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 오스트레일리아(Writing Australia)의 등장과 문학·출판 중심 문화정책의 진화, 급등하는 제작비와 줄어드는 수익성에 직면한 2025년 호주 출판시장 현실, 브로슈어표지, 사보디자인, 사보제작
7월 호주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황현정
이달의 출판계 이슈(주요 동향)
라이팅 오스트레일리아(Writing Australia)의 등장과 문학·출판 중심 문화정책의 진화
2023년 호주 정부가 발표한 국가 문화정책 ‘리바이브(Revive)’는 지난 10여 년간 예술 및 문화 예산 삭감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침체에 빠졌던 호주 문화예술계의 회복을 목표로 수립된 5개년 계획이다. 이 정책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국가(Culture is at the heart of who we are)’라는 비전을 중심에 두고 있으며, 문화예술 분야를 단순한 산업적 가치가 아닌 사회 통합과 민주주의의 기반으로 인식하는 전환적 접근을 담고 있다.
리바이브(Revive) 정책의 출범은 단순한 정책 시행을 넘어, 예술을 통해 국가 정체성과 다양성을 회복하려는 상징적 선언이었다. 예술부 장관 토니 버크(Tony Burke)는 이를 두고 “리바이브(Revive)의 출범은 호주 예술계에 있어 게임 체인저였다”고 언급하며, 해당 정책이 “예산 삭감과 문화 전쟁, 그리고 팬데믹의 영향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낭비된 10년의 영향을 바로잡는 데는 단 1년으론 부족하지만, 리바이브(Revive) 출범 1년 만에 회복이 이미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해당 정책이 현실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리바이브(Revive)는 총 5대 중점 축을 기반으로 문화예술계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출판, 문학, 작가 지원 분야는 정책의 구체적 실행이 가시화된 영역 중 하나다. 2024년 중반, 호주 연방의회는 ‘크리에이티브 오스트레일리아 어멘드먼트(임플리멘테이션 오브 리바이브) 빌 2024(Creative Australia Amendment (Implementation of Revive) Bill 2024)’를 통과시켰으며, 이에 따라 크리에이티브 오스트레일리아 (Creative Australia) 산하에 두 개의 전문 부서가 신설되었다. 하나는 퍼스트 네이션스 아츠(First Nations Arts)이며, 다른 하나는 바로 라이팅 오스트레일리아(Writing Australia)이다.
퍼스트 네이션스 아츠(First Nations Arts)는 애버리지노얼(Aboriginal) 및 토레스 스트레이트 아일랜더(Torres Strait Islander) 예술을 호주 예술계의 중심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전담 기관으로, 퍼스트 네이션스 (first nations)² 예술가들이 자율성과 주체성을 갖고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당 기관은 2024년 하반기 공식 출범되었으며, 향후 4년간 최대 5,200만 호주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 기구가 퍼스트 네이션스(first nations)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를 통해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 위원회는 자금 배분과 함께 문화적 원칙 및 프로토콜을 설정하고 감독함으로써, 비 퍼스트 네이션스 기관이 퍼스트 네이션스(first nations) 예술을 대리하거나 통제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실천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퍼스트 네이션스(first nations) 예술이 단순히 ‘포용’의 대상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중심 서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젊은 퍼스트 네이션스(first nations) 창작자들을 위한 경력 개발 경로, 지역 공동체 기반의 창작 지원, 다양한 전통예술 및 현대예술의 병존과 실험 등이 향후 이 기관의 핵심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단지 문화 다양성의 확대 차원을 넘어, 호주 사회 전반의 정체성 회복과 치유라는 장기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라이팅 오스트레일리아(Writing Australia)는 호주 문학 생태계 전반의 회복과 성장 지원을 목적으로 설계된 문학 전문 기관으로, 2025년 7월 1일 공식 출범하였다. 이 기관은 크리에이티브 오스트레일리아(Creative Australia) 산하에 새로이 설치된 두 전문 부서 중 하나로, 국가 문화정책 리바이브(Revive)의 핵심 실행 조직 중 하나로 기능한다. 라이팅 오스트레일리아(Writing Australia)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총 2,600만 호주 달러 이상의 예산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호주 문학의 기반을 다지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층적인 사업을 수행한다. 이 기관의 핵심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창작 지원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신진 작가나 지역 기반, 또는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창작자 등 기존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인물들에게 문을 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둘째, 문학의 유통과 소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외 독자층을 확대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문학 축제, 낭독 행사, 독서 장려 프로그램 등 대중 참여형 문학 이벤트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셋째, 호주 문학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문학 기반 인프라를 강화하고, 산업 동향에 대한 조사와 정책 자문 기능까지 수행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로는 호주 최초의 국가 시인 제도(Poet Laureate)를 도입한 점이 있다. 이는 시 문학의 사회적 위상을 재정립하고, 시인이 공공 담론에 참여하는 문화적 전통을 복원하려는 의도가 담긴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라이팅 오스트레일리아(Writing Australia)는 2025년부터 호주 총리 문학상(Prime Minister’s Literary Awards)을 포함한 국가 주요 문학상의 운영을 직접 맡아 문학계의 대표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편, 이 기관은 소외 지역의 작가를 발굴하고, 독립 출판사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의지를 보인다. 이는 단기적인 창작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문학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지속 가능하게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는 정책 철학과 맞닿아 있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이나 문화 행사 중심의 접근을 넘어, 문학의 문화적·사회적 가치를 재정의하고자 하는 리바이브(Revive)의 비전이 라이팅 오스트레일리아(Writing Australia)의 운영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단지 문학 콘텐츠 생산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호주 문학이 시민사회와 교육, 문화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출판 및 문학 분야의 회복을 위한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단순한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창작 환경의 구조적 개편과 독자의 접근성 향상, 문학적 다양성 증진을 위한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 문학을 ‘산업’이 아닌 ‘공공재’로 접근하려는 관점은 특히 한국 출판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정 장르나 소수 언어권 문학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장기 투자, 그리고 국가기관 차원의 문학 전문조직 설치 등은 한국에서도 논의해 볼만한 정책적 모델이다.
리바이브(Revive)는 예술을 단기 소비재가 아닌,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산으로 재정립하려는 시도이며, 그중에서도 문학과 출판은 문화민주주의의 기반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책의 향방은 향후 수년간 그 성과가 가시화되며 평가받게 될 것이나, 그 출발은 분명히 명확하고, 회복은 이미 진행 중이다.
1 The Hon Tony Burke MP Minister for the Arts, One year of Revive, 30/01/2024: https://minister.infrastructure.gov.au/burke/media-release/one-year-revive
2 호주 내 애버리지노얼(Aboriginal) 및 토레스 스트레이트 아일랜더(Torres Strait Islander) 공동체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으로, 최근에는 ‘호주 원주민’이라는 단일 개념보다 이들의 문화적 다양성과 주체성을 존중하는 의미로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라이팅 오스트레일리아(Writing Australia)의 등장과 문학·출판 중심 문화정책의 진화, 급등하는 제작비와 줄어드는 수익성에 직면한 2025년 호주 출판시장 현실, 브로슈어표지, 사보디자인, 사보제작
급등하는 제작비와 줄어드는 수익성에 직면한 2025년 호주 출판시장 현실 : 호주 출판시장 수입구조 분석
2025년 3월 말, 대형 출판사 펭귄 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는 전년 대비 매출 8.5% 증가, 수익 11.3% 증가라는 실적을 발표했다. 이러한 지표만 놓고 보면 호주 출판시장은 성장을 거듭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다수의 독립 출판사는 출판 비용을 감당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수익을 내는 것은커녕, 기본적인 제작비를 맞추는 일조차 버거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결국 출판시장 내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독립 출판사들은 서점 할인율, 인건비, 제작비 등 고정비 상승에 비해 정체된 책값으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호주에서 책값은 비싸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통계를 보면 지난 15년간 권장소비자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2008년 평균 트레이드 페이퍼백(trade paperback) 가격은 약 29.99달러였고, 2025년 현재는 약 36.99달러 수준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꾸준히 상승해 2010년 29.95달러였던 책이 CPI에 따라 조정되었다면 2024년 기준 43.22달러가 되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펄프 및 전환 용지 가격은 51%, 인쇄비는 34% 상승했으며, 전체 임금은 48% 증가했다. 그러나 편집자의 법정 주급은 2010년 1,007달러에서 2025년 1,205달러로 2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즉, 출판 제작에 들어가는 실질 비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판매 가격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익 구조의 취약성은 독립 출판사의 재무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래는 정가 36.99달러인 문학 도서를 2,000부 초판으로 발행했을 경우의 평균적인 수익 구조를 정리한 표이다.
<2025년 독립 출판사 문학 도서 수익 구조 분석>
위의 수치는 최적의 판매율(80%)을 가정한 것이며, 실제로는 반품, 파손, 과잉 주문 등으로 인해 이보다 낮은 수익을 기록하는 경우도 많다. 마케팅, 법률 검토, 저작권 허가, 사진 촬영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프리랜서 홍보 업체를 고용하거나 SNS 기반 홍보비를 지급할 경우, 전체 프로젝트가 적자로 전환될 위험이 크다.
전자책의 경우 인쇄비가 들지 않아 수익 구조는 다소 나은 편이다. 전자책은 보통 16달러 내외에 판매되며, 변환 비용은 약 200달러 수준이다. 인세율도 25%로 높고 반품이 없어 고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문학 장르 전자책의 평균 판매량은 200부 내외로, 출판사가 얻는 순수익은 약 1,200달러에 불과하다. 베스트셀러 등극이나 문학상 수상, 교육과정 편입과 같은 특수 사례를 제외하면, 이익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는 산업 구조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어펌(Affirm), 텍스트(Text), 판테라(Pantera) 등 주요 독립 출판사가 대형 출판사에 인수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합병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형 출판사는 자체 물류와 대량 인쇄를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이는 곧 출판사 수의 감소로 이어져 작가들의 기회가 줄어들고 문학 다양성이 위축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독립 출판사들은 전통적인 홍보 채널 외에도, 직판 기반의 유통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새롭게 창설된 오스트레일리아 인스티튜트 프레스(Australia Institute Press)는 웹사이트와 구독 모델을 활용한 독자 직판을 운영 중이며, 한 권당 최대 20달러의 수익도 가능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델은 물류비, 회계, 독자 관리 등의 비용 부담이 크며, 무엇보다 기존 서점 유통망과의 관계 단절이라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는 정부의 구조적 지원 확대다. 팬데믹 시기 정부는 예술계에 긴급 자금을 지원했고, 이는 문학 저널의 출판량 증가로 이어졌다. 이러한 경험은 문학 출판이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영역임을 보여준다. 과거 1969년부터 1997년까지 시행된 ‘북 바운티(Book Bounty)’ 제도는 출판 비용의 25%를 보조하며 국내 출판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2025년 7월 1일 출범한 연방 정부 기구 ‘라이팅 오스트레일리아(Writing Australia)’는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는 움직임으로, 출판계는 이 기구가 실제로 지역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출판사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마일스 프랭클린 문학상(Miles Franklin Literary Award) 2024년 최종 후보작 중 5권, 올해 스텔라 상(The Stella Prize) 후보작 중 절반이 소규모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독립 출판이 호주 문학 다양성의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금 입증한다. 그러나 적절한 정책과 자금 지원 없이는 이러한 생태계도 유지되기 어렵다. 호주는 제조업과 같은 산업을 떠나보낸 전례가 있지만, 문화는 외주화할 수 없다. 출판 산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투자 없이는, 문학의 생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문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출판 정책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출처
The Hon Tony Burke MP Minister for the Arts, One year of Revive, 30/01/2024: https://minister.infrastructure.gov.au/burke/media-release/one-year-revive
The Hon Tony Burke MP Minister for the Arts, Backing First Nations artists and Australian writers, 04/07/2024:https://minister.infrastructure.gov.au/burke/media-release/backing-first-nations-artists-and-australian-writers
Tony Burke MP, A NEW PAGE FOR AUSTRALIA’S LITERARY SECTOR :https://www.tonyburke.com.au/media-releases/2025/a-new-page-for-australias-literary-sector
Books+Publishing, Who’s eating publishers’ lunch? The rising costs and shrinking margins of Australian books, 07/05/2025:https://www.booksandpublishing.com.au/articles/2025/05/07/271433/whos-eating-publishers-lunch-the-rising-costs-and-shrinking-margins-of-australian-books/
라이팅 오스트레일리아(Writing Australia)의 등장과 문학·출판 중심 문화정책의 진화, 급등하는 제작비와 줄어드는 수익성에 직면한 2025년 호주 출판시장 현실, 브로슈어표지, 사보디자인, 사보제작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