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N Vol. 63 2026 3~4월호, 출판탐구 종잇값 담합으로 흔들리는 출판 생태계

출판N Vol. 63 2026 3~4월호, 출판탐구 종잇값 담합으로 흔들리는 출판 생태계

 

 

출판탐구
종잇값 담합으로 흔들리는 출판 생태계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26. 3+4.

 

 

도서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중 차지하는 종잇값
우리나라 출판사의 연평균 지출액 구성비는 인건비(38.9%), 제작비(26.8%), 편집·디자인비(13.0%), 사무실 경비·창고 보관료 등 경상비(7.6%), 인세·원고료(6.8%), 마케팅비(2.1%), 기타 비용(4.7%) 순 이다. 1) 이 가운데 제작비는 종잇값, 인쇄비, 제본비를 포함한 것인데 종잇값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 다. 책에 따라 다르지만, 도서 정가의 대략 20% 안팎이 종잇값에 해당한다.

 

출판사 연평균 지출 구성비 (단위: %)

 

종잇값의 영향은 종이의 주원료인 펄프 가격에 크게 좌우된다. 펄프는 해외 수입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국제 펄프 가격 변동이 인쇄용지(백상지·미색지·아트지·서적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펄 프 가격의 인상으로 종잇값이 크게 오르면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져 출판사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새로 펴내는 신간은 물론이고, 이전에 발행했던 구간 도서의 증쇄에도 정가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수입 밀가루값 인상이 빵값이나 과잣값 인상으로 귀결되어 최종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출판사는 종잇값 인상분을 매번 도서 정가에 반영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책값 에 부담을 느끼는 독자들이 대부분이고, 독서율과 도서 구입비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책값 인상은

책 판매에서 부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원재료에 해당하는 종잇값 급등을 책값에 반영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가급적 정가 인상을 피하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제지업체에서 종잇 값을 많이 인상할수록 인쇄사,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독자(구매자) 등 출판 생태계 구성원들이 모두 그 영향을 받게 되며, 정가 상승으로 인한 구매 하락의 피해가 다시 이들 모두에게 돌아간다.

 

 

종잇값 동향과 출판계 대응
국제 펄프·제지 정보업체 RIS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종이 생산국이자 세계 7위의 소비국 이며, 연간 1인당 종이 소비량이 190㎏에 이른다. 2) 국내 제지업계 동향을 보면 출판과 신문 시장이 위축되며 인쇄용지 수요가 감소했지만, 온라인 쇼핑으로 택배, 배달 서비스가 크게 성장하며 골판지나 백판지 같은 포장용지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제지연합회가 집계한 국내 제지산업의 연도별 수급 현황을 살펴보면 3), 종이 생산량과 내수량 모두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종별로는 신문용지가 가장 크게 줄었고, 그다음으로 인쇄용지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국내 제지 생산 총량은 2010년의 약 1,111만 톤에서 2024년에 약 1,082만 톤으로 2.6%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동안 인쇄용지는 약 303만 톤에서 약 226만 톤으로 25.3% 나 감소했다. 국내 수요에 해당하는 내수 부문 역시 전체 총량은 약 830톤에서 약 827만 톤으로 0.5% 감소에 그쳤으나, 도서 제작 등에 쓰이는 인쇄용지는 약 198만 톤에서 약 119만 톤으로 지난 14년 사이에 무려 40.1%나 감소했다.

 

국내 제지산업의 연도별 수급 현황 (단위: 톤)

출처: 한국제지연합회

 

도서 제작에 쓰이는 인쇄용지 가격은 국제 펄프 가격과 해상 운송비 등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인상 빈 도와 추이를 보면 심각하다. 2022년 한국출판인회의 자료에 따르면, 펄프 가격과 해상 운송비의 상승을 이 유로 한솔제지 등이 단행한 인쇄용지 가격 인상은 2017년에 세 차례(5%, 7%, 7%), 2018년에 세 차례 (7%, 5%, 5%), 2020년에 한 차례(7%), 2021년에 두 차례(15%, 15%)였고, 2022년에는 세 차례에 걸 쳐 모두 30%가 올랐다. 2023년 12월에는 7~8%가 추가로 올랐다. 구매량에 따라 할인율 적용이 달라지므 로 종잇값 인상률이 그대로 실제 판매가로 직결되지 않는다 해도 그 횟수와 비율이 과도한 것은 분명하다.

산업통상부의 원자재가격정보 집계에 따르면, 국제 펄프 가격은 2022년 12월에 1톤당 약 1,030달러 로 최고가를 기록한 후 2023년 6월 약 565달러, 12월 약 765달러, 그리고 2024년 6월 약 895달 러, 2025년 8월 약 630달러, 2026년 2월 약 740달러 등으로 등락이 심한 편이다. 펄프 가격의 상 승은 종잇값에 반영되는 반면 하락은 왜 종잇값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최근 2년간 국제 펄프 가격 추이 (단위: 달러)

출처: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

 

인쇄용지 가격이 급격히 오르던 2022년 5월 한국출판인회의는 한솔제지 등 주요 제지업체에 가격 인 상 재고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4) 제지업체들이 그해 1월에 7% 인상에 이어 4개월 만인 5월에 다시 추가로 15% 인상을 통보한 데 따른 긴급한 요청이었다. 5) 출판사들은 제지회사가 인쇄용지의 수익성 악화 부담을 일방적으로 출판사에 전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가격 인상을 다시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문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일부 제지회사 주도로 매년 일괄 인상되는 종잇값은 제지업계 의 일방적인 통보 방식이었으며, 출판사들은 도서 제작비의 원가 부담을 도서 정가에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고통을 감내해 왔다고 밝혔다. 종이 공급망의 갑인 제지업계의 반응은 없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잇따른 종잇값 인상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2022년 10월에 단체 차원에서 출판사들 의 인쇄용지 특별구매(공동구매)를 시도했다. 하지만 수익성 저하, 유통 구조의 변화 등의 이유로 지류 업계가 반발하여 무산되었다. 그런데 2022년 당시 제지업계 최상위 업체인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의 가격 인상 시기 및 인상률이 모두 똑같은 점이 매우 의아했다. 사전 담합이 아니라면 생기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2022년 종잇값 인상률

주: 기준가 대비, 일반 인쇄용지
출처: <서울경제> 기사 6) 재구성

 

근절되지 않는 종잇값 담합의 흑역사
올해 1월, 주요 제지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종잇값을 인상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사실이 언론 을 통해 알려지자 출판계의 공분이 폭발했다. 한국방송(KBS)은 7) 대형 제지업체들이 2021년부터 최근 까지 4년간 꾸준히 인쇄용지 가격을 올렸는데, 선두 업체인 한솔제지가 먼저 가격을 올리거나 할인율 을 줄이면 다른 업체들이 뒤따르는 식의 영업 배경에 담합이 있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약 1조 원 규모의 인쇄용지 시장을 6개 업체가 독과점하는 구조도 함께 짚었다.

이에 대해 한국출판인회의는 1월 16일에 “제지업계의 기만적인 담합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출판·지 식 문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근본적 쇄신을 촉구한다! ”라는 상기된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제지업계의 인쇄용지 가격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무관용 처벌을 촉구했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엄중 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 접수에 나섰다. 한국출판인회의는 그동안 출판계가 과도한 종잇값 인상의 피해를 감내했으나 제지업계가 조직적 담합으로 자기 잇속만 챙김으로써 영세 출판사들의 경영 악화와 책값 인상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향후 제지업계 담합 근절을 위한 강력한 처벌과 징벌적 손 해배상, 인쇄용지 가격의 합리적 결정을 위한 투명한 시스템 구축, 제지업계의 사과와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러한 제지업계의 종잇값 담합은 처음이 아니다. 거의 관행적 영업 문화로 뿌리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도에 6개 제지회사가 백상지 가격 인상 담합 행위에 대해 약 1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8) 이어서 2004년에는 5개 제지업체가 2003~2004년에 담합하 여 인쇄용지(백상지·아트지) 가격을 인상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40억 원을 부과했다. 9) 2012년과 2015에도 제지업체들의 대규모 담합이 밝혀졌다. 10)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에 “제 지업계 전반에 관행화된 담합을 대대적으로 적발했다.”라며 1년에 두 차례나 제재 결정을 발표했다. 11) 골판지 원지 판매 담합에 대해 총 1,1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과거 6년간에 걸친 골판지 구매와 지함(상자) 판매 등 4개 담합 사건에 가담한 제지업체들에 총 1,039억 4500만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지업체 3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약 30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1개 사는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12) 과점기업인 신문용지 제조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명분으로 원가 부담을 신문사와 신문 구독자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신문용지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의 건’으로 명명된 이 건은 국내 신문용지 공급시장(약 2,870억 원)의 3대 사업자인 전주페이퍼, 대 한제지, 페이퍼코리아가 신문용지의 국내 판매량 감소와 생산원가 증가에 대응하고자 2021~2022년에 담합하여 두 차례에 걸쳐 1톤당 가격을 각각 6만 원씩 인상하고,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신문사 에는 공급량을 축소했다는 것이 사건 요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포함해 2024년에 총 83건의 부 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는데, 유형별로는 입찰 담합이 70건이었고 가격 담합이 11건이 었다.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1981년 이래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담합을 포함한 ‘카르텔 근절’이었다. 13) ‘카르텔’이란 둘 이상의 사업자가 상품의 가격이나 공급량 등 시장 경쟁을 통 해 결정되어야 할 요소들에 대해 합의함으로써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공정거래 법 제40조 제1항은 이를 금지한다. 인위적인 가격 결정 등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고 카르텔 참여

기업들의 불법적인 이윤이 되므로 문제가 된다. 카르텔 참여 기업들 역시 원가절감과 경영합리화에 의한 경쟁력 제고 유인을 잃게 되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출판 생태계 상생을 위한 종잇값 대응 전략
담합을 통한 불법적 종잇값 인상 행위는 출판사와 인쇄사 등 출판산업 구성 주체들의 고통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국민의 권익과 독서문화 발전까지 가로막는 범죄 행위이다. 그렇지만 근절이나 개선은커녕 변함없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며 출판 생태계의 독버섯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예방·근절하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까.

첫째, 법·제도 측면에서 담합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손해배상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의 과징 금 수준은 담합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과소하여 ‘담합 비즈니스’가 오히려 이익이 되는 구조로 보인다. 담합이 지속되는 근본적 이유다. 미국의 경우처럼 과징금 규모를 담합에 의한 부당 수익의 몇 배 수준으로 부과하거나 집단소송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형사 처벌 등을 병행하여 담합 행위를 꿈꿀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종잇값 담합의 역사를 끝내기 어렵다.

둘째, 제지업계의 각성과 담합 행위 근절,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종잇값 안정화 대책 마련 등 자정 노 력이 필요하다. 제지업계 입장에서 인쇄용지 수요의 감소와 국제 펄프 가격의 잦은 변동성 등 때문에 고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에서 제지회사들이 최고의 친환경 전략을 구사한다 해도 핵심 거래처이자 동반자인 출판계와의 공정한 거래 관계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ESG 가치를 팽개치는 것과 같다. 안정적인 펄프 공급을 위한 해외 공 동 조림지 확대 등 제지업계 차원의 가격 안정화 노력도 필요하다.

셋째, 활자 문화와 인쇄 종주국의 자부심을 공유하는 출판계와 신문·잡지업계, 인쇄업계, 제지업계의 상생 협력 테이블을 만들어 협력해야 한다. 인쇄물 계약은 대부분 연말과 연초에 이뤄지는데, 인쇄업계 가 계약이 끝난 후인 3월에 기습적으로 인쇄용지 가격을 인상하면 인쇄사는 채산성을 맞추기조차 어려 워진다. 14)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생태계, 그리고 어려워진 활자 매체 환경에서 오인육각(五人六脚) 경 주를 해도 부족한 마당에, 제지업계가 공급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구조로는 기반 침하가 심각한 활자 매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듯 제지업계와 출판업계는 협업을 통해 출판 생태계를 함께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단적 으로 책 판매 및 출판시장 활성화는 제지업계의 이익과도 직결되므로 국민 독서 생활화 사업에서 제지 업계가 강력한 지원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종잇값 담합 같은 불법적인 카르텔 척결은 물론이 고,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해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만 활자 문화와 종이책 생태계가 미래 세대로 이어 질 수 있다.

참고문헌
1)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4년 출판산업 실태조사』, 2025
2) 성기태, “제지계 -2024년 국내 제지산업 동향 분석 및 전망”, 대한출판문화협회, 『2025 한국출판연감』, 2025
3) 한국제지연합회, 국내 제지산업 연도별 수급현황, http://www.paper.or.kr/sub_5/5_1_1.php
4) 한국출판인회의, 「(공문) 종이 가격 인상 재고 요청」(수신처 한솔제지 등 6개사), 2022.5.16.
5) 임근호, “치솟는 종이값 … 시름 커진 출판업계」, <한국경제>, 2022.2.25.,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52517271
6) 이현호, “원자재 대란 … 종잇값 결국 15% 오른다”, <서울경제>, 2022.4.20., https://n.news.naver.com/mnews /article/011/0004044677
7) 이도윤, “대형 제지사 수년간 종잇값 담합 … 피해는 소비자·영세업체가”, KBS 뉴스, 2026.1.15.
8)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6개 제지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2002.6.4., https://www.ftc.go.kr/www/selectBbsNttView.do?key=13&bordCd=3&nttSn=34608
9)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5개 제지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시정조치”, 2004.12.23., https://www.ftc.go.kr/www/selectBbsNttView.do?key=12&bordCd=3&nttSn=35333
10) 채상우, “‘담합 권장하는 공정위?’, 제지업계가 공정위 과징금 비웃는 까닭”, <이데일리>, 2016.12.19.,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34886612880160, 이 기사는 공정위가 담합 기간에 발생한 관련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적용되는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었다며 “담합은 노 리스크 하이 리턴의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11)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제지업계, 원료 단가는 쥐어짜고 제품 가격은 부풀리고 . 원재료 구매부터 가공, 판매 등 모든 유통 단계에서 담합”, 2016.6.13.
12)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3개 신문용지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제재”, 2024.11.21., https://www.ftc.go.kr/www/selectBbsNttView.do?key=12&bordCd=3&nttSn=43677&rltnNttSn=35837
13)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공정거래백서』, 2025
14) 임남숙, “인쇄용지 가격 전격 인상 … 펄프가격 상승 선반영”, <월간 프린팅 코리아>(2021년 5월호)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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