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출판 콘텐츠]기술을 도구로, 감동은 인간으로, 책제작비, 책출간하기, 책출간하는방법
[인공지능과 출판 콘텐츠]
기술을 도구로, 감동은 인간으로
전우정(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2025. 5+6.
거센 파장을 불러온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부상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이하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출판산업 전반에 거센 파장을 불러왔다. 특히 2022년 말 공개된 대화형 AI 챗봇인 챗GPT(ChatGPT)의 등장은 글쓰기와 콘텐츠 생산의 양상을 단숨에 바꾸어 놓았다. 일반인부터 작가, 출판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연스러운 문장을 쏟아내는 AI의 능력에 크게 놀랐다. 이 새로운 기술은 출판산업에 위기이자 기회라는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었고, 출판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분주히 모색하기 시작했다.
생성형 AI의 영향력은 이미 수치로도 드러난다. 스태티스타(Statista)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출판사 중 47%가 마케팅에, 25%가 편집 업무에, 12%가 콘텐츠 생성에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AI의 다재다능함 덕분에 기획, 집필, 교열, 디자인, 홍보 등 출판 업무 전반에 걸쳐 일정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컨대 AI는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빠르게 초안 문장을 쓰고, 원고를 교정 및 요약하며, 책 표지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독자 맞춤형 추천 글을 써낼 수도 있다. 이러한 능력은 출판인들에게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라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국제 학술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Springer Nature)의 실험에서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s, LLM)은 원고의 문장을 다듬고 어려운 용어를 바로잡으며 문장 구조를 개선해 가독성을 높이는 등 인간 편집자의 의견과도 일치하는 유용한 교정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AI 기술을 도구로 잘 활용하면, 편집 과정의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이 줄어 출판 전문가들이 더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혁신 기술의 등장은 늘 그렇듯 그늘 또한 동반한다. AI 발달의 충격파는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의 문제로 나타났다. 실제 사례로, 2023년 2월 미국의 유명한 SF 잡지〈클락스월드(Clarkesworld)〉는 AI가 작성한 단편소설 투고가 쇄도하자 신규 원고 접수를 전격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불과 몇 주 만에 정상적인 투고 약 700편 옆에 품질이 낮은 AI 생성 원고 500여 편이 쌓이면서 더 이상 업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클락스월드〉의 닐 클라크(Neil Clarke) 편집장은 “글의 품질이 매우 형편없었다.”라고 토로하며 AI 남용이 초래한 혼란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일화는 생성형 AI가 출판 현장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한편으로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AI가 가져올 변화에 기대를 걸면서도, 과연 AI가 인간 작가와 편집자를 대체할 수 있을지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제 막 태동한 이 강력한 도구를 배척할 수도, 마냥 환영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 속에서 출판계는 AI에 어떻게 대응하고 무엇을 지켜나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생성형 AI의 한계점에 대한 시각
기술의 부상 앞에서 균형 잡힌 관점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AI의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 한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재 생성형 AI는 어디까지나 과거 인류가 만들어낸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산물일 뿐, 인간이 지닌 고유한 지능과 통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AI가 만들어낸 문장은 문법적으로 그럴듯해 보여도 미묘한 맥락의 오류나 진부한 표현을 담는 경우가 많아, 세심한 인간의 눈을 거치지 않으면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내놓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AI는 정보를 조합해낼 뿐 사실 여부를 판단하거나 창의적으로 사유하지 못하기에, 그 결과물에는 종종 근거 없는 내용이나 편향, 심지어 허구가 섞이기도 한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AI 활용에 따른 윤리적 문제와 책임 소재를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컨대 AI가 생산한 글과 인간이 쓴 글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콘텐츠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동시에 AI가 당장 인간을 대체하기에는 분명한 결정적 약점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학습한 다음 예측에 따라 답을 생성할 뿐, 새로운 상황에 대한 이해나 맥락 속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과 경험을 통한 공감 능력이 없다. 한 영국의 신경과학자는 “AI가 결국 사람의 예술을 흉내 낼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예술 창작물이 감정으로 사고를 이끄는 두뇌의 과정과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논리적 계산에 의존하는 AI는 감정과 직관이 결정적인 인간의 창의적 작업을 완벽히 따라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AI는 출판 분야에서 강력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뚜렷한 한계를 지닌 존재이다. 이 두 측면을 모두 직시하는 균형 감각이야말로 향후 AI 시대를 대비하는 출판인에게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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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상상력의 가치와 창의성의 불가결성
기술 담론 중에 변치 않는 핵심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이다. 첨단 AI의 등장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인가? 그 답은 다름 아닌 창의적 상상력에 있다. 그렇다면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심리학자들은 흔히 창의성을 “새로우면서도 유용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즉, 기존에 존재하는 지식과 경험을 색다르게 조합하여 참신하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빚어내는 힘이 창의성인 것이다.
창의성에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속에 그려보고 현실에 없는 세계를 머릿속에서 펼쳐보는 ‘상상력’은 인류가 예술과 문학을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과학과 문명을 통해 혁신을 일구어낸 원천이었다. 이러한 창의적 상상력은 인간에게만 허락된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가 비슷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삶을 통해 체득한 감정과 이야기로부터 우러나오는 상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AI가 쓰는 글은 거울처럼 인간이 만든 것을 반영할 뿐 스스로 세상을 향해 질문하고 탐구하지는 않는다.
반면 인간의 상상력은 빈 곳에서 무언가를 창조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도전하는 능동적 힘이다. 문학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를 감동시키고 생각을 뒤흔드는 위대한 소설과 시들은 결국 작가 자신이 삶과 내면에서 길어 올린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인간 창작자의 개성, 체험, 감정이 녹아들지 않은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을 울릴 수 없다. 그렇기에 독자는 AI가 양산한 천편일률적인 문장들보다, 한 인간이 혼신을 다해 빚어낸 서사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출판 예술의 본질은 작가와 독자가 인간 대 인간으로 교감하며 공감과 위안을 얻는 데 있다. 이 인간적인 감동을 창출하는 능력이 바로 창의성이기에, 그것은 어떠한 첨단 기계로도 대체 불가능한 가치라 하겠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왜 인간의 창의성이 더욱 중요한가?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다움의 가치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AI가 기계적인 완결성과 방대한 지식을 제공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인간만이 줄 수 있는 독창성과 감성을 그리워하게 될지 모른다. 이는 마치 사진 기술이 발달할수록 화가의 창의적인 화풍이 돋보이듯, 균일한 AI 글이 넘쳐날수록 인간 작가의 고유한 목소리가 귀하게 느껴지는 현상과도 같다. 궁극적으로 창의적 상상력은 출판 콘텐츠의 혼(魂)이며, 독자는 그 혼이 깃든 책을 통해 울고 웃으며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사람의 이야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창의성은 한 권의 책, 한 편의 글에 영혼을 불어넣는 불꽃과 같다. 이 불꽃이 살아있기에 출판물은 단순한 정보나 오락을 넘어,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창의적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요소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은 출판의 근간이자 AI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절로 유지되고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창의성 역시 계발하고 가꾸어야 할 능력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이 넘볼 수 없는 상상력의 힘을 기르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까? 우선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미국의 창의성 연구자인 안나 아브라함(Anna Abraham) 박사는 “연령과 상관없이 새로운 경험에 얼마나 마음을 여는가가 그 사람의 창의성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익숙한 환경과 틀에 안주하지 않고 낯선 세계에 자신을 던질 때, 우리의 사고방식은 유연해지고 발상의 지평은 넓어진다. 여행을 떠나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접하거나, 배워보지 않은 예술 장르를 시도해보는 용기, 혹은 평소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펼쳐 보는 작은 변화들조차 우리의 뇌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실제로 다문화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실증 연구도 있다. 여러 문화권을 경험해 볼수록 통찰력, 유추 능력, 아이디어 발상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험의 다양성은 창의성의 토양이 된다. 우리가 몸담은 세계의 경계를 넓힐 때, 상상의 나래도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타인과의 교류에서 얻는 영감도 빼놓을 수 없다.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을 지닌 사람들과의 대화는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적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사회과학자 아담 갤린스키(Adam Galinsky)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나라 출신의 사람과 깊은 우정을 쌓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창의성 테스트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게 나왔다고 한다. 이는 낯선 타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가 우리 생각의 틀을 유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와 교류할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혼자서 끙끙대던 문제도 다른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의외의 해결책이 떠오르는 일이 많지 않은가. 창작과 출판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결국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하며 세상을 향해 호기심의 안테나를 세우는 삶의 태도가 창의성을 키우는 열쇠라 하겠다. 편집자와 저자, 저자와 독자, 동료 창작자들 간의 지적 교류는 상상력에 불씨를 지피는 소중한 자양분이다. 이것은 AI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이 걸어갈 수 있는 상상의 모험인 것이다. 이 점을 깊이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기술의 시대에도 인간다움의 가치를 지키며 우리의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을 도구로, 감동은 인간으로: 출판계의 미래 전략
이제 출판계가 나아갈 길을 다시금 모색해보자. 거대한 생성형 AI의 파도 앞에서 출판인이 취해야 할 자세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지켜야 할 인간 중심의 가치를 흔들림 없이 붙드는 것이다. AI가 만들어낸 문장에 없는 인간적인 온기와 통찰을 담아내는 것, 그것이 출판 콘텐츠의 경쟁력이자 정체성이다. 그러므로 출판인은 AI를 활용하더라도 최종 결과물의 품질과 감동을 담보하는 역할을 스스로 부여해야 한다. 예컨대 AI가 초안을 생성하더라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인간 편집자가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다듬어 인간적인 목소리를 불어넣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독자들에게는 어떤 부분에 AI가 사용되었는지 투명하게 알리는 윤리적 책임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독자와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아울러 출판계는 인간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창의성 육성을 최우선에 두고 미래 전략을 짜야 한다. 젊은 작가와 편집자들이 AI 시대에도 창의적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교육 현장에서는 미래 세대에게 AI가 따라 할 수 없는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독서 교육, 인문학적 소양 함양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인간 중심의 가치를 지켜나갈 때, 출판의 감동과 품격은 기술 시대에도 변함없이 빛날 수 있다.
결국 출판의 미래는 기술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에 달려 있다. AI라는 새 도구를 현명하게 받아들이되, 인간의 창의성과 감동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AI 시대를 맞이하는 출판계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이야기는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기술은 그 이야기를 전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AI 시대에 출판계가 나아갈 길은 이러한 신념을 토대로, 기술을 인간의 조력자로 삼아 새로운 시대를 열되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이야기가 있도록 하는 전략일 것이다.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인간만이 전할 수 있는 감동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 그것이 출판인이 AI에 대처하는 궁극의 지혜가 아닐까.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는 결국 기술이 아닌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갈 것이기에 출판의 위대한 여정 역시 그러한 인간 중심의 창조적 항해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출판 콘텐츠]기술을 도구로, 감동은 인간으로, 책제작비, 책출간하기, 책출간하는방법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