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불황을 이기는 기획]강한 출판사들의 생존 전략, 출판하는방법, 책내는법, 책출간
[불황을 이기는 기획]
강한 출판사들의 생존 전략
김세나(퍼블리랜서 대표)
2025. 3+4.
출판계에서는 매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독서율은 2013년 72.2%에서 꾸준히 줄어 2023년 최저치인 43%를 기록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특히 올해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가 더위축되어 장기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출판사들은 “이보다 더 책이 안 팔릴 수 있다고?” 하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1인 출판사 수도 계속 증가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불황 속 위기를 돌파할 혁신이 시급하다. 출판 컨설팅 회사 에디터스랩 김장환 대표는 출판 혁신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제품 및 서비스 혁신, 생산 및 유통 프로세스 혁신, 그리고 시장 접근법을 달리하거나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 혁신이다. 필자도 이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중소 출판사들의 생존 전략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제품 및 서비스 혁신
① 콘셉트
제품 및 서비스 혁신을 위해서는 책의 활용성을 높이거나 타깃 독자의 취향 및 선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콘셉트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책의 기획, 차례 구성, 판면 및 표지 구성에서 보도자료의 세 가지 요소(헤드라인, 부제목, 본문)를 적용해 책의 효용을 높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도자료의 헤드라인은 짧고 강렬하게 핵심 메시지를 담아야 하며, 부제목은 핵심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달한다. 본문에서는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 특징, 장점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관련 데이터와 인용문을 포함하여 신뢰성을 높이는 등 핵심 정보를 상세히 제공해야 한다.
독자의 눈길을 끌려면 표지 문안만 보고도 한눈에 어떤 책인지 알 수 있어야 하며, 이 책을 읽은 후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유인 장치를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최근 북스톤에서 출간한 『가장 젊은 날의 철학』(이충녕, 2024)을 보면, “지금 나답게 살기 위한 질문들”, “고민하는 당신에게 실존주의 철학이 답하다.”와 같은 문안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독자들을 뾰족하게 겨냥했다. 이 밖에도 『휴식 찾기의 기쁨 – 지금의 나를 건강하게 하는 제철휴식』(유보라, 2025), 『건축가의 공간일기 – 일상을 영감으로 바꾸는 인생 공간』(조성익, 2024), 『좋은 기분 – 일과 삶을 돌보는 태도에 대하여』(박정수, 2024), 『재즈의 계절 –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은 기꺼이 재즈를 선택한다』(김민주, 2022) 등 북스톤에서 나온 다른 책들도 함께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는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작가의 글을 한데 모은 앤솔러지(Anthology) 『음악소설집』(2024)을 내면서 호평을 받았는데, 독자들은 도대체 어떤 출판사길래 내로라 하는 이들의 글을 한 번에 받아 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할 정도였다. 이 책은 음악이 주는 일상의 힘에 주목하고, 기획에서부터 ‘음악’과 ‘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를 겨냥하여 콘셉트를 분명히 한 사례다.
북스톤의 『가장 젊은 날의 철학』, 『건축가의 공간 일기』, 프란츠의 『음악소설집』
② 전자책 활용
전자책 등 도서 활용성을 강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 출판산업 실태조사(2022년 기준)>에 따르면, 출판사 전체 매출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며,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변환하는 비율도 33.6%에 불과했다. 전자책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자책을 종이책의 보완재 정도로만 여기는 출판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2030세대의 전자책 선호도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전자책 시장 규모도 커졌다. 밀리의서재 같은 구독 플랫폼이 자리 잡았으며, 전자책을 먼저 출간한 후 종이책을 출간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전체 독서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전자책 독서율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대학 교재 및 취업·수험서 분야의 전자책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2022년 12%, 2023년 55%, 2024년 51% 증가했다(교보문고 eBook 사업팀 분석). 특히 대학 교재 분야에서는 전자책 주문 비중이 2022년 2.1%에서 2024년 5.6%로 상승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학지사, 박영사, 한빛아카데미등 대학 교재 전문 출판사들은 자체 전자책 플랫폼까지 운영하며 매출 증대에 힘쓰고 있다. 또한, 절판된 책을 전자책으로 발행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마누스는 『쓸모없는 수학』(김동진, 2022)이 절판되자 아쉬운 마음에 판권을 확보해 2024년에 전자책으로만 재출간했다. 전자책은 제작 비용만 충당하면 되기 때문에 출판사도 부담 없이 책을 낼 수 있고, 새로운 수익 창출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마누스의 『쓸모없는 수학』
③ 가격·디자인
제품 혁신에는 가망 시장 크기에 따라 가격 정책을 달리하거나, 사양을 변화해서 제품의 매력도 자체를 높이는 전략도 있다. 데이원은 『세이노의 가르침』(세이노, 2023)을 저자의 의사에 따라 전자책은 무료, 종이책은 유료로 출간하였다. 736쪽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임에도 종이책 가격은 7,200원에 불과해 입소문을 타고 100만 부 넘게 팔렸다. 데이원은 50개가 넘는 출판사 중 수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저자에게 출간을 제안한 유일한 곳이었다고 한다. 비록 이 책으로 직접적인 수익을 많이 내진 못했지만, 대만, 러시아, 베트남 등 전 세계적으로 판권이 수출되면서 데이원은 ‘밀리언셀러를 만들어 낸 출판사’로 브랜딩에 성공하였고, 현재 사업 영역을 일반 소설까지 확장하였다.
디자인을 통해 책의 매력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다. 녹색광선은 양장 제본에 패브릭 커버(Fabric Cover)를 사용하고, 표지에 글자를 박으로 후가공하였으며 사진과 크로키(Croquis)를 세련되게 담았다. 책이 지닌 아름다운 물성을 극대화했기에 ‘예쁜 고전’을 컬렉션으로 소장하려는 팬들이 유독 많다.
녹색광선의 출간 도서들(출처: 녹색광선)
독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출판사에서 최근 가장 많이 시도하는 방식은 ‘리커버 에디션(Recover Edition)’이다. 마음시선은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의 『어린왕자(The Little Prince)』(2024) 블랙 에디션(Black Edition)을 출간했는데, 일반 단행본보다 커다란 판형의 양장본으로 만들어 소장 가치를 높였다. 표지는 검은색 바탕에 철새를 타고 날아온 어린 왕자의 실루엣(Silhouette)을 고급스러운 금박으로 표현했고, 본문 전체를 금색으로 인쇄했다.
마음시선의 『어린 왕자』 블랙 에디션
강한 출판사들의 생존 전략, 출판하는방법, 책내는법, 책출간
이렇듯 ‘리커버’는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서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고전 분야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에세이는 물론,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 등 전 분야에 걸쳐 시도되고 있다. 게리 켈러(Gary Keller)의 『원씽(The One Thing)』(비즈니스북스, 2013),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의 『그릿(Grit)』(비즈니스북스, 2016), 팀 페리스(Tim Ferriss)의 『타이탄의 도구들(Tools of Titans)』(토네이도, 2017), 로버트 기요사키(Robert Kiyosaki)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민음인, 2009) 등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자기계발서들이 블랙에디션으로 더 고급스럽게 재출간되었다.
④ 고객 맞춤형 제작
최근에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트렌드를 반영하여 독자들이 자기만의 특별한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문학동네는 『그림 없는 그림책』(남지은)을, 더퀘스트는 『오늘 가장 빛나는 너에게』(이재은)를 출간하면서 한정판 스티커를 함께 제공해 독자가 직접 자신의 책을 꾸밀 수 있게 했다. 특히 『오늘 가장 빛나는 너에게』의 본문에 필사 지면을 넣고, 책 띠지에는 소중한 이의 이름을 적어 선물할 수 있도록 해서 ‘책꾸(책 꾸미기)’의 매력을 더했다.
더퀘스트의 『오늘 가장 빛나는 너에게』 한정판 스티커, 띠지(출처: 더퀘스트)
판형과 글자 크기를 키워 출간하는 것도 초고령사회에 노년층을 겨냥한 혁신으로 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2013년부터 모든 신간을 대활자본과 함께 출간하고 있으며, 강사들이 쓴 자기계발서를 주로 출간하는 천그루숲과 문학·교양서 위주의 산지니뿐만 아니라 월간지 <좋은생각>도 큰글자책을 꾸준히 내고 있다.
생산 및 유통 프로세스 혁신
생산 및 유통 프로세스 혁신은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직 안정성이 부족한 작은 출판사일수록 비용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 때문에 최근 출판사가 저자와 소통하거나 원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IT 기술 및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의 도움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책의 목차나 표지 문안, 보도자료 등의 초안을 AI가 먼저 작성하고, 이후 후속 작업을 사람이 하는 하이브리드 작업 방식으로 일하는 곳이 많은 것이다.
마누스는 메일이 아닌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를 활용하여 저자와 소통하며 출간 관련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글 목록’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에 원고 꼭지를 목록으로 작성하고, 편집 작업에 착수하면 현재 어떤 작업이 진행 중인지, 이 작업의 담당자는 누구인지를 전부 표시한다. 저자는 자신의 원고가 현재 출간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편집자는 저자의 메일에 일일이 답하느라 불필요한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어 효율적이다.
출간 작업 과정을 공유하는 마누스의 스프레드시트 화면 캡처(출처: 마누스)
재쇄할 경우 주문형 출판(Publish On Demand, POD)을 함으로써 불필요한 재고로 인한 보관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있다. 심지어 커뮤니케이션북스는 2007년부터 창고 없이 POD 출판을 통한 무(無)재고 방식으로 출판하고 있다. 보통 편집자가 연평균 4~5종의 책을 1,000부가량(초판) 내는 것과 달리, 이 출판사의 편집자는 연평균 30~100종의 책을 출간한다. 초판 부수가 몇십 부 남짓한 전문서적 출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출판 방식은 아니다.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가 아래아한글, 인디자인, PDF 등 동일한 프로그램을 사용함으로써 저자와의 소통과 교정·교열에 들어가는 품을 대폭 줄였고, 디자인 템플릿을 활용해서 표지 및 본문 디자인 비용도 절약했다. 출판사에서 지출비 중 상당 부분이 편집과 디자인 비용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경제적인 전략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책 1종을 기존 인쇄 종이책에 EPUB(이펍), 전자책, 오디오북, PDF, 큰글씨 책 등으로 다양하게 펴내고 있는데, 이는 베스트셀러 출간에 힘쓰기보다 매출을 다각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출판 방식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다 고(高)사양 혹은 베스트셀러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한편, 경제성을 위해 디자인 템플릿을 구매하여 활용하는 출판사가 계속 늘고 있다. 내부에 디자이너가 없는 작은 출판사의 경우, SNS 카드뉴스나 온라인 서점 상세 페이지, 또는 독자에게 제공되는 엽서 및 스티커처럼 간단한 디자인은 망고보드(Mangoboard), 미리캔버스(Miricanvas), 캔바(Canva) 등과 같은 디자인 툴을 이용하여 편집자가 직접 만드는 경우도 많아졌다.
출판사에서 활용하는 업무 도구
∙ 비대면 회의·온라인 수업 플랫폼: 줌(Zoom),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
∙ 협업 툴: 구글 독스(Google Docs), 노션(Notion), 슬랙(Slack)
∙ 설문조사 양식: 네이버 폼(Naver Form), 구글 폼(Google Forms)
∙ 디자인 플랫폼: 미리캔버스, 망고보드, 캔바
재정가를 통해 도서 재고를 빠르게 소진함으로써 물류비를 대폭 줄이는 방법도 있다. 윌북은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의 『지적 행복론(An Economist’s Lessons on Happiness)』(2022)을 17,800원에서 12,460원으로 도서 가격을 조정한 뒤 소소하게 ‘베스트셀러 역주행 도서’가 되었다. 물론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무조건 독자의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양질의 콘텐츠라면 소비자의 지갑을 충분히 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마케팅 혁신
출판 마케팅 혁신은 출간 도서의 타깃 독자층을 명확히 설정하되, 시장을 움직이는 미디어, 오피니언, 소비자와의 관계를 꾸준히 맺어가야만 이뤄낼 수 있다. 도서 마케팅은 일반적인 다른 상품 마케팅과 성격이 좀 다르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은 오랜 연구 끝에 개발된 후 업그레이드될 뿐, 매번 여러 종류의 신상품이 출시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신상품 대부분이 주력상품이 되어 시장에 출시되는 순간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이 시작된다.
그러나 출판은 어떠한가. 책 하나하나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상품이다. 다품종 구조이기에 출판사가 만들어 내는 모든 책을 전략상품으로 삼아 마케팅할 수 없다. 그래서 그 어느 업계보다도 “그래도 그 출판사가 책은 잘 만들어.” 혹은 “그 저자가 쓴 책은 꽤 믿을 만해.” 같은 신뢰 관계가 마케팅에서 필요하다. 이 때문에 출판사들은 팬을 만드는 브랜딩에 진심이다. 당장 수익과 직결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신뢰를 쌓아야만 오래도록 의미 있는 책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디어, 오피니언, 독자와 신뢰를 쌓고 영향력을 확보해야만 광고나 이벤트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윤에디션은 김윤정, 최덕규 작가가 창작, 디자인, 제작, 판매 등 모든 과정을 직접 담당하는 출판사다. 이들은 전국 초등학교, 관공서 등에서 외부 강연을 통해 작품을 홍보하고 시장과 꾸준히 관계를 맺고 있다. 한편, 노들은 출간작이 『빚 10억이 선물해준 자유』(수리야킴, 2024), 『금가루 수업(The Dynamic Laws of Prosperity)』(캐서린 폰더(Catherine Ponder), 2024)뿐인 신생 출판사인데, 마이크로 인플루언서(Micro Influencer)들과 관계 맺기를 잘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연예인보다 인지도는 낮지만, 특정 관심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SNS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Creator)로서 소비자와 가깝게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를 담당하는 진수지 마케터는 이렇게 말했다.
“신생 출판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홍보회사를 통해 몇백 권의 책을 그냥 뿌리는 것이에요. SNS 마케팅을 하려면 노출이 많이 되도록 기본적인 콘텐츠 발행량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계정을 통해 콘텐츠를 쌓을 것인지가 정말 중요하죠. ‘#북스타그램’ 같은 해시태그를 입력하거나, 책·서점·도서관 관련 게시물을 자주 올리는 계정이 홍보하려는 책 콘텐츠를 게시하면,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 콘텐츠가 노출됩니다. 노들은 서평단을 무작위로 선정한 것이 아니라, 관련 게시물에 댓글을 단 계정의 피드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DM(Direct message)을 보냈어요. 단순히 서평단을 모집한 것이 아니라 모신 거죠.”
한편, 타성에 젖은 독자를 철저히 분석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거나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유유는 독자의 공부를 돕는다는 콘셉트 아래, 일반인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인문 지식을 실용적으로 풀어내는 출판사다. ‘○○하는 법(How to)’을 바탕으로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 등 인문서 시장을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샘은 식물 관련 도서 시장을 공략했다. 신주현 대표는 유튜브 채널 ‘논스톱 식물집사 아피스토 TV’에서 다양한 식물 이야기를 공유하고, 격주로 식물 뉴스레터 ‘아피스토의 풀-레터’를 발행하며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 이를 통해 ‘식물집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출판을 이어가고 있다. 가위바위보도 신생 출판사지만 북펀딩을 활용하여 안정적으로 책을 내고 있다. 『만년필 영어 필기체 필사집』 (2023) 같은 필사책이나 “색연필로 그리는 ○○○” 컬러링북 시리즈는 어른들의 아날로그적 취미 시장을 겨냥한 사례다.
가위바위보의 『만년필 영어 필기체 필사집』 세트
강한 출판사들의 생존 전략, 출판하는방법, 책내는법, 책출간
한편, 남해의봄날(통영), 산지니(부산), 호밀밭(부산), 학이사(대구), 포도밭(옥천) 출판사처럼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소통하며 지역 맞춤형 도서를 출판하는 방법도 있다. 지역 출판이라는 한계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정부 및 공공기관 납품 도서 비즈니스(B2G)에서 훨씬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꿈꾸며
이렇듯 저마다의 방식으로 출판사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엿보며 출판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출판시장의 전반적인 불경기는 결국 출판계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신을 핵심 파트너를 만들어 함께 실천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선한 연대의 힘이다.
‘출판하는 언니들’로 모인 박희선(가지), 전은정(목수책방), 박숙희(메멘토), 최지영(에디토리얼), 이현화(혜화1117) 대표는 느슨하지만 강력한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1인 출판사 모임에서 알게 된 인연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함께 걷는 정기 모임으로 발전했고, 지난해 소책자 『언니들의 계속하는 힘』을 만들어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최근에는 ‘우리 일의 미래’라는 주제로 두번째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독자들의 기대와 반응이 벌써 뜨겁다. 도서 『우리 일의 미래』(가제, 김봉찬 외 공저, 메멘토, 2025) 출간도 앞두고 있다.
『언니들의 계속하는 힘』, 『우리 일의 미래』(임시)
출판사 도마뱀 조동욱 대표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출판연구학교’는 지속가능한 출판의 미래를 위해 함께 연구하고자 1인 출판사 대표,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 출판 관련 업무 유경험자들이 모인 학습공동체다. 이들은 새롭게 변화하는 출판 환경에서 독자들과 소통할 콘텐츠 기획, 마케팅, 콘텐츠 사업 역량 강화 등을 함께 모여 탐구한다. 참여자의 발제와 토론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참여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혼자일 때보다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위기 속에서도 우리 출판계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또 함께,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