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도구가 되는 인공지능 프랑스 2030 프로젝트, 프랑스 독자들의 원서 읽기 열풍, B4리플렛, 고등학교교지, 고등학교신문
5월 프랑스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강미란
이달의 출판계 이슈
문화의 도구가 되는 인공지능 ‘프랑스 2030′ 프로젝트
인공지능은 더는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과학이나 산업에만 국한된 도구도 아니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있으며, 예술과 문화라는 극도의 섬세함과 인간적인 측면이 요구되는 영역에서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운 이미지 생성, 콘텐츠의 재편집, 각종 데이터 분석 등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논란과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문화 및 예술 산업이 인공지능 발달의 희생자가 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로 주도적 방향을 설정하여 새로운 기술 발달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대응에 나섰다.
지난 5월 16일 <문화의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의 수용>을 주제로 한 공모사업이 발표됐다. 이 사업은 540억 유로 규모의 프랑스 2030 투자계획의 일환으로, 국가 전략 산업의 지속 가능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 프로그램 중 하나다. 라시다 다티(Racida Dati) 문화부 장관, 클라라 샤파즈(Clara Chappaz) 인공지능 및 디지털 담당 국무장관, 그리고 브뤼노 보넬(Bruno Bonnell) 투자총괄 사무총장이 공동으로 담당하는 이번 공모사업은 프랑스 문화 산업과 기술 발전을 함께 논의하는 것은 물론 예술 창작 활동에 기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기술 발전을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최근 수년간 프랑스 문화계는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은 새로운 유통 구조를 만들어 내었고, 이에 전통적인 수익 모델이 많은 문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다양한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등을 만들어 내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많은 기대와 동시에 예술인들의 불안을 동시에 증폭시켜 왔다. 이후 2025년 2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 인공지능 정상회의, 지난 4월 총리 주재로 열린 정부 간 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인공지능의 발전과 이에 따른 많은 고민 등에 대응하기 위해 명확하면서도 창의적인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기술의 발전을 조건 없이 수용하거나 거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주체적으로 반응하며 받아들여 창작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예술/문화계 종사자들을 돕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로 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공모사업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프랑스가 추구하는 문화와 기술의 공존 모델을 제시하는 정책적, 철학적 비전까지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가상 현실, 증강 큐레이션 등을 통한 AI 기반의 새로운 문화 경험 창출이 그 첫 번째 특징이다. 두 번째로는 디지털 메타데이터, 다양한 작품의 아카이브, 새로운 유통 방법 모색을 통한 문화 데이터의 윤리적 활용 촉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AI 시스템이 활용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는 물론 창작자를 위한 보상 체계 마련으로 대표되는 가치의 공정한 분배 보장 시스템이다.
이번 사업은 특히 문화/예술 분야와 기술 사업 간의 융합을 촉진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즉, 예술가, 출판사 관계자, 박물관 종사자, 문화재단 등 전통 문화기관과 스타트업, 각종 연구소 및 시스템 및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손을 잡고 협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 신청 자격도 꽤 유연한 편이다. 단일 기관이 단독으로 제안할 수도 있고, 공공-민간 연합 컨소시엄 형태로의 참여도 가능하다. 이렇게 유연성을 둠으로써 각종 실험적 시도는 물론 다양한 협업 가능성이 기대된다.
이번 공모사업은 문화/보건/자동차/항공우주 등 프랑스의 기술 전략 분야를 구조적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프랑스 2030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프랑스는 이번 기회를 통해 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창조적 생태계에 뿌리내릴 기술 혁신을 이뤄 나가고자 한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정의하고 만들어 내고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봐야 할 것이다.
출처
https://www.bpifrance.fr/nos-appels-a-projets-concours/appel-a-projets-transition-numerique-de-la-culture-et-appropriation-de-lintelligence-artificielle
2025년 프랑스 독서 방식의 변화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은 프랑스 시장 진출 25주년을 맞이하여 독서 방식과 관련하여 소비자 조사를 했다. 이번 조사는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Ifop)가 진행하였다. 프랑스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2025년 3월 11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 설문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책을 중심으로 한 출판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와 인터넷상거래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70%는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해 책을 구입한다고 답했지만, 거의 비슷한 수치인 66%의 소비자가 온라인 구매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병행 소비가 더욱 일반화되고 있다는 결과로 볼 수 있다. 2021년과 비교해 8%가 증가한 52%의 응답자가 온오프라인을 혼합하여 책을 구매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아마존의 정기 이용자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 중에서는 이 비율이 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세 이하의 이용자, 이른바 ‘아마존 세대’라 불리는 소비자층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것은 물론이고 이런 환경에서 소비를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77%가 인터넷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을 찾는 것이 쉬워졌다고 답했고, 72%는 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아마존 세대의 62%는 인터넷 덕분에 예전보다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고 도서 시장의 성장세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 국립도서센터(CNL)의 조사와 교차 분석한 결과, 프랑스인의 58%가 1년에 한 번 이상 중고 책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특히 저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해당 그룹의 63%가 중고 도서 구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92%는 가격 절감이 구매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독서 매체의 변화도 중요한 흐름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전자책 단말기(이북 리더기)를 소유하고 있었고, 이 중 10%는 리더기를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40세 이하 응답자에서는 리더기 소유율이 44%, 이용률은 15%에 달했다. 리더기의 휴대성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으며, 그 다음으로는 폭넓은 도서 선택권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북 리더기를 이용한다고 해서 종이책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또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자책 단말기 이용자의 75%는 종이책 구매 빈도가 예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 중 3분의 1은 리더기의 사용이 오히려 독서 빈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해, 전자 독서 방식이 종이책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형태로 정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출판 소비 전반이 종이책과 디지털 사이에서 점차 융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책(종이책/이북) 소비를 넘어 전반적인 전자상거래의 확산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전자상거래연합(FEVAD)의 추산에 따르면, 2024년 프랑스의 온라인 쇼핑 시장은 약 1,750억 유로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포프 조사에서도 프랑스인의 96%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43%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온라인 구매를 한다고 답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종류나 상황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연하게 선택하며, 가격, 편의성, 실물 확인 중 어떤 요소가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 채널을 결정하곤 한다. 전자상거래의 주요 동인은 여전히 저렴한 가격, 다양한 선택지, 시간 절약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러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특히 빠른 배송과 중고 거래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의 등장 역시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응답자의 3분의 1은 이미 AI 기반 추천 시스템을 활용해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단순한 구매를 넘어, 알고리즘이 개별 취향과 소비 습관에 맞춰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이포프 조사는 아마존의 후원으로 진행되었지만, 그 결과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디지털 시대의 독서 문화와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프랑스 독자들은 출판의 전통성과 기술 혁신 사이에서 새로운 독서 생태계를 구성해 나가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출처
https://www.ifop.com/wp-content/uploads/2025/04/Focus-247-Amazon.pdf
문화의 도구가 되는 인공지능 프랑스 2030 프로젝트, 프랑스 독자들의 원서 읽기 열풍, B4리플렛, 고등학교교지, 고등학교신문
프랑스 독자들의 원서 읽기 열풍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의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유행이 돌고 있다. 영어 원서,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로맨스와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원어로 읽는 젊은 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어학 교육의 결과라기보다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문화적 실천이자 자율적인 언어 학습의 일환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유행과 독서 양식 변화의 중심에는 틱톡(TikTok)이 있다. ‘북톡(BookTok)’으로 불리는 틱톡 상의 커뮤니티에서는 10대와 20대 초반의 이용자들이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면서 수많은 독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어 번역본 출간 이전에 원서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매들린 밀러(Madeline Miller)의 《아킬레우스의 노래(The Song of Achilles)》를 들 수 있다. 이미 몇 년 전 프랑스 주요 일간지 <르몽드>는 해당 작품이 한 틱톡 영상으로 인해 판매량이 열 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한 바도 있다. 이처럼 원서 읽기를 선호하는 현상은 ‘더 빨리 읽고 싶다’는 욕구, 번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의미의 왜곡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 그리고 원작자의 문체와 감성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자 하는 열망이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영어는 프랑스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습득하는 언어인 만큼 많은 청소년이 이를 독서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형식적인 학교 교육이 아니라 개인적인 흥미와 욕구에 서 비롯된 자발적이고도 감정적인 언어 학습의 한 형태라고도 볼 수 있겠다.
원서 읽기 유행은 주로 로맨스, 판타지, 영 어덜트(Young Adult), 뉴 어덜트(New Adult), LGBTQ+ 관련 서사들이 이 같은 독서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이미 프랑스 보고서에서 몇 번 다뤘던 콜린 후버(Colleen Hoover)의 《It Ends with Us》, 사라 제이 마스(Sarah J. Maas)의 《A Court of Thorns and Roses》, 레베카 야로스(Rebecca Yarros)의 《Fourth Wing》 등은 번역본 출간 전부터 프랑스 독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북톡을 통해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은 출판시장에도 가시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프랑스 각지의 서점에서는 영어 원서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코너를 확장하고 있다. 이제 영어 원서는 소수 언어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보편적인 독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출판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SNS상에서 입소문을 탄 작품의 판권을 조기에 확보하여 빠르게 번역본을 출간하거나, 아예 영문 원서를 병행 출간하기도 한다. 독자들의 취향에 맞춘 오리지널 표지나 한정판 에디션을 제작하는 시도도 늘고 있으며, 일부 출판사는 북톡 인플루언서들과 직접 협업하며 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원서 읽기는 단순한 독서 행위를 넘어서 디지털 환경 속에서 형성된 새로운 문화적 감수성과 결합한 언어 경험이자 사회적 실천으로 볼 수 있다. 독서 행위는 더 이상 종이 위에서 끝나지 않고, 해시태그와 영상, 커뮤니티 내 상호작용을 통해 그 효과가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출판계에도 시사점을 제공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까지 북톡에서 인기를 끈 작품들은 주로 영어권에서 출간된 소설이었지만, 이는 곧장 다른 언어권 작품에 대한 수요로도 확장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학은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김초엽, 정세랑, 한강 등의 작품은 이미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해외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한국 출판사들이 자사 콘텐츠를 영어로 빠르게 번역하고, 북톡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거나 디지털 유통망을 적극 활용한다면, 틱톡 기반의 추천 문화에 효과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회적 주제, 감성적인 문체, 장르 혼합적 특징을 갖춘 한국 소설은 북톡의 정서와도 잘 맞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으나 이제 필요한 것은 전략적 시도와 문화 간 연결을 위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출처
https://www.lemonde.fr/economie/article/2024/09/19/booktok-ou-le-business-lucratif-des-videos-litteraires-sur-tiktok_6324292_3234.html
https://www.livreshebdo.fr/article/le-marche-tres-special-des-livres-en-version-originale
문화의 도구가 되는 인공지능 프랑스 2030 프로젝트, 프랑스 독자들의 원서 읽기 열풍, B4리플렛, 고등학교교지, 고등학교신문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