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서] 책 읽기 파티가 되다: 리딩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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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서] 책 읽기, 파티가 되다: 리딩 파티
김선형(예스24 브랜드마케터) 2026. 1+2.
2025년 하반기에 눈에 띄는 독서 모임이 등장했다. 여러 사람이 격식 없는 공간에 모여 책을 읽는 ‘리딩 파티’다. 통상 조용한 환경에서 하는 ‘책 읽기’가 소란스러운 이미지의 ‘파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기존 독서 모임은 각자 원하는 책을 미리 읽고 와서 대화를 나누는 개념에 가깝지만, 리딩 파티는 같은 시간과 공간에 모여 원하는 책을 읽는 형태로 독서를 파티처럼 즐기는 새로운 독서 문화이다. 책을 매개로 호스트가 사람들을 모은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독서 모임과 유사하지만, 읽는 책 이나 참여자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차이점이 있다. 책에 대해 참여자들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책 읽기 외에 다른 세션이 없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리딩 파티 사례
리딩 파티의 대표적인 사례는 뉴욕의 ‘리딩 리듬(Reading Rhythms)’이다. 리딩 리듬은 2023년 뉴욕 에서 시작된 독서 커뮤니티로, 맨해튼의 빌딩 전망대, 광장, 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책 을 읽는 형식으로 열린다. ‘북클럽이 아니라, 리딩 파티(Not a book club. A reading party)’라는 슬 로건을 내건 이 행사는 마치 플래시몹(Flash mob)처럼 여럿이 한 공간에 모여 일제히 책 읽는 광경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2025년 한 해 동안 27개 도시에서 319번 이상 진행되었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리딩 파티의 사례로는 ‘사일런트 북클럽(Silent Book Club)’이 있다.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한 사일런트 북클럽은 전 세계 55개국, 약 2,000개 도시에 지부를 가진 글로벌 독자 커뮤니티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명의 친구가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정해진 책, 과제 없이 묵독 하는 규칙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이 모임은 미국을 넘어 확장되었고 현재 약 100만 명의 전 세계 회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참가 방법은 사일런트 북클럽 홈페이지에서 지부 위치를 찾은 뒤 참석을 신청 및 예약할 수 있다. 지부가 없는 경우 호스트로 지부를 등록할 수도 있다. 지부 등록비는 무료이며, 바, 카페, 서점, 도서관, 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한다.
국내에서 리딩 파티 행사의 포문을 연 것은 지난해 9월에 열린 ‘제1회 서울 리딩 파티 ’이다. 이는 책 관련 인플루언서 3명이 주최하고 예스24가 후원한 행사로, 2만 원이 넘는 참가비에도 티켓 90매가 반 나절 만에 매진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행사에서는 ‘블라인드 북 자판기’, ‘교환 독서 존(Zone)’ 등 책을 매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과 ‘내향인 존’처럼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같이 운영 되어, 책을 즐기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1회 서울 리딩 파티’ 행사 현장
국내 사례로 ‘침묵독서클럽’이 있다. 사일런트 북클럽의 영향을 받은 출판 편집자가 운영하며 지난해 8 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린 공간에서 2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참가 신청은 침묵독서클럽 인스타그램 내 프로필 링크를 통해 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매달 장소가 변경되 며 일정에 맞춰 프로필 신청 링크가 올라온다. 자기소개나 토론 시간 없이 모임 시작 전에 규칙 안내 와 인증 스탬프를 받은 뒤 읽기에 집중하면 된다. 준비물은 읽을거리가 전부다.
침묵독서클럽 활동(출처: 침묵독서클럽 인스타그램, ⓒ인영)
조용히 읽기만 하는 모임 외에 음악과 결합한 리딩 파티도 있다. 바로 ‘리딩 시티(Reading City)’ 다. 독서 모임 트레바리(Trevari)가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언더시티(Under City)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전자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혼자 음악과 독서를 즐기는 것은 물론 네트워킹 존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 께 책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독서 이후에는 라이브 DJ 공연도 진행된다.
리딩 파티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
이외에도 ‘리딩 파티’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행사들도 있다. 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2025년 11월 위즈 덤하우스, 다산북스, 안전가옥 등 다양한 출판사의 도서를 읽어볼 수 있는 리딩 파티 팝업스토어를 개 최했다. 향수 브랜드와 만든 ‘책과 향수’ 세트, 안경 브랜드와 협업한 ‘리더스 안경’ 등 출판사와 뷰티· 잡화 브랜드가 함께 제작한 굿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파티처럼 시각, 후각, 청각 등 오감을 즐기면서 책을 소비하고 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한 듯하다.
핀테크 플랫폼 토스(TOSS)도 ‘리딩 파티’를 진행했다. 이는 토스가 발행한 라이프스타일 경제 매거진 <더 머니이슈>를 읽고 금융 관련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는 오프라인 행사다. 자산 관리 유튜버, 부동산 큐레이터, 서점 대표 등과 대화하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이렇듯 실제 리딩 파티의 형식과는 다소 차이 가 있음에도 여러 기업이 이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리딩 파티’라는 키워드가 지닌 상징성과 영향 력을 짐작할 수 있다. 조용히 책만 읽는 문화는 부담스러운 독자들에게 적절한 파티 요소를 가미한 새 롭고 즐거운 형태의 독서 모임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토스의 ‘리딩 파티’(출처: 토스피드)
굳이 모여 책을 읽는 이유
책 읽기는 나와 책과의 1:1 만남인데, 왜 굳이 함께 모여 읽는 것일까? 리딩 파티류 행사가 인기를 얻 는 첫 번째 이유는 ‘부담 없음’이다. 리딩 파티에서는 꼭 읽어야 할 지정 도서도, 매번 참여해야 하는 의무감도 없다. 원하는 책을 읽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즐거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필요도, 책에 대한 감상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리딩 파티는 ‘진입 장벽이 낮은 독서 모임’이자 ‘누구나 쉽게 즐기는 파티’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연결감’이다. 독서 모임이나 도서전 같은 행사에서 느끼는 감각이 소속감 혹은 반가움 이라면 리딩 파티에서 느끼는 것은 연결감이다. 책 읽는 사람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데, 같은 것을 좋 아하는 익명의 타인들과 모여 함께 읽는 경험은 느슨하게나마 서로 이어져 있는 느낌을 준다. 개인주 의 시대에 일회성이 짙은 리딩 파티는 사회 속에서 연대를 바라면서도 깊은 소속감을 원치 않는 젊은 독자들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세 번째는 ‘설정된 독서 환경’이 주는 동력이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준비가 돼 있는 이들도 있지 만, 환경을 마련해야 읽기 시작할 수 있는 이들도 있다. “책 좀 읽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라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환경 조성과 적당한 떠밀림이 필요하다. 실제 예스24에서 ‘제1회 서울 리딩 파티’를 진행하는 6시간 동안 다수의 참여자가 초반부터 종료 시각까지 독서에 몰입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 었다. 혼자서는 쉽게 만들어내기 어려운 환경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점을 실감했다.
마지막 이유는 결국 ‘낭만’이다. 종이책 독자들은 디지털로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한 장씩 넘기며 책을 읽는 아날로그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물론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이용하 는 독자도 있지만, 여전히 종이책 위주로 독서하는 인구가 월등히 많은 것을 보면 책의 물성까지 느끼 고 싶은 아날로그 감성의 독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리딩 파티는 주로 공원, 클럽과 같 이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책 읽기를 굳이 색다른 장소에서 할 때, 평범한 행위가 낭만적인 경험으로 재탄생된다.
파티는 계속될 수 있을까
이런 독특한 독서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책 읽기가 멋진 것으로 여겨지는 ‘텍스트 힙 (Text-Hip)’ 트렌드에서 파생된, 말하자면 ‘책 읽는 나’를 SNS에 전시하기 위한 ‘보여 주기 식’ 행사 라는 지적이다. 깊이 있는 토론이나 성찰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형식일 수 있다. 또 한 느슨한 연결감이라는 요소가 주최자와 참여자 모두에게 지속적인 모임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을지 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는 응원받을 만하다. 독서의 문턱을 낮추는 다양한 시 도가 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자기 내면을 깊게 성찰하는 독서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해도, 한 페이지라도 읽는 경험을 독서의 범주 안에 포함하는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 이 트렌드는 한층 더 다양한 규모와 형식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모임, 묵독, 음 악과 결합하는 방식이 시도됐다면, 앞으로는 음식, 숙박 등 전혀 다른 카테고리와의 결합을 시도하는 형태도 등장할 것이다. 수백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 형태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또한 이런 흐름은 새로운 독서 문화로 계속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독서와 거리가 있던 이들에게는 독서의 세계로 들 어오는 진입점이 되고, 독서의 즐거움을 맛본 이들에게는 독서를 비일상의 영역에서 일상으로 옮기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다만 아직 행사의 참여층이 20~30대 여성에 집중되어 있어 더 폭넓은 독자층을 아우르는 다양한 기획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부 공공도서관에서 ‘리딩 파티’라는 이름으로 책 읽기 행사를 개최하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리딩 파티가 특정 취향 공동체를 넘어 공공 영역을 통해 다양한 독자층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엿 보인다.
궁극적으로 리딩 파티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혼자 읽기’가 기본값이던 독서 경험을 다중의 장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이는 출판 생태계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독자 재유입, 독서 시간 확대와 같은 과제 와도 맞닿아 있다. 리딩 파티의 유행이 언젠가 끝나더라도, 이러한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새로운 시 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지금은 다만, 이 파티를 즐길 때이다.
리딩 파티 관련 사이트
사일런트 북클럽 홈페이지: https://silentbook.club 사일런트 북클럽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ilentbookclub 침묵독서클럽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imdokle 리딩 시티 트레바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revari_official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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