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면제 도서의 종류, 도서 제목 표절 문제, 책자, 책자만들기, 책자소량제작

부가가치세 면제 도서의 종류, 도서 제목 표절 문제, 책자, 책자만들기, 책자소량제작

 

12월 인도네시아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배동선

 

 

부가가치세 면제 도서의 종류

재무부(Kemenkeu) 산하 국세청(조세총국-DJP)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망라한 모든도서에 2025년 1월부터 12%로 인상되는 부가가치세(VAT)가 면제된다고 밝혔다. 도서 부가가치세 면제 근거는 재무부 규정(PMK) 5/PMK.010/2020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책이 부가가치세(VAT) 면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법률 위반 요소가 포함된 도서엔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즉 건국 이념인 빤짜실라 정신에 반하거나 SARA 침해 도서, 음란물 등에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지 않는다.

SARA란 Suku(민족, 종족), Agama(종교), Ras(인종), Antargolongan(사회집단)을 의미하는 단어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특정 민족, 종교, 인종, 집단(지역, 업종등)을 도서, 영화, 방송, 연설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모독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 중 가장 큰 금기는 신성모독이다. 도서의 위법 요소에 대한 최종적인 입증은 법원판결을 통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각 종족, 종교, 인종, 단체가 반발하는 콘텐츠가 특정 도서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법원이 이를 법 규정 위반으로 판결하지 않는 한 해당 도서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대놓고 불법 도서를 출판하지 않는 한 모든 도서엔 기본적으로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2025년부터 부가가치세(VAT)를 11%에서 12%로 인상하기 위해 조세규정균형(HPP)에 관한 2021년 법률 제7호를 만들어 법적 근거를 이미 마련해 두었다. 인도네시아의 부가가치세는 오랫동안 10%에 머물다가 조코 위도도 대통령 시절인 2022년 팬데믹 종료와 함께 신수도 이전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되고 전국적인 인프라 프로젝트가 가속화되면서 정부가 해당 재원 마련 차원에서 11%로 인상하였다. 그런데 쁘라보워 수비안토 새 정부가 연간 최대 450조 루피아(약 39조 원)가 드는 대표 공약인 무상영양급식 등 대규모 예산을 추가로 소요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강행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세수 증대를 도모하던 가운데 부가가치세 12% 인상도 결정된 것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도서 판매에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하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각 단계, 즉 제지, 원고 집필, IP 구매, 인쇄, 유통 등 제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에는 여전히 인상된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므로 장기적으로 도서 가격 인상과 대중의 수입이 전체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독서 인구의 구매력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출처
CNN인도네시아
https://www.cnnindonesia.com/ekonomi/20241126101425-532-1170667/semua-buku-bebas-ppn-kecuali -kategori-bacaan-ini

 

 

도서 제목 표절 문제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한국 한빛비즈 출판사가 2019년 6월 19일 펴낸 이주윤 작가의 에세이다. 이것을 그라메디아 출판사 KPG가 2021년 11월 17일《Bukannya Aku Nggak Mau Menikah》라는 제목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번역본을 출판했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도서 표지와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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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기발랄한 제목과 표지가 특이해 지금도 서점에 가면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반 후인 2023년 5월 11일 로컬 OTT 플랫폼인 맥스 스트림(Max Stream)이 제작한 <Bukannya Aku Tidak Mau Nikah>라는 제목의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단어를 살짝 바꿨으나 번역하면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이다. 애당초《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원작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이니 그걸 토대로 시나리오를 각색했다고 볼 수 없다. 같은 테마를 사용한다 해도 따로 시나리오 작가가 붙어 이야기를 새로 쓰지 않으면 안 되므로 결국 책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전개되는 별도의 창작인 셈이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는 에블린 아프닐리아(Evelyn Afnilia)라고 되어 있다. 그녀는 영화 <홀수(Ganjil)>, <안녕하세요 기도선생님(Assalamualaikum Calon Imam)>, <안타레스(Antares)> 등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다. 그녀가 이 제목으로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명 도서의 제목을 도용했다는 혐의는 피할 수 없다. 한국 드라마에서 죽은 배우가 얼굴에 점 찍고 다른 배역으로 되살아나는 것처럼 인도네시아에서 저렇게 단어를 살짝 바꾼 것만으로 제목의 도용, 또는 표절 혐의를 피해 갈 수 있을까? 출판사에서는 당시 별다른 문제 삼지 않고 지나갔다. 한편 영화는 30,482명의 관객이 보았다.

* 출처
꼼빠스닷컴
https://www.gramedia.com/products/bukannya-aku-nggak-mau-menikah?srsltid=AfmBOormnegpdDcDv0NzbzOCBJVcWk5M0DPKzu2TCtWCpeya0mpZCPZV

 

 

한국을 배경으로 한 로컬 도서의 영화화

한류의 진정한 척도는 매달 몇 번이나 열리는 케이팝 아이돌의 현지 콘서트나 팬미팅처럼 어느 정도 물량의 한국 문화가 현지에 투하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한류가 현지에서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켜 자생적으로 어떤 반응을 어느 정도로 만들어내고 있는가에 더욱 큰 가중치가 있다.

도서출판산업에서는 한국 도서의 현지 출판 편수뿐만 아니라 한국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로컬 도서 작품의 등장, 현지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표지에 사용된 한글 부제와 설명, 콘텐츠 속에 등장하는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소개, 심지어 한글 이름을 도용한 유령작가들이 쓴 가짜 한국 도서의 등장 등에서 그 상황과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한국-인도네시아의 공동 제작 작품,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 외에도 영화 내용 속에 한국이 중요한 소재나 배경으로 등장하거나 한국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한국의 명소와 문화, 언어가 인도네시아 로컬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현지 관객들을 만나는 것 역시 현지에서 한류가 어떻게 받아들여져 소비되고 있는지를 짚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올해 <내 사랑의 운명>이라는 한글 부제가 달린 <지중해(Laut Tengah)>와 <사랑이 한국 드라마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아(Cinta Tak Seindah Drama Korea)>가 각각 10월 3일와 12월 5일 스크린에 올랐다. 2012년 이후 가물에 콩 나듯 단 세 편이 나왔던 한국로케이션 로컬영화가 올해 연속으로 두 편이 나온 것은 한류가 인도네시아에 여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중 <지중해>는 버를리아나 킴벌리(Berliana Kimberly)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원작의 책 표지에도 한글이 가득하다. 자비에라 뿌트리(Xaviera Putri) 작가의《 김치 컨페션(Kimchi Confessions)》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의 표지를 볼 수 있다.

 

《지중해》, 《김치 컨페션》, 《질밥 여행자》 도서 표지

 

한편 앞서 언급한 다섯 편의 한국 로케이션 로컬영화 중 2016년작 <질밥 여행자: 한국에서 불붙은 사랑(Jilbab Traveler: Love Sparks in Korea)> 역시 아스마 나디아(Asma Nadia)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꼭 한국이 소설 속 배경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이 등장하는 소설도 있고 한국 케이팝 아이돌 분위기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로컬 라노벨도 현지 서점 서가 한 개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 오리지널 작품 제작으로 연간 영화 제작 편수가 더 많아진 인도네시아 영화계에서는 더 많은 시나리오가 필요하고 가능한 실패를 줄이기 위해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 간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이 시대에 강한 한류의 바람을 타고 조만간 로컬 원작들 말고도 한국에서 성공한 소설 원작의 IP가 현지에서 번역 도서보다 시나리오로 각색되어 제작된 영화로 먼저 나오는 상황도 예상된다. 대표적인 출판사인 그라메디아는 레카타 스튜디오(Rekata Studio), 미잔 그룹은 미잔 프로덕션(Mizan Productions)라는 영화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 출처
IDN 타임즈
https://www.idntimes.com/hype/entertainment/anjani-nur-permatasari/film-indonesia-berlatar-korea-selatan-c1c2?page=all

 

 

2024년 4분기 현지 한국도서 출판 현황

2024년 4분기 인도네시아 도서 시장의 한국 원작 번역 도서 신작 출간 상황은 올해 가장 저조했다. 2023년 11월 첫 전수조사를 시작한 이후 지속해서 온오프라인에서 보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몇 년 전 출판된 도서들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늘 있었지만, 그걸빼고도 한 분기에 최소 10권 이상의 한국 원작 번역 도서 신간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지난10월에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가 있었음에도 한국도서의 신간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2024년 4분기 추가 확인된 한국 원작 번역 도서 목록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2024년 10~12월 기간 중 추가 확인한 한국 도서는 네 권이었고 그나마 4분기에 출판된 신간은 그중 세 권으로 확인되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서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신간을 지나칠 수 있어 그라메디아, 바짜(Baca), 하루출판사(Penerbit Haru) 등 주요 출판사 홈페이지 신간 목록도 확인했지만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올해 1~3분기 내내 적잖은 신간이 나왔던 한국 원작 번역 도서가 대폭 줄어든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뭔가 설명이 될 만한 이유가 있을 터다. 각 서점에서 10대 베스트셀러 서가에도 늘 진열되어 있던 혜민 스님, 오수향 작가, 손원평 작가 등의 도서가 모두 내려왔고, 그 대신 현지 작가들과 함께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일본 작가 작품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북부 자카르타 아르타가딩 몰의
그라메디아 서점 번역 도서 매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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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신간 번역 도서 매대에서 일본과 중국 작가 작품이 많이 올라와 있고 한국도서는 대부분 밀려났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출판사들과 인터뷰를 통해 별도로 조사해야 할 것이지만, 한국도서 콘텐츠가 갑자기 재미없어진 것이 아니라면 접근법이나 거래 관행, 홍보방식 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지 출판사들이 늘 불평하던 한국도서의 높은 선인세 요구가 그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하필이면 한국이 역사상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기에, 거기서 생성된 거대한 계기를 활용하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도서 판매를 견인했던《 1등의 대화습관(Bicara Itu Ada Seninya)》의 저자 오수향 작가의 또 다른 저서인《 긍정의 말습관》과《 황금말투》 번역 도서가 내년 1분기에 그라메디아의 BIP를 통해 순차적으로 출간 예정되어 있어 현재 감지되는 한국 원작 번역 도서의 현지 출판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내년에는 많은 한국 신작이 현지 서점에서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 출처
그라메디아 오프라인 서점 방문조사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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