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디지털 출판의 성장과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 디지털 출판 동향 및 저작권 문제 분석
9월 호주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황현정
디지털 출판 동향 및 저작권 문제 분석
호주 디지털 출판의 성장과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
호주 출판시장은 최근 몇 년간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며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전자책과 오디오북 시장이 성장했고, 인공지능(AI) 기술의 등장으로 저작권 제도 개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24년 호주 출판협회(Australian Publishers Association, AP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호주 전자책 시장은 전체 출판 매출의 약 13%를 차지했으며, 이는 2019년 10%에서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전자책은 팬데믹 기간에 이용이 급증한 이후 전반적 성장률이 둔화되었으나 여전히 전체 매출의 유의미한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오디오북은 호주 내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 시장 보고서와 업계 집계에 따르면 오디오북은 2019년(3% 비중) 대비 비중이 증가하여 2024년 현재 전체 출판 매출의 약 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3년 한 해 오디오북 판매액은 전년 대비 약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이동 중 소비, 멀티태스킹 환경에서의 접근성,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5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규모에 대한 장기 전망에서 IMARC 그룹(International Market Analysis Research and Consulting Group, IMARC Group)이 2024년 기준 호주 출판시장을 약 52억 미국 달러 규모로 추정하고, 2025-2033년 기간에 연평균 성장률(Compound Annual Growth Rate, CAGR) 약 4.5%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 디지털 콘텐츠 확대가 향후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예측과 맞닿아 있다.
디지털 전환이 출판 생태계에 미호주 디지털 출판의 성장과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 디지털 출판 동향 및 저작권 문제 분석
치는 영향은 다층적이다. 첫째, 독자 행동의 변화다. 호주 내 전자책·오디오북 이용 증가는 특히 18-34세 연령층과 통근자 집단에서 두드러진다. 공공도서관의 전자자료 대출(오버드라이브(OverDrive), 보로우 박스(BorrowBox) 등) 이용도 확대되어 2024년 기준 전자책 및 오디오북의 도서관 대출 건수는 전년 대비 약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접근성이 독서량과 콘텐츠 소비 빈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제작·유통 측면의 변화다. 오디오북 제작은 성우(voice actor), 음향 편집, 스튜디오 녹음 등 추가 비용과 인적 자원을 필요로 하며, 플랫폼별 수수료 구조와 독점성 계약이 수익 배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형 출판사는 자체 제작 역량을 강화하거나 유명 성우·연예인과의 협업을 통해 품질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중소 출판사와 독립 작가는 제작비와 유통망 확보에 제약을 받는다. 글로벌 플랫폼(오더블(Audible) 등)과의 제휴가 시장 진입의 단초가 되지만, 이는 동시에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적 위험을 수반한다.
셋째, 디지털 전환은 호주의 도서관과 공공기관 운영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특히 문화유산의 보존과 접근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더욱 두드러진다. 호주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Australia)은 2024년부터 디지털 아카이빙 사업을 대폭 강화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문화유산을 전자적 형태로 장기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대표적 플랫폼인 ‘트로브(Trove)’는 호주 내 다양한 기록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국가적 디지털 아카이브로, 2024년 기준 약 70억 건 이상의 자료를 수록하고 있어 학술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고도화된 검색 기능과 자동 자막 생성 기능이 도입되면서, 이용자들이 방대한 자료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보다 손쉽게 찾고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존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수준을 넘어, 문화적 자산에 대한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이용자층이 학문적·공공적 목적으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국립도서관뿐 아니라 주와 영역 단위의 도서관들이 참여하는 디지털화 사업은 지역사 자료, 구술 기록, 희귀 자료 등 전통적으로 접근이 제한되었던 자료들의 온라인화를 추진하며, 지역 연구와 공공 이용성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트로브(Trove)에 수록된 자료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기록까지 포괄하여 다양한 형태의 정보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연구자와 시민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호주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디지털화 사업은 호주 도서관의 역할을 단순한 자료 보관 기관에서 문화적 접근성과 학술적 활용성을 확대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과 문화유산 관리가 결합하는 현대적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절판 도서를 발굴·복간하는 ‘언탭드(Untapped)’ 프로젝트는 호주 출판계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이 프로젝트는 멜버른 로스쿨과 학계, 출판·도서관·기관의 협업으로 절판된 161권의 저작물을 전자책으로 재출간하였으며, 복간된 도서들은 도서관 전자 대출과 리테일 플랫폼에서 다시 독자와 만나고 있다. 초기 집계에 따르면 복간 타이틀로 인해 저자와 권리자에게 약 12만 호주달러(합산 로열티 수입)가 새로 발생했으며, 도서관에서의 전자 대출 건수 및 초도 판매 실적은 디지털 복간 사업이 실질적 수익 창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디지털화 흐름과 더불어 가장 첨예한 쟁점은 AI와 저작권 문제다. 2025년 초 호주 저작권 청(Attorney-General’s Department)은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정부 또한 관련 법제 정비를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 작가협회(ASA)는 2024년 설문조사에서 소속 작가의 약 68%가 “AI 기업이 동의 없이 저작물을 데이터로 사용하는 것에 우려한다”고 응답했으며, ‘공정 보상(fair compensation)’원칙을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본격화된 논쟁과 궤를 같이하는 흐름으로, 호주 내에서도 창작자 권익 보호와 기술 혁신의 균형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준다. 호주의 생산성 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는 2025년 공개한 중간보고서에서 데이터와 AI 기술의 활용이 향후 10년간 호주 경제에 약 1,160억 호주달러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제시하면서,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ext and Data Mining, TDM) 예외 도입 등 저작권법의 현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권고는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 AI 혁신을 촉진하려는 목적이지만, 출판사·저작권자·작가 단체는 저작물의 무단 활용과 보상 문제를 중심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저작권자 단체들은 TDM 예외가 광범위하게 허용될 경우 대규모의 무단 수집이 창작자의 보상권을 훼손할 수 있고, 특히 퍼스트 네이션스(First Nations) 콘텐츠와 같이 문화적 맥락과 공동체의 동의가 중요시되는 자료에 대한 보호가 약화될 우려를 지적한다. 반면, 산업계 일부와 기술기업은 보다 유연한 규제(framework)가 연구·산업적 활용을 촉진하여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공청회와 이해관계자 협의를 통해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호주 디지털 출판의 성장과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 디지털 출판 동향 및 저작권 문제 분석
저작권·계약 실무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는 판권 계약에 디지털·AI 활용권(digital/AI usage rights)을 명시하는 관행의 확산이다. 번역권·오디오 권리·AI 학습용 데이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권리 범위를 계약 단계에서 규정함으로써 향후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또한 일부 기관과 프로젝트(예: 언탭드(Untapped))는 권리 정비를 전제로 절판 도서의 전자화와 재유통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작가·권리자에게 실질적 수익을 환원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호주 내 문학·출판 행사의 운영 측면에서도 AI 관련 규범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4년 중반 이후 주요 문학상과 일부 문학 축제는 출품 규정에 ‘AI 생성물 사용 여부 명시’를 요구하거나, AI 활용 작품의 참여를 제한하는 자체 규정을 도입했다. 이는 법적 규제 이전에 산업계 스스로 창작의 진정성(authenticity)을 지키려는 자율 규범이다.
한편, 한국 도서와 관련된 현지 반응도 디지털 플랫폼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파친코(Pachinko)》, 《불편한 편의점(Convenience Store Woman)》, 《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Born 1982)》과 같은 작품은 전자책과 오디오북 형태로 호주 구독 서비스에 꾸준히 포함되고 있다. 특히 오버드라이브(OverDrive)와 같은 공공도서관 전자책 대출 서비스에서 한국 문학 번역본의 대출 건수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약 20%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아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 확대와 더불어, 디지털 유통 환경이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출판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과 공공도서관의 디지털 대출 확대는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주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둘째, 인공지능 저작권 논의는 한국 역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번역문학과 원작자의 권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충돌 문제는 한국과 호주 양국 모두에게 정책적·법적 대응을 요구하는 과제다. 셋째,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한 문화유산 보존은 한국의 ‘한국학 아카이브’와 같은 프로젝트와 비교해 볼 만한 가치가 있으며, 호주와의 협력 가능성 또한 검토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호주 출판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소비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창작자 권익 보호, 독자 접근성 확대, 문화유산 보존 등 출판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재편을 수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호주 국내 차원에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국제 출판계에도 중요한 비교·참조 지점을 제공한다. 특히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세와 AI 저작권 규제 논의는 향후 양국 출판산업이 공동으로 풀어가야 할 현안으로, 협력과 경험 공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출처
The Australia Institute, The Productivity Commission is floating AI copyright exemptions – with worrying implications for Australian authors and publishers, 07/08/2025
The Guardian, More than 100 famous works by Australian authors rescued from oblivion by literary heritage endeavour, 12/01/2025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25/jan/12/over-100-famous-works-by-australian-authors-rescued-from-oblivion-by-literary-heritage-endeavour?
Books+Publishing, Australian market report: 2024 book sales down 3% in value, 20/03/2025
Imarc group, Australia Publishing Market Report by Type (Book Publishing, Magazine Publishing, Newspaper Publishing), Platform (Traditional, Digital), and Region 2025-2033
https://www.imarcgroup.com/australia-publishing-market
TROVE, What is Trove
https://trove.nla.gov.au/about/what-trove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호주 디지털 출판의 성장과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 디지털 출판 동향 및 저작권 문제 분석
2025 호주 출판시장 동향: 디지털 전환과 AI 저작권 논쟁으로 보는 출판 생태계 변화
호주 출판시장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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