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세계 출판 트렌드, 한국문학 해외 진출, 제인 로슨 인터뷰, 번역문학 시장 분석, 더블데이 한국문학 관심
해외동향. 2025 세계 출판의 방향, 그리고 한국문학의 자리, 영국 더블데이 ‘제인 로슨’ 디렉터 인터뷰
2025 세계 출판의 방향, 그리고 한국문학의 자리
영국 더블데이 ‘제인 로슨’ 디렉터 인터뷰
김세나(퍼블리랜서 대표)
2025. 11+12.
장르 소설 강세, 논픽션 침체
2025년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Frankfurt Book Fair)에서 닐슨IQ 북데이터(NielsenIQ BookData)와 GfK 엔터테인먼트(GfK Entertainment)가 발표한 <국제 도서 시장 조사: 전 세계 2025년 주요 트렌드(The International Book Market Uncovered: Key trends in 2025 from around the world)>에 따르면, 전반적인 세계 출판 시장은 ‘성장과 둔화가 교차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19개국 중 11개국이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는 판매량 증가보다 책값 상승에 따른 매출 보정효과가 컸다. 특히 인도, 브라질, 콜롬비아, 포르투갈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독일어권, 이탈리아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가장 큰 하락은 스위스 프랑스어권, 즉 로망디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2025년 1~8월 국가별 도서 매출 성장세
(단위: %)
출처: 닐슨IQ 북데이터·GfK 엔터테인먼트 <국제 도서 시장 조사>
판매량만 놓고 보면 인도(27.1%)와 브라질(10.0%) 외에도 호주(2.0%), 뉴질랜드(8.4%)가 소폭 증가했으나, 대부분의 유럽 지역에서는 감소세였다. 다만 평균 도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며 매출 하락을 완화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평균 단가가 4.1% 상승해 권당 16.04유로를 기록했고, 멕시코(280.58페소)와 네덜란드(16.21유로) 역시 4.0% 인상됐다. 흥미롭게도 뉴질랜드만 예외적으로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4.0% 하락하여 21.03뉴질랜드달러를 기록했다.
장르별로 보면, 픽션(소설) 분야는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9개국 중 14개국이 매출 증가를 기록했는데, 특히 프리다 맥패든(Freida McFadden)의 『하우스메이드(The Housemaid)』(그랜드센트럴, 2022)가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왈로니아), 스위스(로망디)에서 올해 누적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이 작품은 호주, 브라질, 아일랜드, 포르투갈, 영국에서도 상위 5위권 안에 들었다. 프랑스에서는 맥패든의 소설이 연간 베스트셀러 상위 5위를 모두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레베카 야로스(Rebecca Yarros)의 『엠피리언(Empyrean)』(레드타워북스, 2023~2025) 시리즈, 세라 J. 매스(Sarah J. Maas)의 『가시와 장미의 궁정(A Court of Thorns and Roses)』(불룸즈버리, 2015) 등 로맨스, 판타지, SF 장르가 강세를 보였다. 특히 틱톡의 북톡(BookTok) 커뮤니티가 이러한 장르의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SNS 기반으로 한 입소문이 글로벌 베스트셀러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하우스메이드』, 『엠피리언』 시리즈, 『가시와 장미의 궁정』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Atomic Habits)』(에이버리, 2018)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2025년 출간된 멜 로빈스(Mel Robbins)의 『렛뎀 이론(The Let Them Theory)』(헤이하우스, 2024)이 올해 가장 두드러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너무 많은 자극 속에서 내려놓기를 배우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고, 벨기에(플랑드르), 네덜란드, 폴란드, 영국에서도 논픽션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또한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의 『희망(Hope)』(랜덤하우스, 2025), 뉴질랜드 전 총리 재신다 아던(Jacinda Ardern)의 『다른 형태의 권력(A Different Kind of Power)』(펭귄북스, 2025) 같은 자서전도 주목받았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렛뎀 이론』, 『Sunrise on the Reaping』
아동·청소년 분야에서는 수전 콜린스(Suzanne Collins)의 『Sunrise on the Reaping』(스콜라스틱, 2025)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헝거게임(The Hunger Games)』(스콜라스틱, 2008)의 두 번째 프리퀄인 이 작품은 호주, 프랑스, 아일랜드, 뉴질랜드, 로망디, 영국 등에서 인기를 끌며, 10개국에서 아동·청소년 도서 매출을 전년 대비 증가시켰다. 이렇듯 가격 상승이 매출을 견인하는 불안정한 구조 속에서도 전 세계 독자들은 여전히 새로운 서사를 갈망하고 있었다. 특히 범죄,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 픽션이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며, Z세대가 이끄는 북톡 문화가 전 세계 독서 트렌드를 재편하고 있다고 정리해볼 수 있다.
한국문학,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 무대로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세계 독자와 출판사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다양한 서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한국문학이 자리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번역과 언어적 제약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변부에 머물렀던 한국문학은 이제 단순한 관심 대상을 넘어 주요 출판사와 에이전시가 적극적으로 주목하는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202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향한 해외 편집자들의 문의와 계약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그 열기가 현장에서 생생히 확인되었다.
그런 기류는 지난 2025년 9월, 서울 코엑스 마곡 스퀘어볼룸에서 진행된 ‘2025년 한국문학 저작권 수출 지원사업’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2018년 이후 8회차를 맞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이 사업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해외 20개 사, 국내 28개 사 등 총 48개 사가 참여하였다. 그간 한국문학번역원은 국내외 출판관계자 교류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이번에는 한국문학의 위상과 관심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하여 한국문학 저작권 수출 지원과 출판 네트워크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2025년 한국문학 저작권 수출 지원사업 오리엔테이션 및 저작권 페어 현장(출처:한국문학번역원)
이번 행사에는 영국 펭귄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 임프린트 더블데이(Doubleday)의 제인 로슨(Jane Lawson) 디렉터도 참석했다. 더블데이는 픽션과 논픽션, 그리고 서사 중심의 고급 대중문학은 물론 실험적인 작품도 출간하며,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책이나 새로운 국제 문학의 목소리에도 꾸준히 문을 열어두고 있는 출판사다. 문학상 수상작과 베스트셀러를 아우르며, 상업성과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편집 전략으로, 지난해에는 2억 원 이상의 선인세를 주고 강지영 작가의 소설 『심여사는 킬러』(네오픽션, 2023) 판권을 구매하기도 했다.
『심여사는 킬러』
제인 로슨은 펭귄랜덤하우스에서 30년 가까이 근속하며 국제 문학상 수상작과 베스트셀러 1위 도서를 다수 출간해온 베테랑 편집자다. 현재 더블데이의 동아시아 문학 출판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으며, 지금까지 25종 이상의 작품을 영미권에 소개했다. 동아시아 번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 발굴에 힘쓰고 있으며, 해외 유통망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문학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현상을 직접 경험한 제인 로슨 디렉터에게 한국문학과 번역문학의 가치, 그리고 영미권 독자들에게 주는 울림과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2025 세계 출판 트렌드, 한국문학 해외 진출, 제인 로슨 인터뷰, 번역문학 시장 분석, 더블데이 한국문학 관심
제인 로슨 인터뷰
제인 로슨 디렉터(출처: 한국문학번역원)
영미권 출판 시장은 번역문학에 비교적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제인 로슨디렉터님은 꾸준히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을 소개해오셨죠. 이처럼 언어의 경계를 넘어 문학을 발굴하는 편집은 어떤 철학에서 비롯된 건가요? 그리고 한국문학으로의 관심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올해로 펭귄랜덤하우스에서 근속 3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퓰리처상 수상작, 북클럽 선정 도서 등 정말 다양한 책들을 출간했어요. 물론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판매가 저조한 책도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사랑하지만 상업적 성과는 크지 않았던 작품들도 있고요. 반대로 평단과 시장 모두에서 성공한 책들도 있었습니다. 출판업계에서 흔히 겪는 일이죠.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랑만큼 성과가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문학, 특히 번역문학과 관련해서는 영미권이 전통적으로 매우 보수적입니다. 대부분 영어로 된 작품을 읽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번역문학의 출간이 더딘 편이죠. 반면 유럽은 다언어 환경이라 번역문학에 훨씬 열려있습니다. 저는 그런 흐름에 약간 반기를 든 출판인 같아요. 남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고, 남편은 인도인, 어머니는 아르헨티나 출신이어서 국제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체득했거든요. 어린 시절 10살까지 일본에서 살았고, 1970년대 후반 런던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녹음기로 한국어를 공부하셨을 정도로 동양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어요. 그런 환경이 제 시야를 열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출간한 아시아 소설은 중국 작가 쑤퉁(蘇童)의 작품이었습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도 올랐죠. 문학성이 높았지만 판매량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후 찐관중(陳冠中)의 『뚱뚱한 시절(The Fat Years)』(트랜스월드, 2009)도 출간했는데, 흥미롭게도 중국에서는 금서로 지정된 책이었습니다. 물론 출판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금서’라는 사실이 홍보에 도움이 되었죠.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다룬 작품이었는데, 미국과 해외 여러 나라에 판매되었습니다.
또 어머니의 뿌리를 따라 라틴아메리카 소설도 출간했습니다. 약 10년 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일본 출판사를 만나 지속적으로 교류한 결과 아리카와 히로(Arikawa, Hiro)의 『고양이 여행 리포트(The Travelling Cat Chronicles)』(더블데이, 2018)를 출간했습니다.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5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대성공을 거두었어요. 이후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2020)과 같은 작품을 접하고 한국 소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온라인을 통해 BC에이전시(BC Agency)와 양윤정(Jackie Yang) 에이전트를 만나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런던의 뉴리버 에이전시(New River Literary Agency) 에이전트 등과 활발히 협업하고, 펭귄랜덤하우스의 계열사 트랜스월드(Transworld)에서도 동아시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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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결국 번역문학을 선택하고 세계 문학을 꾸준히 편집한다는 것은 ‘좋은 문학’에 대한 신념이 뚜렷해야 가능한 일일 것 같습니다. 좋은 문학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문학 시장에는 여러 장르가 있습니다. 순문학, 북클럽용 대중문학, 장르문학 등이 있죠. 좋은 문학이란, 결국 그 장르 안에서 모범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스릴러라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반전이 있으며, 서사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좋은 스릴러죠. 북클럽용 소설이라면 스토리가 탄탄하고, 인물의 감정선이 설득력 있으며, 독자에게 새로운 역사적 맥락이나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또한, 좋은 문학은 시간을 견디는 작품, 반세기 후에도 여전히 읽히는 책입니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되 작가 고유의 목소리와 다층적이고 문장이 있는 작품이죠. 문학상 수상 여부가 반드시 그 척도는 아닙니다. 결국 세대를 넘어 계속 읽히는 책, 그리고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는, 그래서 인류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책이 진정한 좋은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문학이 결국 시간과 세대를 넘어 보편적인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그 보편성 속에서 한국문학이 영미권 독자에게 어떤 울림을 준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요즘 영국독자들이 흥미를 갖는 한국문학의 주제나 스타일은 무엇이고, 또 왜 그런 주제가 관심을 받는다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영국 독자들이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책 때문만은 아닙니다. K-드라마와 K-팝 등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가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에너지가 문학으로 확산된 것입니다. 그리고 10년전만 해도 좋은 번역가가 드물었는데, 지금은 수준 높은 번역가들이 많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와 여러 기관이 번역 지원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한 덕분이기도 하죠.
영국 독자들이 한국문학에 무엇을 바라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서구 독자들은 한국문학을 어떤 특정한 이미지로 고정해서 보고 있지도 않고요. 다만 젊은 세대에게 한국은 쿨하고 신선한 문화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Z세대는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K-드라마 등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이런 관심이 한국문학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국문학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영국 독자들은 강렬한 캐릭터와 흥미로운 주제를 좋아합니다. 그들은 한국문학에서 가족, 선악과 같은 보편적 인간의 주제를 발견하지만, 새로운 시각의 표현들이 흥미로운 것이죠. 예를 들어, 젊은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한국문학에는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만 서구에서는 한국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접하면 여성 억압적 전통과 가부장제에 맞서 싸우는 주제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거죠. 이들의 이야기에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서구가 이미 한 차례 여성 해방 서사를 겪은 이후 다시금 다른 문화권의 현실 속 여성 목소리를 발견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2025 세계 출판 트렌드, 한국문학 해외 진출, 제인 로슨 인터뷰, 번역문학 시장 분석, 더블데이 한국문학 관심
출처: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이 영국 독자에게는 ‘새로운 미학적 언어’를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언어를 다른 문화권의 독자에게 옮기는 과정에는 늘 미묘한 간극이 생기죠. 영국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는 한강 작가의 『흰』(문학동네, 2016) 작품에서 “한국적 정서 ‘한(恨)’을 ‘grief’로 옮긴 것은 영미 독자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원작의 뉘앙스를 완전히 담아내지는 못했다.”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한강 작가 역시 “번역은 원작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작업”이라며, 언어 간 이동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새로운 의미 생성의 이중성을 언급하기도 했죠. 한국문학을 영어권 독자에게 전달할 때 가장 어려운 지점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시나요?
데보라 스미스가 말했듯이 한국문학은 종종 모호함, 반복, 담백한 문체를 특징으로 하지만, 다양한 역사적 영향을 받아온 영어는 정확성, 간결성, 서정성을 중시합니다. 만약 원문에만 충실한 방식으로 번역한다면, 영어권 독자에게 한국문학은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단조로워 보일 수 있습니다. 저는 훌륭한 번역가를 ‘금속을 새로 세공하는 장인’에 비유합니다. 한국어 원문이 원석이라면, 번역은 원석을 다듬어 영어권의 새로운 금으로 다시 주조하는 일인 것이죠. 번역가는 단순히 정보를 옮기는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재창조하는 작가적 존재입니다. 따라서 원문에 충실하되, 영어의 리듬과 정서에 맞는 표현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는 작가의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거든요. 숙련된 번역가는 표현의 뉘앙스를 고려해 적절히 변주함으로써 원작의 힘을 다른 방식으로 살려냅니다.
편집자의 역할 역시 번역 작업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저는 원작의 구조나 흐름은 절대 손대지 않고, 문장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영어 표현의 매끄러움에 집중합니다. 때로는 형용사나 동사 하나를 두고 번역가와 논의하기도 하고, 반복적 표현을 덜어내기도 합니다. 결국 번역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언어 간 새로운 의미 생성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가와 편집자는 원작과 번역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하며, 원작이 새로운 언어로 바뀌더라도 진정성 있게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서구 독자들은 한국문학을 읽을 때 언어가 직접적이고 단순하게 다가온다고 기대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실제로 독자들은 한국문학 번역본을 읽으면서 문체의 직접성과 단순함에서 오는 미학을 즐긴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더블데이에서 한국문학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더블데이에서 한국문학을 검토할 때 두 가지 기준으로 봅니다. 하나는 ‘독창성’입니다. 보편성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울림을 주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물론 작품의 완성도도 중요한 요소이죠. 또 하나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콘셉트, 즉 ‘하이 콘셉트(High Concept)’가 중요합니다. 서점 직원에게 “이런 책입니다.”라고 직관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하죠. 현재 문학 시장에는 ‘힐링 픽션’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더블데이의 그룹사인 펭귄랜덤하우스 그룹 내에서도 이미 힐링 소설을 활발히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싶습니다. 저는 독창성과 하이 콘셉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이 콘셉트는 한 줄로 그 책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획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심 여사는 킬러다.”라는 한 문장이 하이 콘셉트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중년의 주부가 킬러가 된다는 이야기를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출판사 입장에서 이 책의 매력을 강렬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물론 자국 내 베스트셀러이거나 수상한 이력도 중요하지만, 그런 이력이 없는 책도 성공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움과 콘셉트입니다. 스릴러라 할지라도 기존의 스릴러에 더하여 뭔가 새로운 것이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면 충분히 관심을 끌 수가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 출판사들은 영화나 TV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미감을 주목해서 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와 같은 감성을 가진 소설이다.”처럼 비슷한 세계관이나 감정선을 연결해서 설명하면 해외 편집자들이 빠르게 이해하고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 편집자들도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를 좀 더 적극적으로 봐야겠네요.(웃음) 시청각적 이미지와 감정을 결합해 작품의 세계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이미 친숙한 문화적 레퍼런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좋은 전략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5년간 영미권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을 만한 장르나 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그리고 그 속에서 한국문학이 차별화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출판의 미래를 다 보여주는 수정 구슬을 가지고 있다면 좋겠습니다만….(웃음) 현재 출판계는 호러(Horror)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Z세대는 기괴하고 낯선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호러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호러 장르가 부상한 배경에 영화의 영향도 있습니다. 호러 장르는 독자층이 뚜렷해 출판사 입장에서는 판매 전략을 세우기 쉬울 수 있죠. 앞으로는 다양한 장르 간 융합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판타지 스릴러’ 같이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는 작품들이 향후 3~5년간 많이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더 섬세하고 새로운 조합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문학은 활발한 에이전트 커뮤니티와 번역 지원 제도, 권위 있는 문학상 등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활발한 에이전시 네트워크, 정부의 번역 지원, 뛰어난 번역가, 다양한 문학상 시스템, 문예창작 프로그램 등 이런 생태계적 기반이 다른 문화권보다 훨씬 역동적이에요. 결국 지금처럼 잘 구축된 시스템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한국문학은 세계 문학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인들은 항상 한국 바깥의 세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한국적인 동시에 서구 트렌드를 잘 흡수하며 발전해 왔죠. 그래서 국제 출판사 입장에서 한국 작품을 훨씬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점이 전 세계가 한국문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문학의 가능성과 차별성을 해외 출판인의 시선에서 상세히 들을 수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문학 수출을 고민하는 출판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출판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 출판사들이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정말 깊은 경외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며, 해외 출판계로 나아가게 하는 그 과정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한국문학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쏟고 계신 에너지와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한국문학은 단순한 번역 대상이 아니라 세계 문학 시장에서 독자적 가치를 갖춘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뛰어난 번역가와 체계적인 지원, 에이전시 네트워크가 그 기반을 단단히 받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자기 성찰, 그리고 새로움에 대한 담대한 도전이다. 세계 출판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되, 유행에 지나치게 휩쓸리지 않고 한국적 정서와 미학을 우리만의 언어로 구축하는 힘이야말로 한국문학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된다. 한국문학의 다음장은 바로 그 교차점, 확장에 대한 열망과 내실의 성찰, 그리고 유행 너머 우리만의 고유함을 지키려는 용기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한국 출판사들의 창작과 도전이 세계 시장에서 더 빛나길 바란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5 세계 출판 트렌드, 한국문학 해외 진출, 제인 로슨 인터뷰, 번역문학 시장 분석, 더블데이 한국문학 관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