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출판시장 2025 10월 보고서, IKAPI 어워즈 2025 주요 수상 트렌드, IIBF 2025 참가 규모 및 판매 동향, 한국 도서 IP 인도네시아 수출 전략, BookTok 없는 시장·로컬 플랫폼 확산

인도네시아 출판시장 2025 10월 보고서, IKAPI 어워즈 2025 주요 수상 트렌드, IIBF 2025 참가 규모 및 판매 동향, 한국 도서 IP 인도네시아 수출 전략, BookTok 없는 시장·로컬 플랫폼 확산

 

 

 

이카피 어워즈(Ikapi Awards), 소장 도서로 사상검증하려는 사회 분위기, 에카 꾸르니아완(Eka Kurniawan) 소설가 작품 번역한 박소현 번역가 인터뷰

 

 

 

 

10월 인도네시아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배동선

 

 

 

 

이달의 출판계 이슈 및 주요 동향

이카피 어워즈(Ikapi Awards)

<그림 1> IIBF 2025 개막식을 겸한 IKAPI 어워즈

출처 인도네시아 출판협회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는 지난 9월 24일, 자카르타 국제 컨벤션 센터(JCC) 어셈블리 홀에서 열린 2025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IIBF) 개막식에서 ‘이카피 어워즈(Ikapi Awards)’를 개최했다.

이카피 어워즈는 2010년부터 인도네시아출판협회가 정기적으로 주관해 온 시상식으로, 인도네시아 출판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 문해(文解) 활동가, 그리고 도서 전문가들을 기리는 상이다.

올해는 ▲올해의 작가 ▲올해의 아동도서 ▲문해력 전도사 등 세 부문에서 수상이 이루어졌다.

 

 

올해의 작가: 팔레리 빳까르 (Valerie Patkar)
팔레리 빳까르는 따뜻하고 사색적인 문장으로 젊은 독자들의 감정을 사로잡아 왔다. 그녀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경청하며, 그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한다. 작품 주제는 사랑, 상실, 정체성,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담고 있다.

팔레리 빳까르가 왓패드(Wattpad)에 썼던 글은 2018년부터 부아나 사스트라 출판사에서 출간하며 큰 호응을 얻었고, 단순히 책을 쓰는 작가를 넘어 문해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의 대표작 「두니아 러버세이션(Dunia Loversation)』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문학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굿즈 상품으로 독자에게 다가갔다. 이 작품은 독자의 경험과 결합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문해가 단순 독서에 그치지 않고 독자와의 정서적 유대와 공감을 형성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올해의 아동 도서: 『겨드랑이 냄새 나는 개구리 왕자(PANGERAN KATA YANG BAU KETEK)』 1
글: 누르 H. 디(Noor H. Dee)
그림: 초리나 데자베가(Choryna Dezavega)

『겨드랑이 냄새 나는 개구리 왕자』

이 작품은 재치 있는 글과 그림으로 출간 3개월 만에 2쇄를 찍으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겨우 2쇄를 찍은 아동도서가 올해의 아동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점은 그만큼 전체 도서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냄새나는 겨드랑이 때문에 재앙을 맞이하는 개구리 왕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개구리 왕자가 겨드랑이를 들어 올릴 때마다 동물들은 그 냄새에 기절하고 만다. 이야기는 웃음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저자인 누르 H. 디는 수십 권의 아동 도서를 집필했으며, 그중 네 권이 영어로 번역되었다. 그녀는 아동 도서 외에도 미잔 그룹 계열인 노우라 출판사(Noura Publishing)에서 아동 도서 편집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림작가인 초리나 데자베가는 반둥공대(ITB) 미술디자인학부를 졸업하고 브루나이 다루살람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고 현재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아동 도서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출판시장 2025 10월 보고서, IKAPI 어워즈 2025 주요 수상 트렌드, IIBF 2025 참가 규모 및 판매 동향, 한국 도서 IP 인도네시아 수출 전략, BookTok 없는 시장·로컬 플랫폼 확산

 

문해력 전도사 : 까 아이오(KAK AIO, 본명: 모하마드 아리요 파릿 지드니 (MOCHAMAD ARIYO FARIDH ZIDNI)
까 아이오는 동화 구연가이자 작가이며, 인도네시아 전통설화를 보존하고 되살리는 데 평생을 바친 문해력 전도사다.

사서로 일하던 때부터 그는 스토리텔링이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독서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는 매개체라 믿어 왔다. 그는 스토리텔링이 세대를 초월하여 가치관, 정체성, 상상력을 심어주는 수단임을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https://www.gramedia.com/products/seri-read-aloud-pangeran-katak-yang-bau-ketek?srsltid=AfmBOorm_-doV_OhhcBEURSaeCc-Prf2DzAkFek8bRjM4SC820cbfR6s

1999년부터 병원, 지역 독서센터, 도서관 등에서 스토리텔링을 해오며 ‘국가 동화의 날(Hari Dongeng Nasional)’ 제정에도 기여했다.

2020년에는 온·오프라인 무대에서 수천 명의 어린이와 가족에게 탄탄한 문화 연구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특색있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는 또한 스토리텔링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지역 간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25년 까 아이오는 멸종 위기에 처한 수십 종의 민화를 기록하고, 책과 시청각 미디어를 출판했으며, 여러 지역의 젊은 스토리텔러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도서관, 학교, 출판사, 지역 사회, 문화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인도네시아 민화를 창의적 학습에 성공적으로 접목시켰다.

이번에 수상한 문해력 전도사 상은 이야기를 통해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인도네시아 차세대의 상상력에 전파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출처
인도네시아 출판협회 홈페이지2

인도네시아 출판시장 2025 10월 보고서, IKAPI 어워즈 2025 주요 수상 트렌드, IIBF 2025 참가 규모 및 판매 동향, 한국 도서 IP 인도네시아 수출 전략, BookTok 없는 시장·로컬 플랫폼 확산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IIBF 2025)

IIBF 2025 전시장

2025년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IIBF 2025)은 지난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개최됐다.

행사의 주관 부처는 지난 조코 위도도 정부시절 관광창조경제부였으나 이후 2년간 영향력이 약한 오지마

Ikapi Awards 2025: Merayakan Penulis, Ilustrator, dan Penggerak Literasi Indonesia

을개발부가 관할했다. 이번 쁘라보워 수비안토 정부에서는 오랜 대통령 측근으로 유명한 파들리 존 장관의 문화부가 주무부처가 되었다. 영향력있는 부처가 주관하면서 행사 운영에는 힘이 실렸지만, 전체적인 규모와 참가업체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행사 공간의 절반가량은 출판사 부스 대신 세네 곳의 도서 할인판매장이 차지했다.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중국 등의 국가는 개별 부스를 운영했지만 한국 업체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예년 개막일에는 관련 유튜버들의 참관도 종종 보였지만, 올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출판산업 열기가 시들해진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행사를 주관한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는 각 지부와 산하 도서 에이전시인 보로부두르 에이전시의 부스를 별도로 설치했지만 예년과 마찬가지로 한산했다. 비록 에이전시가 도서 IP 마켓에 치중한다 하더라도, 인도네시아에서 거의 유일한 도서 에이전시가 매년 부스를 배정받아 놓고도 출판사나 방문객들의 어떤 문의도 받지 않겠다는 듯 비워 놓는 모습은 IKAPI나 보로부드르 에이전시의 취지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한편, 행사장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행사 기간 내내 다양한 토크쇼나 강연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1,400곳 이상의 출판사를 회원으로 둔 IKAPI의 위세가 무색하게 행사 참여 출판사는 20곳에 불과했다. 출판·독서 문화의 함양보다 도서 할인판매에 치중되어 있는 이번 행사는, 올해 6월 한국에서 열린’2025 서울국제도서전’의 북적이고 활기찬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를 이루었다.

 

 

소장 도서로 사상검증하려는 사회 분위기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시위의 배후로 지목된 주동자들에 대한 경찰 단속 과정에서 최근 잇따라 개인 소장 도서가 압수되자, 인권 단체들이 이를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8월 말, 경제적 위기와 고위 공무원들의 비현실적인 특권 의식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경찰은 폭동과 기물 파손을 선동한 혐의로 수십 명을 체포했으며, 이들을 구금하면서 사상 검증을 명목으로 소장하거나 소지한 서적에 대한 압수를 진행했다.

압수된 서적에는 프란츠 그니스-수세노의 『칼 막스의 생각(The Thoughts of Karl Max)』, 쥘 아처의 『독재자들(The Dictators’ Story)』, 엠마 골드먼의 「무정부주의(Anarchism)』, 체 게바라의 『게릴라전 전략(Guerilla Warfare Strategy)』, 인도네시아의 문호로 통하는 거장 쁘라무디야 아난타 뚜르의 작품, 특히 『모든 민족의 자식(Anak All Bangsa)』과 『새벽 혁명의 불꽃(Sparks of Dawn Revolution)』, 오스카 와일드의 『사회주의 속 인간의 영혼(The Soul of Man Under Socialism)』 등을 압수했다.

서부 자바 경찰청장 루디 스티아완은 지난 9월 16일 폭동 용의자 26명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압수한 서적들이 모두 무정부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서적 압수 조치는 온라인과 인권 단체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경찰이 폭도 및 시위 주동자들의 행동이 그들이 읽은 책의 내용에 영향을 받았다고 몰아가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사회법률구조단(LBHM) 알베르 위리아 대표는 서적 압수를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 규정하며, 끄디리(Kediri)에서 경찰이 한 고등학생에게서 줄스 아처의 저서 『독재자들(The Dictators)』을 압수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 책은 권위주의적 성향을 지닌 지도자들이 반대 세력을 투옥하고, 집단학살을 자행하며, 비판을 묵살한 사례를 되짚어 악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알베르 위리아는 “경찰이 이 책을 압수한 것은 현 정권이 독재정권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서적 압수는 국가법 집행에 위험한 선례를 남기며 사회에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한편, 이미 낮은 인도네시아의 독서율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인도네시아 출판시장 2025 10월 보고서, IKAPI 어워즈 2025 주요 수상 트렌드, IIBF 2025 참가 규모 및 판매 동향, 한국 도서 IP 인도네시아 수출 전략, BookTok 없는 시장·로컬 플랫폼 확산

 

 

2025년 3분기 한국원작 번역도서 업데이트
2025년 7월~9월 사이 현지 서점을 방문하여 한국 신간 및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한국 도서들을 확인했다.

<표 1> 2025년 3분기 신간 및 새로 확인된 한국 원작 번역도서

이전 분기에 비해 물량이 다소 감소하였고 자기계발서보다 소설 장르에 비중이 증가하였다.

출처
그라메디아 인터넷서점2

 

 

출판계 인사 인터뷰

에카 꾸르니아완(Eka Kurniawan) 소설가 작품 번역한 박소현 번역가 인터뷰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의 소설과 자기계발서를 중심으로 교육용 만화까지 포함하면 400권이 넘는 한국 도서가 번역·출판되었다. 반면, 인도네시아 문학도서가 한국에 소개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는 한국 내 인도네시아 문학에 대한 수요가 적고 번역 전문인력 역시 매우 희소하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대표 작가인 에카 꾸르니아완 작가는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을 당시 최종 후보(숏리스트)까지 올랐다. 그의 작품 중『아름다움 그것은 상처(Cantik Itu Luka)』와 『호랑이남자(Lelaki Harimau)』는 한국어로 번역·출판되어 국내에서도 대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의 번역을 맡은 박소현 번역가를 인터뷰했다.

마침 발리에 체류 중이어서 방문 인터뷰를 기획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 다음과 같이 서면 인터뷰로 대체했다.

https://www.gramedia.com/

참고로, 에카 꾸르니아완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아래 인터뷰를 읽기 전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와 『호랑이남자』의 서평이나 독후감 정도를 읽은 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도네시아 출판시장 2025 10월 보고서, IKAPI 어워즈 2025 주요 수상 트렌드, IIBF 2025 참가 규모 및 판매 동향, 한국 도서 IP 인도네시아 수출 전략, BookTok 없는 시장·로컬 플랫폼 확산

 

Q1 박소현 번역가님에 대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1 아시아지역연구가로서 족자카르타와 싱가포르에서 인도네시아어 및 동남아시아학을 전공하고 에카 꾸르니아완의 소설 두 편 외에도 『갈색의 세계사』, 『대항해시대의 동남아시아』를 번역했으며 『비동맹 독본』을 엮었습니다.

 

Q2 에카 꾸르니아완 작가의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와 『호랑이남자』를 번역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이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와 에카 꾸르니아완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의 ‘옮긴이의 말’에서 “인도네시아에 가자마자 그 소설 두권 을 구해 읽었다.”고 하셨는데 당시가 언제쯤인지, 그 외에 인도네시아 작가들의 작품들 을 더 읽어 보셨는지 대략적인 감상도 알고 싶습니다.
A2. 제가 책을 직접 선정했다기 보다는 출판사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성사된 일입니다. 다 른 작업을 같이 했던 출판사에서 「상상된 공동체」의 저자로 알려진 베네딕트 앤더슨 이 서문을 쓴 영어판 「호랑이 남자」를 보고 제게 의견을 구한 것을 계기로 「아름다움 그 것은 상처」까지 한국어판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에카 꾸르니아완을 해외로 소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한국어판이 출간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지요. 당시만 해도 에카에게 전속 에이전시가 없어서 작가와 연락해서 직접 계 약을 맺었으니 정말 옛날 일입니다.
제가 에카의 작품을 읽은 것은 2010년경쯤이었을 것입니다. 당시에 인도네시아 정치 사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그 수업에서 한 친구가 이 책을 읽고 페이퍼를 쓴 내용이 흥미 진진했습니다. 거기다 에카의 작품을 언급한 베네딕트 앤더슨의 글을 마지막 수업에서 읽었기 때문에 너무 궁금해졌거든요.
그 외 인도네시아 작품은 프라무디아의 부루 4부작과 『자카르타 이야기』를 비롯한 단 편과 산문들, 그리고 『자카르타의 황혼』등 목타르 루비스의 작품을 인상깊게 읽었습니 다.

 

Q3 번역가는 저자 다음으로 해당 작품을 가장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고, 때로는 작가보다 더 깊이 분석하고 되새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번역을 마치고 원고를 보내면 번 역은 끝나지만 작품에 빠져 있다가 일상으로 돌아올 때 다소 후유증을 앓기도 하는 것 으로 압니다. 그 누구보다도 에카 꾸르니아완이라는 작가와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호랑이남자』 두 작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총평을 부탁드립 니다.
A3 에카 꾸르니아완은 무엇보다 빼어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두 작품을 이루 는 단층과 요소들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들이 전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의 역사, 전 설과 민담, 귀신 이야기, 야설과 무협 등 장르 소설의 언어 등 이미 작가 주변에 산재해 있던 것들을 빨아들여 전에 없는 놀라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두 작품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공식)역사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태도야말로 에카를 “프라무디아 의 후계자”라고 부르는 이유일 것입니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를 번역하면서 한국에 도 에카 같은 작가가 있어서 한국 현대사를 해체하고 다시 쓰는 작업을 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에 비하면 「호랑이남자』는 훨씬 스케일이 작게 느껴질 수도 있 지만, 전자가 한 가족의 이야기를 은유로 인도네시아라는 국가의 역사를 그리는 대서사 라면, 후자를 작가 자신이 성장한 지역 세계에 대한 미시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두 소설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작가 자신도 밝히고 있듯,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문학의 세계와 지극히 로컬한 인도 네시아 또는 지역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1970년대생 동남 아시아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야는 영화와 미술로 다르지 만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나 싱가포르의 호추니엔 같은 작가들과도 묶어서 생 각해보곤 하는데 이 세 사람은 모두 (지역 전통의)호랑이를 테마로 한 작업을 가지고 세 계 무대에 성공적으로 등장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색과 국가색을 벗어 나고 극복해야할 무엇이 아니라 자원으로 삼은 아시아 예술가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Q4 인도네시아 문학, 또는 인도네시아 테마의 서적들이 한국에서 그리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2019년에 한국에서 출간된 <막스 하벨라르>(인도네시아 이야기를 담은 네덜란드 문학)도 초판만 내고 조기 절판되었습니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와 『 호랑이남자』의 한국 판매 상황과 한국 독자들의 수용성,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 문학 전 반, 동남아시아 문학 전반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인식과 반응은 대략 어떻다고 생각하 시나요?
A4 초판은 거의 완판된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호랑이 남자』의 경우 세종도서로 선정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인도네시아나 동남아시아를 내세워서 좋은 반응 을 얻기 어려운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낙관 해보려고 합니다.

 

Q5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의 경우 여러 역사적 인물들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 투영되 고 그들이 실제 벌어졌던 역사를 배경으로 합니다. 「호랑이남자』에서는 서부 수마트라 의 무속이 기저에 깔립니다.
에카의 소설을 읽을 때 현지 역사와 무속 문화 등 사전지식을 갖고 읽는 것과 아니면 오 히려 아무것도 모른 채 온전히 책을 읽는 것 중에 어떤 방식을 추천하시나요?
A5 인도네시아 역사와 민담 등을 알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 태로 읽는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에카 꾸르니아완의 소설들은 황당무개하 면서도 장르소설의 문법과 언어를 취하고 있어 한 번 펴면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로서의 오락성이 큽니다. 그런 소설을 굳이 사전 공부까지 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와 민담과 전설 등은 작품의 재료이자 상상력과 영감의 원천 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에카 꾸르니아완의 소설을 읽은 분들을 만나보면, 책을 읽고 나서 인도네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더 알고 싶어졌다고들 합니다. 그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게 되는 것이야 말로 소설 특히 독자가 잘 모르는 나라의 소설이 이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반응이 아닐 까 합니다.

 

Q6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말투나 뉘앙스는 물론 원작의 많은 부분들이 부 득이 반영되지 않거나 소멸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에카 꾸르니아완의 작품을 번역하면 서 번역가로서 겪었던 애로사항,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는지, 또 문학도서를 번역할 때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이나 루틴 같은 것이 있나요?
A6 초반에는 문장 하나하나를 번역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번역하겠다고 나선 것을 후 회하다가, 중반 이후에야 약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운율이 있어서 문장의 느낌을 살려보려고 애썼는데 결과물에는 그만큼 드러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인 도네시아어 단어의 다의성 또한 어려운 부분입니다. 한 단어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 지만 한국어에는 정확히 대응하는 말이 없어 여러 의미 중 하나를 택해야할 때마다 고 민이 많았습니다. 특히 에카는 말장난과 운율있는 문장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고민이 더 컸습니다. 또 인도네시아어는 고사하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편 집자조차 없었기 때문에 편집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문학 작품을 번역할 때라고 해 서 특별한 방법이나 루틴이 있지는 않습니다. 사전을 더 많이 보고 원문과 번역문을 소 리내서 읽어볼 때가 많다는 정도입니다.

 

Q7 번역하신 책에서 남자나 여자 모두 ‘그녀’가 아닌 ‘그’라는 대명사로 쓰는 것은 특별한 의 도나 양성평등 같은 생각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A7 인도네시아어의 3인칭 대명사 ‘dia’가 성별에 상관없이 사물까지 지칭할 수 있는 말이 므로 ‘그’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한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자에게는 일종의 도 전이기도 하고요. ‘그녀’를 지양하는 것이 최근 출판계와 젊은 독자들의 경향이기도 합 니다.

 

Q8 인도네시아 도서를 번역할 때 경음이 많이 사용되는 현지어 표기를 현행 외국어 표기법 에 따라 격음으로 바꿔 써야 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묻습니다. 서구권이나 일본, 중국의 경우엔 현지 발음에 가깝게 쓴다는 원칙이 적용되는데 한글로 표기 가능한 현지어를 굳 이 외국어 표기법에 맞춰 전혀 다르게 표기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를 들면, ‘cempaka putih’라는 꽃이름은 ‘쯤빠까뿌띠’라고 표기해야 하지만 이를 ‘츰
A8 파카푸티’라고 쓰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인도네시아 문학 번역에 적합한지 의견이 궁 금합니다.
질문하신 사항은 말레이-인도네시아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다른 외국어 표기법에서도 제기되는 문제인데, 국어원의 원칙에 나름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어원이 된소리를 기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베트남어나 태국어처럼 된소리와 거센소리 표기가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 국어원 표기법은 된소리 표기를 허용합니다. 하 지만 말레이-인도네시아어의 경우 언제 된소리로 발음하고 언제 거센소리로 발음하는 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습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을 때는 한쪽으로 통일하는 쪽이 언중의 언어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에서 발음하는대로”라는 기준은 생각보다 자의적이어서 해당 언어를 모르는 사람 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완벽하지 않다고 해도 이미 마련되어 있 는 원칙을 따르는 편입니다.

 

Q9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 문학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전문 번역가로서 일에 대해 갖는 생 각이나 포부,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현재 번역하고 있는 책, 앞으 로 꼭 번역하고 싶은 인도네시아 문학 서적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한국에 꼭 소개하고 싶 은 인도네시아 문학(특히 소설)이 있다면 어떤 책과 작가들을 추천하시겠어요?
A9 여전히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시아에 관한 한국어로 된 좋은 책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에 관련된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작업해 온 1,000 쪽 가까운 대작 「대항해시대의 동남아시아」(앤서니 리드)가 얼마 전 출간됐고, 여행기 의 형식을 빌어 인도네시아의 구석구석을 재밌고 통찰력 있게 소개하는 『인도네시아 Etc.」(엘리자베스 피사니)와 1965년 폭력이 전 지구적 반공 성전과 어떻게 연결되었는 지 추적한 『자카르타가 온다』(빈센트 베빈스)가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프람무디아 아난타 투르의 부루 4부작이 번역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와서 여 러 경로로 알아보았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프람과 목타르 루비스의 대표작들 이 꼭 번역되었으면 합니다. 젊은 작가 중에서는 노만 에릭슨 파사리부의 시들이 인도 네시아어 직역으로 소개되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소개된 소설집은 영어판 중역인 듯해 서요.

https://blog.naver.com/dongsunkko/223985977973
https://blog.naver.com/dongsunkko/223986016899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인도네시아 출판시장 2025 10월 보고서, IKAPI 어워즈 2025 주요 수상 트렌드, IIBF 2025 참가 규모 및 판매 동향, 한국 도서 IP 인도네시아 수출 전략, BookTok 없는 시장·로컬 플랫폼 확산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