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금서가 된 서적들, 대학출판사, 도서유통, 도서출간

 

인도네시아의 금서가 된 서적들, 대학출판사, 도서유통, 도서출간

 

인도네시아의 금서가 된 서적들

인도네시아는 정치적·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공공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도서를 금서로 지정해 유통을 제한한 역사가 길다. 과거 200권이 넘는 도서가 정부에 의해 금지되었으며,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이 크게 훼손당했다. 그중 몇 가지 대표적인 금서 목록은 아래와 같다.

 

인도네시아 금서목록


《1948-1965 NU와 PKI의 충돌》
《붉은 횃불 아래에서》
《시 랑카》
《단계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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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라무댜 아난타 뚜르의
《노동 4부작》

 

-《 1948-1965 NU와 PKI의 충돌(Benturan NU PKI 1948-1965)》 (저자: 압둘 무님 Dz(Abdul Mun’im Dz))
이 책은 나들라툴 울라마(NU) 집행위원회가 편찬한 것으로, NU와 인도네시아 공산당(PKI)과의 갈등을 조명한다. 책의 편찬 의도는 오랫동안 NU의 꼬리표처럼 붙어 있던 NU와 공산당 연계설을 부인하고 이를 해명하려는 것이다. 이 책은 2014년 트랜스 뿌스타카(Trans Pustaka)를 통해 출판되었다가, 2018년 금서 목록에 포함되었다.

-《 붉은 횃불 아래에서(Di Bawah Lentera Merah)》 (저자: 수혹기(Soe Hok Gie))
《붉은 횃불 아래에서》는 스마랑의 사레캇 이슬람(Sarekat Islam Semarang)과 같은 조직 운동을 통해 민족주의 개념이 등장하던 시기의 인도네시아 역사를 조명한다. 1917~1920년대 신문 스크랩, 역사적 인물과의 인터뷰 등을 인용하여, 전통 담론에서 현대 담론으로 발전하는 근대화 변혁의 사상이 담고 있다. 이 책은 1999년 족자카르타의 븐땅 부다야 재단(Yayasan Bentang Budaya)에서 출판되었다.

-《 시 랑카(Si Rangka)》(저자: 리요노 쁘리띡노(Riyono Pratikto))
《시 랑카》는 신비롭고 무서운 초자연적 세계를 주제로 한 리요노 쁘라띡노의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초자연적인 세계를 그려냈지만, 일부 주제를 문제 삼아 금서가 되었다.

-《 단계 별로(Djejak Langkah)》(저자: 바끄리 시레가르(Bakrie Siregar))
당시 사람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저자 바끄리 시레가르는 사회주의 성향이 강해 작품을 통해 그러한 측면을 강렬하게 드러냈다. 인도네시아 대학교(UI) 도서관 홈페이지에서도 인용되는 이 책은 인도네시아 역사 속 사회적 변화를 기술하고 있으며, 문학적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사회정치적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의식을 담고 있다고 하여 배포가 금지되었다.

-《 노동 4부작(Tetralogi Buru)》 (저자: 쁘라무댜 아난따 뚜르(Pramoedya Ananta Toer))
노동 4부작은《 인류의 대지(Bumi Manusia)》《, 만국의 아이들(Anak Semua Bangsa)》《, 발자취(Jejak Langkah)》《, 유리의 집(Rumah Kaca)》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책들은 독자들이나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좌익 이데올로기를 전달한다는 이유로 수하르토의 신질서 정부 당시 법무부가 배포를 금지했다. 저자 뿌라무댜 아난따 뚜르는 공화국 초기 좌익 사상가로 분류되어 오랜 옥고를 치렀고, 이후 그의 작품성을 인정 받아 인도네시아의 문호로 꼽히게 된 인물이다.

특정한 도서의 배포를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방해하고 특정 정보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간주한다. 과거에도 여러 권의 도서가 금지되었지만, 지금도 특정 도서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으며, 금서와 표현의 자유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로 남아 있다.

인도네시아의 금서가 된 서적들, 대학출판사, 도서유통, 도서출간

*출처 똄뽀닷코
https://tekno.tempo.co/read/1793121/5-buku-terlarang-yang-pernah-dirazia-di-indonesia

 

 

2024년 인도네시아 출판 한국 원작 번역 도서 전수조사 보완(2024년 3분기)

지난 2023년 11월에 인도네시아에 출판된 한국 원작 도서 전수조사를 진행한 후, 2024년 3월과 7월의 보완조사에 이어 지난 7~9월 사이에 2024년 3분기 보완조사를 시행하여 그 결과를 정리했다. 이를 위해 자카르타 시내 여러 그라메디아 서점을 방문하여 조사했으며, 그 중엔 도서 물류 허브로 사용되는 마트라만(Matraman)점, 가장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뽄독인다 1번몰(PIM 1)점, 북부 자카르타에서 가장 큰 끌라빠가딩몰(Kelapa Gading Mall)점을 포함했다. 그라메디아, 하루출판사(Penerbit Haru), 바짜 출판사(Penerbit Baca), 트란스메디아 뿌스타카(Transmedia Pustaka)의 온라인서점에 수록된 도서들도 다시 한번 조사했다. 신간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전 조사에서 누락된 한국 원작 번역 도서를 추가로 발견하는 성과도 있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추가 확인된 인도네시아 출판 한국 원작 도서 목록

* 2024년 7~9월 기간 조사

 

이 중 307번 혜민 스님 책은 한국에서 도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출간된 도서를 번역한 것이 아니라 저자의 영어본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에서 혜민 스님의 두 작품인《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스테디셀러로 판매량이 많다. 교보문고 도서 정보에도 이 책은 서양도서로 분류되어 있어 한국원작으로 보기 힘들지만, 여기서는 일단 한국 원작 번역 도서로 등록하기로 한다. 319번 샬롯조의《 (The Little Book of Skin Care)》 역시 2015년 12월 미국 Harper Collins에서 출판한 영문 도서의 번역본으로 보이는데, 혜민 스님의 신간과 같은 사례로 처리 했다. 322번의《 Tanpa Cahaya dan cerita-cerita dari Joseon(조선의 어두운 이야기들)》은 저작권이 만료된 작가들의 1920~1930년대 식민지 시대 작품들을 한국 소설을 다수 번역 출판한 하루출판사(Penerbit Haru)가 자체 번역 및 편집하여 출판한 도서
로 보인다.

– 아낙 헤밧 인도네시아(Anak Hebat Indonesia)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 Anak Hebat Indonesia가 출판한 한국 저자명의 도서들은 원작을 찾기 어려웠다. 그간의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니 이 도서들은 발견되었지만, 한국 원작 확인이 되지 않아 ‘도서정보 부족 도서’로 따로 분류해 놓고 있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낙 헤밧 인도네시아 출판사의 한국어 저자명 도서들

 

특정 출판사에서 출간된 한국 원작 번역 도서들이 모두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이 출판사에 질문지를 보내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또한 본사 주소가 중부 자바의 족자 근처 반뚤(Bantul)로 되어 있어 방문하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현재 가능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었다.

① 최성민, 차미래, 한도산, 최은보 같은 한국 이름의 작가들이 실제로는 인도네시아 작가들이 쓰는 필명(Kim Dee라는 작가가 그렇다)일 경우
② 한국적인 느낌을 주는 도서의 판매가 좋아서 출판사가 새로운 방식으로 한국 원작 번역본을 만들었을 가능성

책을 쓰고 출판하는 데는 비용이 드는 일이므로 첫 번째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러나 한국 도서 전문 출판업체가 아닌 특정 출판사가 여러 한글 필명의 작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도서 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출판사가 현지 작가에게 한국어 필명 사용을 제안했을 수도 있다. 그중 최성민(Choi Sungmin) 작가의 경우, 그라메디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다작한 작가인데, 그의 작품을 보면서 그가 실제로 한국인이라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어학 교사이거나 한류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일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의 전작들은 주로 BTS, EXO, 블랙핑크 등 K-pop 관련 도서들이었고, 한국어 교본도 포함되어 있다.

 

그라메디아 온라인서점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최성민 작가 작품

 

*이미지 출처
그라메디아 온라인 서점 https://www.gramedia.com/search?q=choi%20sungmin

인도네시아의 금서가 된 서적들, 대학출판사, 도서유통, 도서출간

 

해당 교재 표지엔 ‘Swiun Han-gu-geo’라는 제목이 적혀 있는데, 만약 한국에서 교육 받았다면 ‘Shewoon Hankuk-eo’ 또는 ‘Shiwoon Hankuk-uh’와 같은 표기가 더 자연 스러웠을 것이다. 필자의 미국인 친구 윌버트(Wilbert)가 한글을 배운 후 자기 이름을 ‘윌븟’으로 쓴 것을 기억하는데, 외국인들은 종종 소리 나는 대로 창의적으로 표기한다. 이 출판사의 도서들을 한국 도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또 다른 이유는, 자기계발 장르의 한국 도서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에 현지 작가들이 한국어 단어나 문장을 표지에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계발서들은 외관상 한국 도서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아낙 헤밧 인도네시아의 한국어 표지 도서들

 

이러한 경향은 그라메디아의 출판그룹 중 하나인 그라신도(Grasindo)의 라노벨 출판물들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표지에 한국어를 포함하는 것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수 있어서 선택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해당 도서를 한국 콘텐츠로 둔갑시키려는 의도가 아닌, 책의 내용이 한국이나 한국의 아이돌과 관련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법적, 윤리적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한국이 인도네시아 출판시장에서 문화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일본 및 중국 원작 도서의 약진
한국 원작 번역 도서가 가장 많이 출간된 장르는 소설과 자기계발 부문이다. 금융 장르에서도 두 권의 한국 도서가 출간되었으며, 교육만화와 아동도서에도 한국 도서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일반 만화는 주로 일본 작품이지만, 한국 작가들 작품도 몇 편 정도는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과학, 인문학, 종교, IT 등 다른 장르에서는 한국 도서를 거의 찾기 힘들다. 이 분야는 인도네시아 및 서양 작가의 작품이 많다.
소설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유명한 인도네시아 작가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본 작가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작가 작품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현지 작가 중에서는 레일라 S. 추도리(Leila S. Chudori)와 뜨레 리예(Tere Liya)가 두각을 나타내며 서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굳이 나누자면 레일라는 1965~1966년의 인도네시아 대학살, 1998년 자카르타 폭동 등 무거운 현대사 주제들을 소설 속에 담고 있으며 뜨레 리예는 일상에서 SF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폭넓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외국인 작가중에서는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특히 인기를 얻고 있으며, 그의 작품이 프로모션 매대 상당 부분과 베스트셀러 서가를 잔뜩 메우고 있다.

 

그라메디아 서점에 진열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작품들

 

자카르타 시내의 그라메디아 매장 여러 곳을 돌아본 결과, 올해 초까지는 한국 도서들이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었으나 4~5월부터 히가시노 게이고를 필두로 한 일본 작가들이 서점 베스트셀러 매대 상당 부분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 도서가 예전 한국 도서들 자리를 점차 차지하는 흐름도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라노벨을 주로 번역해 출판하던 하루 출판사에서도 중국 작품 번역출간이 늘고 있다. 한국 작품이 다시 주목받으려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조남주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오수향 작가의《 1등의 대화습관》, 해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와 같은 영향력 있는 작품들이 시의적절하게 출간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작품은 모두 스테디셀러로 여전히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 인도네이상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한 아시아권 수입 영화 <파묘>와 같은 작품이 한국 원작 번역 도서로 다시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인도네시아의 금서가 된 서적들, 대학출판사, 도서유통, 도서출간

*출처
그라메디아 서점 방문 조사 및 온라인서점 도서 목록 전수조사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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