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다양해지는 한국 도서 콘텐츠, 이제는 ‘거리 음식’, 눈에 띄는 스페인 출판계 호황 ‘스페인 현상’, 스페인에서 인기 상승 중인 한국 도서, 《서울 포차》와 한국 길거리 음식 이야기

점점 다양해지는 한국 도서 콘텐츠, 이제는 ‘거리 음식’, 눈에 띄는 스페인 출판계 호황 ‘스페인 현상’, 스페인에서 인기 상승 중인 한국 도서, 《서울 포차》와 한국 길거리 음식 이야기

 

 

 

 

8월 스페인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이민재

 

 

 

이달의 출판계 이슈
점점 다양해지는 한국 도서 콘텐츠, 이제는 ‘거리 음식’

최근 스페인에서는 한국 도서 콘텐츠의 지평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원로 작가의 작품 위주로 번역 출간되던 시절을 지나 요즘에는 신진 작가나 젊은 작가의 작품이 한국과 스페인에서 동시에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잦아졌다. 콘텐츠의 장르나 소재도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인데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출간된 《서울 포차1》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진짜 길거리 음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스페인에 앞서 이미 영국에서 출간된 서적이다. 저자는 수 스콧(Su Scott)으로 20세 때 영국 런던으로 이주한 한국계 이민자이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나서야 음식이 단순한 조리가 아닌 문화와 정체성 그리고 기억을 연결하는 매개체임을 자각하고 이를 통한 스토리텔링을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가 첫 두각을 드러낸 것은 2019년, 더 옵저버(The Observer)라는 신문의 월간 요리 부록이자 음식과 식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기사 및 레시피, 리뷰 등을 다루는 옵저버 푸드 먼슬리(Observer Food Monthly)에서 그녀가 ‘김치찌개’로 독자 레시피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수상을 계기로 수 수콧은 프리랜서 음식 작가 및 레시피 개발자로 활동하였고 2021년에는 웨잇로즈 푸드(Waitrose Food) 매거진에 한국의 가정식을 소개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현재 다양한 매체에서 한국 음식을 소재로 활발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가 출간한 한국 길거리 음식 레시피북이 바로 《서울 포차》이다. 스페인에서는 살라만드라(Salamandra)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이 책은 약 80가지의 음식, 간식 그리고 음료의 조리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 포차>

스페인에서는 살라만드라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이 책은 약 80가지의 음식, 산식 그리고 음료의 조리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영어 원제와 스페인어 번역판 모두 포장마차의 줄임말인 ‘포차’라는 단어가 책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는데 제목처럼 한국의 포장마차에서 먹는 다양한 분식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책이 단순한 레시피북이 아니라는 점이다. ‘포차’라는 키워드로 만날 수 있는 한국 음식을 스토리를 통해 전달한다. 덕분에 이 책에서는 한국 사회와 생활 모습,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까지 엿볼 수 있다. 저자의 딸과 함께 광장시장의 골목을 걷던 기억, 부모님과 음식을 즐기던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서사적으로 펼쳐지는 장면이나 포장마차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는 부분들이 대표적이다. 또한 오후 간식이나 야식, 해장국 등 시간대별로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 레시피를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감각적인 콘텐츠 탄생에는 저자의 남편이자 사진작가인 토비 스콧(Toby Scott)이 촬영한 생생한 서울의 사진들도 한몫했다.

이미 영국 출판계에서 감각적이고 따뜻한 음식 레시피북이자 에세이로 호평을 얻은 이 도서는 스페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대형 서점의 신간코너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중이다. 스페인의 영화와 문학 관련 온라인 매체인 씨네 이 리떼라뚜라(Cine y Literatura)는 ‘아름다운 사진과 정감 어린 글이 어우러진 냄새와 질감,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평가를 했고, 유력 일간지 엘 빠이스(El Pais)는 ‘요리 초보자도 따라할 수 있는 쉬운 레시피와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힐링 북’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이 《서울 포차》 이전에도 한국 음식이나 요리를 소재로 한 도서가 스페인에서 출간된 적은 있다. 2017년 출간된 로빈 하(Robin Ha) 저자의 《한국의 맛》2를 비롯해 약 6권 정도가 지금까지 출간된 것으로 조사된다. 그러나 《서울 포차》와 같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책 자체가 감각적으로 기획되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간 넓어지고 깊어진 한국에 관한 관심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음식에만 국한에 살펴보더라도 최근 몇 년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또 세분화되고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한국 식당’ 하면 이것저것을 다 파는 밥집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만두, 족발, 분식, 치킨, 한국식 바비큐 등 특정 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식당으로 다채로워지는 분위기이다.

이렇듯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커지고 또 그 관심이 점점 더 다각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도서 콘텐츠에 있어서도 매우 좋은 징조이다. 음식과 같이 누구나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재부터 차근차근 접근해 간다면 스페인에 더욱 많은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처
일간지 El Pais 6.29자 기사, Cine y Literatura 7.22자 기사 및 현지 서점가 조사

 

 

현지 출판관련 통계/연구조사
눈에 띄는 스페인 출판계 호황 ‘스페인 현상’

많은 국가들이 출판시장의 침체를 우려하는 가운데 유독 스페인만 출판계가 점점 활성화되는 중이다. 최근 발표된 스페인출판조합연합회(FGEE)의 <2024년 도서 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의 출판 산업은 지난 11년 연속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다음은 주요 성장 지표이다.

원제 Sabores de Corea, Juventud 출판사, 2017.11.14.

-매출액 : 2024년 스페인 출판시장의 총매출은 30억 유로(원화 약 4조 9천억 원)를 돌파하며 2008년 경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하면 6.3% 성장한 수치이며 2021년 이후 4년 연속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판매 부수 : 판매 부수는 전년 대비 5.6% 증가한 데 비해 책의 평균 가격은 14.69유로(원화 약 2만 4천 원)로 전년 대비 0.2% 소폭 상승했다. 이는 매출액의 상승이 책의 판매 가격의 상승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판매량의 증가에서 온 것임을 증명한다.

-성장 동력 : 출판시장의 성장을 이끈 주요 동력은 일반 소설(14%)과 아동, 청소년 문학(10.9%)으로 나타났다. 이 두 분야는 각각 7억 934만 유로(원화 약 1조 2천억 원)가 5억 5,148만 유로(원화 약 9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가장 성장이 떨어진 부분은 교과서 출판으로 정부의 교육 정책 변화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 출판 : 디지털 도서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드러냈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14.9% 증가했으며, 특히 도서 다운로드 수는 23.9% 급증했다. 디지털 도서의 평균 가격은 9유로(원화 약 1만 5천 원)로 종이책에 비해 저렴한데, 이런 저렴한 가격이 디지털 출판의 주요 성장 원인으로 손꼽힌다.

-유통 채널 : 스페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유통 채널은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이다. 서점은 전체 시장 매출의 58.2%를 차지하며, 2023년 대비 서점 매출은 8% 상승했다.

위와 같은 스페인 출판시장의 호황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유독 두드러지는 것으로 출판계는 이를 ‘스페인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보고서를 발행한 스페인출판조합연합회 회장 다니엘 페르난데스(Daniel Fernandez)는 ‘지속적인 매출 증가는 독서에 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긍정적인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국 출판계의 상황은 어떠할까? 대한출판문학협회에 따르면 2024년 주요 출판 기업(71개 사)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 6.3% 성장한 스페인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6.4%나 크게 증가하며 수익 구조가 대폭 개선된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양 국가의 출판계를 이끄는 동력에서도 차이점이 드러난다. 스페인이 일반 소설과 아동, 청소년 문학의 성장이 두드러졌다면, 한국은 웹툰과 웹소설 그리고 특정 작가의 단행본이 매출을 주도했다. 특히 웹툰과 웹소설 출판사의 영업이익은 무려 385.9%나 급증했는데, 이는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수출 및 다양한 2차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진 덕분이다. 일반 도서 분야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 작가의 단행본 판매 증가가 젊은 독자층의 유입이 큰 역할을 했다.

정리해 보자면, 스페인이 전체 출판시장의 매출 성장을 경험했지만, 한국은 전체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웹툰, 웹소설과 같은 특정 분야의 폭발적 성장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시장의 특징을 보였다. 또한 성장 동력도 스페인은 전통적인 장르라 할 수 있는 일반 소설과 아동, 청소년 문학이 이끌었지만, 한국은 디지털 콘텐츠와 특정 작가의 팬덤이 시장을 견인했다. 독서율은 스페인은 ‘스페인 현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 독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독서율 하락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직면하는 중이다.

이런 데이터들을 종합해 볼 때, 한국 출판사들이 정체되는 한국 출판시장에서 벗어나 스페인과 같이 매년 호황을 기록하는 시장으로 콘텐츠 판매를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면 한국 콘텐츠도 이른바 ‘스페인 현상’에 한 축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또한 정부나 출판 관계 기관에서도 스페인의 도서 출판 정책과 출판계 호황의 요인을 조사하여,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일지를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출처
일간지 엘빠이스(El Pais) 6.11자 기사, 대한출판문학협회 2024 보고서 등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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