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글 값의 기준, 원고료 ‘평균값’의 의미, 브로셔제작업체, 브로슈어인쇄, 상품리플렛
글 값의 기준
김도예(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대리)
2025. 7+8.
원고료 ‘평균값’의 의미
2025년, 올해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원고료 평균 지급단가 기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24년 기준 총 38개 문예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시, 동시, 시조, 동화, 소설, 비평, 에세이 등 총 7개 장르에 대한 평균 지급단가를 산출한 결과다. 지급단가의 최저 지급액과 최고 지급액을 모두 포함해 도출한 ‘평균’은 얼핏 합리적인 기준처럼 보인다. 그러나 평균이라는 수치는 누구에게나 공정해 보이는 동시에, 누구의 현실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모순을 품고 있다.
2025년 원고료 평균 지급단가 기준 가이드라인 분석 대상 문예지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 아래 등장하는 이 평균값은 출판계의 다층적인 맥락을 단일 수치로 환원한다. 편차가 큰 수치를 하나의 평균값으로 요약할 때, 숫자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평균은, 가장 단순한 통계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수치인 것이다. 실제 평균값은 전체 문학 생태계의 맥락을 보여주는 데에 한계가 있다. 문예지 원고료는 각 문예지의 예산 규모, 기획 방식, 운영 등의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고료 평균 지급단가 가이드라인’이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가이드라인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용한 합의의 장치가 될 수 있다. 기관과 출판사 등 제도를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기준을 선호하며, 실무자 역시 그 기준이 있을 때 원고료를 둘러싼 갈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작은 환산이 불가능한 과정이지만 그 대가에 대해 합의된 수치가 존재하는 것은 작가와 출판사 모두에게 최소한의 보증선을 제공한다고도 볼 수 있다.
출판탐구, 글 값의 기준, 원고료 ‘평균값’의 의미, 브로셔제작업체, 브로슈어인쇄, 상품리플렛
복잡한 문학 생태계 속 원고료의 변화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등단을 목표로 습작을 해 온 필자는, 처음 문학계를 바라볼 때 항상 작가의 관점으로 사건을 해석하곤 했다. 그것은 원고료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낮은 원고료는 곧 작가에 대한 부당한 처우로 읽혔고, 그것을 책정하는 출판사는 마치 작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반대편 존재처럼 느껴졌다. 학부 졸업 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문학 플랫폼 사업 ‘문학광장’을 담당하게 되면서 그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공공기관의 문학 사업 담당자라는 새로운 입장에서 필자는 어떤 사건을 다른 관점으로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원고료에 대한 관점도 마찬가지였다.
출판사는 작가의 적이 아니었고, 작가 역시 출판사의 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양자는 같은 구조 안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관계였다. 원고료는 각자의 입장을 둘러싼 수많은 조정과 타협 끝에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한쪽의 관점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지나치게 복합적인 성질을 가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5년 원고료 평균 지급단가 기준 가이드라인’의 수치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5년 기준, 시는 편당 평균 89,212원, 동시 85,201원, 시조 68,868원으로, 동화는 200자 원고지 1매당 9,802원, 소설 11,820원, 비평 10,183원, 에세이 11,679원으로 산정되었다. 위 수치와 2022년 평균 단가를 분야별로 비교해 보면 원고료의 상승 폭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고, 오히려 단가가 낮아진 분야도 있었다.
2022년 기준, 시는 편당 평균 91,847원, 동시 72,182원, 시조 70,794원이었다. 동시는 2022년에서 2025년까지 평균 지급단가가 약 13,000원 이상 상승한 반면, 시는 2023년에 줄어들어 2025년까지 다시 상승하는 추세였지만, 2025년 원고료는 아직 2022년 원고료 지급단가 가이드라인을 넘어서지 못했다. 시조는 2023년 하락 후 동결되어 단가가 오히려 낮아졌다. 소설의 경우, 2022년에는 200자 원고지 1매당 최저 4,166원에서 최고 22,000원으로 평균 10,342원이었고, 2025년에는 평균 11,820원으로 상승했다. 최저 지급액과 최고 지급액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으나, 소설 원고료 지급단가 평균의 상승률이 약 20%로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원고료 평균 지급단가 기준 가이드라인(평균 금액)
결국 평균 원고료는 매년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각 분야 내 편차가 크고, 시장과 제도의 한계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더디다. 필자가 실무자로서 마주한 원고료는 단지 작가와 출판사만의 문제가 아니고, 문학 생태계 전반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 결과다. 따라서 원고료 문제는 단지 금액의 많고 적음이라는 단순한 관점에서 벗어나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숫자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
실제로 현재 문학 시장의 구조는 원고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다. 문학 독자의 절대적인 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예지와 출판사의 예산 규모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사 형태의 문학 인근 콘텐츠인 웹소설은 유료화와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 확장, 광고 수익 등을 통해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문예
지는 콘텐츠 유통 수단으로 ‘책’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가지며, 시간이 지나면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하락하는 연속간행물이다. 애초에 문학 소비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중 문예지를 꾸준히 구독하는 독자층은 적을 수밖에 없다.
문예지의 주요 독자층은 기존 문학 향유자에 국한되고, 신규 독자층의 유입이 어려운 편이다. 이로 인해 시장 자체가 확대되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독자 수가 증가하지 않는 한 원고료는 본질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문학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요구하는 지점이다. 물론 웹소설과 문학을 동일선상에 두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웹소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독자 접근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안정적이고 강력한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다. 독자의 수가 많고 콘텐츠의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결과 작가의 수익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구조다.
출처: 챗GPT(GhatGPT)
그러나 문학은 다르다. 문학 콘텐츠에 광고라는 상업적 요소가 개입하면 문학 본연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으며, 광고를 붙이는 일이 가능할지 현실적인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문학 작가들의 수익 모델은 원고료 중심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고, 원고료에 의존하는 구조 자체가 바로 문학 생태계의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원고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학 향유자 확대를 위한 방안과 새로운 소비 방식을 동시에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문학이 다양한 미디어와 협력하거나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통해 독자층을 넓힐 때, 원고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다. 문학 분야의 다양한 주체들이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며, 이런 관점에서 원고료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문학생태계의 본질과 시장 구조, 향유자 기반의 관점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하는 복합적 과제인 것이다.
원고료 문제의 본질적 해결책
독자가 많아지면 책은 더 많이 팔리고, 출판사의 수익이 늘어나며, 작가에게 돌아가는 보상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독자가 많아질수록 작가는 원고료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강연, 기획, 협업 등 원고료 이외의 수입 구조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원고료는 생계가 아닌 창작을 위한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문학이 트렌디하고 친숙하게 소비되고 있으며, 김영하 작가의 「인생의 원점」(『오직 두 사람』, 복복서가, 2022), 「크리스마스 캐럴」(『오빠가 돌아왔다』, 복복서가, 2020)과 조예은 작가의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안전가옥, 2023) 같은 작품은 웹툰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국내외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사전 예매로 입장권이 매진되어 현장 판매가 중단되는 등 문학 향유층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행하는 <문장웹진>도 이에 발맞춰 문학 생태계의 선순환을 바라며 2025년 ‘문학광장’ 20주년을 맞아 원고료 인상 논의를 진행했고, ‘원고료 평균 지급단가 기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각 분야별 원고료를 조정했다. 동시에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예산 권고 기준, 기존 원고료 체계, 원고분량 등을 함께 검토했다. 단가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그 숫자는 결국 사람과 관계,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가치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숫자 너머의 맥락을 이해하고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더 나은 창작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흐름이 생긴다면, 앞으로 문학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출판탐구, 글 값의 기준, 원고료 ‘평균값’의 의미, 브로셔제작업체, 브로슈어인쇄, 상품리플렛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