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출판시장 현상: 11년 연속 성장의 비결과 종이책·오프라인 서점의 재부상
최근 유럽 출판계가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 속에서, 스페인 출판시장은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이른바 ‘스페인 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서는 2025년 스페인 출판계의 결산과 함께 종이책 및 오프라인 서점이 부활하게 된 배경을 원문 그대로 상세히 전해드립니다.
12월 스페인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이민재
이달의 출판계 이슈: 스페인 2025년 총 결산
올해 스페인 출판계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잇따라 발생하며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본 보고서에서는 그중 특히 주목할 만한 핵심 이슈들을 중심으로 2025년 스페인 출판계의 흐름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도서의 스페인 시장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올해 스페인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도서들을 분석함으로써, 스페인 독자들의 주요 독서 취향과 현지 출판계의 경향 또한 파악해보고자 한다.
1. 유럽이 놀란 성장, 일명 ‘스페인 현상’
올 스페인 출판계에 가장 큰 이슈는 뭐니뭐니 해도 일명 ‘스페인 현상’이었다. 스페인 출판계는 11년 연속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유럽 내에서도 이례적인 현상으로 주목 받았다. 옆나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출판계가 하락세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자면, 2024년 스페인 출판시장의 총매출은 30억 유로(원화 약 4조 9천억 원)을 돌파하였으며, 2008년 유럽 경제 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였다. 2023년과 비교하여도 6.3% 성장한 수치로 특히, 2021년 이후 4년 연속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판매량에서는 종이책이 전년 대비 5.6% 더 많이 팔린 1억 9,450만 권이 판매되었으며, 디지털도서는 전년 대비 23.9% 성장한 1,486만 권 다운로드 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2. 오프라인 서점의 재부상
위에서 살펴본 지난해 스페인 도서 판매량 추이를 보면 성장률에서는 디지털 도서가 23.9%로 종이책 5.6%에 비해 4배 가까이 크게 앞서지만 절대적인 판매량은 여전히 종이책이 압도적이다. 이를 통해 스페인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통한 경험을 중시하고 더 선호한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에 연장선 상으로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 또한 성장 곡선을 띄고 있다. 스페인 출판시장 내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하며 가장 선호하는 유통 채널로 굳건히 유지 중이다. 특히 작년 데이터를 살펴보면 오프라인 서점 매출은 오히려 9% 더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페인에는 개성이 넘치는 독립 서점들도 많이 존재하는데, 덕분에 서점을 방문하는 것이 문화를 향유하는 하나의 경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3. 종이책을 넘어 포맷 다변화
비록 종이책 매출이 여전히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오프라인 서점이 재부상하고 있다고 해도 스페인 출판계 내 포맷의 다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발표된 2024년 출판계 통계에 의하면 전자책 매출은 전년 대비 14.9%나 성장하였다. 오디오북까지 합하면 디지털 도서의 성장률은 20%를 훌쩍 넘는다. 종이책 가격은 매년 조금씩 상승 중인데 비해 전자책 가격은 약간 하락한 것 또한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이 되었다.
4.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강세 이어져
2025년에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장르는 소설과 아동·청소년 도서였다. 많은 스페인 독자들은 여가를 즐기기 위한 흥미 기반의 문학작품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증명하듯 올해도 각종 장르소설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출판사들의 미래 독자 확보 전략 차원의 아동·청소년 문학 투자도 이어졌는데 부모 세대의 교육적 관심과 맞물리며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5. 스페인 출판물 국제화 및 수출 확대
스페인 출판계 역시 국내 판매를 넘어서 출판물의 수출을 적극적으로 도모 중이다. 주요 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한편, 특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스페인어 권역에서 스페인 출판물의 지변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했다. 그 결과 2024년에는 3억 8,100만 유로 출판물 수출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주요 무역국으로는 멕시코, 프랑스, 아르헨티나가 손꼽힌다.
6. 2025년 스페인 베스트 셀러 총 결산
여러 데이터를 종합하여 2025년 베스트셀러를 간추렸으며, 나열된 순서는 실제 순위와는 무관함 점을 밝혀 둔다.
-
하우스메이드 시리즈 (프리다 맥파든): 강한 몰입감과 반전으로 스페인 서점계를 강타함.
-
빈집들의 반도 (현대 소설): 역사를 기반으로 한 높은 문학성의 작품.
-
동물원의 대참사적 방문 (조엘 디케르): 빠른 전개로 젊은 독자층을 사로잡음.
-
세상 끝에서 신의 광인: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스토리.
-
너는 죽을 것이고, 아직 삶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자기계발서.
종합해보자면, 올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역시 장르소설의 인기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시리즈물의 힘 역시 살펴볼 수 있었다. 현대 소설에서는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들에 독자들의 관심이 쏠렸고 성숙해지고 있는 스페인 독자들의 취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편집자 후기: “유럽의 예외, 스페인이 보여준 종이책과 서점의 힘”
1. ‘스페인 현상’이 주는 위로: 다시, 종이책의 시대
유럽 전역의 출판 매출이 주춤하는 사이, 11년 연속 성장을 기록한 ‘스페인 현상’은 편집자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디지털 도서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여전히 1억 9천만 권이 넘는 종이책이 팔려 나간다는 사실은 텍스트를 손으로 만지고 소장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이 얼마나 단단한지 증명합니다. 우리가 정성껏 매만진 종이 한 장의 가치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다시금 확신하게 됩니다.
2. 경험이 되는 서점, 문화를 향유하는 편집
오프라인 서점이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하고, 매출이 오히려 9%나 증가했다는 대목은 인상적입니다. 스페인 독자들에게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경험’을 향유하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역시 원고를 다듬을 때, 이 책이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독자와 처음 만나는 그 ‘순간의 경험’까지 기획해야 함을 배웁니다. 독자의 발길을 붙잡는 것은 결국 그들의 취향을 정확히 꿰뚫는 정교한 편집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3. 장르의 국경을 허무는 탄탄한 서사
베스트셀러 목록을 휩쓴 외국 작가들의 장르 소설과 스페인 자국 작가들의 역사 소설을 보며 ‘콘텐츠의 힘’을 생각합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몰입감만 있다면 외국 작품이라도 얼마든지 시장의 주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K-북이 스페인 출판시장에서 도전해 볼 만한 충분한 승부처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글을 마치며 스페인 서점가의 훈풍이 바다를 건너 우리 원고 위에도 닿기를 바라봅니다. 유통 방식은 다변화되고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겠지만, 독자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 위로를 건네는 ‘좋은 책’의 가치는 스페인에서도 한국에서도 변함없는 정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