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시니어 독서 시장의 현재와 미래]시니어에게 독서와 도서관의 역할, 병원리플릿, 병원팜플렛제작, 복지관관보

커버스토리, [시니어 독서 시장의 현재와 미래]시니어에게 독서와 도서관의 역할, 병원리플릿, 병원팜플렛제작, 복지관관보

 

 

 

[시니어 독서 시장의 현재와 미래]
시니어에게 독서와 도서관의 역할
김상미(가원시니어도서관 대표)
2025. 7+8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니어 계층을 위한 도서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도서관은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복합 문화 복지 공간으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또한, 시니어를 위한 공간과 콘텐츠를 통해 삶의 질과 사회 통합, 지적 자립을 위한 핵심 인프라이자 시니어의 미래를 설계하는 삶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기술 중심의 스마트 도서관이 될 수도 있고, 감정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세대가 어우러지는 소통의 마당이 될 수도 있다.

 

 

고령화 사회, 노년의 삶을 이해하는 것부터

필자는 2016년부터 노인복지센터에서 치매 혹은 신체적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돌봄 활동을 해 왔다. 그간 어르신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노년의 삶에 대해 깊게 성찰하게 되었다. “만약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이란 질문에 다양한 후회, 갈망, 또는 새로운 꿈과 관련된 답변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교육이었다. 과거 1940~1950년대는 사회·경제 전반적으로 녹록지 않았기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일찍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 어르신들에게 부족했던 교육은 지적 갈망을 불러왔다. 최근 문해교실, 평생교육에 열심히 참여하는 노년층이 많은 이유도 배움에 대한 욕구가 늦게 발현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으로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후회는 바로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부모님 등 가족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거나 쉽게 지나쳤던 인연에 대해 뒤늦은 후회와 애틋함이 남은 것이다. 이런 후회는 누구나 있겠지만,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 얽매여 표현이 힘들었던 그들은 “그때는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지.” 하며 묻어버린 감정의 흔적을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는 어르신들은 도전조차 하지 못했던 꿈에 대한 미련을 이야기했다. 경제적 상황, 사회적 구조, 물리적 이동의 제약, 기술의 부재, 고착화된 직업적 성차별주의 등이 이유였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겪은 지난 아쉬움은 “세상을 더 많이 보고 싶다.”, “나답게 살고 싶다.” 등 자기 삶의 주체로 나아가고 싶은 새로운 꿈을 만들기도 했다.

 

 

시니어도서관 설립 계기

처음에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부분 노인돌봄시설은 요양보호사 1인당 6~7명의 어르신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눈을 마주치며 여유롭게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하다. 필자는 당시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그들에게 신체적 돌봄만 필요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고, 2019년 주간보호센터를 설립했다. 그곳에서 만났던 어르신들은 과거의 아쉬움을 넘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삶을 다시 정의하고 싶은 열망, 이제라도 바꿔보려는 용기,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지혜도 가득했다. 이는 필자가 시니어 문화 콘텐츠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시니어도서관을 설립하게 된 또 다른 큰 이유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필자는 전화로 87세 노모의 안부를 묻곤 했다. 어느 날, “엄마, 뭐 하세요?” 여쭈었더니 “장 본다.” 하시길래 “아침부터 무슨 장을 보세요?” 했더니 “구들장 지고 천장 본다.”라는 대답에 만감이 교차했었다. 때마침 공원을 지나는데, 벤치에 앉아 축 처진 어깨와 무표정한 얼굴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원시니어도서관 서가

어머니를 포함해 노인복지센터에서 만났던 어르신들은 모두 자신보다 가족, 국가를 위해 희생하며 거친 세월을 이겨냈는데, 지금 그들이 삶을 즐길 기회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 묵은 체증처럼 짓눌렀고 숙제처럼 느껴졌다. 이런 마음은 문득 어린이 도서관은 있는데 왜 노인을 위한 도서관은 없는지에 대한의문으로 이어졌고, 어르신들이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2021년 경기도 일산시에 국내 최초 어르신들을 위한 ‘가원시니어도서관’을 설립하였고,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5주년을 맞이하였다.

 

 

가원시니어도서관 프로그램

가원시니어도서관은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으로, “87세, 꿈을 꾸다.”라는 슬로건 아래 노년의 독서와 문화를 공유하는 복합 문화 복지 공간이다. 가원시니어도서관은 단순히 독립된 민간 시설이 아니라 대한노인회, 지역 복지관, 시니어클럽 등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니어들을 위한 종합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주민과의 협업을 통해 마을 단위의 책 읽기 운동, 문화 행사, 작은음악회 등을 개최하며 지역 공동체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 간 소통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배움과 성장을 지속하고자 하는 시니어들에게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독서 활동을 지원하여 정서적 안정을 돕고 있다.

 


시니어의 독서 모임 활동

 

도서관에서는 조용한 분위기가 당연한 것 같지만, 가원시니어도서관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어르신들에게 독서뿐만 아니라 독서 모임 활동을 통해 활발히 소통할 수 있고, 교육 및 문화를 더 많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시니어의 삶과 밀접한 주제를 중심으로 도서를 선별하거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큰글자책 독서 모임, 문학 강좌, 자서전 쓰기, 그림책 읽기, 스마트폰 활용법 등 다양한 강의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북토크, 문화 예술 체험, 원예 및 미술을 활용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 음악 감상회, 인사 특별 강연 등 비정기적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특히, 정서적 안정과 자존감을 높이는 글쓰기와 미술을 접목한 자서전 프로젝트는 많은 시니어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며 자긍심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밖에도 별난 독서 모임, 시문학 교실, 글의 쓸모 문학놀이, 그림책 별별 손뜨개, 그림책을 활용한 저속노화 실천 방법, 시니어그램 책코칭, 그림책을 사랑하는 시니어즈 마음산책, 시니어 북클럽 회춘등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2024년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노래하다’ 강연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책을 연결하여 진행한다.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책 탐방, 손 뜨개질, 공예 작품 만들기, 음악회와 같이 독서 활동과 문화 활동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반 도서관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관심 분야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맞추어 진행하다 보니 어르신들의 반응도 웃음과 눈물, 감동과 재미 등 각양각색이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고 또 무언가를 배워간다는 성장의 기쁨과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년층도 전자책, 오디오북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스마트 기기 사용법을 교육하고,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테이블도 스마트 테이블로 설치했고, 키오스크, 태블릿 PC도 있어 언제든 원하는 디지털 교육을 받거나 도움을 청할 수 있다. 현재 가원시니어도서관에 장서 현황은 종이책 3,600권, 오디오북 4개이며 전자책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일 평균 대출 수는 약 12건이며, 많이 열람하는 도서는 이해인 작가의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마음산책, 2014), 『꽃잎 한장처럼』(샘터, 2022),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창비, 2014), 『그대의 차가운 손』(문학과지성사, 2002), 정희원 의사의 『저속노화 식사법』(테이스트북스, 2024) 순이다.

 


도서관 내 스마트 테이블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어르신들

 

 

시니어도서관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

가원시니어도서관은 민간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 문제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안정적인 예산 지원 없이 자비 분담금, 기부금, 소액 수입 사업 등에 의존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한계가 크다. 기본 운영비와 인건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지출되지만, 공모나 프로젝트 등 정부 지원 사업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아 꾸준한 재원 확보가 어렵다. 또 다른 어려움은 전문 인력 채용이다. 재정 문제와 연계되어 사서, 평생교육사, 문화기획자 등 시니어도서관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성과 공익성을 목적으로 한 강의, 문화 프로그램, 출판 등 수익사업 모델을 갖출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 지원으로는 민간 도서관 등록제 및 인증제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민간 도서관을 제도권 내 공공 문화 시설로 등록하여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도서관 내 특성화 프로그램 활성화와 재정 지원을 동시에 추진 할 수 있다.

전문 인력 확보 문제는 공공 인력을 일정 기간 민간 도서관에 파견하거나, 도서관학·문화교육학 기반의 재교육 과정을 개설하여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작은 도서관에서도 AI 독서 추천 시스템, 키오스크, 스마트 기기 등 전자도서관 시스템을 갖추고 정보화 교육을 진행한다면, 디지털 정보 취약 계층인 시니어들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가원시니어도서관 내부

 

필자는 향후 가원시니어도서관의 운영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여 전국 단위의 시니어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니어를 위한 정책 제안과 학문적 연구에 기여하고자 어르신들이 참여한 시니어 독서, 학습, 사회 활동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하여 단순한 돌봄 기관이 할 수 없는 역할, 즉 삶을 나누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정서의 거점’이자 존엄한 삶을 지지하는 ‘공동체의 품’이 될 수 있도록 시니어도서관을 구축 및 확대하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삶의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니어 자서전 쓰기, 구술사(Oral History) 프로젝트, 인생 책 전시 등을 통해 시니어의 삶을 콘텐츠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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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시니어도서관의 역할

사람들은 노년을 이야기할 때 흔히 건강의 쇠퇴, 외로움, 또는 무기력함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실상 노년기는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경험, 지혜가 풍부한 시기이며, 이 시기를 퇴보가 아니라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말이다. 도서관은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책을 매개로 노년을 더 풍요롭고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에 도서관은 시니어의 삶에 깊이 연결된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 복합 공간으로서 그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앞으로 도서관은 개별적 건강 상태, 관심사, 인지 능력에 따른 맞춤형 자료와 콘텐츠, 도서 배달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감정적 치유, 외로움 해소를 위한 심리적 돌봄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핵심 콘텐츠인 책은 여전히 사람을 변화시키는 도구이며, 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장소다. 시니어도서관이 더 많이 활성화되고 확대되어 모든 시니어들이 책과 함께, 오늘보다 더 풍요로운 내일을 살아가길 바란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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