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추천사, 독자의 마음을 여는 한마디], 책 추천사의 의미와 독자 신뢰, 출판 마케팅 전략까지 한눈에

커버스토리. [추천사, 독자의 마음을 여는 한마디], 추천사부터가 독서다, 추천사 읽고 책 사는 사람, 영향력 있는 추천인과 추천사

 

 

[추천사, 독자의 마음을 여는 한마디]
추천사부터가 독서다
이자연(<독서신문> 기자)
2025. 9+10.

 

책 추천사, 독자와 추천인의 믿음, 유명인 추천 도서, 출판과 마케팅 전략, 독서 문화 변화

추천사 읽고 책 사는 사람

필자는 <독서신문>에서 책을 읽고 추천하며 책에 관련된 글을 쓴다. 그러다 원고 청탁을 받았고, 주제에 조금 놀랐다. 조만간 기획 기사로 쓰려던 아이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대 추천사의 시대’ 같은 것이 왔다는 생각, 그리고 적어도 그런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는 데 위안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청탁 메일을 받은 것은 휴가 첫날 저녁이었다.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메일을 확인했는데, 그때 내 손에는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가져온 리처드 브라우티건(Richard Brautigan)의 『워터멜론 슈거에서(In Watermelon Sugar)』(비채, 2024)가 들려있었다. 이 책을 왜 샀더라?


『워터멜론 슈거에서』

 

 

그 이유는 평소 좋아했던 양안다 시인이 추천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집 『이것은 천재의 사랑』(타이피스트, 2025)을 재미있게 읽고 찾아본 그의 인터뷰에서 이 책을 추천한 것이다. 필자는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 소개와 독자 리뷰, 책 속 인용문도 꼼꼼히 살피는 편인데 이 책은 그 과정을 모두 건너뛰었다. 왜냐하면 양안다 시인이 “『워터멜론 슈거에서』를 읽고 기절할 뻔했습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시인이 추천했기 때문에 시적인 소설일 것 같다는 짐작 외에는 이 책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했기에 책을 살펴보고 산 것도 아니었다. 필자가 확인한 것은 솜사탕 같은 표지와 작가 소개, 추천사 정도였다.

이 소설에 실린 추천사는 작품을 번역한 최승자 시인의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그의 문체가 훨씬 더 시(詩) 쪽으로 기울어지고, …… 작가는 자연과 문명,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 현실과 신화가 단절되면서 동시에 이어져 있는, 혹은 서로 오버랩되는 어떤 어렴풋한 박명 지대를 건드리고 있다.” 필자는 휴가를 시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기를 무의식적으로 바랐기에 적당한 두께의 이 소설을 망설임 없이 챙겨왔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양안다 시인 + 최승자 시인 = 품질 보장’ 이런 느낌이었다.

‘콘텐츠의 범람’으로 묘사되는 요즘 시대에 추천사는 독자들의 선택을 돕는 필터이다. ‘내가 믿는 이가 추천하는 작가라니, 믿어 본다! ’라는 생각에 적어도 생판 모르는 작가보다 믿음이 가는 것이다. 예를들어, 쇼츠와 릴스를 통해 “서울대 그 여자”로 이름을 알린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은 지난 7월 첫장편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민음사)를 펴내며 작가로 데뷔했다. 코미디라면 몰라도 아직 작가 원소윤에 대한 독자들의 믿음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정희진 작가가 거침없는 찬사와 함께 추천한다면?


『꽤 낙천적인 아이』

정희진 작가는 이렇게 원소윤의 책을 평가했다. “이 작품은 첫 문장부터 직진한다.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술술 읽히고 가장 재미있다. 작가 원소윤은 자전적 소설, 성장 소설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이토록 낙천적인 성장 소설이라니. 낙천적이지만 이토록 서늘한 고단함이라니. 거침이 없으되 성찰적인 신선한 자기 돌봄이라는 ‘장르’가 도착했다. 이 신예 작가에 매료된 나는 다시 한번 배웠다.” 이런 추천사는 과연 그를 믿고 있는 독자를 움직인다.

 

 

영향력 있는 추천인과 추천사

일단 유명인의 추천사는 파급력이 크다. 올해 출판계에 한바탕 파장을 고 온 추천사를 뽑자면, 배우이자 출판사 무제 박정민 대표의 추천사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이 강력한 한 줄 덕분일까.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창비, 2025)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6주 연속 차지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전국 327개 서점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6월과 7월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혼모노』, 『첫 여름, 완주』

한편, 무제는 올해 4월 ‘듣는 소설’ 시리즈의 첫 책 『첫 여름, 완주』에 가수 아이유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추천사를 실으며 보도자료를 냈다. 이는 “신형철, 아이유가 추천한 김금희 신작? 배우 박정민의 출판사 무제, 『첫 여름, 완주』 출간” 등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되었다. 유명인의 추천사는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뉴스가 되어 또 다른 신간 홍보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평소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 새로운 영상이 떴다. 놀랍게도 추천사에 관한 것이었다. 뮤지션이자 작가, 그리고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추천인 요조가 출연했다. 요조는 자신이 믿는 추천인으로 신형철 문학평론가를 꼽았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명문의 추천사를 쓰는 사람으로 그의 추천사를 읽고 그 책을 안 사기는 힘들다. 필자 역시 평소에도 추천사 읽기를 즐기지만,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일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추천사 읽기 의식을 거친 후에야 본격적으로 책 읽기에 들어갈 수 있다. 아마 많은 독자가 그럴 것이다.


도서 추천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뮤지션·작가 요조와 민음사의 조아란 마케터(출처: 민음사TV)

요조의 추천사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영상에도 나오지만, 대만의 뮤지션이자 작가 장자샹(張嘉祥)이 쓴 『밤의 신이 내려온다』(민음사, 2025) 한국어판 책의 끝과 띠지에는 요조의 추천사가 실려있다. 아름다운 추천사였으므로, 원래 좋아하는 유형의 책이 아니었음에도 그 책을 챙겼다. 믿는 추천인은 또 있다. 정혜윤 CBS 라디오 PD이다. 필자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탐하는 독자 중 하나이다. 그가 발견한 아름다움이 깃든 책이라면 읽고 싶어질 수밖에. 그의 눈을 가질 수는 없지만, 그의 눈이 읽은 것은 가질 수 있다.


『밤의 신이 내려온다』 표지, 띠지 뒷면에 실린 추천사

추천인이 아닌 추천사 내용만을 보고 책을 집어 들게 되기도 한다. 예컨대 야엘 아쌍(Yaël Hassan)의 『모모의 여름 방학(Momo, petit prince des Bleuets)』(불광출판사, 2025)의 경우 영롱한 표지와 함께 띠지에 발췌된 추천사의 문안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My Sweet Orange Tree)』(J.M. 바스콘셀루스, 1969),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생텍쥐페리, 1943)를 이은 또 하나의 성장 스토리”에 혹해서 책을 펼쳤다. 성장 서사를 좋아하는 데다가 어릴 적 몇 번이고 읽은 두 권의 책 제목이 번듯하게 모셔져 있는 문안을 보자 펼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믿는 사람이 추천하는 책뿐만 아니라 믿는 책이 추천사에 등장해도 그 책을 믿게 될 가능성이 올라간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요즘은 그 외의 비공식 추천사가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어떤 영상이 ‘터지면서’ 혹은 인용구가 밈(Meme)이 되면서 과거에 출판된 책이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등장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한마디, 북튜버와 북톡커의 리뷰, 출판사 편집자의 릴스 영상이 새로운 추천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책 추천사, 독자와 추천인의 믿음, 유명인 추천 도서, 출판과 마케팅 전략, 독서 문화 변화

 

추천사, 꼭 필요한 것일까

추천사를 읽고 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다. 그것부터 독서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책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제목, 책등, 표지 앞뒷면, 작가 소개, 추천사, 목차, 서문을 읽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독자들에게는 예쁜 표지, 좋은 종이의 질감, 추천사가 적힌 띠지 등이 책 선택의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추천사가 과한 홍보용 선전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다. 포장은 벗기고 작품으로만 말하는 것이 정정당당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관례처럼 작가들 사이에서 서로의 추천사를 ‘품앗이’하는 경우도 많고, 추천사를 믿고 책을 읽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으니까.

추천사를 싣지 않는다면 책의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가나 책 소개, 인용문 발췌, 표지, 만듦새 정도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요소로 독자들은 믿는 작가나 출판사 혹은 시리즈를 선택하기도 한다.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나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의 ‘아무튼’ 시리즈, 또는 짧은 소설 시리즈인 위즈덤하우스의 ‘위픽’이나 안전가옥 ‘쇼-트’처럼 브랜딩이 잘 된 경우, 신인 작가의 저작이라도 믿고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출판사도 젊고, 작가도 신인일 때이다. 아직 확고한 독자층을 확보하지 못한 출판사나 작가들의 신간에 추천사가 없다면 다른 경쟁력에 기대야 할 것이므로 더 치밀한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일부 출판사는 추천사 자리에 기획의 말을 싣기도 한다. 일반적인 추천의 글보다는 작가의 말, 문학평론가의 해설처럼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는 질문이나 해석을 담는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이자 콘텐츠 프로덕션인 안전가옥의 책에는 예외 없이 ‘프로듀서의 말’(현재 ‘퍼블리싱 PD’)의 말이 실린다.이는 작가와 PD가 함께 작품을 만드는 안전가옥의 프로세스를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외부의 권위를 빌려오는 대신 내부의 생생한 목소리로 독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안전가옥의 『온 마음을 모아』(2025)에 실린 ‘프로듀서의 말’

최근 신문사 <한겨레>에 등재된 칼럼에 따르면, 미국의 출판사 사이먼앤슈스터(Simon & Schuster) 대표는 올해 초 “추천사가 출판 산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최상의 품질의 책을 출판하는 것’에 극히 해로운 영향을 준다.”면서 “앞으로 우리의 ‘주력 출판물’에는 추천사를 싣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물론출판에서 추천사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책의 품질과 독자들의 선택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또한, 출판 기자이자 독자로서 추천사를 읽는 재미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추천사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고, 자신의 취향이 아직 확고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의 지평을 열어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재밌게 읽은 책과 비슷한 책을 추천받고, 신뢰를 쌓은 작가가 추천하는 책을 읽고 싶은 마음. 이런 추천사를 휴먼 알고리즘(Human Algorithm)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아직 독서와 친해지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유명인이나 평론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정직하고 재미있는 추천사를 써주길, 실어주길 언제나 바라고 있다.

 

 

책 추천의 무게, 추천사에 대한 믿음

한 권의 책을 구매하고 읽는 행위에는 어떤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런 중대한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자는 독자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렇기에 추천사에 대한 책임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안다. 필자는 <독서신문>의 ‘신간’ 코너에서 새로운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매주보내주시는 수많은 신간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펴본 뒤 약 7~8줄 분량의 글을 쓴다. 신간 소개 기사를 쓸 때는 짧은 한 단락에도 스토리텔링을 넣어야 한다고 배웠기에 그렇게 쓰려고 노력한다. 저자와 편집자를 비롯해 이 한 권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을 사람들, 그리고 쏟아지는 신간 중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찾고 있을 독자들을 생각하며 좋은 추천사를 쓰기를 바라지만, 역시 쉽지는 않다. 추천사를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업계 선배들의 말을 떠올린다.


매주 <독서신문>에 도착하는 신간들

추천사는 꼭 책의 표지나 띠지에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닌 듯하다. 대중매체 어느 곳에서든 흘러나오는 책에 대한 정보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수많은 추천 도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유튜브 채널 편집자K에 김연수 소설가가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영상이 올라왔다. 독자(시청자)들은 40여 분에 달하는 이 영상에서 그가 과연 무슨 책들을 고를지, 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흥미롭게 살폈을 것이다. 그가 서가를 둘러보며 책들을 꺼내고 다시 꽂기를 반복하다 신인 작가 오시로 고가니(大白小蟹)의 첫 단편집 『해변의 스토브(うみべのストーブ)』(문학동네, 2025)를 고르면서 한 말이 인상 깊었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 씨가 추천했네요. 이분의 노래를 좋아하니까 한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자는 이렇게 책을 발견하고 읽는 독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길 바란다. 추천사는 믿음이라고, 추천사부터 독서라고 믿는 이유이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 추천사, 독자와 추천인의 믿음, 유명인 추천 도서, 출판과 마케팅 전략, 독서 문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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