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학과가 사라진 시대 한국 출판의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은 과연 어디로 향해야 할까?

<출판N> Vol.66 2026 9~10월호 출판학과가 사라진 시대 한국 출판의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은 과연 어디로 향해야 할까?

 

 

커버스토리
[출판교육의 현재와 미래]
출판학과가 사라진 자리, 무엇이 대신하고 있는가
김정명(신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2026. 9+10.

 

 

출판 인력 양성, 대학의 빈자리
출판은 전통적으로 문학적·인문학적 소양과 산업적 실무, 기술적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복합 산업으로 한국 출판교육은 오랫동안 출판사 내부의 현장에 의존해 왔다. 1980년대 이후 출판학과가 전문대학을 중심 으로 등장했으며 이는 출판을 하나의 전문 직업이자 독립적인 학문 영역으로 정립하려는 시도였다. 이때 출판학과는 출판의 각 기능을 개별 기술로 나누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획, 편집, 디자인, 제작, 마케 팅, 유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고 책 한 권의 출판 과정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있었다.

4년제 대학교에서 출판을 전공할 수 있는 학과가 등장한 것은 1989년 이후다. 광주대학교의 출판광고학과 는 1997년 신문방송학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1996년에는 원광대학교 문예출판과가 신설되었으나 이후 문예창작학과로 변경되었다. 4년제 대학교에 출판학과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요구로 2001년 탐라대학교 정 보미디어학부에 출판미디어 전공이 신설되었으나 2005년에 폐과된 이후 출판학과는 신설되지 않다가 2025년 협성대학교 융복합부전공에 독립출판트랙이 개설되어 운영 중이다.

2000년대 초반은 출판 관련 학과가 전통적인 ‘출판과’에서 ‘출판미디어과’, ‘미디어출판과’, ‘출판디자인과’ 등의 이름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당시 계원예술대학교 출판디자인학과(폐과), 동원대학교 출판미 디어과(폐과), 혜전대학교 출판과(폐과), 신구대학교 출판과(현재 미디어콘텐츠과), 서일대학교 미디어출판 학과 등 5개 안팎의 대학에서 ‘출판’ 명칭을 직접 사용한 학과나 전공을 운영했다. 그러나 현재는 서일대학 교의 미디어출판학과, 신안산대학교의 웹툰출판미디어과 등 2개로 보인다. ‘출판’이라는 용어는 없지만 ‘미 디어’, ‘콘텐츠’, ‘디지털’, ‘문화’, ‘웹콘텐츠’ 등의 용어가 학과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출판학과’라는 명 칭은 사라지고 ‘콘텐츠’라는 상위 개념에 출판교육이 흡수된 것이다.

2026년 현재 대학원은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의 디지털저널리즘학과(디지털 출판·잡지 전공), 경희대 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출판·저작권전공),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인쇄출판학과·출판잡지 전공) 등 3곳에서 출판 관련 전공을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출판학과가 설립된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 감소 했지만 애초에 많은 대학교가 출판학과를 설립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많지 않았던 학과가 줄어든 원인을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단순히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나 ‘출판산업이 쇠퇴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인기 나 취업률 중심의 학과 평가와 출판산업의 고용구조 등의 이유도 클 것이다.

 

 

출판학과의 빈자리, 또 다른 인재 양성 교육
현재 출판교육은 기능이 다양한 곳으로 분할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문예창작, 미디어콘텐츠, 디자인, 문헌정 보, 디지털미디어 교육 등으로 출판교육의 접근성은 확대되었다. 출판학과가 없는 대학의 학생도 출판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다른 산업에서 일하던 사람도 단기 교육을 통해 출판계 진입을 준비할 수 있다. 출판 을 웹툰, 웹소설, 영상, 디자인, 디지털 기술과 연결하는 융합 교육도 가능해졌다. 반면 교육이 여러 기관과 학과로 흩어지면서 출판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인력을 양성하기는 어려워졌다. 각 교육기관은 자 신의 강점에 따라 일부 기능만 담당할 뿐 출판인의 입문 단계에서 중견·관리자 단계까지 이어지는 경력별 교육 체계는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출판학과가 담당했던 종합교육의 기능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가 불분명해진 것이다.

공공과 민간에서도 출판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아카데미, 한국출판인회의의 서울북인스티튜트(Seoul Book Institute, 이하 SBI), 한겨레교육의 H아카데미, 그리고 한국폴리텍대학의 출판편집디자인학과 등이다. 각 교육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아카데 미는 2026년에 수출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수출아카데미를 예비자 과정, 재직자 기본과정, 재직 자 심화과정으로 각 8시간~12시간가량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인공지능 (AI) 활용 교육, 마케팅 교육 등 다양한 특강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공공교육의 범위가 단순한 편집 기술에 서 출판 경영과 기술혁신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기관 교육의 장점은 시장에서 수익성이 낮아 민간기관이 개설하기 어려운 분야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판교육을 운영하는 공공 및 민간기관

SBI는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운영하는 출판교육 전문기관으로 2005년 설립되어 2006년에 첫 졸업생을 배 출했다. SBI는 채용예정자 과정, 재직자 직무향상 과정 및 일반과정이 있다. 재직자 직무향상 과정 및 일반 과정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SBI와 업무협약을 맺지 않은 출판사의 재직자는 교육에 참여할 수 없다. 즉 협약 주체가 출판사이기 때문에 대표의 의지가 있어야만 직원교육이 가능하다. 채용예정자 과 정은 편집자 과정 24명, 마케터 과정 24명, 디자이너 과정 14명을 대상으로 하며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 인력공단이 지원한다. 재직자 직무향상 과정은 단기로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한겨레교육의 H아카데미는 작 가·창작, 글쓰기·말하기·번역, 출판, 아동·그림책 등의 카테고리로 각 커리큘럼에 따라 약 5~12회까지 다 른 회차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하이테크과정에서 대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출판편집디자인 과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재취업과정의 출판창업과(총 240시간)는 1년 이하의 국비 지원 직업 교육이다.

한국폴리텍대학 출판편집디자인과 교육과정

 

이 강좌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지만 예비 출판인이나 취업 자가 아닌 재직자 중심으로 세분화해서 특강처럼 운영되고 있다. 무료이기 때문에 시간만 맞다면 누구나 편하게 접할 수 있지만 단기로 진행된다. SBI에는 예비 출판인 대상 과정도 있지만 소수 모집이고 6개월간 3개(출판편집자, 출판마케터, 출판디자이너) 과정만 운영된다. 한겨레교육의 H아카데미는 각각의 커리큘럼 별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비싼 것이 단점이다. 또한 해당 교육들은 모두 서울에서만 진행되어 지역에 거주 하는 사람은 장기 교육에 참여하기 어렵다. 지역에서도 출판교육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교육은 상설기관보다 공모사업과 연간 사업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한 해에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더라 도 다음 해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중단될 수 있다. 입문 과정은 반복되지만 수료생이 후속 출판 프로젝트 참여나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분산된 출판교육, 앞으로의 과제는
출판학과의 자리를 어느 하나의 교육기관이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현재의 출판교육 생태계는 하나의 교육기관이 아니라 여러 교육기관이 담당하는 ‘분산형 교육 체계’에 가깝다. 이러한 체계는 학습자가 자신 의 목적과 수준에 맞는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이지 않고 기초부터 전문적인 부분까 지 이어가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대학은 기초학문과 종합교육을 제공하지만 학교 수가 적고, 대학원은 심화 교육에 강하지만 입문 교육을 대신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은 산업 변화에 대응하지만 교육의 연속성이 불안정하고, 민간기관은 실무와 취업에 강하지만 교육비와 접근성의 문제가 있다. 또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독립 출판교육은 출판문화의 저변을 확대하지만 전문 출판인 양성과는 목표가 다르다.

202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사/인쇄사 검색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에 약 8만 개의 출판사가 등록되어 있 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판 관련 학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출판 분야에서는 편집·디자인·제작 등의 기술적 실무교육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와 문화, 지식의 생산과 유통을 다루는 기초 사회과학적 성 격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출판의 산업구조와 문화적 의미, 사회적 역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출판 전 과정을 관통해 바라볼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에서 출판학과가 새롭게 설립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과거 출판대학원·대학교의 필요성도 논의되긴 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쉽지 않다. 출판 전문 인재 양성은 언제나 논의 단계에만 머물러 버린다.

필요한 것은 출판학과가 사라진 자리를 하나의 새로운 기관이 대신해야 하는 것도, 특정 기관 하나가 모든 교육을 담당하는 방식도 아니다. 기존 교육기관들이 각 역할을 분명히 하고 서로 연결되는 교육 체계일 것이다. 현재 출판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문학을 포함한 종합적인 교육이고 다른 하나 는 흩어져 있는 교육과정을 하나의 전문 인력 양성체계로 연결하는 구조다. 먼저, 대학·민간·공공 분야의 출판교육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 대학은 출판의 기초이론과 산업구조, 출판문화와 사회적 역할을 교육하며 출판사 취업에 필요한 업무 기술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전문 출판인을 교육할 수 있다. 민간 교육기관은 단기간의 실무교육이 가능하다. 교정·교열, 편집 디자인, 온라인 서점 등록, 보도자료 작성 등 실제 업무와 가까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현직 편집자, 마케터, 제작자가 강사로 참여하고 수강생의 과제와 포트폴리 오를 평가하는 방식도 민간기관의 강점일 것이다.

공공기관은 개별 대학이나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분야를 담당해야 한다. AI, 데이터, 전자 책, 오디오북, 출판 유통 전산화, 해외 저작권 수출, 지역출판, 경영 혁신 등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이 있다. 또한 재직자의 교육비와 업무 공백을 지원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교육을 지역으로 확산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이와 함께 교육과 채용을 연결하는 공동 플랫폼 구축도 필요하다. 출판사가 필요한 인재와 교육생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연결할 수 있다면 현재 분산된 출판교육의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판업계가 교육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출판인은 ‘출판은 나무를 심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독자가 적더라도 한 그루 나무가 장차 숲을 이룬다 는 신념으로 책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의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이 무너지면 결국 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출판교육은 단순히 교육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출판산업의 미래를 위한 기반을 만드는 일이며 출판업계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다.

참고문헌
• 남석순(2001), 출판학 교육의 현황과 과제, <한국출판학연구> 통권 제43호, 한국출판학회
• 노병성(2003), 미국의 출판교육에 관한 일 고찰, <한국출판학연구> 통권 제45호, 한국출판학회
• 한주리(2011), 출판학과의 커리큘럼 현황 및 발전 방향 연구, <한국출판학연구> 통권 제60호, 한국출판학회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개글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기획부터 편집, 디자인, 마케팅과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깊이 있게 아우르던 ‘출판학과’들이 어느덧 대학가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과거 전문적인 독립 학문이자 직업 영역으로 자리 잡았던 출판학은 이제 ‘미디어’, ‘콘텐츠’, ‘디지털’이라는 상위 개념 속으로 흩어지거나 흡수되었죠.

오늘날의 출판교육은 대학, 대학원뿐만 아니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서울북인스티튜트(SBI), 한겨레교육 H아카데미, 한국폴리텍대학 등 공공과 민간 기관을 중심으로 분산되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습자가 목적에 맞게 과정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장점도 있지만, 입문 단계부터 중견 관리자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경력별 교육 체계나 출판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종합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은 여전히 아쉬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전국에 8만 개가 넘는 출판사가 등록되어 있는 지금, 과연 우리 출판산업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해 교육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현장에서 책을 만들고 계신 편집자·마케터·작가님들, 그리고 평소 출판에 깊은 애정을 갖고 계신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가장 이상적인 출판 교육의 방향이나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댓글로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이 글이 한국 출판의 내일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주변의 책을 사랑하는 분들과도 아낌없이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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