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불황을 이기는 기획]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출판 전략, 출판인쇄, 출판투고, 출판하기

커버스토리 [불황을 이기는 기획]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출판 전략, 출판인쇄, 출판투고, 출판하기

 

 

[불황을 이기는 기획]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출판 전략
신준봉(<중앙일보> 기자)
2025. 3+4.

 

 

불황기에 베스트셀러란

한길사 김언호 대표에 따르면 베스트셀러는 사회 구조의 산물이다(<출판저널> 12호). 역사의식과 사회의식, 그리고 문제의식과 역량을 갖춘 저자와 출판사가 독자라는 무정형의 사회 세력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시대가 어떤 사상과 정서를 욕구하는지를 예리하게 간파해 부응한 결과물이 베스트셀러라는 것이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베스트셀러가 당대인들의 정신적 풍속도이자 독서 대중의 욕망을 보여주는 일종의 ‘사고(思考)의 사회사’라고 했다(<황해문화> 2001년 여름호). 김언호 대표가 베스트셀러의 발생론을 이야기했다면 백원근 대표는 그것의 현상학을 요약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어느새 베스트셀러의 ‘사회적 영역’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동어 반복이겠지만 소비자 없는 상품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책이라는 지적 상품의 경우 빼어난 품질과 선풍적인 판매 사이의 인과 관계가 언제나 뚜렷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술 작품에 대한 수용자의 반응을 표준화하고 예측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처럼 책에 대한 개별 독자의 반응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변덕스러운 독자가 늘 가장 좋은 책을 사는 것은 아니다. 출판인들에게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러한 사정은 다음과 같은 전문가들의 금언에 녹아 있다.

“베스트셀러의 탄생은, 성공적인 인간을 만들어 내는 일에 어떤 공식이 없는 것처럼 정확한 양식
을 따르지 않는다.”
– 프랑크 루터 모트(Frank Luther Mott)

“책의 상업적 성공은 예상도 할 수 없고 설명도 할 수 없는 것이다.”
– 로베르 에스카르피(Robert Escarpit)

그렇지만 과거의 불황기 속 출판 성공 사례를 통해 지금의 어려움을 비춰볼 수는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어떤 책을, 왜 읽었나. 출판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제적 불황이 반드시 출판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 총선이나 대선,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사람들의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그만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점은 하나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한국이라는 정치·경제적 공동체는 지금 역대급으로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불법 계엄에 따른 탄핵이라는 정세 불안이 연초부터 경제 성장률의 전망치를 깎아내렸다. 세계 투자 은행들은 일제히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가뜩이나 내수가 어려운 판국에 미국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우리나라의 수출 위주 경제 구조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불경기+정치적격변’이라는 유례없는 이중고다. 이럴 때 독자들은 어떤 책을 찾아 읽을까.

 

 

경제가 어려울 때 이런 책들을 읽었다
①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경제 문외한인 필자에게도 1997년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이하 ‘IMF’) 위기는 또렷한 실감으로 다가왔다. 거리에 해고자가 넘쳐나고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도나면서 재계 순위가 뒤바 뀌었다. 새마을부녀회에서 시작한 ‘애국 가락지 모으기 운동’은 ‘금 모으기 운동’으로 발전해 전국적으로 약 351만 명이 227톤가량의 금을 모았다. 금을 팔아 외채 상환에 보태자는 제2의 국채보상운동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떤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에 대한 정확한 출판 통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교보문고에 따르면, 1997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당시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베스트셀러였던 잭캔필드(Jack Canfield)와 마크 빅터 한센(Mark Victor Hansen)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101 More Stories to Open the Heart and Rekindle the Spirit)』(이레)였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이 책은 1996년 가을 출간되어 1년 동안 약 200만 부가 팔리며, 교보문고 집계 기준으로 1990년대 최대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동아일보> 기사에서 분석한 대로, IMF로 인해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마음 따뜻한 감동을 주는 도서’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당신의 몸이 아플 때 어머니가 따뜻한 죽을 끓여주시곤 했던 것처럼 당신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책장 첫머리에 실린 “독자에게”라는 편지 느낌의 글부터 당장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② 『산에는 꽃이 피네』

IMF의 상처가 본격화된 1998년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법정 스님의 법문과 말씀 모음집 『산에는 꽃이 피네』(동쪽나라, 1998)였다. 이 책의 성공을 파고들려면 당대 출판 기획자 류시화 시인을 이야기해야 한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의 기획·번역자이기도 했던 그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풍요로운 감옥’에 갇혀 어지러운 말들에 지친 사람들에게 서늘한 깨우침이 아닐 수 없다.”며 법정 스님이 사석에서 남긴 발언까지 산문집에 넣었다.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불편하다는 것, 그것이 좋은 것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다 나눌 것은 있다.” 익숙한 듯 역설적인 법정 스님의 가르침은 허상과 가면을 걷어내고, 자신의 본모습과 존재의 실체를 대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산에는 꽃이 피네』

『무소유』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출판 전략, 출판인쇄, 출판투고, 출판하기

 

무소유의 설법으로 유명한 법정 스님의 대표작 『무소유』(범우사, 1976)는 출간 직후부터 뜨거운 인기를 누린 것은 아니었다. 교보문고 종합 자료에 따르면, 『무소유』는 1996년 베스트셀러 14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20위권 내에 진입했다. 결국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라는 출세간(出世間)의 이치가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 불안의 시기에 많은 이들의 손을 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③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사회적·역사적 상상력을 강요당했던 1980년대, 류시화 시인은 주류 문학과 동떨어진 문학관으로 인해 ‘외계인’이라는 비아냥까지 듣자 “시인은 전쟁이 나도 다락방에서 사랑의 시를 쓸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남기고 뉴욕과 인도 등지의 명상센터로 떠났다. 결국, 존재의 내면으로 뉴에이지(New Age)풍의 퇴각을 감행한 것이다. 오랜 잠행 끝에 화려하게 출판 시장에 복귀한 그의 신고작은 1991년 베스트셀러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푸른숲, 1991)였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시인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지극히 꺼려 참고할 자료가 많지 않지만 드물게 남긴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책을 내는 족족 히트하는 ‘베스트셀러 제조기’는 아니다. 그가 기획·번역한 책 가운데 80~90%는 초판도 다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구태의연하게도 ‘감동’이라는 주관적 잣대다. 그는 서둘러 책을 내지 않고, 읽다가 좋으면 번역 후 충분히 숙성시킨 다음 책으로 낼 만하다고 판단될 때 출간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나 『산에는 꽃이 피네』를 읽으면, 독자는 감동이라는 모종의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

그의 책을 편집했던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류시화 시인에 대해 “책 내용부터 표지 디자인, 서체까지 본인이 모두 결정하는 완벽주의자이자 섬세한 필자이기 때문에 편집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밝힌적이 있다. 시장과 직접 소통하는 편집자의 객관적인 시선을 배제하는 그의 방식을 선악의 잣대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작가가 감당하는 만큼 개성이 살아 있는 책이 나올 것이다.

④ 『시크릿』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제 불황이 반드시 출판 시장의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IMF 위기보다 강도는 덜했지만, 경제에 짙은 그늘을 드리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책 판매는 나쁘지 않았다. 이는 글로벌한 현상이었다.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의 고통을 달래거나 불황의 원인이 궁금할 때 사람들은 책을 찾는 것이었다.

2007년 초여름 출간되어 21세기 초반을 지배한 론다 번(Rhonda Byrne)의 『시크릿(The Secret)』(살림Biz)의 재귀적 성공 비밀(‘비밀을 전하는 비밀’이라는 제목)도 이런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 돈을 버는 법과 성공 비결을 노골적으로 전파하는 이 책은, 실용적 목적에 치중하는 성찰성으로 무장한 신자 유주의적 주체들이 스펙 쌓기 등에 몰두하는 풍토를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수 세기 동안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부제처럼 책은 즉효를 장담하는 신비주의적 수사로 가득하다.

 

『시크릿』

 

『시크릿』 속에서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밥 프록터(Bob Proctor)는 “‘비밀’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얻게 해준다. 행복이든 건강이든 금전이든.”이라고, 형이상학자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조 비테일(Joe Vitale)은 “당신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되고, 하고, 얻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계적인 성공학 전문가 29명의 은밀한 잠언을 모아 풀이한 『시크릿』의 핵심 슬로건은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주체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자석이며, 마음에 떠올리는 어떤 사태든 끌어당김의 원리에 따라 현실에서 실현되므로 비관적인 전망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현상학적 성공 테제는 출판시장을 강타했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시크릿』은 2000~2011년까지 누적 판매 중 가장 많이 팔렸고, 1987~1988년 교보문고 종합 1위였던 『홀로서기』(서정윤, 청하, 1987) 이후 20년 만에 2년 연속(2007~2008년) 종합 1위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였다.

⑤ 『더 해빙』

역사는 반복된다는 통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확인되었다. 전대미문의 보건 재앙이 지구촌을 집어삼켰던 2020년, 국내 출판 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2020년 교보문고 종합 1위는 공교롭게도 2008년 『시크릿』을 연상시키는 『더 해빙(The Having)』(이서윤·홍주연, 수오서재, 2020)이었다.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돈 버는 기적, 그 비밀을 찾는 여정’이라는 서사 형식에서 『시크릿』과 닮아 있다. 『시크릿』이 호주의 TV 프로듀서 출신 론다 번이 성공 전도사들로 부터 캐낸 비밀을 정리한 책이라면, 『더 해빙』은 일간지 기자였던 공동 저자 홍주연이 마음가짐의 대가, 비저너리 인 치프(Visionary in Chief)라는 별명을 가진 이서윤을 찾아가는 여정, 그와의 조우, 그리고 그의 성공 철학을 문답식 에피소드로 담아 전한다.

『더 해빙』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출판 전략, 출판인쇄, 출판투고, 출판하기

 

 

베스트셀러의 출판 전략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큰 틀에서는 여전히 “책의 상업적 성공은 예상도 설명도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 성공한 이들이 베스트셀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살펴볼 수 있다. 이미예 작가의 따뜻한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2020)은 이듬해 교보문고 종합 1위를 기록했고, 2021년 출간된 2권까지 합쳐 130만 부가 판매되었다. 이 책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Tumblbug)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였다. 이에 탄력을 받은 저자가 정식 출판을 위해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으나 출간 제안은 족족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이를 낚아챈 김명래 편집자(현재 오펜하우스 사업2부장)는 “기존 판타지 소설과는 다른 ‘따뜻한 성인용’이라는 점에 끌렸다. 종이책을 내기 전에 시험 삼아 전자책을 먼저 출시했고, 그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책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전자책보다 더 많이 팔렸다고 한다. 종이책의 성공 후 전자책을 출간하는 기존 경로를 따르지 않고, 전자책을 먼저 낸 새로운 시도가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례에서 베스트셀러의 비밀을 찾고자 한다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어느 정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교보문고 종합 1위에 오른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2021)은 마케팅이 빛을 발한 경우다. 나무옆의자 이수철 대표는 “나는 문학도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지만, 대중의 눈높이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해 출판 계약을 맺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케팅 여력을 고스란히 『불편한 편의점』에 쏟아 부었고, 해당 책은 2권까지 합쳐 종이책 170만 부, 전자책 130만 부 이상 판매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순전히 마케팅 때문이었을 리는 없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도 『불편한 편의점』도 직접 펼쳐 보시라. 앞서 이야기했듯 ‘감동이라는 모종의 정서’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결국 베스트셀러는 책의 함량과 출판 전략이라는 최소 두 가지 요소가 함께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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