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공립 도서관이 처한 전자책 공급의 문제, 나만의책만들기, 대학교재, 대학교전공서적
밴쿠버 공립 도서관이 처한 전자책 공급의 문제
밴쿠버 공립 도서관이 처한 전자책 공급의 문제, 나만의책만들기, 대학교재, 대학교전공서적
밴쿠버 공립 도서관에서 디지털책과 오디오북을 구매하는 데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의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전자책에 대한 도서관 이용자들의 수요가 급증한 한편, 거대 출판사들과 중간 판매업자들이 부과하는 전자책에 대한 접근 제한과 높은 가격 때문에 생겨난 문제다. 밴쿠버 도서관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디지털 사용량이 연간 100만 건에서 500만 건으로 급증했으며, 디지털 출판물을 구매하는 비용은 물리적인 책을 구매하는 비용보다 최대 5배 더 비싸다고 한다. 이는 밴쿠버 도서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미에 있는 공립 도서관들이 모두 같은 문제에 처해있다.
왜 공립 도서관은 전자책을 구매하는 데 종이책에 비해 5배나 높은 금액을 내야 하는 걸까? 그 배경에는 출판사와 중간 판매업자들의 이익 추구가 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도서관에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책을 전문으로 하는 중간 판매업자들에게 전자책 배포권을 판매한다. 밴쿠버 공립 도서관의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주요 공급원은 오버드라이브(OverDrive)라고 하는 북미에서 가장 큰 전자 도서 판매업자다. 오버드라이브와 같은 판매업자들은 공립 도서관에 전자책을 빌려줄 때 대출기간이나 대출 횟수에 제한을 둔다.
예를 들어, 한 권의 전자책에 대해 대출을 26회까지만 허용하거나, 2년 동안만 허용하는 식이다. 도서관에서 대출 횟수와 시간이 넘은 전자책을 도서관 이용자들이 다시 읽을 수 있게 하려면, 중간 판매업자들로부터 그 전자책을 다시 구매해야 한다. 종이책의 경우에는 도서관에서 사면 그것을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지만, 전자책은 도서관이 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빌리는 형식이다.
도서관 사서들은 부족한 예산 안에서 인기 있는 소수의 책을 집중하여 구매해서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게 좋을지, 아니면 다양한 종류의 책을 갖추는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리비(Libby)라는 앱을 통해서 밴쿠버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자주 빌려 보는데, 책 한 권의 대기 시간이 몇 달 걸리는 것은 다반사다.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면 도서관에 직접 찾아가서 종이책을 빌려 보는 게 좋겠지만, 바쁠 때는 그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아마존에서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주문해서 읽으면 되지만, 학생 신분인 내 주머니는 언제나 가볍고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누구나 읽고 싶은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배움의 장소여야 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현재 공립 도서관이 전자책 접근과 관련하여 겪고 있는 문제는 도서관의 근본적인 존재 의미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들과 중간 판매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도서관 이용자들이 책을 자유롭게 빌려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다. 그들이 전자책 시장에서 가진 힘은 공립 도서관 이용자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의 범위를 결정하고 있다. 밴쿠버 공립 도서관이 처한 전자책 공급의 문제, 나만의책만들기, 대학교재, 대학교전공서적
전자책 시장의 횡포에 맞서 아무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영리 단체인 인터넷 아카이브(Internet Archive)는 종이책의 스캔 복사본을 전자책의 방식으로 배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립 도서관이 이를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인터넷 아카이브가 그러한 방식을 택했던 기저에는 도서관이 모든 이용자에게 다양한 도서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즉,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도서관 운영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도서관은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도서를 제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판사들과 전자책 판매업자들에게 인터넷 아카이브의 전자책 배포는 그들의 이익에 대한 위협일 뿐이다.
도서관은 모든 사람이 아무런 차별 없이 책을 읽는 행위를 즐길 수 있는 중심지 역할을해야 한다. 이 장소가 전자책 시장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 자본들의 횡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어려움 속에서 캐나다에서는 가장 먼저 밴쿠버 도서관이 도서관 이용자들의 기부를 독려하는 일에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일반 시민들의 기부 활동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와 관련된 법적 및 제도적 방침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 출처
https://vplf.ca/donate-digital/
https://www.theatlantic.com/ideas/archive/2023/03/publishers-librarians-ebooks-hachette-v-internet-archive/673560/
https://www.newyorker.com/news/annals-of-communications/an-app-called-libby-andthe-surprisingly-big-business-of-library-e-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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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인공지능 관련 저작권법의 현 위치
최근 북미에서 가장 큰 출판사인 펭귄 랜덤하우스가 어떠한 이유로도 그들의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들이 인공지능 훈련에 사용되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작가 노동 조합(The Writers’ Union of Canada)은 그에 대한 지지 선언하며,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공지능 회사들에 맞서, 인공지능 훈련에 캐나다 작가들의 작품이 동의 없이 사용된 실례를 모으는 일에 나섰다. 이는 현재까지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캐나다 작가들의 작품을 보호할 뚜렷한 법적 안전망이 없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캐나다 정부는 인공지능 관련 저작권법에 대한 논의를 2021년에 시작했다. 인공지능 관련하여 가장 총체적인 법안인 <인공지능 및 데이터법(AIDA)>은 2022년 캐나다 하원 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전히 심의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실제로 법안이 언제 통과될 수 있을지, 만약 통과된다면 어떻게 실행될지 등에 관해 아직 많은 것들이 미지수다. 캐나다 정부가 인공지능 관련 저작권법에 관해 주목하는 세 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① 인공지능 시스템의 데이터 채집 과정에서 본래 창작자의 허가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예외 사항을 현 저작권법에 더할 필요가 있는가? ②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의 저작권과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③ 만약 인공지능에 의해서 생성된 작품이 저작권법을 위반할 때,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캐나다 정부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38개의 제안서를 받았다. 대부분의 캐나다 창작 업계는 첫 번째 문제에 주목했으며, 그와 관련하여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예외 사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데이터 채집 과정에서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을 사용할 때, 반드시 본 창작자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캐나다 창작 업계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작품은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현재 캐나다 저작권법에서 ‘저작권자’를 작품을 창작하는 기술과 판단력이 있는 인간(a natural person)이라고 정의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앞으로도 저작권자는 인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밴쿠버 공립 도서관이 처한 전자책 공급의 문제, 나만의책만들기, 대학교재, 대학교전공서적
정부가 제기한 위의 세 가지 문제 외에도 인공지능과 관련된 문제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저작권이 있는 작품에 대한 인공지능의 텍스트 및 데이터 채집이 허용되는 범위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특정 작품이 텍스트 및 데이터 채집에 사용되었을 때 적절한 보상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인공지능 개발자가 인공지능 시스템을 훈련하는 데 어떤 자료들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공개할 의무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 여전히 논의만 이루어질 뿐, 구체적인 법안이 만들어지진 않은 실정이다.
캐나다에서는 인공지능 훈련 및 연구 목적으로 저작권이 있는 책들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있어 왔다. 2023년에 있었던 CBC 뉴스의 분석에 따르면, 마거릿 애트우드, 고든코먼, 앨리스 먼로 등을 포함한 1,200명의 캐나다 작가의 2,500권이 넘는 책들이 인공지능 훈련을 위해 작가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사용된 정황이 드러난 적이 있었다.
아마존 전자책 코너에서 인공지능 기술로 저작권이 있는 책들을 97%가량 카피해서 만들어낸 모사 책이 판매되는 일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전자책을 판매하는 작가들에게 책 집필에 인공지능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그와 관련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적 보호망이 없는 상태에서 작가들은 자신이 몇 년 동안 공들여 쓴 글을 인공지능 기술에 기대 순식간에 모방되는 현실에 대해 당황스러워할 뿐이다. 많은 작가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방 창작물이 인간 작가의 창작물 가치를 하락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 작가 협회(The Canadian Authors Association)는 자신들의 작품이 어떤 목적으로, 그리고 어떻게 인공지능 회사에 의해 사용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회사가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데이터를 가져다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데 사용하거나 다른 모사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 자체에 대한 위법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침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인공지능 회사들을 위해 어떠한 법적 예외 사항을 만들어내는 일은 이미 출판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드리우고 있는 대형 기술 플랫폼 회사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쥐여주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거대 인공지능 회사들의 시장적 이익에 맞서, 캐나다가 가진 고유한 문화적 색깔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캐나다 정부가 인공지능 및 데이터법 통과에 더 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
https://publishingperspectives.com/2024/01/canada-calls-for-ai-input-publishings-needs-stillunmet/
https://www.writersunion.ca/news/industry-news-november-2024
https://ised-isde.canada.ca/site/strategic-policy-sector/en/marketplace-framework-policy/consultation-paper-consultation-copyright-age-generative-artificial-intelligence
https://www.cbc.ca/news/canada/canadian-authors-books3-ai-dataset-1.7050243
https://www.cbc.ca/news/entertainment/ai-generated-books-amazon-1.7319018
https://ised-isde.canada.ca/site/strategic-policy-sector/en/marketplace-framework-policy/copyright-policy/consultation-copyright-age-generative-artificial-intelligence-submissions-c-d
밴쿠버 공립 도서관이 처한 전자책 공급의 문제, 나만의책만들기, 대학교재, 대학교전공서적
한강의《채식주의자》 번역 논란에 대한 캐나다 반응
한강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의 번역을 담당한 데보라 스미스(Debora Smith)의 번역이 부정확하다는 논란에 대해, 토론토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연구하는 미셸 최(Michelle Cho)가 CBC 팟캐스트인 커모션(Commotion)에서 “데보라의 번역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셸은 데보라의 변역서를 먼저 읽고 한국어판을 읽은 자신의 독서 경험을 밝히며, 처음에는 영문판과 한국어판이 너무 달라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셸은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 언제나 좋은 번역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셸은 그 이유로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 체계가 다르므로 원문에 충실한 번역 자체가 어렵다는 점과, 원문을 살리는 데에만 집중한 번역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독서 행위에 흥미를 잃게 한다는 점을 들었다. 데보라가 자신의 번역을 두고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미셸은 번역에 있어서 어떤 번역이 충실하고 충실하지 않은지를 판별하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번역서 중에는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고, 또 번역이 원문을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문맥에 맞는 번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셸은 밝혔다.
번역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데보라가 번역한《 채식주의자》가 읽을만한 가치가 있냐는 팟캐스트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미셸은 그것이 당연히 가치 있는 일이라며 데보라의 번역을 추천한다고도 말했다. 독자가 한국어로 쓴《 채식주의자》를 읽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들이 가진 유일한 옵션은 영어 번역서를 읽는 것뿐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녀의 요지다.
* 출처
https://www.cbc.ca/arts/commotion/how-han-kang-s-nobel-prize-win-exposed-tensionsin-the-world-of-book-translation-1.7358048
밴쿠버 공립 도서관이 처한 전자책 공급의 문제, 나만의책만들기, 대학교재, 대학교전공서적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