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판시장 동향 분석: 크리스마스 책 달력과 2025 연말 선물 트렌드
독일 출판시장은 12월을 맞아 독특한 ‘책 달력’ 문화와 선물 도서 열기로 가득합니다. 본 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특별한 출판계 이슈와 트렌드 원문을 빠짐없이 전해드립니다.
이달의 출판계 이슈 (주요 동향)
12월, 책으로 여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책 달력’과 겨울 도서 선물 트렌드
독일에서 12월은 ‘크리스마스 달력(Adventskalender)’의 달이다. 이 달력은 아동 팝업북처럼 입체적인데, 절개선이 있는 24개의 작은 종이 문을 뜯으면 (작은 초콜릿과 같이) 그 안에 들어있는 작은 선물을 꺼낼 수 있는 박스 형식이다. 12월 1일부터 성탄절 전야인 24일까지 매일 그날의 날짜가 적힌 종이 문을 뜯을 수 있는 이 달력 안에는 흔히는 초콜릿이나 젤리부터 고가 품목 등이 다양하게 들어있다. 독일 출판시장 업계는 다채로운 종류의 ‘책 형식의 크리스마스 달력’을 출간한다.
1. 크리스마스 책 달력이란?
‘크리스마스 책 달력(Buch-Adventskalender)’은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매일 한 장(chapter)씩 읽을 수 있는, 24장으로 구성된 책이다. 어둡고 추운 12월에 편안하고 아늑하게 매일 한 챕터씩 읽을 수 있어 느긋한 연말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북돋운다. 이런 책 달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출간된다. 범죄 소설 팬이라면 매일 소설 속의 수수께끼를 풀고, 평온한 일상을 선호한다면 짧은 글이나 명언, 시를 매일 읽고, 매일 저녁 자녀와 함께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또한, 책과 굿즈가 결합된 형태의 책 달력도 있다. 『책 크리스마스(Book XMas)』에는 단편 이야기가 실린 18권의 미니 책과 함께 아늑한 공간에서의 독서나 연말 시즌에 유용할 초, 쿠키 커터, 과자 등이 들어있다. 미니 책은 뉴 어덜트 장르의 다크 로맨스, 아카데미아, 로맨타지와 같은 장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 달력은 소위 업그레이드가 가능한데, 4가지 키워드, 즉 용, 마법, 책, 유혹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49유로를 추가 지불하면 책장 장식용품,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 추가 미니 북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달력의 판매사인 부흐튜테(Buchtüte)는 “이 책 달력에 실린 단편 이야기들이 ‘엄격한 인공지능 도구 금지’하에 (많은 사랑을 담아) 쓰여졌고, 모든 아이템은 유럽에서 사랑과 정성을 담아 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유료로 이름 각인 서비스도 제공하는 이 달력의 가격은 95.76유로로, 15~16만원 선이다.
2. 2025년 12월 선물용 도서 트랜드
독일에서는 생일이나 연말에 책을 선물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서점이 북적대곤 한다. 잠시 덧붙이자면, 2024년에 가장 인기 높았던 선물은 상품권(45%), 책(39%), 화장품(33%), 옷(32%)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연말 대목을 위해 출판사는 24일 동안 매일 자사 도서를 한 권씩 소셜 미디어 등에 소개하면서 책과 함께 경품 행사, 할인 코드, 독서 챌린지 등을 진행한다. 드뢰머 크나우어(Droemer Knauer) 출판사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자사 도서를 ‘선물’이라는 포커스에 맞춰 살펴보기 편하면서 구매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었다. 우선,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타입인지 세 가지 질문을 통해 테스트하여 추천 도서 분야를 결정해 주는 ‘도서 선물 퀴즈’가 있다. 이렇게 분야를 추천받고 나서 여러 도서 목록 중 해당하는 목록을 찾아 추천 도서를 몇 권만 훑어보면 비교적 쉽게 크리스마스 선물용 도서를 고를 수 있다. ‘올해 최고의 (자사) 도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우는 도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중시하는 독자를 위한 ‘아름다운 책들’, ‘페이퍼백 하이라이트’ 등 여섯 개의 카테고리와 세부 항목을 빠르게 살펴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범죄 소설 시리즈, 크리스마스 연휴에 읽으면 좋을 자사 최고의 로맨스 소설 10권, 크리스마스와 겨울 관련 도서 등이 소개되었다. 드뢰머 크나우어 출판사는 매년 독일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들을 초대하여 ‘크리스마스 특집 단편 추리소설 선집’을 출간하기도 한다. 페이퍼백 및 전자책 버전으로 판매되는 본 시리즈의 선집에는 매일 한 편씩 읽을 수 있는 여러 작가가 쓴 24편의 단편 추리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크리스마스를) 평온하게 성찰하며 보내고 싶으신가요?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24명의 저명한 추리 소설 작가들이 여러분의 성탄절을 어둡게 물들여 드리겠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가로지르는 피비린내 나는 여정을 시작하세요. 잔혹한 이야기부터 유쾌한 이야기까지 기대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서, 서점은 크리스마스 관련 도서 판매대를 마련하고 관련 굿즈와 취미 용품 매대를 늘린다. 글쓴이가 좋아하는 베를린 최대 규모의 서점 두스만(Dussmann)은 ‘크리스마스 로맨스’를 주제로 한 영미 도서 코너를 마련하였다. 베를린 미테에 위치한 독립 서점 오셀롯(Ocelot, not just another bookstore)은 크리스마스 달력 개시일을 축하하는 듯, 12월 1일에 무료 행사를 진행하였다. 글루바인과 과자, 개인적인 도서 추천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서점 직원들이 자신이 올해의 책으로 꼽은 책들을 직접 소개하였다. 특히, 올해에 의미 있었던 문학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한편,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체인 탈리아(Thalia)는 온라인 상에서 2026년 달력 20% 할인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별, 그리고 독자 연령별 추천 도서 목록을 꼼꼼히 준비하였다.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다루는 그림책, 어린이나 가족과 함께 요리할 수 있는 성탄절 요리책, 성인을 위한 분야별 추천(음악, 역사, 패션, 예술, 스포츠, 자동차, 과학), 수집가를 위한 독점 예약판 매 도서와 서명판, 배면 인쇄 등 화려한 외관을 지닌 수집용 도서, 그리고 영미권 도서를 추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족이나 친구, 지인과 명절 시간을 보내기 위한 보드게임, 조용히 새해를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달력,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DIY 공예 키트와 연말 집 정리를 위한 중고 도서 판매 (및 구입 링크), 크리스마스 장식 용품도 추천한다. 그리고 크게 흥미로운 점은 없지만 ‘크리스마스 온라인 마켓’도 열린다. 이처럼 세분화된 추천 목록을 살펴보는 것도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선물을 받을 사람의 연령 및 관계별 선물 고르기 Q&A도 제공한다. 연인에게, 부모에게, 연장자에게 선물할 때 참고하면 좋을 정보도 간략하게 읽어볼 수 있어 유용한데 예를 들어, 조부모님, 이모와 삼촌, 시부모님에게는 역사 관련 책, 세련된 달력, 다가오는 여행을 위한 여행 가이드, 게임이나 퍼즐을 추천한다.
그리고 중고 도서 플랫폼과 일부 블로거, 북플루언서는 중고 서적을 중심으로 추천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로맨타지’처럼 뉴 어덜트의 하위 장르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도서 목록이 형성되곤 한다. 중고 서적 거래 플랫폼인 메디몹스(medimops)는 지난 10월 및 11월 틱톡 트렌드를 바탕으로 한 ‘바이럴 중고책 추천 도서 목록’을 공유하였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로는 올해 독일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었으며, 한국에도 출간된 카롤리네 발(Caroline Wahl)의 소설 『스물두 번째 레인(22 Bahnen)』과 다크로맨스 시리즈인 『리브 미 비하인드(leave me behind)』, 실용서 및 논픽션 스테디셀러 등이 추천되었다.
블로거들 또한 편안한 크리스마스 독서를 위한 자신만의 도서 추천 목록을 활발히 공개하였다. 도서 블로거 율리아 헤이머(Julia Heymer)는 12가지 컨셉의 도서 추천 목록을 공개하였는데, 그중에서 고객 선물용 도서(명언집), 북유럽식 크리스마스 관련서, 크리스마스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책, 크리스마스 로맨스 소설과 요리책 목록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자신이 운영하는 ‘자영업자 온라인 북클럽’에서 크리스마스 관련 책과 소설을 함께 읽을 이도 찾고 있다고 알렸다.
방송사 및 신문사도 크리스마스 도서 추천 흐름에서 빠질 수 없다. 공영 방송사인 남서 독일 방송(SWR)은 범죄소설, 음식, 건강, 판타지, 호러, 여행, 위안, 유머, 음악 팬에 각기 포커스를 맞춘 선물 도서 목록을 만들었다. 『얼음같이 추운 밤의 살인(Mord in eiskalter Nacht)』, 『일출 5번(Sonnenaufgang Nr. 5)』과 같은 소설이 개인적으로 흥미를 끈다. 더불어,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역사와 클래식 중심의 다섯 권의 도서와 함께 메타 퀘스트3용 VR 신작 게임 ‘도둑 VR(The Thief VR)’과 프랑스 작가 나탈리 뒤 파스키에의 스카프를 함께 추천하여 관심을 끌었다.
3. 2025년 연말의 독서, 책과 선물 트렌드
한편,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크리스마스’와 ‘겨울 로맨스’, ‘아늑한 공간에서의 편안한 독서’가 독자 및 선물 구매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숏폼, (한 분야의 상품을 (다수) 구매하고 언박싱 등을 통해 소개하는) 하울, 책 선물 가이드 등이 온라인에서 도서 구매를 활발히 북돋우는 원동력이다. 참고로, 북톡과 북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소셜 미디어 사용자 중 22%는 북플루언서, 작가, 문학 관련 계정을 팔로우하고, 29%은 소셜 미디어상에서 추천된 도서를 읽었으며, 16%는 소셜 미디어가 도서를 접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통로라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단연 뉴 어덜트 및 청소년 소설로, 종종 ‘완벽한 선물’ 바이럴되곤 하는데, 로맨타지, 로맨스, 편안한 느낌의 범죄 소설과 같은 장르 도서의 스페셜 에디션이나 한정판이 특히 높은 주목을 받는다. 키워드로는 ‘로맨스 팬’, ‘판타지 팬’, ‘책벌레를 위한 추천 도서’, ‘책 하울’, ‘중고 도서 하울’ 등이 있다. 이어서, 아늑한 독서와 접목된 디지털 디톡스, 히게, 자기 관리와 같은 셀프 케어의 접점에 있는 책과 논북스도 적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연말용 도서, 향초처럼 아늑한 독서 공간을 만들어주는 인테리어 용품, 보드게임과 같은 취미 용품, 지울 수 있는 젤 타입 펜과 같은 독서 관련 용품, 그리고 연말에 지인 및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아이템들도 책과 함께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4. 2025년 가장 큰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한 베스트셀러 네 권
마지막으로, 탈리아의 2025년 베스트셀러 목록 ‘top 100’의 1~4위를 차지한 도서가 올해 독일에서 가장 많이 읽힌 도서를 적절히 대표하기에 소개한다. 독일 범죄 소설, 세 미국 작가의 뉴 어덜트 소설, 청소년 소설, 아동 소설이 큰 사랑을 받았다. 독일 인기 범죄소설 작가 세바스티안 피첵(Sebastian Fitzek)의 신작 사이코 스릴러 『이웃 남자(Der Nachbar)』는 12월 7일 기준으로 탈리아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내용은 이러하다. 형사 변호사 사라는 모노포비아, 즉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린다. 그녀가 딸과 함께 베를린 교외로 이사하자, 그녀를 혼자 두지 않을 보이지 않는 이웃이 생긴다. 이어서, 뉴 어덜트 하위 장르 중 ‘적에서 연인으로(Enemies To Lovers)’에 속하는 ‘불꽃 키스 시리즈’의 3권인 『오닉스 폭풍(Onyx Storm – Flammengeküsst)』이 2위를 차지하였다. 연인인 바이올렛과 제이든의 관계는 점점 대조적으로 변하는데, 바이올렛은 점점 성숙해지고 강해지는 반면, 제이든은 자신의 연약한 면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본 타이틀은 ‘디럭스’ 버전으로, 황금용이 그려진 배면 인쇄, 화려한 표지, 책갈피 등을 갖유하고 있다. 또한, 헝거게임 시리즈의 신작이자 프리퀄인 『선라이즈 온 더 리핑(Die Tribute von Panem L. Der Tag bricht an)』과 세계적인 아동서 작가인 제프 키니의 『윔피 키드 20: 무한 반전! 생일 파티 일기』도 많은 독일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에도 각양각색의 추천 도서 목록을 통해 독자들이 책과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말을 보내기를 바란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편집자 후기
“기다림마저 설레는 독서, 책이 선물이 되는 순간”
1. ‘기다림’을 기획하는 지혜, 책 달력 독일의 ‘크리스마스 책 달력’ 문화는 참 부럽고도 아름답습니다. 24일 동안 매일 한 챕터씩 뜯어 읽는 행위는 독서를 단순한 소비가 아닌, 하루의 리듬을 만드는 ‘경험’으로 바꿉니다. 우리 편집자들도 독자들에게 “이 책을 빨리 다 읽으세요”라고 재촉하기보다, “오늘 하루 이 문장 하나면 충분합니다”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기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취향을 존중하는 세심한 가이드 독일 대형 서점들이 제공하는 ‘선물 고르기 Q&A’나 취향별 큐레이션은 편집자가 원고를 다듬을 때 가지는 마음가짐과 닮아 있습니다. “이 원고가 어떤 독자의 손에 들렸을 때 가장 빛이 날까?”를 고민하는 일. 독자의 연령과 관계, 상황까지 고려해 정교하게 책을 추천하는 독일 서점의 세심함에서 편집자가 지향해야 할 최고의 서비스 정신을 봅니다.
3. 화려한 외관 속에 담긴 변하지 않는 가치 배면 인쇄나 독점 표지 등 소장 가치를 높인 스페셜 에디션의 인기는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독일 출판사가 강조했듯 ‘인공지능 도구 금지’ 하에 사람의 정성으로 쓰인 글이라는 점은 결국 핵심은 ‘진심이 담긴 텍스트’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릇이 화려해질수록 그 안에 담긴 문장의 밀도를 더 촘촘히 다듬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글을 마치며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는 마음은 그 사람이 잠시나마 일상을 멈추고 사유의 세계로 떠나길 바라는 응원일 것입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독자의 삶에 스며드는 다정한 문장들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원고의 빈틈을 살피며 편집자로서의 하루를 채워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