가 트랜스젠더, 동성애와 같은 스펙트럼상의 성을 과학적 사실과 사회적 해석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보여준다.

저자는 성을 자극적인 논쟁거리나 이분법적인 도덕적 판단의 대상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믿어온 많은 성적 기준들이 사실은 오랜 역사와 제도, 그리고 권력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장치임을 통찰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은 성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인간에 관한 책이며, 성을 둘러싼 익숙한 통념을 넘어 인간과 사회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명확한 언어와 관점을 선물할 것이다.

김남수
저자는 1990년도에 캐나다 알버타 대학교에서 유전학 박사를 취득 후 30여 년 동안 강원대학교에서 유전학, 진화학, 식물학을 가르쳐 온 유전학자로, 현재는 은퇴 후에도 집필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유전학과 유전체학 분야에서 약 200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으며, 강원대학교 의생명과학대학 학장, 캐나다 맥길대학교 방문교수, 로렌시안대학교 겸직교수를 지냈다. 또한 한국유전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Genes & Genomics의 편집장을 9년간 맡으며 학문발전에 기여했다. 유전학과 진화학을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관련 대학 교재 10여 권을 한국어로 공동 번역했으며, 일반독자를 위한 저서로 『궁금한 유전상식 40가지』를 집필했다.

추천서

서문

Ⅰ부 성은 어디에서 왔는가?
제1장 <성의 기원과 진화> 성은 왜 생겨났을까
동물에서의 성의 진화
식물에서의 성의 진화
이형배우자생식의 생물학적 이점
성의 등장과 생물 다양성의 폭발

제2장 성, 섹스, 젠더는 같은 말일까
생물학적 의미의 성
동물의 몸에서 나타나는 성차
인간에서의 생물학적 성차
사회적 개념으로서의 젠더
여성 참정권과 젠더 평등의 확대
젠더 정체성의 형성과 이분법의 한계
젠더, 일상생활,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 구조
스포츠, 젠더, 그리고 인터섹스 논쟁
‘X’ 표기와 비이분법적 성 범주의 등장

제3장 <생물의 성 결정 전략> 자연은 성을 어떻게 정할까?
유전적 성 결정(Genetic Sex Determination, GSD)
포유류의 성 결정: XX, XY, 그리고 SRY
곤충: 같은 염색체, 다른 규칙
예쁜꼬마선충: 자웅동체 중심의 체계
물고기: 유전, 환경, 그리고 사회적 신호
자웅동체와 민달팽이의 ‘페니스 댄싱’
새, 나비, 그리고 뱀: ZW 성 결정 체계
환경적 성 결정(Environmental Sex Determination, ESD)
보넬리아: 접촉이 성을 결정하다
미끄럼 달팽이: 사회적 위치에 따라 바뀌는 성
기후 변화: 환경적 성 결정 종에 대한 심각한 위협
식물에서의 성 결정
성 염색체를 가진 식물들
은행나무: 성 결정의 ‘살아 있는 화석’
왜 성 결정이 중요한가

제4장 인간의 성은 언제, 어떻게 결정되는가?
배아 발달과 SRY 스위치: 갈림길에 서다
성 발달 이상(DSD)
프라더 척도: 모호한 외부 생식기의 분류
SRY가 작동하지 않을 때: 여성의 외형으로 태어난 XY 형
46,XX 남성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CAH): 모호한 외부 생식기를 가진 XX 형
5-알파 환원효소 결핍: DHT가 부족할 때
안드로겐 불감증 증후군(AIS)과 스포츠: 파티뇨와 순다라잔의 이야기
트랜스젠더 선수, DSD, 그리고 스포츠의 새로운 도전
클라인펠터 증후군
더 넓은 관점에서

Ⅱ부 몸과 뇌의 차이
제5장 <과학이 말하는 성별의 차이> 여성과 남성은 얼마나 다른가?
성 이형성을 설명하는 주요 가설들
인간에서 나타나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
생식기 크기, 유방, 그리고 문화적 의미
영장류의 짝짓기 체계와 음경과 고환의 크기
여성과 남성의 성격 및 행동 차이

제6장 <성호르몬과 뇌> 욕망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성호르몬은 무엇을 하는가: 욕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열어 준다’
욕망의 첫 관문: 시상하부는 무엇을 판단하는가?
감정과 기억의 필터: 편도체가 욕망을 개인화하다
보상 회로: 왜 어떤 욕망은 반복되는가
전전두엽: 흥분과 행동은 왜 다른가
왜 사람마다 성욕은 이렇게 다른가
욕망은 생물학적이지만, 선택은 인간의 몫이다

제7장 <여성의 성, 남성의 성> 같은 욕망, 다른 진화
욕망의 ‘엔진’은 같다: 차이는 주로 ‘조건’에서 생긴다
‘번식 비용’의 비대칭: 임신·출산이 만든 선택 압력
장기 vs 단기 전략: 인간은 ‘한 가지 본능’이 아니라 ‘조건부 전략’을 쓴다
“여성의 성은 복잡하다”는 말의 진짜 뜻: 변덕이 아니라 ‘적응적 변동성’
차이는 어디까지가 진화이고, 어디부터가 사회인가:‘생물학 vs 문화’가 아니라 ‘겹침’의 문제.

Ⅲ부 경계에 선 성들
제8장 <성별의 경계와 사회> 트랜스젠더는 어디에 위치하는가?
성(sex)과 젠더(gender): 같은 개념일까?
트랜스젠더 경험의 다양성
트랜스 젠더의 의학적 성 전환
트랜스젠더는 질병인가?
트랜스젠더는 얼마나 많을까?
생물학적 배경: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역사와 문화 속의 트랜스젠더
사회적 논쟁과 갈등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한국 사회의 트랜스젠더: 법, 군대, 의료의 현실

제9장 <동성애의 과학> 동성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것은 정상일까?
성적 지향이란 무엇인가?
인간 이외 동물에서의 동성 간 성행동
인간의 동성애
동성애, 유전자, 그리고 진화
동성애와 양성애에 대한 사회적 태도

Ⅳ부 인간의 섹스는 왜 특별한가?
제10장 <은밀한 섹스의 진화> 인간은 왜 숨어서 섹스할까?
배란의 은폐와 은밀한 섹스
번식을 넘어선 인간의 섹스
왜 인간 여성만 배란을 숨기게 되었을까?
왜 인간은 섹스를 은밀하게 할까?
관음성과 포르노그래피: 인간은 매우 시각적인 존재다
자위는 인간만의 행동일까?
자위는 인간만의 행동이 아니다
자위는 얼마나 흔하며, 해로운가?
은밀한 섹스와 자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제11장 <불륜의 과학>
왜 우리는 한 사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쿨리지 효과: 성적 새로움과 욕망의 회복
쿨리지 효과는 수컷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인가?
베이트먼의 원리 (Bateman’s Principle)
진화적 맥락에서 본 쿨리지 효과와 베이트먼의 원리
인간 사회에서의 불륜: 예외가 아닌 반복되는 현상
자연에는 ‘정절’이라는 개념이 없다
조류(鳥類)의 ‘배신’: 가장 충실해 보이는 동물들
불륜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제12장 <성 욕망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성욕은 어디에서 오는가?
성욕의 생리학
동물의 성욕
성중독: “성욕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통제가 무너진 사람”
성도착증: ‘무엇에 흥분하느냐’의 문제
BDSM: 성도착증과 같지 않다(핵심은 ‘합의’)
성욕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기

Ⅴ부 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제13장 <성 규범과 권력> 누가 무엇을 ‘정상’이라 부르는가?
성은 언제부터 ‘관리의 대상’이 되었을까
종교는 왜 성을 통제하려 했는가
의학과 과학은 성을 어떻게 ‘진단’했는가
성 규범은 왜 여성에게 더 엄격했는가?
“정절”이 ‘덕목’에서 ‘평판 비용’이 되는 과정
국가는 어떻게 성을 관리해 왔는가
성적으로 ‘정상’이라는 말의 정치학
성교육이 “정상 성”을 만드는 방식
침묵하지 않은 성의 역사
우리는 지금 무엇을 ‘정상’이라 부르고 있는가?

제14장 섹스는 왜 정치가 되는가?
섹스는 언제부터 ‘개인의 선택’이 아니었는가
섹스, 출산, 국가: 왜 국가는 사람들의 침대에 관심을 가질까?
젠더, 섹스, 정체성 정치
도덕 담론으로서의 섹스
미디어, 분노, 섹스의 정치화
섹스를 둘러싼 싸움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제15장 성을 이해한다는 것
성은 본능이었지만, 본능만은 아니었다
욕망은 몸에서 시작되지만, 뇌에서 조직된다
‘정상’이라는 말은 언제나 권력이었다
섹스가 정치가 될 때, 사회는 자신을 드러낸다

참고문헌

우리는 성(性)에 대해 많은 말을 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주 피해 간다. 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이렇게 성을 느끼고 행동하는가, 그리고 성은 언제, 어떤 조건에서 개인의 은밀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정치의 논쟁이 되었는가? 성은 우리 삶에서 가장 보편적인 경험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주제다. 누구나 경험하고 누구나 영향을 받지만, 막상 말하려고 하면 쉽게 입을 열기 어렵다.

성은 단순한 생물학적 기능이 아니다. 그것은 욕망과 감정, 관계와 규범이 함께 작동하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쾌락과 생식, 친밀함과 금기,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규율이 한 지점에서 만난다. 그래서 성은 늘 오해받기 쉽고, 시대와 문화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의미를 부여받아 왔다. 성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사회가 개인의 몸과 욕망을 어떻게 다뤄 왔는지를 함께 이해하는 일이다.

이 책은 성을 도덕이나 취향의 문제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또한 독자에게 어떤 성이 옳은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기술하지 않는다. 대신 생물학, 진화, 뇌과학, 그리고 사회와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성을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이 책의 출발점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왜 이렇게 나타나는가”라는 질문이다. 우리가 이미 자연스럽다고 여겨 온 많은 성적 기준들이 사실은 오랜 역사와 제도, 권력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차분히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성, 섹스, 젠더: 생물학, 진화 그리고 사회』는 총 다섯 개의 부, 열다섯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에서는 성이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생겨났고, 인간의 몸과 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본다. 성은 처음부터 주어진 질서가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전략이며, 욕망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조절되는 신경·호르몬 시스템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성별 차이, 젠더 정체성, 동성애와 같은 주제를 통해 “몸의 차이”와 “사회가 부여한 의미”가 어떻게 겹치고 어긋나는지를 탐구한다.

후반부에서는 논의를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이 어떻게 규범과 권력, 정치의 언어로 번역되어 왔는지를 다룬다. 어떤 성이 ‘정상’으로 불리고, 어떤 욕망이 문제로 취급되는지, 그리고 그 기준을 누가 만들어 왔는지를 묻는다. 여기서 성은 더 이상 개인의 취향만이 아니라, 가족 제도, 인구 정책, 도덕 담론, 미디어와 여론을 통해 관리되고 해석되는 사회적 장치로 드러난다. 성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한 사회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책의 마지막은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성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시 묻는다. 욕망은 통제 불가능한 충동이 아니라 조건에 따라 조절되는 과정이며, ‘정상 성’이라는 기준은 자연의 명령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온 결과임을 강조한다. 성을 이해하는 일은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일이 아니라, 인간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 책이 독자에게 제공하고 싶은 것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다시 던질 수 있는 언어와 관점이다.

성은 누구에게나 가까운 주제이지만, 동시에 쉽게 단순화되거나 오해되기 쉬운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지만, 그 본질이 무엇인지, 인간은 왜 성을 느끼고 그러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그리고 성이 왜 개인의 은밀한 경험을 넘어 사회와 정치의 문제로까지 확장되는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깊이 묻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성, 섹스, 젠더: 생물학, 진화 그리고 사회』는 매우 뜻깊은 책이다. 이 책은 성을 자극적 논쟁거리나 도덕적 판단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주제로 정면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유전학 분야에서 연구와 강의를 해 온 전문가이다. 생명의 원리와 유전의 기초를 탐구해 온 학자로서, 그는 특히 진화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학문적 배경은 이 책에서 빛을 발한다. 저자는 성을 단지 인간 사회의 문화적 현상으로만 보지 않고, 생명 진화의 아주 근원적인 차원에서부터 탐색한다. 무성생식으로부터 성을 갖게 되는 유성생식이 어떻게 등장하였는지, 그리고 그러한 번식 방식이 왜 진화적으로 선택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더 나아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성의 발달이 어떤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으며, 왜 그렇게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성을 보다 긴 진화의 시간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의 강점은 성을 어느 한 분야의 언어로 환원하지 않는다는 데있다. 저자는 생물학, 진화, 뇌과학을 통해 성의 기원과 작동 방식을 살피는 한편, 그것이 사회와 문화 속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 받고 규범화되어 왔는지도 함께 탐구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성은 단순히 생식과 본능의 문제가 아니다. 욕망과 감정, 친밀함과 관계, 자유와 통제, 규범과 권력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인간 현상으로 그려진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성이 몸의 문제인 동시에 의미의 문제이며, 자연의 산물인 동시에 사회적 해석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책의 구성 또한 매우 설득력 있다. 앞부분에서는 성이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생겨났고 인간의 몸과 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성이 처음부터 고정된 질서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진화 과정 속에서 형성된 하나의 전략임을 보여 준다. 또한 욕망 역시 통제할 수 없는 막연한 충동이 아니라 신경계와 호르몬, 환경과 관계 속에서 조절되는 과정임을 설명한다.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성별 차이, 젠더 정체성, 동성애와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 몸의 차이와 사회가 거기에 부여하는 의미가 어떻게 겹치고 어긋나는지를 세심하게 짚는다. 어떤 성이 ‘정상’이라불리고 어떤 욕망이 주변으로 밀려나는지, 그 기준은 누가 만들고 어떤제도와 권력이 그것을 유지해 왔는지를 묻는다. 이 지점에서 성은 더 이상 개인의 은밀한 취향에 머무르지 않고, 가족 제도와 인구 정책, 도덕담론과 미디어를 통해 조직되고 관리되는 사회적 장치로 드러난다.

무엇보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의 단정적인 답을 제시하기보다, 성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 자체를 제안한다는 데 있다. 저자가 말하듯 성은 생물학적으로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위해 선택해 온 진화의 장치이며, 인간은 그 장치를 욕망과 감정, 관계와 규범의 언어로 확장해 온 존재이다. 우리의 몸과 뇌는 성욕을 느끼도록 진화해 왔지만, 동시에 그것을 상황과 관계 속에서 조절하도록 함께 진화해 왔다. 자연은 어떤 성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명령하지 않았고, 오히려 여러 가능성을 남겨 두었다. 그리고 사회는 그 가능성 위에 규범과 제도, ‘정상’이라는 이름을 덧붙여 왔다. 이러한 통찰은 성을 둘러싼 갈등과 논쟁을 단순한 혼란으로 보지 않게 한다. 오히려 그것이 인간과 사회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지를 비추는 거울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성을 미화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 가르지 않으며, 먼저 이해하고 질문하도록 이끈다. 오늘날 성과 젠더를 둘러싼 논의는 종종 감정적 대립이나 이념적 구호 속에 갇히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그보다 훨씬 깊은 자리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몸과 욕망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사회는 왜 어떤 성을 보호하고 어떤 성을 문제 삼아 왔는가, 우리는 성을 통해 인간을 어떻게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를 차분히 묻는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사고의 틀을 넓혀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연구와 강의 경험을 지닌 유전학자의 학문적 엄밀함, 진화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함께 읽어 내는 넓은 시야가 이 책 전체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 『성, 섹스, 젠더: 생물학, 진화 그리고 사회』는 성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인간에 관한 책이며, 생물학을 다루면서도 사회를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성을 둘러싼 익숙한 통념을 넘어, 인간과 사회를 더 깊고 넓게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에서 큰 자극과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한다.

전상학
서울대 사범대학 명예교수, 전 한국유전학회장

감정적 대립과 이념적 구호 속에 갇힌 성과 젠더,

이제 ‘옳고 그름’이 아니라 ‘왜 이렇게 나타나는가’를 물어야 할 때

오늘날 성과 젠더를 둘러싼 담론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고 격렬한 갈등을 낳는 장(場)이 되었다. 화장실 이용, 스포츠 참여, 차별금지법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쟁 속에서 실제 인간의 삶과 과학적 사실은 소외된 채, 감정적인 비난과 이념적 구호만이 충돌하곤 한다. 디자인21에서 출간한 김남수 지음 《성, 섹스, 젠더: 유전, 진화 그리고 사회》는 이러한 혼란의 시대에 출발점을 “옳고 그름”이 아닌 “왜 이렇게 나타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되돌려놓는 묵직한 가치를 지닌 인문생물학 서적이다.

생물학적 산물이자 사회적 해석의 대상인 성(性)을 읽는 다섯 가지 시선

이 책의 구성은 매우 정교하고 설득력 있다. 저자는 성을 어느 한 분야의 언어로 제한하지 않고 생명의 긴 역사 속에 다시 정렬시킨다.

1부와 2부에서는 자연의 성 결정 체계와 포유류 및 인간의 성 발달 과정을 다루며 성이 고정된 질서가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정교한 생존 전략임을 보여준다.

3부와 4부에서는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의 과학적 배경을 살피며, 이들이 일탈이나 비정상이 아닌 인간 성의 스펙트럼 안에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정상적인 다양성의 일부임을 차분히 증명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시선을 사회로 확장하여 종교, 의학, 국가 권력이 어떻게 ‘정상’이라는 경계선을 만들어 몸과 욕망을 관리해왔는지 그 정치학을 예리하게 해부한다.

“정상이라는 말은 언제나 권력이었다”

전 서울대 사범대학 전상학 명예교수가 추천사에서 밝혔듯,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오랜 연구 경험을 지닌 학자의 엄밀함과 사회적 의미를 읽어내는 넓은 시야가 단단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욕망이 몸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뇌와 관계 속에서 조직되는 과정임을 밝히며, 본능의 유연함을 억압해온 가부장적·이분법적 제도의 한계를 짚어낸다.

성을 미화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 가르지 않으며 먼저 질문하게 만드는 이 책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우리 사고의 틀을 비약적으로 넓혀준다. 성을 매개로 비추어보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자, 인간이라는 복잡하고도 존엄한 존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필독서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