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전자책 뷰어 접근성, 모두를 위한 독서로 가는 디지털 포용의 과제
출판탐구
전자책은 ‘있는데’,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전자책 뷰어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 필요성
김진영(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미래산업팀 대리)
2025. 9+10.
디지털 전환이 이끄는 새로운 독서의 시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종합 독서율이 10년간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어두운 분위기다. 그러나 도서 종류를 기준으로 보면, 전자책 독서율은 매년 소폭 상승하고 있어 한 줄기 희망을 비추고 있다. 이에 국내 출판계는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디지털 출판물을 ‘K-출판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그 잠재적 시장성을 주목하기도 한다. 이는 비단 국내 출판시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 이하 PwC)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 출판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4%인데 반해, 전자책 시장의 성장률은 3.8%로 예측했다. 이처럼 전자책 시장이 전체 출판시장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어 전자책이 향후 출판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출판시장 규모 및 전망

출처: 문학체육관광부 <출판문화산업 진흥 계획(2022~2026)> 7쪽 표 재구성
원자료: PwC(2021), <Global Entertainment & Media Outlook 2021-2025>
디지털 독서가 확산세를 보이게 된 주요 원인에는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초기 전자책 전용 단말기(리더기)는 화면 해상도, 반응 속도, E-잉크 기술 등의 성능 수준이 지금보다 현저히 낮았기에 인쇄의 역사만큼 긴 시간 동안 전통적 종이책에 익숙한 독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역부족이었다. 투박한 전자책 단말기 이용은 단순히 ‘기계로 보는 텍스트’ 이상의 감흥을 주기 어려웠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흔해진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전자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전자책 서비스가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디지털 출판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전자책 단말기 또한 개선되어 종이책에 가까운 눈의 편안함은 물론 글자 크기와 배경색 조절, 야간 조명 모드, 음성 낭독 기능 등을 통해 다양한 맞춤형 독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수천 권의 책을 하나의 단말기에 저장할 수 있는 전자책은 탁월한 휴대성과 효율성을 무기로 점점 종이책에서 멀어지던 독자들을 다시 독서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한때 종이책의 대체재에 머물렀지만, 이제 책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독서문화의 보편성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숫자에 가려진 현실: 장애인 독서율의 구조적 한계
국립장애인도서관의 <2024년 장애인 독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장애인의 독서율은 26% 안팎에 머무르며 사실상 정체를 보였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2023년 국민 종합 독서율이 약 43%였으니, 26%라면 절반을 넘는 수준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통계속 수치가 주는 착시에 불과하다. 2024년 말 기준 대한민국의 등록 장애인 수는 총 263만 1,356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약 5159만 명)의 5.1%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계산하면, 전 국민의 독서 인구는 약 2218만 명이고 이 중 장애인은 약 68만 4,000명이다. 즉 장애인의 독서율은 종합 독서율의 약 3%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의 독서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2024년 장애인 독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독서 장애요인으로 1순위는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 이용(스마트폰, TV, 영화, 게임 등)’이 24.0%로 가장 많고, ‘책을 읽는 것이 재미가 없어서’(15.3%), ‘현재 신체조건으로는 책을 읽기 어려워서’(13.2%), ‘책을 읽고 이해하기가 어려워서’(12.5%),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1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1)
장애인의 독서 장애요인

출처: <2024년 장애인 독서활동 실태조사> 재구성
필자는 ‘현재 신체조건으로는 책을 읽기 어려워서’와 ‘책을 읽고 이해하기가 어려워서’라는 답변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두 응답은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독서 장애요인은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33.3%),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9.0%),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10.3%) 등2)이었던 반면, 장애인 독자의 경우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구조적 제약’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독서환경은 본질적으로 다른 층위를 갖는다.
전자책 접근성의 빛과 그림자
전자책은 장애인이 책을 읽기 힘든 독서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서 언급한 글자 크기와 배경색 조절, 야간 조명 모드, 음성 낭독 기능 등 이용자의 신체조건에 따른 맞춤형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1년 이내 독서한 경험이 있는 장애인의 독서매체별 평균 독서량은 전자책이 2.9권으로 가장 많았으며3), 독서매체별 선호도 역시 전자책이 5점 만점 중 4.05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4)
그러나 전자책이 갖는 이러한 희망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22년 5월 ‘독서 장애인을 위한 전자책 접근성’ 국가표준이 제정되었지만, 정작 전자책을 읽는 데 필수적인 ‘전자책 뷰어(Viewer)’의 접근성은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성능 좋은 전자책 단말기’와 ‘장애인 접근성이 강화된 전자책’등 겉보기에는 장애인을 위한 전자책 환경이 마련된 듯하지만, 전자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인 ‘뷰어’의 접근성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 결국 실질적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보도 기사에 따르면,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 산하 한국디지털접근성진흥원은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리디북스, 밀리의서재, 국립장애인도서관 총 6곳의 도서 플랫폼을 PC 웹, 안드로이드 (Android), iOS(iPhone Operating System) 운영체제별 전자책 뷰어를 대상으로 시각장애인의 접근성 실태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전자책 뷰어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5)
한시련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3년 4월, 국회의원 김예지 의원실과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TF(Task Force) 팀 등과 협력하여 ‘전자책 접근성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김예지 국회의원의 개회사로 시작된 이 토론회에서는 (주)닷의 황기연 프로가 ‘민간 부문 전자책 접근성 문제와 대안’을, (주)보인정보기술의 김현영 부사장이 ‘전자책 뷰어 사용환경 조사 및 해결점 도출 계획’을 차례대로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토론과 질의를 이어가며 실질적인 전자책 접근성 개선안을 모색했다.

‘전자책 접근성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 포스터와 정책토론회 현장(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디지털 포용 출판, 출판산업과 전자출판, 독서 문화와 정보권
‘읽기’ 이전 ‘조작’이라는 장벽
정책토론회의 논의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정책적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출판진흥원)은 전자책 접근성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사전연구인 <2023년민간 전자책 뷰어 장애인 접근성 개선 연구>를 수행했다. 출판진흥원은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국내 주요 민간 전자책 뷰어 플랫폼 서비스에 대해 PC 웹, 안드로이드, iOS 등 운영체제별 접근성을 점검하고, 시각장애인 테스트 그룹과 전문가 자문단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접근성 실태를 평가했다. 그 결과, 일부 전자책 뷰어에서 화면 낭독(Text to Speech, 이하 TTS) 지원, 확대 보기, 키보드 내비게이션 기능은 부분적으로 구현되지만, ‘목차 구조 인식’, ‘페이지 이동’, ‘문단 간 탐색’ 등 전자책 콘텐츠 접근의 핵심 기능은 대부분 미흡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TTS 기능이 탑재되었더라도 음성 출력이 매끄럽지 않거나 콘텐츠와의 연동이 끊기는 등 실제 독립적 독서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 화면 낭독 기능을 통해 전자책을 읽는 경우, 일반적으로 키보드 화살표나 탭(Tab) 키를 통해 문단이나 단락 간을 이동하며 내용을 탐색한다. 그러나 전자책 뷰어가 문단 구조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페이지 간 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시각장애인 사용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순차적으로 들어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 놓인다. 또한 갑자기 음성 출력이 끊기거나 텍스트가 누락되면 줄거리 이해에 치명적인 단절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사용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와 싸워야 한다.
국내 대형 온라인 서점의 뷰어와 장애인 접근성 뷰어 비교

출처: 국립장애인도서관 영상 자료 화면 캡처
손이나 팔에 제약이 있는 상지장애인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터치스크린 조작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사용자는 스위치, 특수 마우스 등과 같은 외부 보조 기기를 통해 전자책 뷰어를 조작해야 하는데, 대부분 민간 전자책 뷰어는 이러한 입력 방식과의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어 있다. 예를들어, 한 손가락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가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수차례 드래그를 반복해야 하거나, 화면을 확대하려다 의도치 않게 닫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 전자책 뷰어는 물리 키보드 또는 단축키 입력조차 지원하지 않거나, 지원하더라도 기능이 제한적이어서 실제 독서 중에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고 특정 기능을 실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장애인에게 독서는 더 이상 ‘이야기를 향유하는 경험’이 아니라, 기계와 끊임없이 충돌하는 고단한 과정이 된다. 콘텐츠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온전히 ‘즐기는 독서’는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전자책은 ‘읽기’ 이전에 ‘조작’해야 하는 장벽이다. 이는 곧 정보 접근의 출발선에서부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처럼 전자책은 기술적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접근 가능한 사람만을 위한 책’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기술을 넘어 인권과 포용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다. 2025년 1월에 제정되어 2026년 1월 시행을 앞둔 「디지털포용법」 제2조는 “‘디지털 포용’이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차별이나 배제 없이 지능 정보 기술의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성은 단순한 기능적 옵션이 아닌 정보 접근권을 실현하는 기본 전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전자책이나 전자책 뷰어의 접근성 향상은 출판사나 유통사와 같은 민간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 공공의 책무로서 정책적 개입이 필수다.
공공의 개입: 디지털 포용을 위한 첫걸음
모두를 위한 독서환경, 특히 장애를 이유로 배제되지 않는 디지털 독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출판진흥원은 2024년부터 ‘장애인 접근성 뷰어 개발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공통 표준 기능을 탑재한 표준 엔진을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oftware Development Kit, 이하 SDK)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SDK는 애플리케이션 구축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포함하고 있는 일종의 ‘코드 모음’으로, 이를 이용하면 전자책 유통사가 자사 뷰어에 표준화된 접근성 기능을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이 사업은 각 유통사가 자원적 부담 없이 기술을 도입 및 적용할 수 있도록 소정의 개발비도 지원한다.
사업 추진의 기초는 앞서 언급한 <2023년 민간 전자책 뷰어 장애인 접근성 개선 연구> 결과였다. 이 연구의 방법론을 참고하여 2024년 출판진흥원은 실질적인 전자책 뷰어 개선을 위한 총 54개 기능 항목을 새롭게 도출했다. 그리고 이를 중요도에 따라 1단계(16개) → 2단계(21개) → 3단계(17개)로 구분하여 단계적 확대 적용 로드맵을 마련했다. 한편, 국내 주요 전자책 유통사 3곳(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과는 iOS 기반부터 우선 적용하기로 협의했다. 이는 전체 전자책 뷰어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사용 비중이 높지만, 시각장애인 다수가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iOS를 선호하는 현실을 반영한 선택이었다.
이후 2025년 1월에 1단계 기능, 3월에는 2단계 기능에 대한 SDK가 순차적으로 개발 및 배포되었고, 유통사들은 이를 검토하며 기술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초기에 유통사들은 사업의 취지에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기술 도입에 대한 시간적·자원적 부담으로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출판진흥원의 기술지원과 꾸준한 설득을 통해 점차 태도가 바뀌었다. 특히 SDK 배포 과정에서 업체별 뷰어 환경에 맞춰 제공한 맞춤형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이하 API)는 실질적인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결국 2025년 중순, 교보문고와 알라딘은 2026년 3월까지 1~2단계의 접근성 기능(총 21개)을 적용하기로 했고, 예스24는 2026년부터 착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진전은 민간 유통사들이 시각장애인의 전자책 접근성 문제를 ‘자신의 과제’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6월 26일 출판진흥원은 교보문고, 알라딘과 한자리에 모여 ‘디지털 포용을 위한 전자책 접근성 향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전자책 뷰어의 접근성 기능 개선을 위한 공동협력, 전자책 유통과 독서환경 조성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등이 명시되었다.

디지털 포용을 위한 전자책 접근성 향상 업무협약
이승은(교보문고 eBiz 본부장/상무), 이재선(출판진흥원 원장 직무대행), 최우경(알라딘 대표이사)(출처: 출판진흥원)
디지털 포용 출판, 출판산업과 전자출판, 독서 문화와 정보권
포용은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전자책은 분명 종이책의 여러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이자 출판시장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독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곧 ‘평등한 독서 기회’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고도화가 어떤 이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장벽이 되기도 하고, 그 장벽이 훨씬 더 은밀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그들을 배제하기도 한다. ‘접근성 기술’은 결코 저절로 구현되지 않는다. 특히 장애인을 비롯한 정보 취약 계층에게 사용자의 물리적·인지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기술은 결국 무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접근성 기능의 여부가 아니라, ‘그 기능이 누구를 위해, 어떤 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고 구현되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최근 출판진흥원을 중심으로 한 전자책 접근성 개선 사업은 단순한 기술 개선 프로젝트가 아니라 포용적인 독서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전환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사업은 민간유통사와의 협력, 접근성 뷰어 표준 엔진 SDK 배포 및 유통사별 맞춤형 API 제공, 기능별 적용 우선순위 설정 등 과거에 시도되지 않았던 실질적 실행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문제를 알리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해결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이자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었던 이들에게 다시 책을 건네는 일종의 ‘회복적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전자책 접근성은 단지 전자책 뷰어의 기술적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자책 뷰어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전자책 콘텐츠 자체가 접근성 표준을 고려하지 않고 제작되었다면 장애인의 독립적인 독서 경험은 어렵다. 또한,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 많지 않다면 아무리 잘 만든 전자책 뷰어가 있더라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즉, 장애인의 전자책 접근성 개선은 전자책 콘텐츠의 질적 개선과 양적 확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공의 지원뿐 아니라 전자책을 생산·유통하는 민간의 주체들이 장애인의 전자책 접근성을 응당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로 인식하고, 디지털 포용의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협력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이 남아있지만, 우리는 이제 무엇이 모두를 위한 독서환경인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정책적 토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전자책의 보편성은 대다수를 위한 편리함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읽기 어려운 사람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할 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전자책이 정말 ‘모두’를 위한 책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기술을 포함하여 책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감과 다정한 상상력에서 비롯되어야 할 것이다.
※ 본 사업 추진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용역사((주)보인정보기술)의 담당자분들과 전자책 뷰어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위해 격무 중에도 시간을 내어 협조하고 있는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의 담당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참고 문헌
1) 국립장애인도서관, <2024년 장애인 독서활동 실태조사>, 73쪽
2)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1쪽
3) 국립장애인도서관, <2024년 장애인 독서활동 실태조사>, 50쪽
4) 국립장애인도서관, <2024년 장애인 독서활동 실태조사>, 53쪽
5) 정은경, “전자책 뷰어, 시각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미디어생활>, 2023.04.13. 수정, 2025.07.29. 접속, https://www.imedialif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028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디지털 포용 출판, 출판산업과 전자출판, 독서 문화와 정보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