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힘을,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공감’, 실적용, 실적용도서, 실적용책

[다시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힘을,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공감’, 실적용, 실적용도서, 실적용책

 

 

[다시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힘을
이미향(공부심리연구소 대표)
2025. 01+02.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공감’

첫째 딸은 어렸을 때부터 동화책을 자주 읽곤 했다. 딸은 그중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성냥팔이 소녀(The Little Match Girl)』(1845)를 좋아했다. 몹시 추운 성탄절 날 성냥팔이 소녀가 눈보라 속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겪다 다음 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부분을 읽었을 때, 딸의 볼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성냥팔이 소녀가 얼마나 춥고 배고팠을까! 누구라도 도와줬다면!” 딸은 성냥팔이 소녀의 슬픔에 동화되었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안타까움 등 여러 감정을 느꼈다. 이처럼 독자는 책 속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하며 새로운 감정을 자극받는다.

동화에는 부모의 죽음이 자주 나온다. 어느 날 혼자 책을 읽고 있던 둘째 딸은 슬픈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이는 “엄마, 사람은 다 죽어요? 엄마는 죽지 않으면 안 돼요?”라며 슬프게 울었다. 실제로 엄마는 이렇게 옆에 있지만, 아이는 동화를 읽는 동안 엄마가 없는 상황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나는 딸에게 죽음을 설명하기 조심스러웠지만, 아이는 동화 속 이야기를 통해 죽음으로 인한 상실을 배웠다. 둘째 딸에게 동화책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얼마나 슬픈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된 것이다. 이처럼 이야기는 독자가 등장인물과 비슷한 상황을 상상하게 하며 타인의 희로애락 등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이렇게 감정의 확장을 경험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에도 흥미를 갖게 된다.

 

[다시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힘을,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공감’, 실적용, 실적용도서, 실적용책

 

나를 돌아보게 하는 ‘치유’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마음이 지칠 때, 소설 한 권이 특효약이 된다. 소설 읽기는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다른 문제를 겪고 있는 인물들의 상황을 엿보는 일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이야기에 몰입하여 자신의 문제를 잊을 수도 있고, 등장인물의 슬픈 감정에 따라 울기라도 하면 어느새 카타르시스가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소설 속 갈등과 사건을 보며 나의 문제를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게 되고, 결국 그 문제도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 소설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객관적인 안목을 만들어 준다.

특히 사춘기에는 이런 소설의 힘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청소년들에게 사춘기는 마음의 격동기다. 나는 영어를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청소년들을 자주 만난다.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마음을 열어야만 말문을 열기 때문에 나는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말을 들으려 노력한다. 아이들은 영어 학습을 목적으로 나의 수업을 듣지만, 영미 소설을 함께 읽을 때 영어가 아닌 소설에 빠져드는 순간, 아이들의 눈빛과 경직된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은 생각을 현실에서 가상 공간으로 옮겨놓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은 어느새 현실을 잊는다. 그것만으로 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춘기는 2차 성장이 나타나면서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시기다. 부모나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으로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을 때,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고 타인과의 갈등을 해결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이럴 때, 소설은 도움이 된다. 다른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게 되어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반대로 자신과 비슷한 인물을 만나면 마치 작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위로받는다. 그저 화만 나던 자신의 모호했던 감정과 생각이 언어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설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 영미 소설을 함께 공부한 아이들의 학부모는 종종 “요즘 우리 애가 말을 예쁘게 해요.”라고 말한다. 내가 한 일이 아니라 소설이 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을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읽고 싶은 장르의 책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책을 추천받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다양한 책을 접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치유의 과정일 수 있다. 어릴 적부터 동화책을 통해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갖고 ‘책’ 자체와 가깝게 지내다 보면 소설이 주는 치유의 힘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계속되는 이야기의 ‘재미’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잠이 쏟아질 때,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는 모든 아이들의 잠을 깨운다. 이야기에 몰입하다가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면 학생들은 아쉬워한다. 드라마를 보다가 하이라이트에서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회차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채우는 일은 사람에게 재미와 기쁨을 준다.

이런 힘을 학습에 응용하면 어떨까? 나는 딸들이 공부를 즐겁게 하길 바랐다. 아이들에게 다소 과장되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책 읽기가 즐겁다는 첫인상을 주고, 이야기의 재미를 알아가게 하고 싶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책 한 권을 다 읽자마자 다음 책을 고르곤 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불어넣고 싶을 때, 아이들을 유혹할 ‘스토리’를 찾았다. 만화책을 사용하기도 했다. 만화는 내용 전체를 신속하게 훑어보기에도 좋아서 가볍게 재미를 맛본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한다. 아이들이 한국사 공부를 만화로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다시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힘을,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공감’, 실적용, 실적용도서, 실적용책

 

당장 입시를 목표로 많은 학습량을 감당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소설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은 오히려 학습에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이상적일 수 있지만, 자신을 잘 알아야 자신과 맞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찾을 수 있고, 학습 동기 부여도 강해지지 않을까. 무엇보다 점수에 따라 일렬로 줄 세우며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를 탐구하는 재미가 있다면 청소년들이 조금은 더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은 계속하게 하는 힘, 바로 ‘재미’이다.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공부하고 필요한 학습도 성취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일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여는 ‘창의력’

첫째 딸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 두 명과 릴레이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장르는 공포 판타지였다. 한 사람이 처음 글을 쓰면, 다음 사람이 이야기를 상상해 이어 쓴다는 것이다. 소설이 원래 기획 의도와 멀어지면 다시 편집 회의를 하고 고쳤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동화와 소설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다. 많은 소설을 읽으며 ‘내가 작가라면 이야기를 어떻게 썼을까?’, ‘나라면 이렇게 바꿨을 텐데’라고 상상하다 창작 욕구가 생긴 것이다. 아이들이 쓴 소설의 제목은 「공포의 학교」였다. 사건과 등장인물이 생각보다 구체적이었다. 평소 말수가 많지 않은 딸이기에 아이의 상상력과 문장력에 적지 않게 놀랐다. 창작 욕구가 강한지도 미처 몰랐다. 어느 날 딸은 “작가도 재미있는 직업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는 작가가 묘사한 인물과 배경을 이미지로 떠올리며 상상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며 이야기를 꾸며내고 작가가 묘사하지 않은 부분까지 만들어 내기도 한다. 색깔도 입히고, 생략된 관계와 사건도 추측해 본다. 이런 상상력은 연습을 통해 자란다. 사람마다 경험과 지식이 다르므로 같은 소설을 읽어도 상상은 모두 색다르다. 이를 우리는 창의성이라 부른다.

아는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인물, 사건, 배경을 설정하면 그것이 소설이 된다. 아이들이 힘을 모아 소설을 썼던 경험은 각자의 머릿속에 남아 앞으로 다른 일을 할 때 또 다른 상상력으로 발휘될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는 발전과 혁신을 가져온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도 “창조하는 데는 지식보다 상상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듯, 어릴 적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동화와 소설의 힘을 믿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세상과 호흡하는 ‘소통’

인간(人間)은 사람들 속에서 살기 때문에 세상과의 소통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설은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다양한 인간상을 탐구하게 하고 세상살이에 대한 통찰력과 사고력을 길러준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넘나들게 하고, 이런 간접 경험은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시험에는 정서보다 지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만 맞춰져 있다. 과열된 경쟁으로 아이들의 일상에 열등감과 무기력이 깊숙이 파고든다. 시험도 학습도 결국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기 위한 과정임에도 쉽게 협력하지 못한다. 2024년 자랑스러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소설을 쓰며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설은 시공간을 넘어 독자와 세상을 연결해 준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모두 다를지라도, 이야기의 힘을 믿고 그 이야기를 마음에 깊게 담아내는 연습을 어릴 때부터 지속한다면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가지고 소통하는 ‘우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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