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통제와 관리를 위한 베트남 출판구조와 출판 과정, 여름 방학을 맞아 쏟아지고 있는 어린이 도서, 학사달력제작, 홍보리플릿, 홍보제작
7월 베트남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신승복
이달의 출판계 이슈
출판물 통제와 관리를 위한 베트남 출판구조와 출판 과정
한국인에게 베트남은 어떤 나라일까? 베트남은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고 베트남 사람들이 풍기는 정서는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호감을 주는 나라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베트남 유학생이나 노동자, 한-베 가족 역시 많이 있어 베트남은 너무나 친숙한 나라이다. 경제적으로도 양국은 보완적인 경제구조로 인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와 협력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 경제면에서 완전한 자유시장 경제 모습은 다방면에서 자유가 보장될 것 같은 착시 효과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공산당 일당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출판 영역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인민들에게 국가중심주의를 강조하고 선전하며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먼저 베트남의 공산당 내 출판 분야는 중앙선전교육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곳은 국가 전체 언론·출판·교육·문화 정책을 조율·감독하는 공산당의 핵심 기관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출판·인쇄·유통국이 출판정책과 출판 허가를 담당하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 이전에는 출판 관련된 정책을 정보통신부 산하의 출판국에서 담당하였는데 소관부서가 문화체육관광부로 옮겨진 점은 주목해 볼만한 점이다. 베트남의 출판은 국가 영역으로 당과 정이 선도하고 있다.
출판을 담당하는 출판사를 보면 베트남은 국가 출판사와 민간 출판사가 기형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모든 출판물은 국가 출판사를 통해서만 발간이 가능하다. 국가 출판사는 정부의 중앙 부처와 지방 정부, 국립대학교, 국가 산하 기관에 약 60개에 가까운 출판사가 등록되어 있는데 각각 해당 분야 혹은 지역의 출판물을 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동(Kim Đồng) 출판사는 아동 및 청소년 도서를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데 호치민 공산주의 청년단 중앙위원회 소속의 출판사이다. 젊은이(Trẻ) 출판사는 청소년, 청년, 일반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문학, 자기계발서, 외국 문학, 번역서 등을 폭넓게 출판하고 있어 일면 민간 출판사처럼 보이나 호찌민시 청년연맹(Thành Đoàn TP.HCM) 소속의 국가 출판사이다. 국가 출판사는 정부 정책과 역사적 가치에 대한 홍보, 체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육 출판사의 경우 교과서와 학습 교재를 독점적으로 출판 유통하고 있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나마 독자들의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출판사는 어린이를 주요 독자로 하는 낌동 출판사나 여성 출판사라 할 수 있다.
민간 출판사는 1993년 개정 출판법에 따라 공동 출판 제도(Liên kết xuất bản)의 도입 이후로 민간이 출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등장하게 되었다. 필자가 편의상 민간 출판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베트남 출판법상 출판사(Nhà xuất bản) 용어는 국가 출판사만 사용하게 되어있어 민간 출판사는 출판사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출판법에 따르면 민간 출판사는 콘텐츠를 기획 편집·마케팅을 담당하고 국가 출판사는 출판 허가 업무와 ISBN 등록을 담당한다. 국가 출판사는 민간 출판사의 출판 계획을 보고 1차 검열을 하기 때문에 민간 출판사는 처음 기획 단계부터 국가 출판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국가 출판사는 민간 출판사로부터 일종의 고정 수수료를 받고 민간 출판사는 판매와 관련한 수익과 리스크를 감당해야만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민간 출판사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이전에 출판된 도서의 재판이나 검증된 외국 작가의 책을 번역 출판하여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방식으로 출판한다.
민간 출판사 냐남과 국가 출판사(외교부 소속) 세계 출판사와 연계 출판된 심리학의 역사(좌)
국가 출판사인 사범대학교 출판사가 독립 출판한 프랑스 지배시기 인도차이나 경제 발전(우)
왼쪽은 표지 아래에 출판사 로고가 2개 있고 오른쪽은 출판사 로고가 하나만 있다.
민간 출판사들이 출판 영역에 들어오면서 민간 출판사와 국가 출판사의 연계 출판 비율이 70% 정도 차지할 정도로 민간 출판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전체적으로 출판물이 다양해졌고 품질이 좋은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왔다. 그러나 역으로 국가 출판사의 역할이 민간 출판사를 위한 출판 허가만 담당하고 자체 브랜드 힘이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검열 업무를 충실하게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1
도서 유통 채널은 전통적 오프라인, 온라인, 직영 유통, 납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서점 유통 채널을 갖고 있는 서점은 전국적으로 약 12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파하사(FAHASA)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유통망으로는 전자 상거래 점유율이 가장 높은 쇼피(Shope)와 2위의 라자다(Lazada), 도서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티키(Tiki)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민간 출판사의 경우 직영 서점을 운영하기도 하며 자체적으로 온라인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베트남 출판협회는 외형상 민간단체처럼 보이지만, 국가 주도의 ‘정치 사회 단체’로 분류할 수 있다. 출판협회의 정회원은 출판권이 있는 국가 출판사로 구성되어 있고 민간 출판사의 경우 연계 회원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의결권을 갖지 않는다. 통상 베트남 출판협회 회장은 국가 출판 이념을 이해하고, 정치적 신뢰를 갖춘 고위 인사가 주로 맡는데 보통은 문화체육관광부, 정보통신부, 국영 출판사 고위직 인사가 맡는다.
이상 베트남 출판구조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봤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한국의 책이 베트남에 출판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먼저 민간 출판사가 작품성 있고 시장성 있는 작품을 발굴한다. 도서 전시회나 자체 조사 혹은 에이전시를 통해 좋은 작품을 엄선하는데 베트남에서 인기가 있는 장르나 작가를 우선 고려하게 된다. 한국 작품의 경우 이미 베트남에서 알려진 작가나 수상 경력이 있는 작품을 우선 고려하게 된다. 그 외에 수익성이 불확실한 신진 작가의 경우엔 출판비와 번역비 지원받을 수 있는 후원처를 찾아야 하는 데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면 문턱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작품을 선정한 후에는 저작권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으로 번역가를 선정하여 번역 단계에 들어간다. 작품에 따라 번역가에 따라 번역에 드는 시간은 다르다. 규모가 있는 출판사의 경우 한국어 편집인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프리랜서 번역가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작품의 경우에는 실력 있는 번역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관계자는 말한다. 그 이유는 실력 있는 한국어 번역가는 한국 대기업에 취업하여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출판물 프리랜서 번역가의 경우 번역료가 낮고 경우에 따라 전문적 수준의 번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수한 번역가를 양성하고 번역비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
민간 출판사는 번역된 원고를 갖고 출판권이 있는 국가 출판사와 연계 출판 계약을 한다. 이때 국가 출판사는 1차로 내용을 검열하여 민감한 부분은 수정을 권고하고 ISBN을 발급하고 정부(문화관광체육부 산하 출판국)에 이를 보고한다. 정부는 이 검토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수정, 삭제 등을 요구하고 최종 출판을 허가한다. 이후에는 민간 출판사에서 최종 편집과 디자인 유통 단계로 이어진다.
이상은 필자가 5년 이상을 베트남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 보고서를 통해 몇 번 언급한 것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K-book이 베트남 출판시장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만 한 검증된 요소가 있어야 하고 수익성 담보가 첫 문턱이다. 민간 출판사들은 이 단계에서 한국으로부터 각종 출판 지원을 희망하고 있는데 한국 사정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국 출판물이 이 단계를 넘기는 쉽지 않다. 다음 단계는 번역의 문제인데 출판시장에서 한국어 전문 번역가를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AI 번역을 통해서 일부 보완이 될 수 있겠지만 전문 번역가의 필요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호치민의 반랑대 한국어과의 경우 전문 번역가 양성을 위해 번역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
출판물 통제와 관리를 위한 베트남 출판구조와 출판 과정, 여름 방학을 맞아 쏟아지고 있는 어린이 도서, 학사달력제작, 홍보리플릿, 홍보제작
여름 방학을 맞아 쏟아지고 있는 어린이 도서
무더운 여름철 자녀를 둔 부모들은 긴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가 고민이다. 베트남 가정 대부분은 맞벌이인 경우가 많아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저학년인 경우엔 시골 고향집에 보내거나 반대로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도시로 와 돌봐주기도 한다. 이것도 여의치 않는 경우에는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직장에 출근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출판사에게 여름 방학은 이런 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책을 기획 출판하는 계절이다. 특히 김동 출판사와 여성 출판사는 아동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을 전문적으로 출판하고 있는데 이번 여름에 부모님과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받는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①《꾹꾹 농장의 채소밭에서》(Từ những ruộng rau ở nông trại Cúc Cu)
저자 : 응우옌치응오완(Nguyễn Chí Ngoan), 출판사 : 김동(Kim Đồng)
내용 : 조용하고도 생기 넘치는 Cúc Cu 농장의 채소밭에서 펼쳐지는 작은 동물과 식물의 하루하루를 동심을 담아 그려내고 있다. 자연을 소재로 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조화라는 메시지가 예쁜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아이들의 관찰력과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책이고,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 작품은 2024년 신인 아동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제멘(Dế Mèn) 문학상에서 장려상을 받은 작품으로 문학성과 메시지 모두 인정받았다. 이 책은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생명, 식물, 흙, 곤충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게 만들어 가족이 함께 시골을 찾거나 텃밭 활동을 하면서 즐기면 더 의미가 있을 책이다. 빠른 속도로 도시화 되는 베트남 대도시에 사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책이다.
②《구멍을 메우는 데 쓰는 것들》(Những thứ bạn dùng để lấp đầy một cái hố)
저자 : 팜꽝빙(Phạm Quang Vinh), 출판사 : 젊은이(Trẻ) 출판사
내용 : 저자 팜꽝빙의 작품으로 2023년에 제맨(Dế Mèn) 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년 학생들에게 적합한 책으로서 구멍(hố)은 정서적으로 비어 있는 그 무엇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춘기 나이의 학생들에게 맞는 책이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지만, 내면이 공허한 구멍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친구·기억·후회·이해 같은 ‘비물질적’ 감정으로 메우는 방식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 책은 독특한 삽화를 통해 독자를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꾹꾹 농장의 채소밭에서, 구멍을 메우는 데 쓰는 것들
③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자두나무가 하롱베이를 찾았다》(Cây mận ngọt nhất trái đất từng đến vịnh Hạ Long)
저자 : 띠에우퐁(Tiểu Phong), 출판사 : 여성(Phụ nữ) 출판사
내용 : 이 책은 6~11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짧은 성장 이야기이지만 가족을 주 소재로 하기에 어른들도 읽기에 좋은 책이다. 주인공인 쥬엔은 부모님이 이혼한 후에 엄마랑 살고 아빠와는 8년 동안 떨어져 살아야만 했다. 그 사이 아빠는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하롱베이에 살고 있는데, 주인공이 용기를 내서 아빠를 만나기 위해 하롱베이로 여행을 떠난다. 스토리에서 자두나무는 비록 아픈 경험이지만 자라서 단단한 나무가 될 거라는 희망과 치유의 상징이다. 이 작품은 가벼운 동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족의 구조와 이별, 상처와 회복 같은 깊은 감정을 담고 있고 이혼이나 가정의 단절 같은 ‘이별’을 겪은 이들에게 치유의 여정이 되어 준다.
④ 《무지갯빛 잠자리 날개》(Muôn sắc cánh chuồn)
저자 : 판꾸옥또안(Phan Quốc Toản), 출판사 : 김동(Kim Đồng) 출판사
내용 : 이 책의 저자 판꾸옥또안은 곤충학자로서 10년 넘게 베트남 전국을 다니면서 관찰하고 채집한 168종의 베트남 잠자리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아동·청소년 대상의 자연 관찰 책이다. 이 책은 생생한 잠자리 사진과 함께 자신의 현장 경험이 담긴 잠자리의 특징과 생태계에서의 역할 등 곤충학자의 전문 지식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책에서 문제나 퀴즈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학생들이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체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자두 나무가 하롱베이를 찾았다, 무지갯빛 잠자리 날개
최근 베트남 출판계는 그림책 작가 발굴을 위한 워크숍과 아동 도서상을 신설하는 등 아동 분야 도서 계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베트남 아이들에게 베트남의 정서에 맞는 책을 읽게 하자는 취지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이 많이 열렸고 주제도 다양해져 아동도서 분야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출판물 통제와 관리를 위한 베트남 출판구조와 출판 과정, 여름 방학을 맞아 쏟아지고 있는 어린이 도서, 학사달력제작, 홍보리플릿, 홍보제작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