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판시장 2025년 10월 동향, 프랑스 문학상 여성 작가와 유리천장 분석, 아마존 프랑스 전략과 도서정가법 위반 사례, 프랑스 출판계 남녀 불균형 및 지원금 차이, 프랑스 온라인 도서 유통과 서점 보호 정책

프랑스 출판시장 2025년 10월 동향, 프랑스 문학상 여성 작가와 유리천장 분석, 아마존 프랑스 전략과 도서정가법 위반 사례, 프랑스 출판계 남녀 불균형 및 지원금 차이, 프랑스 온라인 도서 유통과 서점 보호 정책

 

 

 

프랑스 문학상 유리천장, 또 다시 프랑스 출판계 위협하는 아마존

 

 

 

 

10월 프랑스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강미란

 

 

 

 

이달의 출판계 이슈

프랑스 문학상 유리천장
최근 몇 년 사이에 프랑스 문학계는 꽤 많이 변했다. 문학상 수상자 중 여성 작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서점의 진열대는 물론 비평지에도 이들의 이름이 부쩍 눈에 띈다. 예전에는 남성 중심의 세계로 여겨졌던 프랑스 문학 영역에서 여성 작가들의 자리가 점점 커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프랑스 문화부 산하 ‘문화 및 커뮤니케이션계 여성남성 평등 관찰소 (observatoire de l’égalité entre femmes et hommes dans la culture et la communication)’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남녀평등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한 것은 겉모습일 뿐, 그 이면에는 여전히 단단한 유리천장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 엥테랄리에상, 메디시스상 등 프랑스 출판계를 대표하는 주요 문학상에서 여성 수상자의 비율은 54%에 달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수치다. 그러나 문학상 심사위원 구성을 보면 아직도 남녀 비율상 불균형이 존재한다. 일부 상에서는 여성 심사위원 참여가 확대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남성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문학/출판 전문잡지 《악튜알리테(Actualitté)≫가 분석한 21개 주요 문학상 중,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된 17개 상의 위원단을 모두 합치면 여성이 75명, 남성이 11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위원단이 대부분 남성으로 이루어질 경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비슷한 배경이나 경험을 지닌 작가에게 더 쉽게 공감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또한 자기가 경험한 세계와 닮은 작가에 더 가치를 부여하기 쉽지 않을까. 이 때문에 1904년 남성 중심의 공쿠르상에 맞서 페미나상이 창설되었고, 이 상은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전원 여성 심사위원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당시 남성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움직임에서 시작된 것이라 그 의도는 존중받을 만하나 이상적인 예라고 할 수는 없다. 어쨌든 남녀 불균형이 여전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예외적 사례라도 있으니 망정이지 이마저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문학상은 여전히 남성의 비중이 더 크다. 앵테랄리에상의 경우 위원 9명이 모두 남성이며, 플로르상의 경우 남성이 10명인 반면 여성 심사위원은 2명 뿐이다. 다행히 문학상 후보 작품을 보면 남녀 비율의 균형이 존재하는 듯하다. 2025년 신간 시즌의 문학상 후보를 모두 합산하면 총 330권, 그 중 여성 작가의 작품이 166권, 남성 작가의 작품이 163권으로 거의 완벽한 균형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이 실제 수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작가들 사이의 경제적 불균형 또한 프랑스 문학계의 남녀 불평등의 한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프랑스 국립도서센터가 지원한 소설 부문에서 여성 작가들이 받은 평균 지원금은 남성 지원자들이 받은 액수보다 30%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합격 및 통과율은 비슷했으나 신청 금액의 크기 및 배정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문화부는 그 원인 중 하나로 ‘여성 작가들이 스스로 더 적은 금액을 신청하는 경향’을 꼽았다. 여성 작가들이 왜 그랬을까? 그 이면에는 창작의 규모나 야심을 제한하는 사회적 시선이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의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불균형은 출판 산업 전반의 구조에서도 보여진다. 번역가 73%, 도서관 및 아카이브 관련 종사자 72%, 공공도서관 사서 75%가 여성일 정도로 책을 둘러싼 대부분의 실무와 현장은 여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경영진의 성비를 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2024년 1월 기준, 프랑스 내 주요 출판사 및 언론사 100곳 중 여성이 대표로 있는 곳은 10%에 불과했다. 출판업계의 최종 결정권을 좌우하는 자리는 여전히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프랑스 문학을 둘러싼 구조 자체는 변화의 속도가 더딘 느낌이다. 많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는 동안 제도 자체는 오래된 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공쿠르상, 르노도상, 메디시스상 등 명예의 전당이라 불리는 상들은 여전히 남성 위원이 더 많고 그들의 네트워크가 문학적 권위를 재생산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으로 남아 있다. 물론 여성 작가들 및 독자들의 목소리가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는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균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문학을 평가하는 자리의 권력 구조 또한 달라져야 할 것이다.

참고
https://www.culture.gouv.fr/espace-documentation/statistiques-ministerielles-de-la-culture2/publications/col-lections-d-ouvrages/observatoire-de-l-egalite-entre-femmes-et-hommes-dans-la-culture-et-la-communication/observatoire-2024-de-l-egalite-entre-femmes-et-hommes-dans-la-culture-et-la-communication
https://actualitte.com/article/126761/edition/prix-litteraires-de-la-rentree-parite-dans-les-selections-moins-dans-les-jurys

프랑스 출판시장 2025년 10월 동향, 프랑스 문학상 여성 작가와 유리천장 분석, 아마존 프랑스 전략과 도서정가법 위반 사례, 프랑스 출판계 남녀 불균형 및 지원금 차이, 프랑스 온라인 도서 유통과 서점 보호 정책

 

또 다시 프랑스 출판계 위협하는 아마존
몇 년 전 프랑스 사회는 한 거대그룹을 상대로 싸움을 벌였었다. 무엇이든 팔고 어디든 배송한다는 철학으로 프랑스의 도서 시장마저 잠식하던 거대 유통 플랫폼 아마존과의 싸움이었다. 당시 시민, 정부, 출판계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것이 이른바 ‘안티-아마존법’.

1981년부터 이어져 온 도서정가제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2014년 7월 8일 제정된 이 법은 온라인 도서 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이었다. 새 책을 구입하면 5%를 할인해 주던 혜택은 오프라인 서점만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아마존처럼 인터넷으로 책을 파는 기업에는 무료 배송 금지 규정을 덧붙였다. 프랑스의 동네 서점 및 오프라인 시장을 지키기 위한 법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과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아마존이 또 다시 프랑스 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새로운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아마존 측은 10월 16일 서점이 위치한 대형마트, 쇼핑몰 등의 매장 내에 설치된 픽업포인트에서 책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5%의 할인 혜택을 적용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합법인 것처럼 보이나 그 뒤에는 여전히 10년 전과 같은 문제가 숨겨져 있다. 아마존측은 이미 ‘아마존 락커’라 불리는 자동수령함을 대형 마트나 쇼핑몰, 잡지판매점 등에 설치해왔다. 이곳에서 책을 수령하면 배송비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법을 피해갔고, 이번 16일 발표에 따르면 무료배송에 더해 추가 할인까지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도서중재위원회는 이 같은 아마존의 방침에 대해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했었다. 자동수령함은 판매가 직접 이뤄지는 ‘물리적 상점’이 아니기 때문에 법이 허용하고 있는 무료 수령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도서중재위원회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 5월부터 무료배송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에 대해 프랑스서점조합 역시 불만을 표명했다. 아마존은 이미 도서정가법을 어이고 있으며 자동수령함을 통한 무료 배송 및 할인제도 적용은 불법 행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 비판한 것이다.

현재 프랑스는 이 문제를 다시 도서중재위원회에 회부했으나 아마존의 합법을 가장한 위법 행위는 앞으로도 별 다른 조치가 없는 한 계속될 듯하다. 이런 부정적인 예상을 하게 되는 데는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 큰 몫을 차지한다. 10년 전, 프랑스 측에서 도서배송비 무료제를 없애자 아마존은 상징적인 배송비 1센트 (약 16원 정도)를 책정하고 실질적으로는 무료 도서 배송제를 운영했다. 법을 어긴 것은 아니나 무료 도서 배송 금지법 정신을 철저히 무너뜨린 계산이었다. 그때도 프랑스 출판계는 이번과 같이 똑같이 분노했고 시민들은 아마존 불매 운동까지 벌였다. 많은 출판사들이 아마존과의 거래를 중단했고 유통사들 역시 아마존이 책을 리셀링하지 못하게 막았다. 동시에 시민단체들은 아마존 락커 봉쇄 운동까지 벌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달라진 것이 있는가 싶다. 아마존은 여전히 프랑스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세율이 낮은 타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빠른 배송을 위해 건설된 물류센터에서는 많은 노동자들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으며 수많은 신상품이 판매되지 않은 채 그대로 폐기되는 낭비가 계속되고 있다. 그 모든 비용은 누가 대는가. 결국 서점 및 출판사, 그리고 지구 환경의 몫인 것이다. 프랑스 정부도 여러차례 제도적 대응을 시도했었다.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할 때 최소 2유로의 배송비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프랑스서점연합은 대안 온라인 플랫폼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계속되는 중에도 아마존은 우회 전략을 찾아내며 법을 지키는 척하지만 결국은 법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 싸움은 그저 유통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책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생태계라는 프랑스의 오랜 신념이 시험 받는 중인 것 같다. 책은 단 한 번의 클릭으로써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와 만남을 통해 교류되어야 한다는 말이 10년 전에도 유효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또한 법의 틈새를 파고 들며 이익을 챙기는 아마존의 전략도 여전하다. 아마존을 멈추게 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참고
https://france3-regions.francetvinfo.fr/nouvelle-aquitaine/lot-et-garonne/agen/fronde-anti-amazon-lot-ga-ronne-reclamer-suppression-casiers-retraitdepots-grandes-surfaces-1902156.html
https://www.franceinter.fr/emissions/social-lab/social-lab-03-mars-2019
https://www.linfodurable.fr/entreprises/trois-bons-plans-pour-acheter-ses-livres-sans-passer-par-amazon-10721)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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