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모저모, 2025 서울국제도서전 참가기 작은 부스 하나가 갖는 의미, 음악회팜플렛, 인쇄디자인, 인쇄물제작
2025 서울국제도서전 참가기
정미진(엣눈북스 대표)
2025. 7+8.
국내 최대 책 축제로 자리매김한 서울국제도서전(이하 도서전)이 올해로 제67회를 맞았다. 2025년 6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믿을 구석(The Last Resort)’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도서전에는 총 17개국에서 약 500개의 출판사 및 관련 단체가 참여하였다. 도서전은 2022년 관람객 약 10만 명을 돌파한 이후 2024년에 15만 명을 넘어섰을 만큼 계속 흥행하고 있다. 올해는 오픈런 현상과 사전 예매 매진 상황까지 보이며 더욱 반응이 뜨거웠다. 참가사 엣눈북스를 통해 도서전의 준비 과정과 현장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도서전 포스터
작은 부스 하나가 갖는 의미
엣눈북스는 올해로 7회째 도서전에 참가했다. 이전에는 연합 부스 혹은 독립출판물·아트북을 선보이는 책마을 부스에 참가하다가 2024년에 엣눈북스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처음으로 독립 부스에 참여했다. 소규모 출판사에게 도서전의 독립 부스는 높은 비용과 부족한 인원 때문에 부스 장식이나 운영 등 모든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깊게 책을 소개하고 독자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에 독립 부스로 진행하였고, 다행히 많은 관람객 덕분에 책 판매나 출판사 홍보 모두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작년의 경험으로 자신감을 얻어 올해는 큰 고민 없이 독립 부스를 지원했다. 올해 2월 초에 얼리버드로 부스를 신청했는데, 예상보다 경쟁이 치열해 동료 출판사들의 참가가 좌절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도서전을 향한 높은 관심에 놀라기도 했고 어렵게 얻은 자리인 만큼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었다.
7년 연속 도서전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도서전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2018년 처음 도서전에 참가했을 때는 사전 예매 인원이 약 3만 명이었고 2019년에는 약 6만 명이었는데, 올해는 현장 예매 없이 사전 예매만으로 약 15만 명이 도서전을 찾았다고 한다. 아마도 최근 2030세대 사이에 불어온 텍스트힙(Text-Hip) 열풍과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그리고 여러 해외 문학상에 한국 문학 작품이 거론되는 등 여러 가지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도서전의 규모도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 독서율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좀 의아한 부분이지만, 출판사 입장에서 이렇게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중소 출판사들이 독자들에게 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이 다양하지 않고, 또 있다 하더라도 작은 출판사에서 시도하기에 현실적인 한계점과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도서전 출입구
도서전 준비 과정
부스 선정 이후 도서전에 맞추어 제일 먼저 준비한 것은 신간 출간이었다. 올해 도서전에서 공개되는 신간은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엣눈북스의 그림책 『모 이야기』(최연주, 2023)의 후속작 『모 이야기 2』(2025)로, 이번 도서전 ‘여름 첫, 책’ 공모에 선정되어 안팎으로 주목받는 행운을 얻었다. ‘여름 첫, 책’ 공모는 부스 선정 이후 진행하며, 도서전에서 처음 선보이는 책을 선정하여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사별로 1종만 지원할 수 있고, 북토크나 사인회 같은 작가 참여 프로그램을 최소 1회 진행해야 한다.
이번 『모 이야기 2』 선정 소식을 듣고 책 홍보가 되어 기쁘긴 했지만 그만큼 걱정도 불어났는데, 무엇보다 도서전 전에 책 제작을 완료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기본적으로 원고량이 많고, 책의 형태나 후가공 또한 복잡한 책이기에 혹시나 마감이 늦어지거나 제작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한 생각에 밤새 뒤척이기도 했다. 그러나 걱정을 잔뜩 해둔 보람이 있었던지, 다행히 기간 안에 책이 완성되었다.
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작 『모 이야기 2』
신간이 무사히 나왔으니, 이제 부스 꾸밈과 홍보 이벤트를 준비해야 할 차례였다. 작년에 10주년을 기념하여 엣눈북스 도서 두 권 이상 구매 시 가방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했었다. 도서 행사 때마다 이벤트용 굿즈를 무엇으로 할지 늘 고심하게 된다. ‘쓸모 있고 잘 만들어진 굿즈가 무엇일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도서전 현장에서 구매한 책을 담아 갈 수 있는 가방만큼 실용적인 것이 없다는 판단에 올해도 가방을 제작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외주 디자이너에게 제작을 맡겼지만, 이번에는 직접 만들게 되어 제작 업체를 찾아 동대문 시장에서 천도 고르고, 사이즈와 색깔도 살펴보고 선택하는 등 발품을 팔았다.
최근 도서전에서 굿즈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 행사를 위해 멀리서 시간을 내어 찾아오고, 무엇보다 도서전이 무료가 아닌 유료 행사이다 보니 도서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원하는 것이 소비자로서 당연한 마음일 테다. 그런 심리에 부응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으로 굿즈를 활용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도서전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도 증정 굿즈가 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의 판매량이 현격히 차이가 나기도 했다. 물론 무분별 하게 생산, 배포되는 굿즈는 지양해야 하겠지만 책의 주제 혹은 출판사의 정체성과 연계하여 쓸모 있고 잘 만들어진 굿즈는 독자의 독서 경험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엣눈북스의 메인 굿즈 에코백
이러한 배경에서 필자도 에코백을 메인 굿즈로 만들었다. 도서전 메인 굿즈를 만들었으니 다음은 부스 꾸미기 차례였다. 사실 부스 대여보다 부담이 되는 것이 부스 꾸밈 비용이다. 테이블이나 선반 대여비도 비쌀뿐더러, 도서전 행사를 위해 한 번 쓰고 마는 홍보물들의 제작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홍보물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소재가 많아 심리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고민 끝에 출간 전시나 다른 도서 행사에서도 재사용이 가능한 족자 형태의 홍보물을 만들어 부스 벽면을 장식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많은 출판사가 일회성 행사용 굿즈나 홍보물을 제작하는 일에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포스터나 책갈피, 스티커와 같은 지류로 된 굿즈를 만들거나 실용적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우선 고려하게 된다. 찾아주시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과, 소재나 실용성 등 나름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어찌하였든 만들지 않아도 될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항상 양가적 감정을 느낀다.
엣눈북스 부스
부스 꾸미기와 굿즈 제작까지 마친 후 남은 미션은 현장 행사 준비다. 이번 도서전에서 엣눈북스는 신간 『모 이야기 2』 오픈과 함께 최연주 작가의 사인회를 진행하였다. 『모 이야기』가 해외에서 큰 상을 연달아 수상한 덕에 『모 이야기 2』 출간 예고를 했을 때부터 독자들의 기대가 높았다. 사인회 소식을 공지하자마자 여러 문의가 있어 많은 관람객의 방문을 예상하면서 옆 부스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지, 그런 상황에서 부족한 인원으로 현장을 잘 통솔할 수 있을지 우려되었다. 결국 사인회 당일 선착순으로 인원을 한정하여 번호표를 배부하기로 했고 80장의 번호표는 금세 소진되었다.
최연주 작가 사인회
출판계 이모저모, 2025 서울국제도서전 참가기 작은 부스 하나가 갖는 의미, 음악회팜플렛, 인쇄디자인, 인쇄물제작
엣눈북스가 도서전에 참가하는 큰 이유는 새로운 독자들과의 만남에 있다. 창립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두 명이 운영하는 작은 출판사인지라, 홍보 여력이 부족해 더 넓은 독자층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래픽 노블이나 사진집과 같은 마니아적인 장르의 책들이 많다 보니, 독자층이 한정되기 쉽다. 하지만 도서전에 참가하면 조금 더 다양한 세대와 너른 취향을 가진 독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도서전에서 출판사를 처음 시작했던 10년 전 초기에 새로운 독자를 만났던 기분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런 출판사도 있었어?”, “여기 책은 처음 보는데 특이하네?”, “여기 책 신기하고 재밌다.” 등 그렇게 새로이 ‘발견’해 주는 독자들을 만나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다. 더불어 더 열심히 뛰어다니며 엣눈북스를 알려야겠다는 투지가 샘솟는다.
눈에 띈 도서전의 모습들
성황리에 사인회를 끝낸 뒤에야 한숨 돌리며 필자도 행사장을 둘러보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부스를 꾸미고 열의를 다해 독자들을 맞이하는 여러 출판사의 모습을 보며 축제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화려하고 멋지게 꾸민 부스에 대한 부러운 마음과 함께 내년 도서전에서 반영할 만한 요소를 살펴보았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스는 창립 80주년을 맞아 팔순 잔치 콘셉트로 부스를 꾸민 현암사와 주요 출간 분야인 추리 소설의 특징을 살려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공간을 연출한 나비클럽이었다.
(좌) 현암사, (우) 나비클럽 부스
불교 서적 전문 출판사 불광미디어는 최근 ‘불교는 힙하다.’라는 인식에 걸맞게 세련되고 유쾌하게 부스를 꾸며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출판사는 아니지만 독서 생활에 어울릴 법한 차를 소개한 맥파이앤타이거(Magpie&Tiger) 부스도 아름다워 기억에 남았다. 그 외에도 개성 있는 부스들을 보며 기발한 아이디어에 연신 감탄했다. 참신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출판사들의 노력과 열정이 관람객들에게 전해진 덕분인지 해당 부스들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좌) 불광미디어, (우) 맥파이앤타이거 부스
프로그램으로는 도서전 곳곳에 문인 및 유명 인사들과 독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백희나 작가의 강연부터 작가들이 생각하는 인공지능 이야기, 박찬욱 감독의 믿을 구석, 도서전 기념 특별 제작 한정판 기획 도서 『믿을 구석 The Lasr Resort』에 참여한 작가와의 만남, ‘여름, 첫 책’에 선정된 신간 도서소개, 양솽쯔 등 주빈국 대만 작가와의 만남 등 많은 작가와 유명 인사들이 독자들과 만났다.
(좌) 리미티드 에디션 『믿을 구석 The Last Resort』 북토크,
(우) 정보라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열림원, 2025) 출간 기념 북토크
주제 전시관에는 ‘믿을 구석’이라는 도서전 주제에 맞게 “여러분을 버티게 하는 ‘믿을 구석’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지며, 자신만의 답을 메모로 남기는 ‘믿을 구석 심는 곳’이라는 섹션을 마련하여 참여를 이끌었다. 관람객들의 메모를 살펴보는 것 또한 하나의 전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 위치한 수많은 캐비닛에는 많은 작가들이 추천한 책의 문구와 해당 도서가 담겨 있었다.
주제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남긴 ‘믿을 구석’
출판계 이모저모, 2025 서울국제도서전 참가기 작은 부스 하나가 갖는 의미, 음악회팜플렛, 인쇄디자인, 인쇄물제작
국내 부스 외에도 올해 주빈국인 대만관이 무척 알찼다. ‘대만 감성’이라는 주제로 채워진 부스는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이면서도 이국적인 여행지인 대만을 친숙하고 낭만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관광객이 가장 좋아하는 대만 간식을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소개한 벽면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보다 한발 앞선 퀴어 문학과 장르 문학의 세분화에 다양성을 포용하는 대만 출판 문화의 현재를 엿볼 수 있었다. 또 대만의 역사와 현재 정치 상황을 반영한 도서들을 살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긴박하게 흘러가는 동아시아 정세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대만관에서 멋진 책들을 한참이나 구경하고 있자니 대만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역시 국가 브랜딩에 있어 문화의 힘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주빈국 대만관 부스
이번 도서전에서 화제에 올랐던 이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지기로 있는 평산책방과 박정민 배우가 운영하고 있는 무제 출판사의 참가일 것이다. 또 박찬욱 영화감독, 문형배 헌법재판소 전 재판관 등 유명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져 도서전의 활기를 더했다.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을 직접 만나고 책에 관한 대화를 가까이에서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도서전을 찾는 기쁨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지만 일부 유명 인사들의 부스에만 관심이 집중된 탓에 주변 부스 운영과 관람객의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해, 이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주최 측의 세심한 관리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좌) 평산책방의 문재인 전 대통령(출처: 평산책방), (우) 출판사 무제의 박정민 대표
올해 아쉬웠던 점
즐거웠던 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다. 참가 신청이 예년보다 많아 참가하지 못한 출판사들과 사전 예약으로 표가 매진되어 현장 예매를 통해 도서전 입장 자체를 할 수 없었던 독자들이 느꼈을 소외감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특히 안전상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라 하더라도 인터넷 예매가 쉽지 않은 세대와 계층에게 선택권조차 없었던 상황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웠다. 내년에는 참가 신청과 티켓 판매 시스템을 개선하고 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책을 사랑하는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진정한 축제가 되도록 말이다.
이번 도서전은 유난히 갑론을박이 활발히 벌어진 것 같다. 도서전 운영 주최와 행사 진행 과정에서 불거졌던 공공성 회복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행사라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출판계가 상생할 수 있도록 보다 투명하고 설득력 있는 대화의 장이 열리기를 바란다. 또한 경험이 멸종되어 간다는 시대에 적극적으로 독서를 체험하기 위해 찾은 이들이 만들어 낸 이 열기가 부디 사그라지지 않기를, 그리고 이 열기가 지역의 책 축제, 크고 작은 책방들, 전국 곳곳의 도서관으로 들불처럼 번져 나가길 염원한다.
도서전에 참여한 수많은 출판사와 관람객들
도서전을 마무리하며
부스에서 독자들을 만나 책을 소개하고 또 틈틈이 독자로서 도서전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5일간의 도서전이 마무리되었다. 도서전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많은 사람들이 ‘책’이라는 구심점을 두고한데 모인 시간이었다. ‘혼자’가 아니 ‘우리’라는 안도감을 느끼는 순간, ‘책’이라는 매체가 옅어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보다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구현되고 선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또 일 년을 버티게 하는 자양분이 되리라.
축제가 끝난 뒤 다시 책을 만드는 일상으로 돌아와 올해 도서전의 캐치프레이즈 ‘믿을 구석’을 되뇌어 본다. 서로가 서로의 ‘믿을 구석’이 되어 기대고 의지했던 그 공간과 시간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내년에도 도서전에서 엣눈북스와 책을 사랑하는 모두를 만나길, 책을 믿고 책등에 기대어 무탈하게 잘 지내왔다고 웃으며 인사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
출판계 이모저모, 2025 서울국제도서전 참가기 작은 부스 하나가 갖는 의미, 음악회팜플렛, 인쇄디자인, 인쇄물제작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