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로맨스 프랑스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인공지능과 글쓰기, 책자만들기, 책자소량제작
4월 프랑스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강미란
다크 로맨스 프랑스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인공지능과 글쓰기, 책자만들기, 책자소량제작
글로벌 출판계 수상 소식
프랑스 아동문학의 등대 <소시에르상>, 한국 작가들의 쾌거
1986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소시에르상>(Prix Sorcières)은 아동·청소년 문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프랑스도서관협회와 프랑스아동전문서점연합이 공동 주관하며, 문학성과 독창성, 그리고 어린이 독자들과의 교감 가능성을 기준으로 매년 여섯 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소시에르(Sorcières)’는 프랑스어로 ‘마녀’를 뜻한다. 이름의 뜻처럼 이 상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력과 예술성이 빛나는 작품에 주목해 왔다.
1986년 출범 당시에는 세 개 부문(픽션, 논픽션, 앨범)으로 시작했지만, 2018년부터는 다음과 같은 3가지 테마와 6개 세부 부문으로 재편되었다. 우선 Carrément Beau(정말 아름다운 상) 부문은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그림책 중심으로 수상하며 0~6세 유아 대상의 ‘미니 상’과 6세 이상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막시 상’이 있다. Carrément Passionnant(정말 흥미로운 상) 부문은 서사 중심의 몰입도 높은 이야기책을 선정하며 8~11세 아동 대상의 ‘미니 상’과 12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막시 상’으로 나누어 선정한다. 마지막으로 Carrément Sorcières(정말 마법 같은 상) 부문은 장르를 넘나드는 독창적 픽션 및 논픽션에 주어지는 상으로 실험적 서사 중심의 창작물에 돌아가는 ‘픽션 상’과 철학, 지식, 사회적 주제를 다룬 작품에 주어지는 ‘논픽션 상’이 있다.
소시에르상은 프랑스 문학계에서 평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기도 한다. 해마다 수상작은 물론 후보작 역시 여러 학교와 도서관의 추천 도서로 지정될 뿐만 아니라 작가의 경력에도 중대한 이정표가 되곤 한다. 지금까지의 대표적인 수상 작가로는 마리-오드 뮈라이(Marie-Aude Murail), 셸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 등이 있다.
2025년 소시에르상은 한국 작가들에게 특별히 기억될 것이다. 두 편의 한국 작품이 나란히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본 상이 제정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며, 프랑스 문단에서 한국 아동문학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구돌이 글을 쓰고 해랑이 그림을 그린 《국경》은 《국경이란 무엇일까?》(Qu’est-ce qu’une frontière?)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2024년 라파르티 출판사(La Partie)에서 펴냈다. 이 작품은 소시에르상 중 ‘정말 마법같은 상’ 부문에서 논픽션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국경’이라는 추상적이고 정치적인 개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풀어내고 있다. “국경은 우리가 만든 것이야”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2021년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일본과 대만에서도 번역 출간된 작품이기도 하다.
두 번째 수상작은 최연주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모 이야기》다. 프랑스에서는 《모의 별》(L’Étoile de Mo)로 번역되어 2024년 헬리움 출판사(Hélium)에서 나왔다. 2025년 소시에르상 ‘정말 흥미로운 상’ 중 8~11세 아동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니 상’을 받았다. 검은 고양이 모가 별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이 그림책은 상실과 기억 그리고 위로라는 보편적 주제를 절제된 감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프랑스 아동문학 전문 매체 <시트루이유 엡도>(Citrouille Hebdo)는 이 책을 “섬세한 색감과 고요한 메시지로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두 작품은 단순한 번역 출간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 소시에르상 수상은 이 두 작품이 프랑스 문학적 가치 기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창작물로 평가를 받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경이란 무엇일까?》는 프랑스 사회에서 이민과 경계, 정체성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요즘 시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수상은 비유럽권, 특히 아시아 문학에 대한 인식 변화가 프랑스 아동문학계에서도 시작되고 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수상은 못 했지만 2025년 소시에르상 최종 후보작에 또 다른 한국 작가의 작품이 오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물로!》(A l’eau !)라는 제목으로 콧콧콧 출판사(cotcotcot étidtions)에서 펴낸 박희진의 그림책 《물속에서》다. 이 작품은 비록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최종 후보로 오른 것만으로도 한국 아동문학에 대한 현지 출판계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25년 소시에르상은 프랑스 아동문학이 새로운 감수성과 시각을 수용하는 전환점이 됨과 동시에 한국 아동문학이 국제 무대에서 하나의 독립적 작품으로 사랑을 받기 시작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작품이 국경을 넘고 언어의 벽을 넘어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https://www.abf.asso.fr/4/25/13/ABF/le-prix-sorcieres-pourquoi-comment-et-son-histoire#:~:text=Les%20Prix%20Sorcières%2C%20décernés%20depuis, professionnels%20dans%20leur%20pratique%20quotidienne.
https://www.citrouille.net/prix-sorcieres-2025-les-laureats-sont
https://www.livreshebdo.fr/article/les-laureats-du-prix-sorcieres-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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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출판계 이슈
인공지능과 글쓰기, 작가와 함께하는 새로운 창작인가?
프랑스의 출판플랫폼 북스온디멘드(Books on Demand)와 퓌블리에송리브르(Publier son Livre)가 최근에 작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하여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초 pulbiersonlivre.fr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었는데 작가들이 인공지능(AI)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가 출판 작가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하여 변화하는 창작 환경이 선명하게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작가 중 46%가 글을 쓸 때 챗지피티(ChatGPT), 그래말리(Grammarly), 딥플(DeepL)과 같은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교정, 번역 및 새로운 문장을 생성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자가 출판 작가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시간과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AI를 협력자로 삼아 작업 효율을 높이고 있다.
AI를 사용하는 작가 중 절반은 AI가 글쓰기의 속도를 높이고 글이 막힐 때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나머지 반 이상의 설문 응답자들은 AI에 대한 그들의 우려를 드러냈다. AI를 사용하면 문체가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작가 개성이 흐려질 우려가 있고 창작의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작가들은 특히 AI가 만든 문장과 사람이 쓴 문장을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결과를 보면 실제로 AI가 아주 위협적이라고 느낀다는 작가는 13%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작가는 AI를 직접적 경쟁자로 보기보단 일종의 보조자, 글쓰기 도구, 혹은 협업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작의 핵심에는 ‘인간으로서의 작가’가 있으며 AI는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하고 작업을 보완해 주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많은 작가는 AI가 초안을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더라도 최종 결정은 언제나 인간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감정이나 복잡한 맥락, 인간적인 통찰은 기계가 흉내 내기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작가들이 AI가 창작 과정에 개입하면 할수록 오히려 독자와의 신뢰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작가의 70% 이상이 AI의 도움을 받은 책에는 해당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는 단순히 AI 참여 여부의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 독자 역시 책이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그 과정을 알 권리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특히 자가 출판 작가들 사이에서 이런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AI가 창작의 일부로 자리 잡는 현재, AI 참여 여부 명시는 독자와 작가 사이의 신뢰를 유지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는 이제 글쓰기의 보조 수단을 넘어서 작가들의 창작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환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는 여전히 우려를 표하지만, 많은 작가가 이를 협력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며 창작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의식적으로 활용하고 투명하게 공유하며, 인간적인 감각과 조화를 이루는가에 달려 있다. 앞으로 AI는 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창작 분야에서 점점 더 익숙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 변화 속에서 작가의 정체성과 독자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기준과 윤리적 합의가 요구되고 있다. 글쓰기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며 AI는 그 곁에서 조용히 역할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출처
다크 로맨스, 프랑스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 서점가와 SNS에서 눈에 띄는 인기를 끌고 있는 로맨스 장르가 있다. 바로 ‘다크 로맨스(Dark Romance)’다. 자극적이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이 장르는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찾는 여성 독자층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다크 로맨스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 대표적인 작가들과 출판사, 프랑스 독자들의 반응까지 함께 살펴본다.
다크 로맨스는 일반적인 로맨스와는 다르며 다소 어두운 관계를 중심으로 한 장르다. 이야기 속 사랑은 폭력적이고, 도덕적으로 선 긋기에 애매하며, 권력과 욕망이 자주 얽혀 있음을 볼 수 있다. 등장인물 간의 관계 역시 특이하고 복잡하며, 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관계는 물론 심리적·신체적 폭력이 묘사되는 경우가 많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다크 로맨스는 19세기 고딕 소설의 전통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사랑 이야기는 공포, 위험, 미스터리 등의 플롯과 얽혀 있었다. 이후 뉴어덜트(New Adult) 장르와 에로틱 로맨스가 유행하면서 보다 솔직하고 무조건 순정적이지만은 않은 관계를 다루는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됐다. 특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작품이 흥행한 이후, 다크 로맨스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자가 출판플랫폼인 왓패드(Wattpad)나 킨들(KDP)을 통해 수많은 작가가 이 장르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다크 로맨스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서사가 있다. 과거 상처를 안고 있거나 위험한 인물, 사회적으로 금기되거나 불륜적 관계, 지배와 복종의 긴장감, 구원과 고통, 용서의 테마, 납치, 마피아, 갱, 감옥, 학생과 교사, 적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관계 등의 플롯이 그렇다. 현재 프랑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들과 작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라 리벤스(Sarah Rivens)는 《포로》(Captive), 《레이크스톤》(Lakestone) 등을 통해 강압적인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사랑, 지배와 욕망, 고통 등을 다루었다. 클로에 왈르랑(Chloé Wallerand)은 《악마의 아들들》(The Devil’s sons)을 통해 평범하던 대학생이 범죄 조직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치명적인 관계를 그려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페넬로프 더글라스(Penelope Douglas)의 《악마의 밤》(Devil’s Night)은 상류층 사회에서 벌어지는 심리 게임을 다뤄 프랑스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히고 있다. 뉴로맨스 소설로 유명한 모르간 몽콩블(Morgane Moncomble)은 《하트 에이스》(L’As de Cœur)로 감정적 지배와 가스라이팅이 중심이 되는 로맨스를 그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아니타 리긴스(Anita Rigins)의 《뷰티풀 시너》(Beautiful Sinner), 조이스 키튼(Joyce Kitten)의 《보더라인》(Borderline)은 물론, 열정과 자유를 향한 갈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아즈라 리드(Azra Reed)의 《발렌티나》(Valentina) 등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다크 로맨스가 유행하게 된 데에는 SNS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틱톡(BookTok), 인스타그램의 북톡(Bookstagram)에서 독자들이 책 추천은 물론이며 다양한 리뷰를 활발히 공유하며 입소문이 퍼졌다. 일부 작품은 자가 출판이었지만 독자들의 끊임없는 사랑 덕분에 유명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기도 했다. 동시에 다크 로맨스는 문학계 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일부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불러일으키며 폭력을 미화한다고 비판하지만, 또 다른 독자들은 이 장르를 개인적 감정 해소나 판타지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크 로맨스를 출간하는 대표 출판사로는 유고 퍼블리싱(hugo publishing), 대형 출판사 아셰트 소속의 라벨인 BMR, 블랙잉크에디션 등이 있으며, 많은 작가가 아마존 KDP를 통해 자가 출판을 선택하고 있기도 하다.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경우 기존 출판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다크 로맨스는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장르다. 욕망, 두려움, 금기를 주요 서사로 하며 독자에게 묘한 감정적 해방감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는 남녀 관계의 권력 구조를 새로운 시각으로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도 한다. 한때는 주변부, 혹은 하위 장르였던 다크 로맨스가 이제는 하나의 유행을 넘어 출판시장의 중심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 독자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20~40대의 여성층이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내 다크 로맨스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듯하다. 독자들의 기대나 성향이 변하면서 더욱 과감하고 복잡한 관계를 다룬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환상과 현실, 욕망과 금기 사이에서 아슬아슬 균형을 잡고 서 있는 이 장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참고
https://www.fr.fnac.ch/Top-10-des-meilleurs-livres-de-Dark-Romance/cp65527
다크 로맨스 프랑스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인공지능과 글쓰기, 책자만들기, 책자소량제작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