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주자 출판인 라이마 안데르손 & 이라 유리예바 인터뷰: Shell(f)의 현재와 미래

러시아 이주자 출판인 라이마 안데르손 & 이라 유리예바 인터뷰: Shell(f)의 현재와 미래

 

 

 

8월 러시아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우신혜

 

 

 

출판계 인사 인터뷰
독립 출판사 <shell(f)>의 라이마 안데르손와 이라 유리예바 인터뷰

2022년 수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러시아를 떠나 전 세계로 이주했다. 출판계 종사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해외로 이주해 터전을 잡고, 독립 출판사를 설립하며, 러시아어 서점을 열고, 다양한 출판 및 도서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쟁 이후 약 5만~7만 명의 러시아인이 세르비아로 이주해 영주권을 취득했으며, 비공식 추산으로는 약 20만 명이 이주했고, 그중 15만 명 이상이 수도 베오그라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독립 출판사 <shell(f)>와 커뮤니티 도서관을 운영하는 출판인 라이마와 이라를 화상으로 만나 2025년 러시아어권 독립 출판의 현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라이마 저는 라이마 안데르손입니다. 작가이자 출판인, 사서로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살고 있는 이주자입니다.
이라 저는 이라 유리예바입니다. 출판인이자 북 프로듀서, 글쓰기 코치, 사서로 활동하고 있어요. 저 역시 베오그라드에 사는 이주자이고, shell(f) 프로젝트의 공동 창립자입니다.

 

Q2. 이주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2. 라이마 2022년에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이어졌고, 여러 제약이 생기면서 생활과 출판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022년 한 해 내내 떠날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12월에 출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결정적인 계기는 이른바 ‘LGBT 프로파간다 금지법’의 제정이었어요. 당시 저는 No Kidding Press라는 출판사의 편집장이었고, 양질의 번역문학을 많이 출간했는데, 그 법 이후 그런 책들을 더 이상 출판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라 저에게도 LGBT 프로파간다 금지법이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개인적인 삶과 직업적 활동 모두 영향을 받아,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Q3. 현재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펼치고 있는 Shell(f)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A3. 라이마 Shell(f) 프로젝트는 2023년 가을 베오그라드에서 시작되었어요. 처음에는 누구나 책을 가져올 수 있는 커뮤니티 도서관에서 출발했습니다. 종이책을 읽을 기회를 제공하는 이 프로젝트는, 베오그라드에 거주하는 러시아어 사용자 이주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었어요. 저와 이라는 오랫동안 출판사와 도서 관련 재단에서 일해 왔고, 개인적으로도 종이책을 주로 읽기 때문에 그런 책들이 절실히 필요했어요. 당시 베오그라드에는 러시아어 서점이 하나도 없었고, 책은 대부분 여행객의 개인 짐과 가방에 실려 오거나 인편으로 전달됐죠. 처음에는 ‘Nekrasova’라는 바에 책장을 하나 뒀어요. 전쟁 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바를 운영한 사람들이 세르비아에 이주 와서 그들이 하던 일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곳이에요. 이 도서관을 기반으로 글쓰기 워크숍, 독서 모임도 열게 되었고요. 지금도 도서관은 운영 중이고, 러시아어, 영어, 세르비아어 책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어요. 하지만 주요 독자층은 베오그라드에 사는 러시아어 사용자 커뮤니티입니다. 2024년 여름, 우리는 몇몇 뛰어난 현대 러시아어 텍스트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기존 출판사에서는 다루지 않을 만한, 하지만 꼭 출판하고 싶은 작품들이었죠. 그래서 2024년 12월, ‘digital first, small press’ 디지털 중심 작은 독립 출판사 Shell(f)를 시작했습니다. 출판사는 이제 7개월 되었고, 도서관은 2025년 9월이면 2주년이 맞이합니다.

Q4. Shell(f)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A4. 이라 ‘달팽이 집'(shell)와 ‘책장'(shelf)을 합쳐서 만든 이름이에요. 우리가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책장, 즉 집 같은 존재죠. 러시아어권 이주자인 저희 각자가 가지고 온 책들을 하나의 책장에 모으면서 도서관이 만들어진 거예요.

Q5. 도서관의 책은 처음에 몇 권이었나요? 지금은 얼마나 되나요?
A5. 이라 처음에는 30권 정도 있었어요. 저와 라이마, 그리고 또 한 명의 친구, 저희 셋이 각자 자기 책을 가져다 놓았죠. 그때만 해도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될지 몰랐어요. 이후 점차 책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용자들이 기증해 주기도 했어요. 출판사에 요청해서 받은 책도 있고, 우리가 직접 책을 사서 읽고 기증하기도 합니다.
라이마 지금은 거의 500권 정도가 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일 중 하나는 어떤 분이 런던에서 무려 40권의 책을 가방에 담아 도서관에 선물로 가져다주신 일이에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분도 아니었는데요, 그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책을 기증하신 거죠.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현재 책장은 다섯 개 있어요. 베오그라드에는 네 곳(Nekrasova 바, Chernyi Cooperative 커피숍, Cao 플로럴 스튜디오, Mona 미용실), 그리고 (몬테네그로) 헤르체그노비에는 한 곳(Koffein 카페)1. 그리고 2025년 8월에는 여섯 번째 책장이 베오그라드에 생겨요. 우리 친구이자 유명 러시아 일러스트레이터 소피야 콜로프스카야의 일러스트 스쿨에서요. 우리는 계속 확장하고 있지만, 큰 관리를 요구하지 않는 작은 거점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팀원이 두 명뿐이라 모든 책장을 직접 방문해 상태를 확인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도서관은 자율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어서 기술적 지원 요청은 거의 없어요. 작년에 일부 책은 분실되거나 파손됐고, 심지어는 개가 한 권을 씹어 먹기도 했어요.

Q6. 개가 씹어 먹었다는 건, 농담인가요?
A6. 이라 정말로 독자의 반려견이 책을 씹어 먹었어요. 그분이 곧바로 같은 책을 새로 사서 갖다주시고, 아마 다른 책도 같이 기증하셨을 거예요.
라이마 그리고 그분이 찢어진 책 사진도 증거로 보내주셨어요!

1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십만 명의 러시아인들은 러시아를 떠나 세계 곳곳에 흩어졌다. 그 중 상당수는 세르비아에 정착했으며, 러시아어권 이주자들은 수많은 사업을 펼치게 되었다. 위 공간들도 그중 하나이고, 그런 곳들에 Shell(f)의 커뮤니티 책장들이 생겨났다.

Q7. Shell(f) 커뮤니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7. 이라 도서관 이용자들과 글쓰기 워크숍 참가자들이 꼭 같은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요. 커뮤니티는 훨씬 더 넓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글쓰기 모임을 진행했는데, 한동안 매주 일요일 바에서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했었어요. 그렇게 해서 글을 쓰고 책을 함께 읽는 작가-독자 커뮤니티가 형성됐죠. 베오그라드에 있는 여성 작가들과 함께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고, 또 다양한 형식의 만남을 시도했습니다. 우리의 활동을 꾸준히 지지하는 핵심 그룹이 있어요.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점차 늘어나고 있죠. 다들 비슷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좀 더 넓은 의미의 커뮤니티는 도서관만 이용하고, 다른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라이마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 대부분은 2022년 이후 자기 나라를 떠나온 러시아어 사용자 이주자들이라는 거예요.

 

Q8. 2022년 이전 러시아에서의 작가 커뮤니티와, 2025년 현재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의 커뮤니티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을까요?
A8. 라이마 우리는 러시아에서도 작가 커뮤니티의 일원이었지만, 이라는 모스크바에서, 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커뮤니티를 직접 주도하거나 운영해 본 적은 없어요. 초창기 일종의 단체 심리치료처럼 운영되었던 shell(f)의 글쓰기 모임에는 평균 10명 정도가 참여했고, 더 많거나 적을 때도 있었죠. 특정 주제를 정해서 첫 한 시간은 이미 작성된 글을 가지고 그 주제에 관해 이야기했고요. 결국 그 모임은 이주, 상실, 새로운 집을 찾는 이야기처럼 우리에게 중요한 주제들을 다루는 자리로 변했어요. 아마 그런 이유로, 이 커뮤니티의 핵심 멤버들은 서로 가까워졌고, 친밀한 관계로 발전한 것 같아요. 매주 만나고, 서로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나눴으니까요. 지금은 우리가 모두 이주 온 지 몇 년이 지나면서 다들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이제 이라와 저는 정서적 지지보다는 출판 활동과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라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그 당시 우리에게 필요했지만 없었던 것을 직접 만드는 작업이라는 점일 거예요. 이건 우리가 공간을 주체적으로 소유하고, 우리만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방식이기도 해요. 전쟁 이전의 모스크바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많았고, 뭔가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느낌도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있다 보니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요.
라이마 저도 예전에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사했을 때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그때는 홈파티나 피크닉,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여성들과의 교류 등이 주를 이루었어요. 그땐 진지한 글쓰기나 깊은 대화라기보다는, 신나는 파티에 가까운 분위기였죠. 하지만 지금의 집단 소통 방식과 작문 실습은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작동하고 있어요.

Q9. Shell(f)의 커뮤니티 대부분은 단순한 책 애호가라기보다, 깊이 있는 글을 쓰는 작가들이며, 어떤 경우엔 이미 일정한 작문 경험을 가진 분들 같아요. 베오그라드의 러시아어권 커뮤니티는 꽤 크지만, 특히 책과 글쓰기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느낌이에요.
A9. 라이마 왜 그렇게 된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쩌다 보니 우리 모두 이곳에 오게 됐죠. 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멋진 사람들과 같은 도시에 살며 교류할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에요. 이 도시를 나의 도시,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줬어요. 이미 책을 낸 작가도 있고, 오래전부터 취미로 글을 써온 사람들도 있는데, Shell(f)를 통해 처음 출간한 분들도 있죠. 또 어떤 사람들은 그냥 매일 글을 쓰는 걸 습관으로 가지고 있는 분들이죠. 아무것도 써본 적이 없던 분들도 있지만, 주변 분위기 덕분에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졌다고 해요. 물론 비자나 경제적인 문제 같은 명확한 이유로 유럽이 아닌 세르비아로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곳의 분위기 자체가 우리로 하여금 여기에 머물게 만들어요. 우리가 누구든지요.
이라 어려운 시기, 이주, 그리고 정신적인 충격은 많은 이들을 책과 글, 반성, 기록의 세계로 이끌었어요. 일기나 개인적인 기록을 통해 내면과 외부의 현실을 정리하려는 욕구가 커졌죠. 전반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책과 역사에서 중요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했어요. 세상이 더 평온했던 시절보다 이런 경향이 분명히 강해졌어요.

Q10.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작가들이 비(非)러시아어권 환경에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물론 베오그라드는 러시아어 커뮤니티가 활발한 아주 특별한 도시이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어떤가요?
A10. 라이마 안 그래도 얼마 전 이라와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오랜 시간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살면, 모국어를 잊는다고 하죠.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러시아어와 러시아어로 씌워진 글 관련 작업을 선택했어요. 언어와의 연결을 끊지 않기 위해서요. 그 점에서 베오그라드는 정말로 탁월한 도시이죠. 이곳에서는 언제든 러시아어로 이야기하고, 글을 쓸 수 있고, 도서관에서 러시아어 책을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직 3년밖에 안 됐잖아요. 7년쯤 지나면 제 말투도 달라질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여전히 우리는 (러시아어) 언어 안에 깊이 잠겨 있어요. 서로와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건 우리의 선택이에요. 물론 우리는 세르비아어도 배우고, 영어로도 이야기하고, 이곳은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는 카코포니예요. 아직 저에게는 러시아어를 잊을 위험은 없으므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러시아어를 잊을까 봐 두렵긴 해요. 그래서 저는 책, 특히 러시아어 문학과 러시아어 자체와 함께 일하는 걸 선택했어요.

 

Q11. Shell(f)에서 출판하는 작가들과 책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11. 라이마 우리가 출판한 작가들은 대부분 아무도 모르는 현대 여성 작가들이에요. 큰 출판사들은 이런 원고를 보며 ‘이름도 없는 작가가 끄적인 무언가’라고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주 흥미롭고 현대적이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글들이에요. 예를 들어, 카티아 크릴로바의 《고독은 없다, 기다려》(Одиночества нет, ждите)는 그녀의 첫 오토픽션 소설이에요. 그전에는 러시아의 독립 출판사 NLO(Новое Литературное обозрение)에서 《편리한 동물 시장》(Рынок удобных животных)이라는 학술 연구서를 발표했었죠. 비픽션이고, 아카데믹한 작업이었죠. 나머지 작가들은 모두 데뷔 작가예요. 대부분 오토픽션이지만, 점차 비픽션이나 장르 간 텍스트로 확장하고 있어요.
이라 또 하나의 특징은, 연구적 시선을 개인적 서사로 전환하려는 경향이에요. 카티아 크릴로바, 나타샤 아브데예바의 《(불)시의 엄마》((Не)вовремя мама), 라리사 무라비요바의 《서베를린에서 쓰다>(Написано в западном Берлине)의 경우가 그래요. 이 작가들은 연구자적 배경이 있고, 그것이 그들의 오토픽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요.
라이마 우리는 출판 정책을 ‘다양한 형태의 취약한 경험들에 관한 텍스트’로 정의했어요. 첫 다섯 권의 주요 주제는 이주, 어린 시절과 성장,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부모의 죽음이에요. 6개월 동안 부모의 죽음을 다룬 책 두 권이 나왔는데, 전혀 다른 방식의 작품이에요. 카티아의 《고독은 없다, 기다려》(Одиночества нет, ждите)는 어머니를 잃은 이야기를, 디나라 라술레바의 《트라우마고치》(Травмагочи)는 부모 두 분 모두를 잃은 이야기를 다뤄요.
이라 카탸의 글은 오토픽션이면서도 문학적이고, 동시에 연구적인 시선이 담겨 있고, 포스트소비에트 러시아 사회에 대한 성찰도 많아요. 그와 동시에 아주 개인적인 감정도 가득하죠. 디나라의 소설은 그녀의 첫 산문 작품이에요. 원래는 시인이며, 러시아어, 영어, 타타르어, 독일어로 시를 써요. 그녀는 베를린에 오래 살고 있고, 《트라우마고치》(Травмагочи)는 현재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지만 어딘가 비현실적이에요. 환각적인 세부 묘사가 많고, 옷차림이나 음식 같은 일상적 요소도 그러해요. 텍스트는 여러 언어로 구성되고, 시와 산문이 섞여 있어요. 시인이 쓴 산문답게 독창적이고, 언어 실험이 풍부해서 감탄하게 돼요. 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각들이 모인 작품이죠. 또 저희에게 중요한 장르적 흐름을 보여주는 두 책도 소개하고 싶어요. 라이마의 《폰탄카 강변, 짝수 편》(Haбережная реки Фонтанки, четная сторона)과 아나스타시야 코마로바의 《내가 자라난 도시》(Город, в котором я выросла)예요. 각각 독립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서사예요. 저희에게는 단편집을 하나의 발화로 다루는 작업이 정말 중요해요.
라이마 한국 문학에서는 단편이 어떤 위치인지 모르겠지만, 러시아 문학에서 단편은 늘 저평가됐어요. 미완성 장르처럼 여겨지죠. 그래서 첫 두 책이 단편도 충분히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줘서 좋았어요. 요즘 업계에서 단편 쓰기 강좌가 열리고, 다른 출판사들도 단편집을 만들고 있어요. 그들이 저희를 따라 한 건 아니지만, 저희가 한발 앞서 있었다는 생각에 기쁩니다.

 

Q12. Shell(f)는 주로 디지털 출판을 하고, 종이책은 조금 출판한다고 하셨습니다. 종이책은 주로 베오그라드에서 그리고 조금은 러시아에서 출판하는 게 맞나요?
A12. 라이마 2025년부터는 러시아 내에서의 출판은 다양한 제약으로 인해 진행이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현재는 해외 유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대응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협업을 통해 더 넓은 독자층과 만나고자 합니다. 베오그라드는 출판 및 유통의 중심지가 아니에요. 종이책은 스톡홀름에 있는 Interbok이라는 (러시아어) 서점과 함께 출판합니다. 그들은 이미 여러 서점과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책은 심지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서점에서도 팔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경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 내 도서 관련 커뮤니티들은 서로를 지원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즉 러시아어권 책 이민자들이 특히 협력과 상호 지원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더 두드러집니다. 우리는 좋은 글을 만들고, Interbok이 이를 훌륭하게 유통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발견했고, 이것이 우리에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이제 우리의 책들은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에 퍼질 것입니다. 비록 슬픈 일이지만요.

Q13. Shell(f)의 미래를 3년, 5년, 10년 후에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A13. 라이마 물론 우리는 우리가 러시아어로 출판하는 텍스트를 번역해 해외에 판매하고 싶습니다. 또한 해외에서 다른 언어로 쓰이고 출판된 최신 텍스트를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번역은 글로벌 문학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며,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연결고리는 끊어져서는 안 됩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 3~5년 동안 우리는 어디서도 출판하기 힘들지만, 우리에게 아주 적합한 최신 텍스트들을 계속 출판할 것입니다. 첫해 동안 우리는 출판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술적으로 이해했고, 우리의 고유한 디자인을 갖추었으며, 종이책 유통 방식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번역문학 출판으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정말 하고 싶지만, 이를 위해서는 지원금(그랜트)이 필요합니다.
이라 이민자 출판사의 힘으로 과거 (소련 시대에) 검열 제한 때문에 러시아어 문학이 글로벌 문맥에서 배제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텍스트를 통해 세계와의 대화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번역을 검토하는 텍스트들에는 러시아어 독자가 알지 못하는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주제들은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의 현대 문학을 구매하는 이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들입니다. 대화가 계속되고, 연락이 끊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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