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K-컬처 시대 K-북의 도약을 그리며
해외동향 K-컬처 시대, K-북의 도약을 그리며 김상훈(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케이북수출지원팀 차장) 2026. 1+2.
세계에서 불리는 한국 문화, K-컬처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백범 김구 선생이 남기셨다던가. 오늘날 그 말 씀에 이렇게 응답하고 싶은 대한민국이다. “선생님, 보이십니까? 들리십니까? 영화, 음악, 드라마, 게임 등 분야를 막론하고 한국 문화가 전 세계의 대세가 되었습니다! ” K-팝을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고, K드라마를 보고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바야흐로 K-컬처의 시대가 도래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높은 문화의 힘을 바라왔다. 2000년대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드라마가 나오면 ‘한류 드라마’, 그 작품에 출연한 배우에게는 ‘한류 스타’라는 수식이 붙었다. 그때도 ‘한류’는 전 세계를 향했지만, 현실은 대체로 아시아 국가에 한정되었고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어둡게 전망하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상황은 2010년대 들어 바뀌었다. 2012년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세계 최대 음악시장인 미국의 음반 순위 ‘빌보드 싱글 차트(Billboard Hot 100)’에서 무려 2위에 오른 것이 다. 국내 언론에서는 싸이를 일제히 ‘월드 스타’로 추켜세웠다. 그즈음부터 ‘K’란 접두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K’를 보는 많은 사람의 시선에는 자화자찬 또는 그런 자화자찬을 희화화하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2026년 현재는 어떠한가.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등 아이돌 가수들의 맹활약에 힘 입어 국내 가수들의 활동 범위는 세계로 뻗어나갔고 이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K-팝’의 등장이 그 다지 놀랍지 않게 되었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의 작품들이 칸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 베니스 국제 영화제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주요 부문 수상작 후보에 오르는 일에도 익숙해졌다. 최근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로 음악은 물론 한국 음식, 패션, 명소 등 신드롬을 일 으키기도 했다. 페이커(Faker·이상혁)를 비롯한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세계 게임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어느덧 ‘K’는 한국 대중문화 브랜딩의 상징이 되었다.
출처: 챗지피티(ChatGPT)
K-컬처 시대 그리고 K-북
‘K’는 ‘북(Book)’ 앞에도 붙는다.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K-북’이 명실상부해 졌다. 해외 출판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도서를 ‘K-북’으로 부른다. 이는 2011년 신경숙 작가가 『엄마를 부탁해』(창비, 2008)로 맨 아시아 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을 받은 이래로,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창비, 2007)로 수상한 부커상(International Booker Prize), 2022년 이수지 작가가 『여름이 온다』(비룡소, 2021)로 받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 센상(Hans Christian Andersen Award)의 영향이 크다. 이와 더불어 황석영, 천명관, 정보라 등 많 은 한국 작가가 해외에서 펼친 활약을 연장선상에서 조명해야 할 것이다.
출판산업 수출액 추이 (단위: 천 달러, 백만 원)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2023, 2025) <2021년 기준 콘텐츠 산업조사> ,
<2023년 기준 콘텐츠 산업조사> 재구성 주: 원화 환산은 달러당 1,450원 기준 적용
K-북은 해외에서 문학성을 인정받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과 2023 년 기준 <콘텐츠 산업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출판산업 수출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반면 국내 출판 사업체 매출액 추이는 더딘 편이었다. 물가 상승 추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나은 정도를 보였 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은 2023년~2025년 4대 전략목표 중 하나로 ‘K-북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K-북을 ‘문화 교류’, ‘수출 활성화’ 두 측면에서 전 략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과제를 도출했다. 이러한 전략과제 수행과 목표 달성을 위해 2024년 소관 부서를 확대 설치하는 등 인적 역량을 강화하고 세부 사업을 개편하였다.
출판 사업체 매출액 추이 및 소비자 물가 상승률 (단위: 백만 원,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25), <2024 출판산업 실태조사(2023년 기준)>,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조사
이전부터 K-북 수출이 활발했던 대만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는 물론이고 이제 미국과 일본 같이 출판시장 규모가 큰 국가에서도 K-북이 환영받고 있다. 일례로 출판진흥원은 2022년에 이어 지 난해 뉴욕에서 ‘찾아가는 도서전’을 개최했는데, 이전과 달리 2025년 행사는 펭귄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 하퍼콜린스(HarperCollins), 사이먼앤슈스터(Simon & Schuster) 등 이른바 ‘빅 5’ 출판사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성료되었다. 전 세계 출판시장의 베스트셀러 유통과 번역 출판을 주 도하는 ‘큰 손’들과의 수출상담에 국내 참가사들은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어쩌면 K-북 글로벌 확산은 이미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진출하지 못한 출판시장도 많다. 2025년 출판진흥원은 국내 출판사와 함께 해외 현지에 서 개최하는 B2B 도서전인 ‘찾아가는 도서전’을 총 4회 개최했다. 이 중 두 차례는 체코 프라하, 폴 란드 바르샤바 등 동유럽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중동에서 개최했다. 이는 대만 타이베이, 미국 뉴 욕과 같은 다른 개최지에 비해 우리에게 낯선 신규 시장의 성격이 짙었다. 동유럽과 중동 국가의 출판 시장은 아주 크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인접 국가에 대한 파급력도 있어서 큰 수출시장으로서 가능성을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현지에서도 한국 출판 콘텐츠에 대한 관 심은 분명했다. 동시에 문화와 산업 규모 등에서 오는 차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밖에 남미, 북유럽 등 아직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출판시장도 적지 않다. K-북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K-북 글로벌 확산을 위한 노력
2026년에도 출판진흥원은 한국 출판산업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나아가 정부의 ‘미래 핵심 성장 사업’ 으로서 K-컬처 육성에 기여하고자 K-북 지원에 힘쓸 예정이다. ‘찾아가는 도서전’ 개최, 해외 도서전 참가, K-북 저작권 마켓, 수출용 홍보자료 지원 등 기존 사업은 올해도 계속 추진된다. 신규 사업도 있다.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국내 작가와 현지 독자와의 만남, K-북 특별 전시, 포럼 개 최 등 프랑스와의 출판 교류를 확대할 예정이다. 경쟁력은 있지만 아직 수출 이력이 없는 도서를 원스 톱으로 지원하기 위한 신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출판산업 관계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2026년 출판진흥원 케이북수출지원팀 주요 사업
출처: 2026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업설명회
2026년 출판진흥원 케이북수출지원팀 신규 사업
출처: 2026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업설명회
※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수립 중이며 변동 가능성 있음
지속가능한 K-북 글로벌 확산을 위해 필요한 일이 있다. 먼저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출판 수출 전략과 그에 기반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출판진흥원의 사업은 대부분 국고보조금으로 추진된다. 사업이 적절하게 수행되었는지 실적을 집계하고 그 성과를 평가받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출판 수출 계약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고,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외국어로 번역되어 현지 출간 후 정 산이 이루어지는 과정, 다시 말해 본격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단기적인 사업 실적만 쫓다 보면 큰 관점에서 한국 출판시장 확대와 수출 활성화라는 본래 사업 목적과 멀어질 수 있다. 누구보다 실적이 절실한 쪽은 생업을 걸고 산업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출판사들일 것이다.
공공기관에 주어진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민간 단위에서 하기 어려운 일을 기획하고 지원함으로써 업계에 어떤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국 진출이 다시 활성화되어야 한다. 중국 출판시장은 약 18조 5천억 원(2023년 기준, PwC 추산) 규모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지난해 11월 한국-중국 정상회담 이후 출판진흥원은 상하이국제아동도서전에서 수출상담관을 운영하였는데,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전망과 함께 예년보 다 한결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수출상담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중국 CIP(Cataloging In Publication)* 발급은 2016년 한한령 이후 현재까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출판사와 중국 바이어 간 판권 계약이 이루어지더라도 번역을 거쳐 현지에 출간되기까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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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신문출판서(National Press and Publication Administration, NPPA)에서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 국제표준도서번호)과 더불어 발급하는 ‘출판 예정 도서 목록’으로, 이를 발급받아야 만 중국 내에서 출간할 수 있다.
중국 출판 저작권 수출입 현황 (단위: 종)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2021), <한한령 전후 한국 도서 저작권의 중국 진출 현황 및 경로>
끝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려고 한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수출상담관을 운영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도서전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들 나라에서 열리는 도서전에 출판진흥원과 한국 출판사가 참여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주빈국으로 모시고 싶다는 정중 한 문의와 요청부터 반대로 왜 참여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듣기도 했다. 놀라우면서도 기쁜 순간 이었다. 중요한 것은 K-북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K-북이 도약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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