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예술이 되는 곳, 아이보리프레스의 마드리드 새 아트하우스 개관, 테투안(Tetuán) 아트하우스: 산업 공간의 문화적 재생, 아티스트 북의 제작 방식과 예술적 가치

스페인 아이보리프레스(Ivorypress) 핵심 가이드
1. 아이보리프레스의 정체성: ‘책, 예술이 되다’
아티스트 북(Artist’s Books)의 선구자: 1996년 엘레나 오초아 포스터가 설립한 출판사로, 책을 정보 전달 매체가 아닌 조각, 회화와 같은 독립된 예술 작품으로 제작합니다.
거장과의 협업: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등 세계적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수작업으로 제작된 한정판 예술품을 선보이며, 이는 MoMA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될 만큼 높은 희소성을 가집니다.

2. 창업자 엘레나 오초아 포스터의 철학
심리학에서 예술로: 저명한 정신병리학 교수이자 방송인이었던 그녀의 이력은 독자가 책을 통해 얻는 ‘지각과 몰입의 경험’을 설계하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건축과의 시너지: 남편인 세계적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 파트너십을 통해 예술, 건축, 출판이 결합된 독창적인 문화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3. 마드리드 참베리(Chamberí) 새 아트하우스 개관의 의미
공간의 전환: 테투안의 거대 산업형 갤러리에서 참베리의 고풍스럽고 친밀한 ‘예술가의 서재’ 스타일로 변화하여 체험형 독서 문화를 강조합니다.
예술 축의 확장: 기존의 ‘예술의 황금 삼각지대’를 넘어 노먼 포스터 재단과 인접한 참베리 지구를 새로운 디자인·아트 허브로 부상시켰습니다.
도시 재생과 진화: 과거 산업 공간의 문화적 재생을 넘어, 이제는 예술의 깊이와 아카이브 기능을 강화하며 마드리드의 예술적 안목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책이 예술이 되는 곳, 아이보리프레스의 마드리드 새 아트하우스 개관, 테투안(Tetuán) 아트하우스: 산업 공간의 문화적 재생, 아티스트 북의 제작 방식과 예술적 가치

 

 

 

Global Publishing Trends Report
March 3월 해외 출판시장 보고서 OVERSEAS PUBLISHING MARKET REPORT
스페인 Spain
KPIPA 스페인 수출 코디네이터
이민재

 

 

➊ 이달의 출판계 이슈
책이 예술이 되는 곳, 아이보리프레스의 마드리드 새 아트하우스 개관
전설적인 아트북 출판사이자 갤러리인 아이보리프레스(Ivorypress)는 지난 3월 3일 마드리드 참베리 지구에 새 아트하우스를 오픈하였다. 창립 초기부터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나 출판사가 아닌 ‘예술과 책의 결합’을 목표로 해 왔으며, 현재는 현대 미술의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아이보리프레스의 이번 새 아트하우스의 의미와 향후 출판 예술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아이보리프레스: 아티스트 북 전문 출판사이자 복합 문화 기관
아이보리프레스는 1996년 스페인 심리학 교수이자 큐레이터인 엘레나 오초아 포스터(Elena Ochoa Foster)에 의해 영국 런던에서 아트북 전문 출판사로 처음 문을 열었다. 설립 초기부터 책을 하나의 독립된 예술 작품으로 취급하는 ‘아티스트 북(Artist’s Books)’ 제작에 집중하며 명성을 쌓았다.

아이보리프레스의 핵심적인 사업은 바로 이 아티스트 북 제작과 전시이다. 이 사업에서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가 아닌 조각이나 회화와 같은 예술 작품으로 재구성된다. 대표적인 협업 작가로는 인도 출신의 영국 조각가인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가 있다. 아이보리프레스는 카푸어와 함께 2008년 “더티 코너(Dirty Corner)』라는 도서를 제작했는데, 이는 단순한 책이 아닌 카푸어의 거대한 조각 작품을 ‘책’이라는 포맷 안에 압축해 놓은 예술품에 가깝다. 책장을 넘기면 종이 중앙이 정교하게 뚫려 있거나 솟아오르며, 카푸어 특유의 깊은 보이드(void)와 터널을 들여다보는 듯한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재질과 색감에서도 카푸어의 시그니처인 짙은 빨간색과 검은색을 사용했다. 특수 제작된 안료와 질감이 살아있는 종이를 사용함으로써 촉감적 경험까지 설계된 도서로 완성되었다.

그림1. 아니쉬 카푸어와 협업한 아티스트 북
출처 Ivorypress 홈페이지

 

2. 아티스트 북의 제작 방식과 예술적 가치
아이보리프레스의 아티스트 북은 일반 도서처럼 기계로 대량 인쇄·제본되지 않는다. 고도로 숙련된 장인들이 수개월에 걸쳐 수작업으로 조립한다. 또한 책을 펼치는 각도에 따라 내부의 구조물이 변화하여 역동적인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이로써 책 자체가 하나의 ‘휴대용 미술관’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아니쉬 카푸어의 아티스트 북은 전 세계적으로 50부 한정으로 제작되었으며, 각 권에는 작가의 친필 서명과 에디션 번호를 부여해 한정판으로 희소성도 가진다. 이 작품은 단순한 도서가 아닌 세계적 조각가의 예술 세계를 책의 형태로 구현한 작품으로, 출간 당시부터 수천만 원대에 해당하는 고가로 판매되었다. 현재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등 주요 미술관과 경매 시장에서만 접할 수 있는 희귀 예술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엘레나 오초아 포스터는 카푸어와 아티스트 북을 제작하며 “당신의 조각을 책이라는 물리적인 한계 안에 가두지 말고, 책을 통해 당신의 예술적 철학을 확장하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독자는 단순히 책을 ‘읽는’ 수준을 넘어, 책 속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몰입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심리학자였던 엘레나 오초아의 지각·경험에 대한 탐구가 예술적으로 구현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이보리프레스의 창업자, 엘레나 오초아 포스터는 누구인가?
출판 예술계에 입문하기 전, 엘레나 오초아 포스터는 스페인에서 가장 존경받는 심리학자이자 교수였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정신병리학 교수로 재직하였고, 미국 시카고 대학교, 영국 런던 대학교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연구하며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질환 및 성 심리학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했다. 학자였던 그녀는 1990년대 초, 스페인 국영방송(RTVE)의 성(性)교육 프로그램인 <Hablemos de Sexo(성에 대해서 이야기합시다)>의 진행을 맡으며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게 된다. 당시 아직 보수적이었던 스페인 사회에서 성(性)문제를 과학적이고 품격 있게 다루어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러한 방송의 성공에 힘 입어, 그녀는 평소 열정을 가졌던 예술과 출판의 세계로 뛰어 들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아이보리프레스이다. 1996년 영국 런던에서 아이보리프레스를 창립하였으며, 같은 해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 결혼하며, 두 사람은 예술과 건축이라는 공통 분모로 서로에게 큰 영감을 주는 파트너로 성장한다. 노먼 포스터는 아이보리프레스의 초기 마드리드 본사를 직접 설계하였으며 엘레나는 노먼 포스터 재단의 운영에 깊이 관여하며 디자인과 건축의 미래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지치지 않는 예술에 대한 열정 덕에 2012년, 엘레나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 및 문학 기사 작위’를 수여 받으며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3. 테투안(Tetuán) 아트하우스: 산업 공간의 문화적 재생
출판과 예술을 결합한 획기적인 활동을 하고 있던 아이보리프레스는 2008년, 영국 런던을 벗어나 엘레나 오초아가 학업과 교수 생활을 이어온 스페인 마드리드 테투안(Tetuán) 지구에 새로운 본거지이자 아트하우스를 설립했다. 테투안 지구는 아이보리프레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상징적인 장소로, 엘레나의 남편이자 세계적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직접 설계했다.

이곳은 과거 인쇄소와 정비소, 지하 주차장으로 쓰이던 거대한 산업용 공간을 개조한 공간으로 약 1,000m²(약 300평) 규모의 광활한 공간에 노출 콘크리트 바닥과 높은 천장을 그대로 살려서, 차가우면서도 세련된 현대 미술 갤러리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면 나타나는 거대한 지하 갤러리는 빛과 그림자를 절묘하게 이용해 아티스트 북과 대형 조각품을 전시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주요 전시나 행사로는 2008년 개관 기념전이 있다. 이 전시는 책이 어떻게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는지를 주제로 파블로 피카소, 루이스 부르주아, 데미안 허스트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아이보리프레스 마드리드 공간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 전시였다. 2021년에는 설립 25주년을 맞아 전 세계 박물관·도서관과 협력하는 멀티 스테이션 전시 프로그램의 본부 역할을 수행하며, 500종 이상에 달하는 아티스트 북 아카이브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전시를 개최하였다.

테투안 지구의 아이보리프레스 아트하우스는 단순한 서점을 넘어 마드리드 외곽의 문화적 재생을 이끈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예술과 거리가 멀었던 조용한 동네에 전 세계 컬렉터와 예술가들을 끌어들이는 촉매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후 2024년 테투안 지구에서의 챕터가 마무리되고, 2025~2026년 참베리 지구에서의 새로운 시작이 공개되었다.

그렇다면 왜 아이보리프레스는 참베리 지구를 선택했을까? 참베리는 마드리드에서 귀족적이고 세련된 동네로 통한다. 아이보리프레스는 크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참베리 지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4. 참베리(Chamberí) 지구 선택의 의미
첫째, ‘예술의 골든 트라이앵글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마드리드의 전통적 ‘예술의 황금 삼각지대(Golden Triangle of Art)’는 프라도 국립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센터,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을 잇는 축을 의미한다. 반면 참베리 지구에는 호아킨 소로야 미술관(Museo Sorolla), 노먼 포스터 재단(Norman Foster Foundation), 다양한 중·고급 화랑들이 밀집해 있다. 여기에 아이보리프레스의 새로운 아트하우스가 합류함으로써, 관광객 중심의 전통적 골든 트라이앵글과는 다른, 현지 예술 애호가와 전문 컬렉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예술 축이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노먼 포스터 재단과의 물리적·내용적 인접성이다. 노먼 포스터 재단 본부는 참베리 지구에 있는 문화재 등록 저택(헤리티지 팔라시오)에 자리하고 있으며, 갤러리와 연구 공간을 겸하는 복합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이보리프레스 새 아트하우스와 재단이 같은 동네에 위치하게 됨으로써, 건축 아카이브와 예술 출판 역량을 결합한 세계적 수준의 디자인·아트 허브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공간 경험의 변화다. 이전 테투안 아트하우스가 거대한 창고형 갤러리로 ‘확장성’과 규모를 강조했다면, 참베리의 새 공간은 고풍스럽고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재탄생하였다. 방문객은 마치 예술가의 서재에 초대받은 듯한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책과 작품을 접하게 되며, 이는 ‘친밀함’과 ‘체험’이라는 오늘날 문화 소비 트렌드를 공간 설계에 적극 반영한 사례라 할 수 있다.

 

5. 출판 예술과 마드리드 도시 문화에 미칠 영향
아이보리프레스의 새 아트하우스는 스페인 마드리드에도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박물관에서 작품을 빠르게 관람하는 방식과 달리, 아이보리 프레스의 새로운 공간은 책 한 권을 천천히 넘기면서 예술을 ‘읽고 만지고 경험하는’ 체험형 독서 문화를 확산시킬 전망이다. 이는 마드리드를 단순한 관광 도시를 넘어 깊이 있는 예술적 안목을 품는 도시로 성장시킬 것이다.

또한, 참베리 지구 내에서 노먼 포스터 재단과 아이보리프레스가 시너지를 창출함에 따라, 마드리드는 디자이너와 건축가라면 꼭 들려야 하는 도시로 부상할 것이다. 특히 희귀 아티스트북과 건축 도면 아카이브 자료를 한 동네에서 연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보리프레스의 새 아트하우스의 상징적 의미는 더 커진다.

기존 테투안 공간이 예술의 ‘확장성’과 실험성을 강조했다면, 참베리의 새로운 공간은 예술의 ‘깊이’와 ‘아카이브’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아트하우스 개관을 계기로 마드리드 출판 예술의 내일이 한층 더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타임아웃 마드리드(Time Out Madrid) 26.3.12자 기사, 아이보리프레스 공식 홈페이지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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