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작가 한강
서평
<소년이 온다>는 한강 작가의 깊은 통찰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많은 이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여러 추천을 받았기에 책을 구입해 놓았지만, 차마 쉽게 손에 들지 못하고 미뤄두다가 마침내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이 얼마나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강렬하게 독자에게 전하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문체는 그 자체로도 무겁고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독자의 마음을 강하게 짓누릅니다. 그러나 그 먹먹함은 단순히 불편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듭니다. 작품 속에서 다뤄지는 사건과 인물들의 아픔은 독자의 마음에 깊숙이 자리 잡아,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울림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책을 읽으며 많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 다소 급하게 페이지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감정의 무게에 짓눌려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마음은 참담한 슬픔에 휩싸였습니다. 그만큼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와 감정은 독자로 하여금 고통의 무게를 함께 느끼게 만듭니다.
작품에서 가장 가슴을 후벼 판 인물은 동호였습니다. 총을 쏘는 군인들에게 놀라 친구의 손을 놓쳐버린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 죄의식을 씻기 위해 끝내 도청에 남았던 동호. 열흘간의 항쟁에서 살아남았음에도 그는 인간성의 절망과 환멸을 경험하며, 죽음보다 더 처참한 현실 속에서 비참하게 남은 생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그 고통은 단순히 개인의 것이 아니라, 같은 비극을 견뎌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선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국가가 행사한 폭력에 맞서 저항했으나, 결국 무참히 패배하고 좌절하며 살아남았습니다. 그 실패의 기억은 그녀의 삶을 끊임없이 잠식해버렸고, 그 결과로 그녀는 증언조차 망설이며 피폐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고통은 마치 거대한 짐처럼 그녀를 짓눌렀고, 끝끝내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이 책의 가장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은 동호의 어머니가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녀의 넋두리를 읽으면서 눈물이 계속 차올랐고,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만약 그 순간 혼자 있었다면 펑펑 소리 내어 울며 책을 잠시 내려놓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책을 손에 들었을 것입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과 그 상처를 품고 살아가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도 슬펐습니다.
읽어 내려가는 동안, 작가가 이 이야기를 집필하는 내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자연스레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쓰면서 느꼈을 그 아픔과 고뇌가 문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절로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이 작품이 다루는 사건은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너무나도 슬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슬프게 다가온 것은, 그 당시의 언론과 군인들이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을 사실로 포장했던 모습이 현재까지도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이었습니다. 여전히 그 진실을 외면하거나 반대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말에 설득되어 사실을 왜곡한 채 믿고 있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와 그 상처를 잊지 않고 증언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작가가 느꼈을 고통과 아픔, 그리고 독자가 느끼는 먹먹함이 결코 사라지지 않도록, 이 책은 영원히 기억될 작품으로 남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