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문학 에이전트와 베테랑 에디터의 도전들, ISBN등록, 개인책제작, 개인출판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지난 3월 24일부터 7월 28일까지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에서 열린 특별전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가 2024년 9월 27일부터 2025년 1월 6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 아시안 아트 뮤지엄(Asian Art Museum)에
서 전시된다. 이는 지난 2022년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에서 처음 선보인 기획전으로, 최근 몇 년간 한국 드라마, 영화, 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한류의 흐름이 만들어진 역사적인 배경을 함께 소개한다.
또한 한국 패션과 뷰티 트렌드를 포함한 200여 종의 전시물을 통해 세계 문화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한류의 흐름을 접할 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입었던 의상을 전시하고,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화장실 세트장을 재현해 놓는 등 화면 속 장면을 보다 현실감 있게 마주할 수 있다. 미국 공영방송 PBS 뉴스 채널에서도 지난 7월 25일에서도 이 전시를 소개했다. 한국계 작가 이민진은 전시장을 거닐며 감상을 전했는데,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언급하며,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 자리하며 미국 동맹국으로서 갖는 특별함과 함께 한국인 개인이 갖는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 욕구와 열정을 언급하였다.
<한류! 코리안 웨이브> 전시 포스터 /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한류> 전시장 내부
이번 전시에 한국 출판물이 소개되지는 않았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의 로잘리 김 (Rosalie Kim) 큐레이터에 따르면, 한국 도서를 전시하는 것도 검토되었지만, 책 표지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으로는 해당 콘텐츠가 내포하는 의미를 깊이 있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최종적으로 제외했다고 한다. 향후 후속 전시가 기획된다면,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가 어떻게 구성될지 기대된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여름 503명의 작가와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2001년 이후 발행된 도서 중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으며,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Pachinko)》가 이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한국의 고유한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서사물이 전하는 이야기의 힘은 대중 문화적으로 한류가 갖는 영향력과 따로, 또 같이 문화수용자들에게 새로운 흐름을 선보인다.
최근 한국 작가가 각종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언론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어 화제를 모았던 천명관 작가의《 고래(Whale)》는 이번에 미국 문학 번역가 협회(American Literary Translators Association)가 주관하는 제26회 번역상 소설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편 지난 9월 8일 발표된 제45회 아메리칸 북어워드(American Book Awards) 수상작 중 한국계 작가 모니카 윤(Monica Youn)의 시집《 프롬 프롬(From From)》이 이름을 올렸다. 아메리칸 북 어워드(American Book Awards)는 지난해 출간된 도서 중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작품을 동시대 작가들이 선정한다는 데 의의가 있는 도서상이다. 올해는 중국계 작가 레베카 쿠앙(Rebecca Kuang)의 베스트셀러《 옐로페이스(Yellow face)》 또한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문화 다양성과 인종주의에 대한 물음에 작가의 주제 의식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윌리엄 사로얀 국제 문학상(William Saroyan International Prize for Writing) 수상작에 신인 작가 이미리내 작가의 데뷔작《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인생(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이 선정되었다. 이 상은 픽션과 논픽션 두 부문에서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격년 주기로 수상하며, 2003년 제정된 이래 최초로 수상자 명단에 한국인 작가가 포함되었다.
9월 미국 출판시장 보고서, 번역 문학 에이전트와 베테랑 에디터의 도전들, ISBN등록, 개인책제작, 개인출판
레베카 쿠앙, 이미리내 작가의 소설
K-HEALERS 한국 판타지 소설의 위로
김영하, 신경숙, 한강 등 한국 현대 작가들을 대변하여 해외 출판계에 한국 소설을 소개한 뉴욕 기반의 문학 에이전트 바바라 지트워(Barbara J. Zitwer) 씨는 한국 문단 내 인지도가 없는 신인 작가라 하더라도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작품성이 있는 경우 수출을 적극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전통적인 등단 제도를 통과하지 않고도 크라우드 펀딩이나 독립 출판을 통해서 책을 출간하여 작가가 되는 등, 베스트셀러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경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작가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The Dallergut Dream Department Store)》과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Welcome to the Hyunam-dong Bookshop)》는 모두 신인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올해 영문판으로 번역되어 미국 출판계에 소개되었다. 불안이 증폭되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가 언어의 경계를 넘어 호응을 얻고 있다. 백세희 작가의 베스트셀러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또한 안톤 허(Anton Hur)의 번역으로 2022년 소개되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감염병의 공포와 우울증의 시기를 거치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신 건강에 관한 이슈를 관련 종사자나 전문가의 관점이 아닌 상담자의 시각으로 들려준다. 올해 8월 후속작이 이어서 발행되어 작가의 투명하고 진솔한 내면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9월 미국 출판시장 보고서, 번역 문학 에이전트와 베테랑 에디터의 도전들, ISBN등록, 개인책제작, 개인출판
이미예 작가와 황보름 작가의 영문판 번역 소설
윤정은 작가의 장편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Marigold Mind Laundry)》와 김성일작가의 판타지 소설 데뷔작《 메르시아의 별(Blood of the Old Kings)》 또한 10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번역가 안톤 허(Anton Hur)의 작업으로 진행된《 메르시아의 별》은 출간 전 전자책 형태로 소설 첫 장을 미리보기로 제공한 바 있다. 판타지 소설 팬들 사이에서 기존의 문법과는 다른 새로운 구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이밖에 유영광 작가의 판타지 소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The Rainfall Market)》은 내년 1월 미국 시장에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일 년의 단 하루 자신의 불행을 팔아서 원하는 행복을 살 수 있다면 이라는 따뜻한 가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속에 동봉된 마음이 미국 독자에게 어떻게 전해질지 기대가 된다. 지난 8월 21일 라이프스타일 잡지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에는 ‘한국 문학이 당신의 틱톡 피드를 채우고 있다’라는 부제 아래 열두 권의 한국 도서를 소개하는 기획 기사가 실렸다. 최근 수년 사이 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소셜 미디어 스크린에 한국 문학이 빈번히 등장하는 현상을 언급한다. 펭귄 랜덤 하우스에서 동아시아 번역 도서를 담당하는 제인 로슨(Jane Lawson) 편집자는 넷플릭스에서 접할 수 있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관심 있게 본 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한국 문학에도 호기심이 생길 것이라 말한다. 특히 힐링 문학(healing fiction)이라 말할 수 있는 한국 판타지 장르 소설이 MZ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소셜 미디어 피드를 통해 활발히 언급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출간을 앞둔 윤정은, 김성일, 유영광 작가의 영문판 번역 소설
9월 미국 출판시장 보고서, 번역 문학 에이전트와 베테랑 에디터의 도전들, ISBN등록, 개인책제작, 개인출판
내셔널 북 페스티벌 로맨스 소설 작가와의 만남
이는 미국 내 주요 베스트셀러 목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의 강세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디어 그룹 서카나(Circana)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로맨타시(Romantasy) 장르 소설은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상반기 기준 113% 성장한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소설 판매량에서 이들 장르가 차지하는 비율이 34%에 달한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로맨스 소설의 주요 독자는 여성의 35~54세 연령 그룹에서 분포했지만, 지금은 18~44세에 이르는 범위로 독자층이 젊어진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로맨스와 판타지 소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립 서점들이 미국 전역 대도시를 중심으로 새롭게 문을 열고 있다. 과거 이들 장르 문학을 기존 순수 문학과 비교하여 가볍게 여기고 진지한 작품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배경을 비판하는 시각도 늘고있다. 시사 주간지 타임(Time) 8월 셋째 주 문화면에는 <로맨스는 문학이다(Romanceis Literature)>라는 기고문을 통해 기존의 역사적 흐름과 현재의 로맨스 소설의 인기를 대비하고 있다. 로맨스 소설은 다른 장르보다 작가와 독자와의 정서적 연결이 가깝고 그래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직시할 수 있는 기능이 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한편 그동안 백인 중심의 이성애자 이야기 구조를 지녔던 로맨스 소설이 점차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으로 쓰이고 있다는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월 24일 워싱턴 D.C.에서 제24회 내셔널 북 페스티벌(National Book Festival)이 열렸다. 미국 연방 정부 의회 도서관이 주관하는 연례행사로 공영방송 PBS와의 협업으로 작가와의 대담을 중계하였다. 올해 <책은 우리를 성장시킨다(Books Build Us Up)>라는 주제로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제공했다. 이번 행사에서 북 페스티벌 역사상 처음으로 로맨스 소설가 레베카 야로스(Rebecca Yarros)가 무대 위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지난해 5월 발행된 로맨타시 소설《 네 번째 날개(Forth Wing)》는 출간 이후 67주 동안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목록에 속해 있을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작가는 군인 부모 아래 자랐던 어린 시절, 전쟁 이야기들을 즐겨 읽었던 성장 배경을 들려주고 자신만의 소설을 쓰게 된 과정을 공유하였다. 최근 로맨스 소설의 인기 원인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작가는 자신에게 로맨스 소설은 줄곧 인기 목록에 속해 있었다며 질문에 대한 답은 독자들에게 있을 것이라 말했다. 독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수화로 질문을 전하는 여성이 있었다. 장애를 지닌 다양한 인물상을 소설 속 캐릭터로 등장시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묻고 이야기 속 주인공에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어 감동이 배가 된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작가는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여러 인물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작가의 보조 에이전트가 수화로 소통하는 장애를 지니고 있어서 비장애인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섬세하게 보완해 주는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라는 가상 공간에서 여러 계층이 수용되는 모습을 만들고 싶다고 작가는 덧붙인다. 일부 독자들은 소설 속 장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작가와 논하기도 했다. 습작하는 고등학생들은 소설 작법에 관해 묻기도 하면서 다채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로맨스 소설의 인기가 출판계의 상업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측면과 아울러, 여성들이 만들어 내는 서사가 더 다양해지고 포괄적인 시각을 갖추며 성장하고 있다.
독자와의 대담 중인 레베카 야로스(우)와 사회자
번역 문학 에이전트와 베테랑 에디터의 도전들
미국 뉴저지주 루트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 아시아 언어 및 문화 학과의 정재원교수는 한국 문학 번역과 연구를 병행하며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2011년 미국 출판계에 소개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를 한국 번역 도서 시장의 하나의 분기점으로 삼는다. 그동안의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소재로 한 작품이 한국 문학을 대표했던 것에 반해 이 작품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로 번역 출판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한다. 이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뒤따랐다. 이 책을 미국 출판계에 소개한 에이전트 바바라 지트워(Barbara J. Zitwer) 씨는 초기 번역본 스무 페이지만을 읽고도 이 소설의 힘에 매료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 작품을 계기로 한국의 여성 소설가들이 발표하는 작품을 주목하게 되었고, 이후 한강, 정유정, 조경란, 편혜영 등 중견 작
가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박소영 작가의 청소년 장르 소설《 스노볼(Snowglobe)》을 출간하여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한국 장르 문학에 초점을 맞추어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독자적인 참 에이전시를 설립하였다. 지난해에 이어 출판 경력이 없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장르 문학 공모전(The New Korean Voice Prize)을 진행 중이다. 한국 문학을 매개로 한국이라는 나라
를 발견한 그는 지난해 5월《, 한국에서 느낀 행복들(The Korean Book of Happiness)》이라는 제목의 문화 에세이를 펴낸 저자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정서를 한, 흥, 정이라는 키워드로 나열하고 소설가들에게서 얻은 한식 레시피를 소개하며 각 장을 마무리한다. 한국 영화나 넷플릭스 드라마의 화면 속에서 한국의 문화를 처음 접하고 알아가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서가 될 수 있겠다.
펭귄 랜덤 하우스에서 26년째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제인 로슨(Jane Lawson) 씨는 출판시장은 감정(emotion)과 관계(relation)에 기반하는 특수한 이익집단이라 말한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우선 문학 스카우트(literary scout)가 소개하는 작품들을 검토한다. 여러 출판사에서 경합할 때 작가를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고 협상을 이뤄낸다. 편집 방향부터 마케팅 전략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계획안을 통해 타겟 독자층과 도서
의 영향력을 포괄적으로 논의한다. 계약이 성사되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추후 영화화 가능성 유무와 다른 언어권으로 수출이 될 수 있을지를 검토한다. 작가에 따라 이야기 구성에 개입하여 협업을 진행해 나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전자책이 보편화된 시대인 만큼 역설적으로 하드커버로 출간하는 도서의 표지 디자인이 돋보여야 한다고 로슨 씨는 말한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는 변수로 작용하는 환경에서 시각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년 전과 비교할 때 관계 맺음이 온라인의 영역으로 옮겨온 것은 비단 출판시장만의 변화는 아닐 것이다. 새로운 시각을 갖는 작가를 찾기 위한 플랫폼으로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라고 한다. 지난 5월 23일 뉴욕타임스 문화면에는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제목에서 착안한 <번역에서 발견한 것들(Found in Translation)>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영화 자막에서 아시아계 언어를 만나는 계기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미국 대중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논지였다.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은 점차 다양한 관점에 대한 포용력을 견인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미국 서점 매대에 늘고 있는 한국 작가의 도서를 통해 이들이 발견하는 풍경이 신선한 바람을 맞이하는 창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번역 문학 에이전트와 베테랑 에디터의 도전들, ISBN등록, 개인책제작, 개인출판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