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판시장 분석: 여성 독자 라이트 교양 강세와 K-그림책의 보편적 경쟁력

중국 출판시장 분석: 여성 독자 라이트 교양 강세와 K-그림책의 보편적 경쟁력

 

 

중국 출판시장은 현재 여성 독자를 중심으로 한 라이트 교양 도서의 약진과 함께, 한국 아동 그림책 및 여성주의 문학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서는 2025년 하반기 중국 현지의 생생한 출판 동향 원문을 빠짐없이 전해드립니다.

 

12월 중국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배혜은

베스트셀러 순위 및 동향 분석 (한국도서 선호도 등)

하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

2025년 하반기 당당왕 신간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최근 중국 출판시장의 핵심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선, 이번 순위는 여성 독자를 중심으로 한 라이트 교양 시장의 확장을 보여준다. 여성의 삶과 정체성을 다룬 《암중화술》, 《여성의 배움은 세상의 길을 열어준다》, 《혼자서, 나만의 우주를 살아낸다》 등이 상위권에 위치하며, 감성적·서정적 서사와 자기계발적 요소를 결합한 책들이 강세를 보인다. 동시에 중국 대표 만화 시리즈《만약 역사가 한 무리의 고양이라면》과 같은 만화 기반 역사 콘텐츠, 《고궁일력2026》과 같은 문화유산 IP 상품은 여전히 높은 판매력을 유지하며, 중국의 애국소비 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온라인 소설 플랫폼 토마토소설(番茄小说)의 전속 작가인 살충대대원의 《십일종언》은 인기 시리즈로 실물 도서로까지 출간되었다. 시리즈 도서들의 누적 리뷰 150만개, 더우반 평점 9.9점, 8천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해 화제가 되었다. 이와 같은 웹소설 기반 단행본의 약진은, 온라인 문학 팬덤이 오프라인 출판 시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준다. 또한 심리·건강 분야의 지속적인 강세도 특징적이다. 순위권 내 유일한 외국 도서인 아들러의《Understanding Human Nature》와《몸의 올바른 기운을 다스리다》와 같이 실용적이고 동시에 마음과 몸을 다루는 서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 독자들의 건강·정서적 자기 관리 욕구가 출판 소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합하면, 2025년 하반기 중국 출판시장은 여성 독자를 중심으로, 감성 문학·자기계발·심리·건강과 같은 라이트 교양 도서가 강세를 보이며, 동시에 웹소설·문화유산·대중 역사 콘텐츠 등 기존 IP 기반 장르가 안정적인 판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 출판 시장이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와 ‘지속적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구조 속에서, 독자의 정서적 욕구·생활 방식·문화적 자부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중국 도서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앞서 4위에 오른 아들러의 작품 외에는 미국 댄 케너(Dan Kenner)의 <The Wole-Body>가 《암을 이기는 비밀》로 번안되어 49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외국 작가의 도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한국 작가의 도서도 핵심 순위권에는 들지 않았다.

출판계 인사 인터뷰: 상하이국제아동도서전

남출판미디어그룹(中남出版传媒集团) 소속 교육 전문 출판사인 호남교육출판사(湖南教育出版社)은 주로 초·중·고 교재를 출판하며, 교육 이론 도서에도 강점을 보인다. ‘상교지리 클라우드(湘教地理云)’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설립해 학생들을 위한 지리·사회 교육 자료 및 동영상 강의를 업로드 해 중국 내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출판사는 김예실 작가의 한국 몬테소리 수담뿍 수학동화《누가 만두를 가져갔을까》를 출간했다. 해당 도서는 더우반 평점 8.3점, 당당왕에서는 약 600개의 리뷰를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만두’라는 소재, 그림 스타일로 인해 일부 독자들은 해당 도서를 중국 도서라고 착각했다는 점이다.

호남교육출판사 관계자는 중국 독자들이《누가 만두를 가져갔을까》를 중국 도서로 착각한 현상에 대해 중국 부모들의 도서 선택 기준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그는 중국 부모들이 애국 교육을 중시하는 만큼, 자녀에게 보여주는 도서를 선택할 때 특정 국가의 차이점이나 특색보다는 보편적 가치를 담은 콘텐츠를 우선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만두라는 익숙한 소재를 접했을 때 자연스럽게 자국 도서로 인식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관계자는 이러한 보편성이 바로 중국 출판시장에서 한국 아동 그림책이 경쟁력을 갖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양 작가들이 자연이나 문명, 교양을 다루듯이, 한국 작가들 역시 문화적 경계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창작하며, 중국 출판사도 이러한 기준으로 한국 도서를 선별한다고 설명했다.

신장청소년출판사(新疆青少年出版社)는 1956년에 설립되어 다양한 아동 청소년 도서 총서 시리즈 출간에 주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베이베이시옹 시리즈 총서(贝贝熊系列丛书)”가 대표적인데, 한국 도서로는《소나기가 내렸어》(윤정미),《주문을 말해봐》(최숙희),《일등이 아니라도 괜찮아》, 《너무너무 무서워》(양태석) 등 ‘괜찮아 시리즈’가 이미 출간된 바 있다. 2025년에는 보람의《거꾸로 토끼끼토》(倒立的兔子)가 출간되어 당당왕 리뷰 약 1,500개를 기록했다. 관계자는 한국 도서가 기존 시리즈에 편입되거나, 한국 도서들만의 독자적 시리즈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개별 도서보다 전집을 구매하는 습관에 기인한다. 단권 출간보다는 일관된 주제나 교육 목표를 가진 시리즈로 기획되어야 시장 진입과 지속적 판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지 한국작가 및 문화 전반 분석

2025년 11월, 상하이국제아동도서전 개최 기간 중(11월13-14일) 주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주관하에 ‘한국 작가와의 만남 : 이금이 작가와 함께 이야기로 배우는 공감과 성장’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틀 도합 문화원의 세종학당 학생을 포함해서 150명 이상의 중국 독자가 참여했으며, 이번 행사는 청소년 소설이라는 장르적인 한계에 갇혀 있지 않고 성인들에게도 위안을 선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2025년 상반기《소희의 방》, 《숨은길 찾기》가 중국어로 번역 출간되며《너도 하늘말나리야》의 3부작이 모두 출판되었다. 특히 올해 8월 심천에서 무대에 오른 뮤지컬《유진과 유진》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동명 소설과 함께 총 4권의 도서가 이번 북토크의 주요 도서가 되었다. 작가와의 만남 현장에는 작품을 이미 읽은 독자들이 대다수였으며 질문 수준 또한 깊이 있었다. 한국의 여성주의 혹은 N번방, 장자연 사건 등 한국의 사회·문화·정치와 연관지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작가님께 질문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주중한국문화원 위챗 오피셜 계정 및 중국 대표 SNS 웨이보 2025년 3월부터 11월까지 한 달에 2회, 총 16개의 콘텐츠가 업로드되었다. 웨이보의 콘텐츠 조회수가 위챗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며, 이를 통해 플랫폼별 콘텐츠의 확산 영향력을 고민해 봐야 할 시기이다. 또한 2024년 대비 2025년 웨이보에서는 전체 조회수는 증가했으나 좋아요와 리그램 등 실질적 반응 지표는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콘텐츠가 표면적으로는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되었으나, 깊이 있는 참여와 확산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커뮤니티 형성을 촉진하는 콘텐츠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현지 반응 분석(언론, 리뷰 등)

11월 신간 베스트셀러 77위《브레드 이발소》6권 시리즈가 당당왕 아동 도서 신간 베스트셀러에서는 8위를 차지했다.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각종 플랫폼에서 호평일색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낱권이 출간 반년 안에 추가 인쇄 5번에 들어가 한국 아동 도서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동명 애니메이션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점이 함께 홍보되고 있다. 외국 소설 신간 베스트셀러 30위에 다시 한번 조예은의 작품이 올랐다. 이전 작품《칵테일, 러브, 좀비》가 독특한 호러 장르로 중국 SNS를 통해 돌풍을 일으켰듯이《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도 출간 즉시 더우반 평점 8.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외국 에세이로는《이런 얘기하지 말까?》가 출간되었는데, 한국어 부제 ‘열정적 덕질과 그 후의 일상’이 중국어로는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모두 폐허였다’로 번안되어 한국의 페미니즘이 재조명받는 계기가 되었다. 주로 ‘한국 여성 문학’이라 불리며 젠더 감수성을 담은《82년생 김지영》등 소설이 중국 출판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면, 이번 페미니즘 에세이 출간으로 인해 한국 페미니즘에 대한 중국 독자들의 공감 혹은 반응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차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소설 중심으로 소비되던 한국의 젠더 감수성이 에세이 장르로 확장되면서, 중국 독자들이 한국 페미니즘을 보다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김형근의《내 마음인데 왜 내 마음대로 안되는걸까?》은 표지에 ‘취약함(脆弱)’과 ‘나약함(软弱)’은 다름을 구분했으며, 올해를 마무리하며 감정 정리도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김형근의 저서가 당당왕 심리학 신간 베스트셀러 86위에 오른 것은 의미 있으나, 100위 내 유일한 한국 도서라는 점은 이 분야에서 한국 도서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다만 단어의 구분이라는 섬세한 감정 언어가 중국 독자에게 어필한 것은, 한국의 심리·정서 담론이 중국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편집자 후기: “보편성이라는 전략, 그리고 문장이 건네는 섬세한 위로”

1. ‘중국 책인 줄 알았다’는 최고의 찬사 한국 전래동화나 아동 도서가 중국 독자들에게 자국 도서로 오해받을 만큼 친숙하게 다가갔다는 대목은 편집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단순히 소재의 유사성을 넘어, 부모가 자녀에게 전하고픈 ‘보편적 가치’를 문장과 그림에 잘 녹여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편집자로서 제가 다듬는 이 문장들이 국경이라는 칸막이를 넘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결’을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2. 장르의 한계를 깨는 정서적 연대 상하이에서 열린 이금이 작가님의 북토크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청소년 소설이 성인에게도 위안을 주고, 뮤지컬과 소설이 시너지를 내는 모습은 콘텐츠의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한국의 젠더 감수성이 담긴 소설들이 중국에서 ‘한국 여성 문학’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 점이 눈길을 끈다. 편집자는 시대의 아픔을 포착하고 그것을 정제된 언어로 출력하여 독자와 연대하는 ‘교신자’여야 함을 새삼 느낍니다.

3. 시리즈와 브랜딩의 힘 중국 시장에서 ‘괜찮아 시리즈’나 ‘브레드 이발소’처럼 시리즈물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독자들의 구매 습관을 정확히 관통한 전략입니다. 단권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편집자는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서가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낱권이 아닌 ‘세계관’을 편집하는 눈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글을 마치며 “모든 것을 찌고 싶다”는 요리책의 유행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게 마음을 채워주는 콘텐츠가 중국 독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유행은 변하고 기술은 진화하지만, 결국 독자가 찾는 것은 **’나를 알아주는 단 한 줄의 문장’**입니다. 그 문장을 찾아내고 다듬기 위해, 오늘도 정갈한 마음으로 교정지를 마주합니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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