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내 책갈피 속 봉봉
세계명작에 숨어있던 맛있는 이야기
도서정보
저자 : 정세진
ISBN : 978-89-6131-163-2
페이지 : 260 page
발매일 : 2024-12-28
크기 : 152*225mm
정가 : 22,000원
책소개
세계 명작의 행간에 숨겨진 음식과 문화, 그리고 그 역사를 추적하기
셸 실버스타인의 동화『거꾸로 총을 쏜 사자 라프카디오』에는 마시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자가 나옵니다. 하지만 막상 주인공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마시멜로를 먹어보지 못했다는데요. 사실 그는 ‘마시멜로’라는 단어가 주는 ‘믐믐믐’이라는 어감을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라프카디오처럼 상상으로만 알고 있는 음식들을 동경했습니다. 특히 외국을 배경으로 한 동화에서 튀어나오는 낯선 이름의 음식들이 과연 어떤 모양과 맛을 가졌을까,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검색 한 번으로 정보를 뚝딱 찾아낼 수도 없었고, 우리나라 출판계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는, 일본판 중역이 대부분이었던 탓에 음식의 실체를 알아내기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저는 머릿속 상상으로 낯선음식들을 그려냈는데요. ‘봉봉’은 왠지 꿀이나 시럽이 들어간 사탕일 것 같다고 생각했고, ‘망고’라는 단어를 듣고는 달콤한 복숭아 같은 과일일 거라고 상상해 봤습니다.
이런 상상력에는 책 속 음식을 더욱 맛있어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는 듯 합니다. 전 세계를 열광하게 만든 판타지 소설,『해리포터』시리즈를 읽은 독자라면 아마 한 번쯤 “버터맥주는 무슨 맛일까?” 궁금해한 적이 있으실거예요. 막 청소년기에 접어든 주인공 해리는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맛에 빠져들고, 꼬마 집요정 도비는 맛있는 버터맥주를 홀짝거리다 취하고 말지요. 그보다 버터 맛이 나는 맥주라니, 언뜻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해리포터는 마법사의 세계를 다룬 작품인 만큼 당연히 이 버터맥주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작가 조앤 롤링은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버터스카치에서 버터맥주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상상이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지요. 또한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소재로 한 문학에서는 이런 음식들이 보다 생생하게 묘사되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창작물들은 배경이 되는 시대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에,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들이 한 시절을 읽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는『하이디』를 통해 ‘흰 빵과 검은 빵’이 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소재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또『15소년 표류기』에서는 남태평양의 섬에서 기어이 차나무를 찾아내는 영국인들의 집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 하나는 이런 음식들이 작품 감상에 더 넓은 이해의 폭을 제공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소한 소품으로 취급받는 경향이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내 책갈피 속 봉봉』은 대수롭지 않게 스쳐 지나갔던 고전 창작물 속 음식들이 주인공입니다. 제가 가장 먼저 호기심을 가졌던 유럽의 음식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등 세계 각지의 맛과 문화를 탐색합니다.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들이 접하는 외국 문학이 대부분 서구권 작품이다 보니 지역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몇몇 글들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을 소재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끝으로는 한국으로 돌아와 고전과 근현대 문학 속에 등장하는 우리 옛 음식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익숙한 문학 작품 속 침이 꼴깍 넘어가는 음식 묘사와 함께 그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탐정 놀이의 즐거움을 여러분께 선사하고 싶습니다.
저자소개
정세진
기자 출신 작가, 식탐일기(2017년 출간) 저자이며 세상의 다채로운 맛을 찾아 헤매는 유목민입니다.
브런치 주소: brunch.co.kr/@sejinjeong
목차
Prologue 세계 명작의 행간에 숨겨진 음식과 문화, 그리고 그 역사를 추적하기
Chapter 01 유럽의 맛
웃음과 눈물이 함께하는 달콤 쌉싸름한 일상다반사 –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과 러시아 음식
낯선 북녘의 땅, 생소하지만 정감 있는 식문화 – 북유럽 동화와 다양한 먹거리의 세계
달콤한 소녀 시절의 추억 –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빨강 머리 앤』과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의 음식
황량한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 메이브 빈치,『그 겨울의 일주일』과 아일랜드 음식
우울한 사춘기 소년의부실한 밥상 이야기 – 수 타운센드의『에이드리언 몰』시리즈와영국 음식
상처투성이 기사가 그려내는 희극적 여정 – 세르반테스의『돈키호테』와 스페인 음식
신기루 같은 하룻밤의 만찬 – 귀스타브 플로베르의『보바리 부인』과 프랑스 오트 퀴진
말썽꾸러기 악동들과 달콤한 디저트 – 르네 고시니가 쓰고 장 자크 상페가 그린『꼬마 니콜라』와 프랑스 디저트
검소하지만 실속 있는 서민의 식탁 – 독일 민담과 근대의 식생활
소박한 식탁에 담긴 청교도적 세계관 – 요한나 슈피리의『하이디』와 스위스 음식
중세 공동체를 무대로 한 흥미진진한 비밀 지도 – 움베르토 에코의『장미의 이름』과 중세 이탈리아 지역의 수도원 요리
어둠의 세계를 살던 이민자들의 음식 – 마리오 푸조의『대부』와 미국식 이탈리아 음식
아름다운 풍광 속 소박한 음식 문화가 있는 곳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그리스인 조르바』와 그리스 음식
Chapter 02 아프리카의 맛
크리스티앙 자크가 들려주는 고대 이집트의 삶 – 크리스티앙 자크의『람세스』와 이집트 음식
틀리지 않은, 다른 것을 향한 희망의 꽃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보라색 히비스커스』와 나이지리아 음식
Chapter 03 아메리카의 맛
소설 속에 박제된 탐험가의 로망 – 쥘 베른의『15소년 표류기』와 남미의 식재료
부엌의 여신이 펼쳐 놓는 몽환적인 맛과 사랑 – 라우라 에스키벨의『달콤 쌉싸름한 초콜릿』과 멕시코 음식
미국 남부식 ‘먹방’ 소설 – 마거릿 미첼의『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루이지애나 음식
19세기 미국판 삼시 세 끼 스토리 –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초원의 집』과 서부 개척 시대 미국 요리
Chapter 04 아시아의 맛
축복받은 먹거리 천국에서 펼쳐지는 원죄와 복수의 드라마 – 미우라 아야코의『빙점』과 홋카이도 음식
에도 시대 식재료와 뒤얽힌 미스터리한 사건들 – 미야베 미유키의『맏물 이야기』와 에도 음식
욕망을 향한 인간의 집착은 어디까지일까 – 명나라 소설『금병매』와 중국의 스태미나식
우리가 몰랐던 중국 서민 음식의 민낯 – 펄 벅의『대지』와 중국 안후이성 음식
조용한 여성들이 남긴 치열한 삶의 기록 – 킴 투이의『만』과 베트남 음식
극한의 환경에도 지지 않는 영혼의 힘 – 하인리히 하러의『티베트에서의 7년』과 티베트 음식
복잡다난한 민족사, 다채로운 문화의 매력 – 줌파 라히리의『축복받은 집』과 인도 음식
동서양의 문명이 화려하게 만나는 곳 – 『아라비안 나이트』와 중동 음식
Chapter 05 한국의 맛
언어와 음식, 문화라는 DNA를 지키는 힘 – 시인 백석과 아련한 고향의 맛
전통 오락의 재미를 돋우는 조선 시대 먹방 – 판소리 다섯 마당과 우리 전통 음식
양반가 삼대의 생로병사를 담은 세밀하고 거대한 민속화 – 최명희의『혼불』과 남도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