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정신과 의사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저자 김지용
도서서평
“어쩌다 정신과 의사”는 제가 힘들고 복잡한 마음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솔직히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 쓰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 없었습니다. 제게 소중했던 한 사람, 누구보다 아름답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밝은 아이가 한 달 전 제 곁을 떠났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마주하는 순간마다 울 수밖에 없었고, 이유를 이해하려 애썼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제가 간직한 인연의 흔적을 아직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을 만난 건 어쩌면 위로받고 싶었던 제 마음이 이끌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환자들을 통해 느낀 고통과 충격에 관한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일반인처럼 충격을 경험하고, 고통을 느끼며, 그저 환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과 슬픔을 감당하는 모습이 담담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 역시 완벽한 존재가 아닌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새삼 크게 와 닿았습니다.
김지용 작가는 자신이 처음부터 정신과 의사가 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어쩌다 보니 정신과 의사가 되었고, 이제는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통해 그 역할을 더 깊이 확장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정신과 치료는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높은 벽처럼 여겨집니다. 흔히들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드러내길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남아 있으며,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 역시 직장 내 스트레스로 괴로웠을 때 정신과 상담을 고민했지만,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여러 고민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의 깊은 고민과 상처를 정말 정신과 의사와의 짧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까, 결국엔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한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그런 저의 마음을 이해하듯 저자의 따뜻하고 진솔한 감정과 함께,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고 싶다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그 바람은 약물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하는 내용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어떻게 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지, 저자의 경험을 통해 그 중요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특히 감명 깊었던 부분은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이 자책과 편견으로 인해 고통을 느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자기 마음의 병을 외면하고, 결국 더욱 악화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합니다. 정신질환이 단순히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병이라는 점은 이미 많은 연구로 증명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이 많습니다. 김지용 작가는 자신의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러한 편견을 줄이고자 하는 데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정신과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 치료와 상담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그의 노력은 무척이나 존경스럽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가 겪은 고충과 시행착오를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가령, 처음 면접장에서 긴장 속에서 정신과 의사로서의 길을 시작하게 되었던 일화에서부터 다양한 환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진정한 회복을 바라보게 된 경험들을 담고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이지만 여전히 자신도 같은 인간으로서 불안과 아픔을 겪는다는 고백은 독자들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이러한 인간적 접근을 통해 정신과 치료의 문턱을 낮추고, 치료를 더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저자의 사명감이 엿보입니다.
이 책을 통해 김지용 작가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우리가 모두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글은 단순히 정신질환을 다루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삶의 위로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진정한 따뜻함을 느끼게 합니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는 정신적 아픔을 감싸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책으로, 책을 읽고 난 뒤 나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