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N Vol. 63 2026 5~6월호, 커버스토리 [완독의 기쁨] 고전 완독을 향한 여정 경상남도교육청 공공도서관의 고전 완독 프로그램 ‘서재27’
커버스토리
[완독의 기쁨]
고전 완독을 향한 여정
경상남도교육청 공공도서관의 고전 완독 프로그램 ‘서재27’
박수정(경상남도교육청 창의인재과 사서 주무관)
2026. 5+6.
경상남도교육청 공공도서관의 ‘함께 읽는 인문독서 문화’ 만들기
경상남도교육청은 2019년부터 공공도서관을 지역 인문학센터로 지정하고, 학생을 비롯한 도민의 인문 소양 함양에 힘써 왔다. 매년 강사 수당, 운영비 등의 예산을 공공도서관에 지원하고 있으며 경상남도 교육청 통합공공도서관 27개 관은 지역 특색과 수요자 요구를 반영한 명사 초청, 작가 강연, 독서회, 낭독회, 북토크 등 다양한 인문독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 지역 인문학센터 프로그램 참여자는 2023년 13,547명, 2024년 18,598명, 2025년 17,48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공공도서관 인문독서 서비스가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상남도교육청 마산지혜의바다도서관
그러나 디지털 전환, AI 활용 확산 등 공공도서관과 독서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학생과 지역민의 창의·공감·인문 역량 강화를 위해 차별화된 인문독서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경상남 도교육청은 독서·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한 독서진흥사업을 재편하고자 2025년 11월 공공도서관 사서 들로 구성된 ‘공공도서관 활성화 TF(Task Force)’를 구성하였다. TF는 그간 추진해 온 독서진흥사업 을 지속·발전·강화가 필요한 3개 영역으로 구조화하고, 각 영역별로 3개씩 총 9개의 활력 사업을 선 정하였다. 그중 지역 인문학센터 사업을 중점 발전 과제로 설정하고, 개별적으로 운영해 왔던 인문학 프로그램을 27개 공공도서관이 함께 운영하는 ‘공동 인문독서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였다.
1 도서관 1 고전 완독 프로그램 ‘서재27’의 기획 의도
인문 도서 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완독이 가장 어려운 분야는 아마 고전일 것이다. 고전은 오랜 기간 많은 사람에게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인 만큼 늘 우리 곁에 있다. 집 책장 한편에 한 권쯤은 꽂혀 있고, 도서관 서가에도 다양한 버전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그러나 그 존재와 달리, 대부분 한 권의 고전을 끝까지 쉽게 읽은 기억은 드물 것이다. 일명 ‘벽돌책’으로 불릴 만큼 많은 분량은 책을 집는 것 부터 주저하게 만들고 시대적 배경이 전제된 낯선 어휘와 표현이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서 질문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고전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이 답을 찾는 과정에서 경상남도교 육청은 도민들이 읽기 어려워하는 인문·과학 고전을 함께 완독할 수 있도록 공공도서관의 ‘1 도서관 1 고전 완독 프로그램’을 고안했는데, 그것이 바로 ‘서재27’이다.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전에 고전이 어려운 이유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보완 및 지원하고자 했다. 특히 완독의 어려움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라기보다 다음과 같은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분 량과 난이도에 대한 부담이다. 둘째,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셋째, 혼자 완독할 동기를 유 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고전은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어야 하지만 미뤄지 는 책’이 되어 왔다. 그래서 TF는 고전을 ‘혼자 읽는 책’이 아닌 ‘함께 읽는 책’으로 바꿔보자는 결론 에 이르렀다.
‘서재27’ 운영에 앞서 27개 공공도서관의 운영 성과를 살펴보았다. 공공도서관에서는 독서 활성화를 위해 매일 읽기, 하루 한 장 읽기, 함께 읽기, 끝까지 읽기 등 다양한 형태의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 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사천도서관의 ‘온라인 고전 완독회’를 주목하였다. 이는 개인의 속도와 리듬을 존중하는 온라인 독서 모임으로, 함께 읽을 고전 한 작품을 선정하고 SNS 오픈 채팅방을 통해 주 3 회 독서 사진을 필수 인증하고 명문장과 소감은 선택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느슨하지만 꾸준히 활동 을 연결해 회원들의 고전 완독을 독려하고 있다. 2026년 1월 개최된 공공도서관 운영 성과공유회를 통해 고전 읽기의 다양한 운영 방식과 성과를 확인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서재27’ 프로그램을 시작 하였다.
경상남도교육청 지역 인문학센터 ‘서재27’ 운영 현황
‘서재27’ 함께 읽기의 시작
2026년 1월 28일 ‘서재27’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27개의 공공도서관 사서가 한자리에 모여 각 도서 관에서 읽을 고전 한 작품씩을 선정하였다. 27개 관이 모두 같은 고전을 읽기보다는 ‘1 도서관 1 고 전’ 선정이 지역의 다양성과 공공도서관의 특색을 살리기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아울러 지역 민과 함께 끝까지 읽기 위한 운영 방향도 논의했다. ‘서재27’은 단순히 책만 읽는 프로그램을 넘어 고 전 완독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를 4가지 방식으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참여자들이 고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 강연, 인문학 특강 등 ‘전문가와 연계’된 자리를 마련한다. 둘째,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서회, 낭독회, 북토크 등을 통해 ‘함께 읽는 환경’을 만든 다. 셋째, 완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독서를 꾸준히 유지하도록 독서 인증, 공유, 토론 등 ‘참여 구 조’를 만든다. 넷째, 온·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여 참여자들의 ‘접근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설계는 단 순한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참여자의 독서 행동 자체를 변화시키는 시스템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서재27’의 운영 기간, 참여 정원, 운영 방식 등은 도서관별·지역별·이용자별 특색에 따른 맞춤형 프로 그램으로 기획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사례로 ① 직장인을 위한 퇴근길 고전프로그램, ② 청소년 대상 성장형 고전 읽기, ③ 장기 북클럽 형태의 깊이 읽기, ④ 온라인 기반 참여형 독서 모임 등이 있다.
① 직장인을 위한 퇴근길 고전프로그램
– 하남도서관 ‘하남 인문학 퇴근길 함께 읽기’
직장인을 위한 야간 프로그램으로 ‘서재27’을 운영하는 하남도서관은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 모스(Cosmos)』(사이언스북스, 2010)를 8주 동안 함께 읽는다. 이 책은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라 는 문장을 시작으로 우주라는 거대한 주제를 통해 인간을 다시 바라보는 인문학적 여정을 다룬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퇴근길에 독서 습관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참여자들의 이해를 돕고 사고의 확장을 위해 완독 이후 밀양아리랑 우주천문대와 협력하여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의 강연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남도서관의 ‘하남 인문학 퇴근길 함께 읽기’ 포스터, 『코스모스』 한국어판
② 청소년 대상 성장형 고전 읽기
– 창원도서관 ‘찾아가는 고전 읽기’
창원도서관은 관내 중학교 2개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고전 읽기’ 강연을 운영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데미안(Demian)』(1919)을 읽은 뒤 고전 전문 강사를 초 빙하여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이해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특히 작품 속 인물의 내면 갈등과 성장 과정을 함께 살펴보며 선택의 순간에 느끼는 불안을 자기 성찰의 계기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실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사고하며 올바른 가치관 형성과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의견을 주었다.

창원도서관의 ‘찾아가는 고전 읽기’ 강연(신월중학교)
③ 장기 북클럽 형태의 깊이 읽기
– 거제도서관 ‘제인 오스틴(Jane Austen) 북클럽’
거제도서관은 4월 한 달간 총 5회에 걸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과 『이 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을 함께 읽는 북클럽을 운영했다. 단순히 끝까지 읽는 것을 넘어 등장인물 분석, 시대적 배경 지식 등을 토론하며 고전을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6월에는 해 당 작품의 번역가 강연을 개최하여 심도 있는 작품 세계를 나눌 예정이다.
거제도서관의 ‘제인 오스틴 북클럽’, 함양도서관의 ‘박지원 함께 읽기’ 포스터
– 함양도서관 ‘박지원 함께 읽기’
함양도서관은 11월까지 『박지원 소설선』(민음사, 2025)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을 매월 1편씩 함께 읽고, 퀴즈와 참여 이벤트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월에는 「마장전」을 ‘딱 6장’만 읽는 방식으로 진 행했는데, 이는 짧은 분량의 단편소설을 통해 고전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전 략이다.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연암(燕巖) 박지원의 단편소설들은 부담 없는 분량이기 때문에 완독을 비 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어 성취감을 높이면서도 퀴즈 참여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상품도 지급하여 참여를 독려한다.
④ 온라인 기반 참여형 독서 모임
– 고성도서관 ‘벽돌책 완독 프로젝트’
고성도서관은 4월 22일부터 6월 30일까지 10주 동안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사피엔스 (Sapiens)』(김영사, 2015)를 읽는 온라인 기반 완독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정해진 시간에 모일 필요 없이 온라인을 통해 주 2회 독서 인증은 필수로 남기고 인상 깊은 문장은 선택적으로 공유하면 된다.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인의 독서 속도를 존중해 기간도 넉넉하게 설정했다. 이는 기존 독서 모임의 가장 큰 장벽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줄인 모델이다.
고성도서관의 ‘벽돌책 완독 프로젝트’ 포스터
‘서재27’이 기대하는 것
‘서재27’은 공공도서관이 자료 제공 공간을 넘어 지역 인문 자산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재정의하는 시도이다. 공공도서관은 이제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자원과 전문가, 이용자를 연결하는 인문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이 바로 ‘고전을 함께 완독하는 경험’이다.
‘서재27’의 출발을 이끈 사천도서관의 온라인 고전 완독회 참여자들은 새로운 독서 경험을 했다고 입 을 모았다. 특히 온라인 독서 공간을 활용한 유연한 소통 방식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게 해주었고,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글귀를 공유하며 함께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혼자였다면 끝까지 읽기 어려웠던 고전을 완독할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다소 무겁고 멀게 느껴지던 이야기를 함께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완독으로 이어 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얻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참여자들은 고전이 더 이상 숙제 같 은 책이 아니라, 함께 읽으며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텍스트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한 정기적인 독서 활동으로 단조로웠던 일상에 새로운 리듬이 생겼고, 우울감을 덜어주는 위안의 시간이 되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읽고 있다’는 감각이 독서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고, 자연 스럽게 더 깊이 있는 독서로 이어졌다는 점 역시 주요한 성과로 꼽혔다.
경상남도교육청 공공도서관의 ‘서재27’은 고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함께 읽고 나누는 경 험’을 제공하고 있다. ‘서재27’이 기대하는 변화는 단순한 독서량 증가가 아니다.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어낸 성취감, 타인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경험을 통한 유대감, 사유의 깊이를 확장하는 과정에 서 나오는 통찰력 등이 모두 결합한 인문학적 성장을 기대한다. 그리고 이 경험은 개인을 넘어 지역 전체의 독서 문화로 확장될 것이다.
앞으로도 경상남도교육청은 독서 문화의 부흥을 위해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노력할 것 이다. 경상남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서재27’과 같은 독서 프로그램이 확대 및 활성화된다면 이제 고 전은 미뤄두는 책이 아니라, 함께 펼치는 책이 될 것이다. 공공영역에서 ‘함께 읽기’, ‘고전 읽기’, ‘벽 돌책 완독하기’와 같은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이러한 경험들이 가족, 학교, 지역 등으로 뻗어나가, 모 두가 자신의 독서 장벽을 깨뜨리고 독서의 즐거움을 자유롭게 경험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혼자는 어렵지만 함께라면 가능해! 경남교육청 공공도서관의 고전 완독 프로젝트 ‘서재27’
1. 왜 고전은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미뤄지는 책’이 될까?
우리가 고전 완독에 실패하는 이유는 개인의 의지 부족 때문만은 아닙니다.
압도적인 분량과 난이도에 대한 부담감
시대적 배경이 깔린 낯선 어휘와 어려운 내용
끝까지 읽어낼 동기를 유지하기 힘든 환경
‘서재27’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고전을 ‘혼자 읽는 책’이 아니라 ‘함께 읽는 책’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이 답을 찾기 위해 경남 지역 27개 공공도서관 사서들이 뭉쳤습니다.
2. 완독을 ‘가능하게 만드는’ 서재27의 4가지 비밀 시스템
‘서재27’은 단순히 책만 빌려주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참여자가 중도 탈락하지 않도록 촘촘한 독서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전문가 연계: 작가 강연, 인문학 특강 등으로 작품의 진입 장벽 낮추기
함께하는 환경: 독서회, 낭독회, 북토크를 통해 지치지 않는 분위기 조성
참여 구조: SNS 독서 인증, 명문장 공유, 토론으로 꾸준한 동기 부여
접근성 확보: 온·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해 시공간의 제약 허물기
3. 우리 동네 도서관의 이색 고전 완독 프로그램들
27개 도서관이 각 지역과 이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개성 넘치는 고전들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습니다.
– 고성도서관 [벽돌책 완독 프로젝트]
도서: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특징: 바쁜 현대인을 위해 정해진 시간 없이 10주간 온라인으로 주 2회 독서 인증을 하는 유연한 시공간 제약 제로 모델!
– 하남도서관 [하남 인문학 퇴근길 함께 읽기]
도서: 칼 세이건 『코스모스』
특징: 직장인들을 위한 야간 프로그램으로, 완독 후 우주천문대와 협력해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의 특강까지 연계하는 확장형 독서!
– 창원도서관 [찾아가는 고전 읽기]
도서: 헤르만 헤세 『데미안』
특징: 관내 중학교로 찾아가 청소년들이 고전 전문 강사와 함께 인물의 내면 갈등을 분석하며 주체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성장형 프로그램.
– 거제도서관 & 함양도서관 [장기 북클럽 & 한 장 읽기]
특징: 거제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깊이 읽고 번역가 강연까지 달리며, 함양에서는 『박지원 소설선』을 매달 딱 6장씩 부담 없이 읽으며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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