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기욤 뮈소, 표절 혐의로 프랑스 법정에 출두하다, 기욤 뮈소에 제기된 표절 의혹
해외동향
기욤 뮈소, 표절 혐의로 프랑스 법정에 출두하다
강미란(프랑스 르아브르 노르망디 대학교 언어교육학 교수)
2025. 9+10.
기욤 뮈소에 제기된 표절 의혹
2025년 3월 초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Guillaume Musso, 이하 뮈소)가 표절 의혹에 휘말리면서 프랑스 출판계가 들썩이는 일이 있었다. 이번 표절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프랑스-콩고계 독립 출판 신인 작가인 디아나 카탈라이 일룽가(Diana Katalayi Ilunga, 이하 일룽가)이다. 일룽가는 2022년 자비로 출간한 소설 『그리고 당신은 모른다(Et tu ne le sais pas)』와 뮈소가 2024년 9월 출판사 칼만 레비(Calmann-Lévy)에서 발표한 『미로 속 아이(Quelqu’un d’autre)』가 줄거리, 캐릭터 설정, 반전 구조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미로 속 아이』(밝은 세상, 2024)는 뮈소의 데뷔 20주년 기념으로 국내에서도 번역·출간되었다.

프랑스어판 『그리고 당신은 모른다』, 『미로 속 아이』, 한국어판 『미로 속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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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룽가의 주장을 보자. 자신의 작품과 뮈소의 작품 모두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한 남성과 얽힌 삼각관계 설정이며, 두 여성은 각각 사고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두 작가의 소설 속에는 신경외상학적 접근을 통한 기억과 정체성의 혼란이 공통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마지막에 주인공의 정체와 관련된 반전 역시 모두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룽가는 두 작품에서의 의학 용어 사용,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묘사, 기억의 재구성 방식 등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일룽가가 뮈소의 표절을 주장하게 된 또 다른 핵심 근거는 자신이 칼만 레비에 투고한 지 2년 뒤, 뮈소의 『미로 속 아이』가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0일 일룽가는 칼만 레비에 내용 증명을 보내 『미로 속 아이』 책 판매 및 재쇄 중단,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66만 5,000유로(한화 약 9억 8,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뮈소와 칼만 레비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일룽가는 3월 14일 파리 제3민사재판부에 뮈소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표절) 소송을 공식 제기하였다.
표절, ‘상투성’과 ‘창작성’의 경계
일룽가의 소송 제기에 칼만 레비는 2025년 5월 23일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그의 주장을 정면 반박 했다. 뮈소와 일룽가의 작품 속에 보이는 유사점은 문학적 ‘상투성’ 수준에 불과하며, 프랑스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되는 ‘창작성 있는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프랑스 저작권법상 표절로 규정하고 있는 ‘표현 및 구조’의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시에 칼만 레비는 몇 년 전일룽가가 보낸 원고를 거절했고, 이에 대한 공식 메일을 일룽가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덧붙여 일룽가의 원고가 내부에서 재검토되었거나 공유된 일은 절대 없었다고 해명하였다.
뮈소 역시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이 사건은 자신의 명성과 성공을 악용하려는 언론 플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로 속 아이』는 이미 2017년부터 구상 중이었던 작품이며, 본 소설과 관련된 각종 메모 및 플롯 노트를 공증해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작품이 일룽가가 칼만 레비에 투고한 시점보다 훨씬 이전에 창작되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서 일룽가의 표절 의혹 제기에 명예 훼손 및 사이버 폭력 혐의로 역고소하고 나서며 법정 공방이 시작되었다.

출처: 챗GPT(ChatGPT)
파리 제3민사재판부에 정식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번 사건의 첫 심리는 7월 10일에 열렸다. 이날 뮈소는 심리에 불참했고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무죄 주장을 전달했다. 반면 일룽가는 직접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앞서 언급했듯 일룽가는 2022년 여름에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고, 그중 칼만 레비 출판사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출간을 거절하긴 했으나 일룽가의 원고가 칼만 레비 내부에서 공유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뮈소가 일룽가의 작품을 접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둘째, 일룽가는 작중인물의 혼수상태, 기억 상실 플롯, 반전 구조 등이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저작권 침해 수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의 문제가 있다. 셋째, 두 작가의 작품 중 일부의 대사와 몇몇 장면이 지나치게 유사하며, 이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를 넘어섰다는 주장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있다.
이런 일룽가의 주장에 뮈소 측은 직접적인 문장이나 표현의 표절은 없으며, 소재나 전체 줄거리가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 표절이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기억 상실, 혼수상태, 정체성의 혼란 같은 설정은 범문학적 상투적인 모티프(Motif)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7월 10일 심리에는 내러톨로지(Narratology) 전문가가 원고 일룽가 측 증인으로, 저작권 전문 변호사가 피고 뮈소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각 증인은 문학적 구조와 표현, 프랑스 지적재산권법 적용 여부를 두고 상세한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판결은 2025년 가을에 예정되어 있어 추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사회적 파장과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
이번 표절 사건 소식은 법정 밖에서도 빠르게 확산되었다. 일룽가가 입장을 밝힌 페이스북 인터뷰 영상은 15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댓글에는 ‘문단의 미투(Me Too)’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PlagiatMusso(뮈소 표절), #JusticePourDiana(디아나에게 정의를) 등의 해시태그가 급속도로 퍼지며 독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독자들은 두 작품의 특정 구절을 비교하며 유사한 점이 있는지를 분석해 온라인에 공유하기도 했다. 또한 서점가에서는 뮈소의 『미로 속 아이』에 대한 환불 요청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 대형 유통망이자 서점인 ‘프낙(Fnac)’ 측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여 해당 작품의 전시 및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출판계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일룽가의 『그리고 당신은 모른다』는 원래 아마존의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Kindle Direct Publishing, KDP) 플랫폼에서만 판매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 책 판매량이 무려 480% 이상 증가했고, 현재 한 독립 출판사와 종이책 출간 계약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프랑스 도서 통계 시스템 에디스타트(Edistat)에 따르면 『미로 속아이』는 2024년 하반기 기준 판매량이 전년 대비 22% 하락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칼만 레비 출판사는 『미로 속 아이』의 재판 인쇄를 보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가을에 있을 최종 판결에 따라 이번 사건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겠다. 첫 번째의 경우는 뮈소의 표절이 일부 인정되어 『미로 속 아이』의 판매 중단은 물론 일룽가가 요구한 정신적·물질적 손해 배상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두 번째는 뮈소의 표절 소송 사건이 기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표절 사건에 휘말린 이상 뮈소와 칼만 레비의 이미지와 여론은 타격을 입었기에 『미로 속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작가로서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마케팅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은 뮈소와 일룽가 양측이 법정 밖에서 비공개 합의를 통해 사건을 종결짓는 것이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이번 사건이 유명 작가 대 신인 무명 작가, 소수 인종 여성 작가, 독립 출판 작가 간의 권력 불균형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조명했다. 일룽가 측 역시 이 사건을 통해 표절 사건뿐만 아니라 문학계 내에서 독립 출판 작가, 여성 작가, 유색인 작가가 구조적으로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 등 출판계의 권력관계와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대중에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집중된 출간의 기회, 저작권법상 표절의 성립 기준이 모호한 점, 창작과 출간 시기의 차이, 창작자의 표절 의도를 증명하는 방법,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나타난 작품의 유사성 등 여러가지 문제를 명확하게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표절 문제는 언제나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프랑스 대표 작가의 표절 의혹으로 프랑스 문단과 독자들은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많은 팬을 두고 있는 유명 작가의 표절 논란은 그 자체만으로 문단계에 많은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결과야 어쨌든 이번 사건은 창작자의 권리 보호, 표현의 윤리, 문학계의 다양성이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 주고 있다. 이에 독자들은 문학의 자유와 법, 정의와 권력, 유명세와 무명의 경계 어딘가에서 이미 각자의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참고 문헌
https://www.lemonde.fr/m-le-mag/article/2025/04/17/une-autrice-veut-ouvrir-le-chapitre-plagiat-pour-guillaume-musso_6596801_4500055.html
https://madame.lefigaro.fr/societe/actu/justicepourdiana-l-affaire-de-plagiat-entre-guillaume-musso-et-une-autrice-meconnue-qui-enflamme-les-reseaux-sociaux-20250420
https://actualitte.com/article/122532/auteurs/guillaume-musso-accuse-de-plagiat-par-une-autriceŸ https://actualitte.com/article/123956/droit-justice/accusation-de-plagiat-reponse-de-l-editeur-de-guillaume-musso
https://actualitte.com/article/123822/droit-justice/accuse-de-plagiat-guillaume-musso-a-rendez-vousau-tribunal-en-juillet
https://www.lemonde.fr/m-le-mag/article/2025/04/17/une-autrice-veut-ouvrir-le-chapitre-plagiat-pour-guillaume-musso_6596801_4500055.html#:~:text=En%202022%2C%20Diana%20Katalayi%20Ilunga,d’avoir%20copié%20son%20réc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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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ctualitte.com/article/123956/droit-justice/accusation-de-plagiat-reponse-de-l-editeur-de-guillaume-musso
https://www.edistat.com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기욤 뮈소, Guillaume Musso, 표절 논란, 저작권 침해, 프랑스 출판계, 디아나 일룽가, 독립 출판, 문학계 논란, 베스트셀러, 문학 표절, 저작권 소송, 프랑스 법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