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콘텐츠 스타트업의 현황과 과제,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 인세, 인쇄출판, 자가출판

출판탐구콘텐츠 스타트업의 현황과 과제,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 인세, 인쇄출판, 자가출판

 

 

콘텐츠 스타트업의 현황과 과제
정민경(<미디어오늘> 기자)
2025. 01+02.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믿음이 있다. 좋은 글이 많으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고, 그것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곧 수익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콘텐츠 스타트업의 현실은 그 믿음만으로 유지되지 않는 듯 보인다. 콘텐츠 스타트업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상품(콘텐츠)을 구현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설립된 신생 기업을 일컫는다. 최근 몇 년간 콘텐츠 스타트업이 활발히 등장하며 주목받았지만, 이들 중 많은 스타트업들은 사업 중단이라는 결말을 맞이했다. 2024년 사업 중단을 맞은 콘텐츠 스타트업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alookso)1)’와 ‘퍼블리(Publy)2)’ 등이 있다. 얼룩소와 퍼블리는 각각 간이 파산과 사업 중단 후 매각을 선언했다. 콘텐츠 스타트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드러낸 사례다.

우선 얼룩소는 참여형 미디어 플랫폼으로 2021년 ‘프로젝트 얼룩소’로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설립에는 문재인 전 정부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을 맡았던 정혜승 전 대표가, 투자에는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참여하였고, 콘텐츠 제작에는 천관율 전 <시사IN> 기자가 에디터로 합류함과 동시에 일간지의 기자들이 다수 이직하면서 언론계의 시선을 끌었다. 초기 프로젝트는 1주에 최소 100만 원을 생산자에 보상하는 등 ‘제대로 된 글 값을 주겠다’라는 콘셉트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해당 보상 시스템은 오래가지 못했고 포인트 보상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2024년 6월부터는 보상 제도까지 사라지면서 사용자들은 실망을 표하며 급격하게 사라졌고 결국 지난 9월 파산에 이르렀다.

얼룩소의 사례를 두고 업계에서는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초기에는 관심을 끌었지만, ‘유저(User)를 모은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장기적 전략이 부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기적 전략이 부재했기에 방향도 자주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얼룩소’에 투자했던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얼룩소는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임팩트로 바꿔내는 데에 실패했다. 결국은 투자금을 다 쓰고도 경제적, 사회적 자산을 못 만들어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청산하거나 파산 선고를 받는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얼룩소, 퍼블리 로고

 

퍼블리 역시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투자한 또 다른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2015년에 박소령 창업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퍼블리 법인은 지난 6월 퍼블리의 멤버십 사업부를 뉴스레터 ‘뉴닉(NEWNEEK)3)’에 매각했고 퍼블리 법인은 IT 아웃소싱 파트너십 솔루션 기업 ‘시소(seeso)4)’가 인수했다. 퍼블리는 애초 크라우드 펀딩으로 콘텐츠를 발간하는 모델이었으나 서비스 확장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구독형 모델로 돌아섰다. 이후 ‘커리어리(careerly)’를 출시하면서 사회 초년생이나 MZ세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한 커리어 콘텐츠를 이어 나갔다. 2021년만 하더라도 유료 구독자 수가 1만 명을 넘기면서 또다시 투자를 유치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타트업들의 위기가 시작됐고, 비즈니스를 계속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나지 않았다.

<아웃스탠딩>의 “퍼블리의 10년 여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투자금을 태우며 지표를 만들고, 그 지표로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해 달린다’라는 스타트업 호황기 시절의 생존 및 성장 방정식을 그대로 따랐던 것이 문제”라며 “매출에 비해 영업 손실이 커졌고, 광고선전비와 인건비에 가장 많은 돈을 썼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퍼블리의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롱블랙(LongBlack)5)’이나 ‘폴인(fol;in)6)’과 같은 콘텐츠 스타트업이 흥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퍼블리가 지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로 수십억 원의 매출을 만들어내면서 산업화가 가능하다는 걸 방증했기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다른 콘텐츠 스타트업도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롱블랙, 폴인 로고

 

이렇게 얼룩소와 퍼블리는 많은 교훈과 또 새로운 시도를 남겼으나, 그 끝을 보면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질문이 나온다. 퍼블리를 인수한 것이 뉴닉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크게 보면 콘텐츠 지식 구독 사업이라는 비슷한 영역에서 뉴닉은 어떤 차별점이 있기에 퍼블리의 멤버십 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일까. 출판산업도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의 차이점을 살펴보며 성공적인 콘텐츠 비즈니스를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성공과 실패의 교차로, 유저를 모은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퍼블리를 인수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뉴닉은 지난 7월 12일 구독자들에게 전체 메일로 퍼블리 멤버십 사업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필자는 지난 8월 뉴닉의 김소연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뉴닉의 수익화 전략을 물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은 두 가지였다.

 

뉴닉 로고

출판탐구콘텐츠 스타트업의 현황과 과제,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 인세, 인쇄출판, 자가출판

첫 번째, 콘텐츠 스타트업은 초창기에 양질의 글을 제공하기 위해 공급 측면을 확충하는 데 집중하지만 아무리 많은 글이 있어도 그 글을 읽어줄 ‘수요’가 확충되지 않으면 플랫폼을 지속하기 어렵다. 또한, 그 수요는 공급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확충되는 것도 아니다. 워낙 볼 게 많은 세상이니 말이다. 여전히 많은 콘텐츠 스타트업들은 오로지 자사의 콘텐츠가 얼마나 좋은지에 초점을 맞춰 어필하려고 한다. 그리고 ‘콘텐츠가 좋으면 독자와 함께 돈도 쫓아오겠지’라는 슬픈 믿음을 간직한다. 이러한 믿음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믿음만으로는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얼룩소에는 저명한 저자들이 경쟁을 펼쳤지만, 지속적으로, 또 대중적으로 그들의 글들이 퍼져나가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읽기를 사랑하고, 콘텐츠 공급에 뿌듯해하는 이들이 ‘사업’을 했을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두 번째는 첫 번째 이유와 연결되어 있지만 더 나아간 차원이다. 첫 번째 교훈이 양질의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만으로는 유저를 충분히 모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차원이라면, 두 번째 교훈은 ‘충분한 유저를 모았다고 해서 그것이 수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다. 뉴닉의 김소연 대표는 “2018년 12월, 처음 뉴닉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새로운 뉴스레터가 정말 많이 생겼다. 그러나 뉴스레터를 지속해서 성장시키거나, 이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일정 주기 동안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만 해도 힘든데 수익을 위해 광고를 유치하는 것, 협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 뉴스레터 창작자들은 개인인데 개인이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모은 사람들의 지갑을 어떻게 열 것인가’라는 것이다.

수많은 콘텐츠 공급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콘텐츠를 통해 돈을 벌려고’ 시도해 왔다. 이것은 콘텐츠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신문 사업장도 시도해 왔던 일이다. 그러나 콘텐츠 구독료만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은 몇십 년을 콘텐츠 공급자로서 자리 잡은 전통적 신문 기업들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언론유료 구독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미국의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유료 구독자 1000만을 달성했지만, 스포츠와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번들(Bundle)’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뉴욕타임스> 콘텐츠의 질과 양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수많은 신문사가 콘텐츠를 디지털화하고 디지털 구독으로 독자를 모으려 하지만 매년 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면 광고가 신문사들의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살펴보면,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 구독자가 많아도 무조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독자가 적더라도 수익화가 되는 시스템을 갖췄다면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있고, 구독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유의미한 수익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그 콘텐츠 비즈니스는 지속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뉴닉의 김소연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광고주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많이 발송한다’라는 것만으로는 어필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뉴닉은 최근 여러 뉴스레터를 론칭했는데, 그 이유는 기존의 보편적인 뉴스레터보다 좀 더 세부적으로 타기팅된 뉴스레터를 만들고, 그 타기팅된 독자들을 대상으로 광고하기 위해서다. 보편적인 뉴스레터를 여는 사람들은 너무 많고, 독자층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광고 타기팅이 효율적이지 않다. 그러나 수요 범위가 맞는 독자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광고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뉴닉 안에서 ‘고슴이의 비트’라는 뉴스레터는 최신 트렌드에 대한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데, 만약 채식이 유행할 때, 최근 유행에 관심 있는 해당 구독자에게 채식 관련 광고 콘텐츠를 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수익화에 대한 전략은 기존의 신문 사업장들도 꼭 새겨야 할 말이다. 다만, 뉴닉 역시 퍼블리의 인수와 뉴스레터에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최근에 시도하였으므로 이 도전이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는 이들이 상기해야 할 질문들

최근 출판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과 독자들의 변화하는 요구에 부응하여 다양한 창작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밀리의서재의 ‘밀리로드’, 알라딘의 ‘투비컨티뉴드(TO BE CONTINUED)’ 등 글을 쓰고 싶어 하고 나아가 출판을 원하는 이들, 곧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이들이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다. 밀리로드의 경우 매월 선정된 작품에 100만 원을 지급하고 전자책 등으로 출간하는 이벤트도 자주 펼치고 있다. 물론 많은 출판 플랫폼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구체적인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고, 그만큼 겪어야 할 도전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밀리로드, 투비컨티뉴드 로고

출판탐구콘텐츠 스타트업의 현황과 과제,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 인세, 인쇄출판, 자가출판

 

이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확장되고 있는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는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창작자와 독자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 그 모델을 통해 창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2022년 뉴스레터를 만드는 한 신문 기자를 인터뷰했을 때 “뉴스레터를 이곳저곳에서 시작하는데 과연 뉴스레터로 구독자를 끌어 모은 후에 그 독자들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그에 관한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뉴스레터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 비즈니스 기업에서 귀 기울여야 할 포인트다.

대부분의 콘텐츠 사업자나 공급자들은 ‘콘텐츠만 잘 만들면 해결된다’라고 생각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만 골몰한다. 너무나 많은 콘텐츠 공급자들이 생기고 또 사라지는 현실에서 이 믿음은 어쩌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콘텐츠를 통해 어떤 독자를 모을 것인지 미리 생각했는가. 그리고 독자들이 모였을 때 그들의 구매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뒤로도 그들이 만족할만한 것을 내놓을 수 있는가. 그러면서도 콘텐츠 공급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 계속 상기해야 할 질문이다.

1) 얼룩소: 비즈니스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전문성 있는 분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기사를 제공한다.
2) 퍼블리: 실무자 중심의 비즈니스와 커리어 성장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구독형 멤버십 플랫폼이다.
3) 뉴닉: 세상의 지식을 쉽고 재밌게 발견하고, 연결하고, 경험하는 지식 플랫폼으로 사회, 정치, 경제 등의 주요 이슈를 간결하게 전달한다.
4) 시소: 비즈니스, 기술, 창업 등 다양한 주제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으로,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짧고 실용적인 강의를 제공한다.
5) 롱블랙: 국내 최초 24시간 제한 구독 미디어로 매일 비즈니스 관련 노트를 발행하며 비즈니스 트렌드, 리더들의 전략 등을 제공한다.
6) 폴인: 현업 전문가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지식 콘텐츠 공유 플랫폼으로 롱런하는 커리어의 발전과 성장 지원을 목표로 글로벌 이슈, 비즈니스 사례 및 트렌드 등을 제공한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