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쿠타가와상 작가 히라노 게이이치로가 말하는 한국 문학의 매력
8월 일본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다카기 코노카
이달의 출판계 이슈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가 말하는 한국 문학의 매력
8월 초, 일본 공영방송 NHK의 아침 프로그램인 ‘오하요 닛폰’에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히라노 게이이치로가 출연했다. 방송에서 히라노 작가는 한국 문학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 매력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히라노 작가는 1998년에 등단했으며, 이듬해인 1999년, 23세의 나이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인 《일식(日蝕)》은 곧바로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이를 계기로 한국 출판사의 초청을 받아 한국 작가들과 처음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한국 작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관계를 쌓아갔다.
하지만 히라노 작가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 서점에서는 한국 문학 번역서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젊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아예 없었기에, 일본 독자들이 한국 문학에 접근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한국 문학은 분명 재미있을 것이라는 확신
히라노 작가는 이후 약 10년간 한국 작가들과 교류를 이어오며, 자신이 운영하는 문학 커뮤니티 ‘문학의 숲’에서 한강 작가를 온라인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또한 여러 문학 심포지엄에 참석하며 한국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들이 말하는 내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그는 “이들의 작품은 분명 재미있을 것이다.”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말한다. 2010년 이후, 한국 문학이 일본에 본격적으로 번역되기 시작했고, 히라노 작가도 직접 작품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는 “예전에 느꼈던 그 기대감은 틀리지 않았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히라노 작가가 느낀 한국 문학의 매력
히라노 작가는 일본과 한국이 같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고, 민주화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민주화 운동의 체험이 없다. 반면, 한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직접 경험했거나, 부모 세대의 경험을 통해 민주화 운동을 체화하고 있다. 이 부분이 현대 한국 문학과 일본 문학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히라노 작가는 분석한다. 그는 한국 문학을 읽다 보면, 가까우면서도 낯선 이야기들이 얽혀 있는 듯한 독특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자신과 가까운 현실처럼 느껴지다가도,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열정적인 충돌이 있어 한국 문학만의 깊이와 힘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문학을 왜 일본인도 공감할 수 있는가?
히라노 작가는 젊은 시절, 19~20세기 유럽 문학을 읽으며 마음이 구원받는 듯한 공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유럽 사회의 문제나 기독교적인 배경은 사실 내게 전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문학들이 자신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것은, 바로 문학만이 가진 신비한 힘이라는 것이다. 그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끼던 시절, 문학 속 인물이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아 놀랐던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학은 가까운 것과 먼 것, 공감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교차하면서 독특한 감동을 만든다. 한국 문학도 그런 복합적인 매력을 지녔기에, 일본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문학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
히라노 작가는 최근 한국 문학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로,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성공을 꼽는다. 특히 케이팝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국문화 전반이 주목을 받으면서, 문학도 함께 조명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BTS의 멤버가 한강 작가의 책을 읽는 모습이 알려지거나, 다수의 연예인이 문학작품에 대해 언급하면서, 팬들도 자연스럽게 문학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 히라노 작가는 이러한 흐름이 “음악만 좋아하던 팬들이 문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한국 문학이 더 널리 알려지고 읽히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독자들이 느끼는 한국 문학의 매력
일본 독자들은 한국 문학의 어떤 점에 끌리는가? 과거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한국 문학 작품들을 살펴보고, 한국 문학을 애독하는 10대부터 30대 일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 매력을 분석해 보았다.
1. 사회적 주제에 대한 공감
현대 한국 문학은 젠더 평등, 계층 격차, 정체성의 혼란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주제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은 특히 20~30대 여성 독자들로부터 강한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불안과 문제의식을 문학 속에서 발견하고, 위로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2. 깊은 감정 묘사와 치유의 경험
한국 문학은 일상의 세세한 감정과 인간 내면의 외로움, 고립감 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폐쇄감이나 고독감을 중심으로 한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데 큰 힘을 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와 여행기에서도 이러한 정서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한국 문학의 큰 매력으로 꼽는 독자들이 많았다.
3. 다문화적 친화성과 문화적 흡입력
한국 문학은 K-POP,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와 함께 문화적 친근감을 형성하고 있다. 문학 작품 속 한국의 가치관, 생활상, 정서 등이 일본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자극과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과 함께, 인기 한국 드라마의 대본집, 시나리오 집이 번역 출간되며 문학과 영상 콘텐츠 사이의 경계도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 문학이 일본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 : 장르의 다양화
한국 문학의 보급이 확대되며, 일본 서점에서는 ‘한국 문학’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형성되었다. 초창기에는 사회문제를 다룬 페미니즘 소설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한국판 판타지, 미스터리, 에세이, SF 등으로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처럼 세분된 장르 구분은 독자층의 폭을 넓히고, 한국 문학의 지속적인 인기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 출판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 : 번역의 질
한국 문학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문학 번역자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출판계는 앞으로 번역의 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한국 문학을 번역하는 데에는 특별한 자격 요건이 없으며, 주로 한국의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번역 과정을 수료했거나, 번역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번역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번역 인재 양성 기관으로는 번역 출판 전문 단체 ‘쿠온(CUON)’이 있다. 쿠온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문학 번역자를 발굴하고 있다. 한국 문학 번역 콩쿠르는 매년 개최되며, 예비 번역자 및 작가들이 미리 정해진 과제 작품을 번역해 응모한다. 대상 수상자는 정식 번역 출판의 기회를 얻게 된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 콩쿠르는, 최근 한국 문학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년 300명 이상이 응모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주최하는 번역 콩쿠르가 있으며, 이 경우 정식 출판의 기회는 없지만,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품이 수여된다. 또한 쿠온이 운영하는 전문 한국어 서점 ‘책거리 서점’에서는 한국 문예 번역자 양성을 위한 실무 중심의 번역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어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누며, 현역 문예 번역자로부터 직접 번역 기술을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이 강좌는 인기가 높아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마감되는 경우도 많다.
해외 문학을 성공적으로 소개하고 수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번역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거나, 원작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독자는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없고, 해당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일본 출판계는 한국 문학의 인기와 수요에 발맞춰, 번역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인재 육성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학생 참고서 전문 서점 ‘레몽당’ 오픈
아이치현에 있는 한 학원의 1층에 독특한 서점이 문을 열었다. 이 서점은 일반 서점과는 다르게, 참고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레몽당’이라는 이름의 참고서 전문 서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서점의 점장이 현직 대학생이라는 사실이다. 이곳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시험 준비를 지원한다.
-참고서 서점을 열게 된 계기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이며 이 서점의 점장을 맡고 있는 쿠라하시 씨는, 서점을 열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계기는, 동네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서점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뉴스나 실제 경험을 통해 그 현상을 보면서, 뭔가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입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수험생 시절 참고서 선택에 실패한 경험이 있으며, 좋은 참고서를 고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참고서를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점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서 선정에 있어서는 단순히 과목이나 난이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자신과의 ‘궁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해설 부분에서는 저자의 개성과 설명 방식이 드러나므로 반드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참고서 선택이 곧 시험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떻게 오픈 준비를 했는가
점장은 대학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서점도 운영하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서점 오픈을 준비한 것은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부터였다. 약 3개월간의 준비 기간 동안 그는 우선 SNS 계정을 만들었고, 계정 이름은 ‘100일 후에 서점을 여는 대학생’으로 정했다.
서점의 공간은 부모님이 운영하는 학원 1층을 활용했다. 부모님께 서점을 열고 싶은 의지와 목표를 솔직하게 말했고, 부모님도 이를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이후 책장을 사고 그 과정을 SNS에 공유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오픈 당일에는 SNS를 통해 많은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고, 현재는 ‘오픈한 지 {{Bookstore.DaysOpen}}일째인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SNS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참고서 선정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현재 레몽당에는 약 3,000권의 참고서가 비치되어 있다. 이 많은 책 중에서 각각의 손님에게 맞는 책을 어떻게 추천하는지에 대해 점장은 이렇게 말했다. 손님이 방문하면 직접 대화를 통해 공부 방식이나 고민을 듣고, 그에 맞춰 참고서를 안내해 준다고 한다. 또한 레몽당의 강점 중 하나는 중고 참고서도 함께 다룬다는 점이다. 특히 수험생들에게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학교에 합격한 선배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책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중고 책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시절 친구들로부터 기증받은 책들이다.
-인상 깊었던 손님
많은 손님이 서점을 방문하지만, 그중에서도 점장의 기억에 남는 손님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생이었다. 그 손님은 “대학교에 진학하고 싶지만, 학교도, 학원도 다니지 못해 의지할 곳이 없었다”고 털어놓았고, 레몽당을 찾은 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서점을 운영하는 원동력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과제와 시험 준비에 바쁜 와중에도 서점을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점장은 자신의 수험생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일본의 대학입학공통시험과 개별 대학 2차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학교 수업도 없어 친구도 만날 수 없고 외로움 속에 공부했다고 한다. 그 외로움은 탈모 증상으로까지 이어졌고, 그 경험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동아리 활동이나 학교 행사 같은 것들도 마음껏 즐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공부는 혼자 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있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요즘은 참고서뿐 아니라 일반 도서도 함께 다루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업과의 양립, 그리고 전망
현재 점장은 학업과 서점 운영을 무리 없이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점장이 대학 수업을 듣는 동안에는 부모님이 서점을 맡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 모두 학원 강사이기에 참고서 선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서점에 직접 오기 어려운 손님들을 위해, ‘온라인 상담 및 판매’ 서비스도 시작했다. 예약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점장이 화상으로 참고서를 보여주고 직접 상담하며 단 한 권의 책을 함께 고르는 방식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대학생들의 아트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출처
https://www.asahi.com/thinkcampus/article-120425/
https://www3.nhk.or.jp/news/html/20250804/k10014884121000.html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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