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베스트셀러, 해외 베스트셀러 목록 비교, 공정한 도서 판매 집계, 전국 단위 베스트셀러
커버스토리. [베스트셀러 집계 파헤치기] 활용도 높은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
[베스트셀러 집계 파헤치기]
활용도 높은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25. 11+12.
베스트셀러의 꾸준한 영향력
베스트셀러 목록 발표에 대해 출판계에는 찬반양론이 존재한다. 사회적으로 화제인 책에 대한 주목도를 높임으로써 출판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론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 못한 대다수 책에 대한 관심도를 낮추어 판매 양극화를 심화시켜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부정론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베스트셀러가 출판 시장을 견인하는 효과가 매우 크고, 출판 시장 전체 또는 개별 출판사 입장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의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부정론은 힘을 잃기도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점의 총매출에서 판매량 상위권 10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프라인 서점이 평균 24.5%, 온라인서점이 평균 23.0%에 이를 만큼 막대하다. 참고로 위 조사에서 서점이 자체 베스트셀러를 집계하는 비율은 오프라인 서점의 7.8%, 온라인서점의 9.6%에 그쳤다. 주로 일부 대형서점에서만 베스트셀러 목록을 만드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의 <2010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도서를 구입할 때 독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인은 ‘책의 내용’과 ‘저자’였고, 이어서 ‘베스트셀러 여부’가 문학/교양/실용서 분야에서 13% 안팎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서 정보원으로서 ‘베스트셀러 목록’의 비중은 2010년 문학/교양/실용서가 7~11%였는데, 2023년 조사 결과(분야 구분 없음)에서도 7.5% 수준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전에 비해 ‘서점·도서관 등에서 책을 살펴보고’ 책을 선택하거나 ‘신문·방송의 책 소개 및 광고’에 의존하는 비중은 줄고 ‘SNS·인터넷의 책 소개’ 또는 ‘유튜브·책 방송·팟캐스트의 책 소개 및 광고’는 증가하여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도서 정보원의 영향력에 변화를 보였다. 베스트셀러 목록은 여전히 도서 입수 정보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독자의 도서 입수 정보원
(Base: 독서자, 단위: %)
주: 상위 응답만 제시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한편, 과거에 비해 베스트셀러 목록 영향력이 줄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를테면 대형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면 예전에는 한 달에 수만 부가 팔렸지만, 요즘은 그에 비해 판매 부수가 대폭 줄었다는 이야기다. 극소수의 스테디셀러를 제외하면 이전보다 베스트셀러의 유지 기간이 짧아지고 다른책으로 대체되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생기는 체감이다. 순수한 콘텐츠의 힘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보다는 인플루언서나 유튜브, 각종 마케팅, SNS, 이벤트 효과 등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이 많아진 출판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공신력 높은 해외 베스트셀러 목록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의 용도는 출판 시장의 발달 수준 및 상업화 정도와 비례한다.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유통사(도매업체), 관련 기관 및 언론 등이 주요한 베스트셀러 목록의 집계·발표 주체다. 독일, 미국, 일본의 경우 <슈피겔(Spiegel)>,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와 같은 언론사 또는 전국을 커버하는 대형 도매업체, 도서 유통정보업체 등이 집계하는 전국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이 널리 통용된다. 선진국들의 경우 특정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의 영향력이 한국처럼 극도로 집중화된 경우를 찾기 어려우며, 주로 전국 단위의 베스트셀러 목록이 활용되고 있다. 물론 진출한 나라마다 인터넷서점 1위인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존재감은 예외다.
미국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베스트셀러 목록으로 <뉴욕타임스>가 손꼽힌다. 신문 독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얻고 있는 데다 <뉴욕타임스 북리뷰>를 통한 서평 정보 권력도 크다. <뉴욕타임스>의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은 픽션/논픽션/어린이 부문으로 크게 나뉜다. 픽션은 종이책과 전자책 결합 목록, 하드커버, 페이퍼백의 판매량 상위 목록을 각각 제공한다. 논픽션 부문은 여기에 자기계발서가 추가된다. 어린이 부문은 하드커버, 그림책/어린이·청소년 시리즈, 청소년 하드커버 목록을 제공한다. 월간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오디오북 픽션/논픽션, 비즈니스, 그래픽/만화, 청소년 페이퍼백 등을 발표한다. <뉴욕타임스>는 도서 유통정보회사에서 판매 자료를 받아서 나름의 집계 기준과 산출 방식을 통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집계하고 있다. 판매량은 전국 모든 도서 매장의 판매 실적을 비례적으로 정확히 반영하도록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다. 교과서, 참고서, 수험서, 단일 업체에서 독점 공급하는 전자책, 저널, 워크북, 쇼핑 가이드, 정기간행물 및 크로스워드(십자말풀이) 책 등은 순위에 반영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온라인판의 베스트셀러 목록
출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한편, 미국서점협회(American Booksellers Association, ABA)가 2008년부터 시작한 인디바운드(Indie Bound) 마케팅 프로그램에는 일종의 추천서 목록인 ‘인디 넥스트 리스트(Indie Next List)’와 함께 ‘인디 베스트셀러 리스트(Indie Bestseller List)’가 있다. ‘인디 베스트셀러 리스트’는 전국의 독립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의 목록을 집계해 발표한다. 페이퍼백 픽션/논픽션, 하드커버 픽션/논픽션, 어린이책 하드커버/페이퍼백, 청소년 도서 목록을 발표하며 이용자의 다양한 활용을 위해 엑셀 파일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미국의 출판 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는 종합TOP 10과 하드커버 픽션/논픽션, 페이퍼백, 아동, 그림책 등으로 구분해 베스트셀러를 집계한다. 이 밖에도 도서 판매량 추적 서비스인 서카나 북스캔(Circana Bookscan)이 전국 서점에서 집계한 판매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서점협회의 ‘인디 베스트셀러 리스트’
출처: 미국서점협회 홈페이지
독일에서는 아마존닷컴 같은 인터넷서점이나 탈리아(Thalia)와 후겐두벨(Hugendubel) 등의 대형서점, 출판유통회사 리브리(Libri) 등에서 각 자사의 판매 순위 목록을 발표한다. 하지만 독일에서 가장 신뢰받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제공하는 곳은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다. <슈피겔>의 베스트셀러 목록은 권위있는 잡지에서 검증했다는 믿음이 있다. 베스트셀러 집계를 대행하는 미디어 컨트롤(Media Control)은 4,200개 이상 되는 도서 판매처의 판매 데이터를 조사해 반영한다. 그런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독일어로 된 초판본일 것,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내용일 것 등이다. 참고서, 사전, 학습서, 요리서, 매뉴얼북, 여행서, 만화 등은 집계에서 제외된다. 할인 판매 서적도 집계에서 제외하며 어린이·청소년 책은 번역본이 아닌 원본 초판이어야만 가능하다.
<슈피겔>은 하드커버 픽션/논픽션, 소프트커버 픽션/논픽션, 문고본 픽션/논픽션, 청소년 픽션/논픽션, 그림책, 어린이책, 오디오북 픽션/논픽션, 오디오북 어린이·청소년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만든다. 하지만 자사의 책을 많이 팔고 타사 책의 매출을 줄이기 위해서 온라인서점에서 일어나는 상습적인 북리뷰 조작은 독일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이다(신종락 외 4, <해외 출판정책연구 통합개정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4.).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베스트셀러 목록
일본의 경우 양대 출판유통 도매회사인 닛판(日販)과 도한(東販), 그리고 기노쿠니야(紀伊國屋) 서점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체인화된 중·대형서점과 아마존재팬 등이 각각 베스트셀러를 집계한다. 일본 베스트셀러 집계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 『자살 매뉴얼(完全自殺MANUAL)』(츠루미 와타루, 1993)이나 특정종교 서적이 종합 목록에 포함될 만큼 ‘제외 원칙’을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판 도매회사 닛판은 주간 단위로 종합(20종), 문고(10종), 만화(10종) 부문을 구분해 집계한다. 이때 종합 집계에서는 전집, 문고, 게임공략본, 만화잡지를 제외한다. 연간 집계에서는 종합, 픽션, 논픽션, 실용, 비즈니스, 신서(신서 판형의 책), 아동서, 게임공략본, 사진집, 만화로 분류한다. 도한은 주간/월간/반년간/연간 베스트셀러 목록을 만드는데 종합 목록은 20종까지 집계하고 분야별로는 문예, 논픽션, 라이트 에세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서, 취미실용서, 생활실용서, 아동서, 신서, 문고, 만화 등으로 구분한다. 한편, 도쿄도쇼텐(東京堂書店)은 고급 인문서 단골 독자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인데, 주간 베스트셀러를 집계해서 발표하여 언론에서도 이용한다. 일본 출판과학연구소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단행본 종합, 만화, 무크를 집계하며 게임공략본은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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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단위의 베스트셀러 목록 제공 필요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 목록들 중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가진 것은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3사(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가 대표적이다. 여러 서점들의 판매량을 합산하는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으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 있지만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한국출판인회의가 각각 전국 일부 서점의 판매량을 집계하여 발표하던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출판유통 및 판매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자동 집계하는 시스템이 아닌 인위적인 집계 방식의 한계를 보여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베스트셀러 목록의 영향력이 컸던 주요 서점(교보문고, 종로서적, 영풍문고)에서 특정 도서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오프라인 사재기 행위가 일어나 큰 문제가 되었다. 이후 인터넷서점이 급성장하고 온라인 구매가 보편화되면서 사재기 행위의 적발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출판계 공론화를 통해 새로운 베스트셀러 집계 발표에 관한 가이드라인 협약식이 2010년 6월 15일에 이뤄지기도 했다. 이후 1인 1권 집계, 동일 배송지에 여러 권을 주문일 경우 1권 집계 원칙 등이 주요 인터넷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에 반영되었다.
현재 언론 등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활용할 경우 온오프라인 서점 3사(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의 주간/월간, 또는 반년간(상반기)/연간 베스트셀러를 인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은 그간 진화를 거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 산재한 지역서점, 특성화된 전문 서점 등의 다양한 판매 양상까지 반영한 전국 단위의 판매량 집계와 객관적이고 공정한 베스트셀러 집계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베스트셀러 목록이 필요한 이유는 독자에게 책에 대한 발견성을 키우고 현재 주목받고 있는 목록을 보여줌으로써 출판 시장에 대한 관심도와 구매력(충동구매 및 목적구매)을 키우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활용도를 대폭 높이고,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작성된 눈길을 끄는 베스트셀러 목록 제공이 필요하다.
출판유통 선진화라는 핵심 정책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2021년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래, 2025년 3월부터 ‘(이달의) 화제의 책 200선’을 발표하고 있다. 주요 유통사(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및 지역서점(2025.3.5. 기준 272곳)의 판매 부수를 종합 집계하여 판매량 순으로 나열한 목록이다. 말하자면 전국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이라 부를 만한데, 현재는 모든 출판 분야의 도서가 뒤섞여 있어서 활용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출판 시장의 특성상 학습 참고서나 교육 교재가 대거 포함되어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성인 문학, 교양, 실용, 어린이, 청소년 도서 등 5개 분야로 구분하여 20종씩 총 100종을 소개하면 활용도가 대폭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20개 출판 분야별 베스트셀러 목록도 분야당 20종 내외로 발표해 주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용자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분야별 월별 베스트셀러를 검색할 수 있으나, 베스트셀러 목록은 본래 이용자가 ‘찾아보는 정보’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정보’라는 속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로서는 공신력 있는 전국 단위 베스트셀러 목록의 가장 유력한 대안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다. 아울러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활용도 극대화를 위해서는 도서 정보(메타데이터) 입력 단계에서 키워드 입력 항목을 대폭 강화하여 검색 조합을 통해 다양한 책이 발견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야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나 독일 <슈피겔>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영향력이 있는 언론사들의 책 소개 확대와 독자적인 베스트셀러 집계·발표가 소망스럽다. 그리고 획일화된 집계 카테고리나 집계 방식이 아닌 특색 있는 베스트셀러 목록들이 만들어져 밤바다의 등대처럼 깜박이는 책 바다의 안내자가 되길 바란다. 좋은 책임에도 주목받지 못했던 책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새로운 개념의 베스트셀러 목록이 나와도 좋겠다. 출판문화와 출판 시장의 지평을 넓히는 ‘도구로서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천착할 때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베스트셀러, 해외 베스트셀러 목록 비교, 공정한 도서 판매 집계, 전국 단위 베스트셀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