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판계와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 관련 새 소식, 소규모출판사, 소량책, 소량책만들기
12월 독일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박소진
출판과 인공지능과의 접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8080 북스 출판사(8080 Books)’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도구 사용 관련 가이드라인이 제작되고 있는 동시에, 생성형 도구 사용에 대한 일부 입장의 반발이 굳건하다.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를 어떻게 그리고 어느 영역에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각적인 입장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에 대한 단신 모음과 독립 출판사 지원에 열정적인 쿠르트 볼프 재단
과의 대면 인터뷰 이야기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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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판계와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 관련 새 소식
책을 읽다가 내용에 궁금한 점이 생기면 책에게 물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출판사가 있다. 나르 프랑케 아템프토 학술 출판사(Narr Francke Attempto)에서는 ‘책에게 물어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인공지능 도구에게 책 내용을 질문할 수 있다. 오픈에이아이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본 서비스는 책의 내용만을 기반으로 답변을 제공하며, 외부 데이터는 사용되지 않아 가짜 정보의 유입을 막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는 오픈에이아이에 의하여 외부에서 처리되지만 사용하는 언어 모델은 본 출판사의 데이터로 훈련되지 않는다. 이를 통하여 깨끗한 데이터의 사용과 지적 재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셈이다. 본 서비스의 개발은 독트로닉(doctronic)이 진행하였으며, 내년 5월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행되기 전까지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다.
이미 인공지능 도구를 활발히 도입한 학술 분야는 윤리적인 인공지능 도구 사용을 위한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아직 인공지능 도구의 사용과 관련하여 어떤점을 어떻게 밝혀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인해 어떤 영역, 즉 데이터 분석, 글쓰기, 편집, 번역 등 어느 지점에서 AI 툴이 사용되었는지 알려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이는 연구 논문의 제출 과정을 복잡하게 하고, 과학 출판의
투명성을 훼손하는데, 연구 콘텐츠 제작에 생성형 인공지능 툴의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인공지능 도구 사용과 관련한 라벨링 표준화가 절실하다. 윤리적인 가이드라인은 연구자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고, 검토자와 독자는 저작물의 완전함을 평가하도록 돕는다. 이에 대하여, 국제 과학기술 의학 출판협회(STM Association)는 ‘연구 콘텐츠 표기용 라벨링 용어(Labelling Terminology for Research Content Declaration)’ 실무단을 설립하여, 과학 출판 분야에서 일관되게 사용할 수 있는 AI 사용 관련 용어를 개발하고 있다. 즉 AI 도구가 어떻게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사용되었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용어를 만드는 것으로, 본 용어는 2025년 1분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가이드 라인은 사실 학술 출판 분야뿐만 아니라 각 출판 및 산업 분야에 맞게 설립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활발히 인공지능 도구를 도입하고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학술 출판계와는 달리, 독일 삽화가들은 출판사가 생성형 도구를 사용하여 삽화를 만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저자 키르스텐 보이(Kirsten Boie)의《 스코글란드 시리즈(Skogland-Serie)》 표지 디자인에 미드저니를 사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파트릭 비벨라이트(Patrick Wirbeleit)와 미햐엘 만텔(Michael Mantel) 등 삽화가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이를 비판한 점에 대하여 본 시리즈를 출간한 외팅어 출판사(Oetinger Verlag)는 “스코글란드 표지에 대한 반응에 충격을 받아 앞으로는 (에이전시든 삽화가든) 일러스트를 의뢰할 때 생성형 AI 툴의 사용을 배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드저니가 사용된
《스코글란드 시리즈》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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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유사하게, 독서 재단 스티프퉁 레젠(Stiftung Lesen)이 생성형 도구를 사용하여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었다. 스티프퉁 레젠은 해당 콘텐츠의 사용을 중단하였지만, 앞으로의 AI 툴 사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생성형 도구가 글 작성 분야보다 삽화 분야에서 훨씬 더 빠르고 쉽게 인간을 대체할 수 있고, 대체했기에 이처럼 반발이 거센 것으로 추측한다. 3천여 명의 회원을 둔 삽화가 단체
(Berufsverband Illustration Organisation)는 다음과 같이 삽화가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미지는 하나의 언어입니다. 미묘하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다층적인 언어로서 고유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특성은 특히 어린이 독자층에 중요합니다. 삽화는 글과 마찬가지로 전문 작가만이 만들 수 있습니다. 감성적이며 동기를 부여하는 이미지는 처음 책을 읽는 어린이에게 관심과 열정,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앞선 이유뿐만 아니라, 생성형 도구의 저작권 침해, 인종차별적이며 동성애에 대한 혐오 내용을 재생산 및 확산 배포한다는 점, 그리고 높은 전력 사용량을 비판하기 위해 지난 11월부터 200명이 넘는 아동 출판계 관련자들이 해시태그 #BuchBrauchtMensch(책은사람을필요로해요)를 통해 아동 및 청소년 도서에 생성형 도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Oetinger Verlag
https://www.boersenblatt.net/news/verlage-news/neues-ki-tool-frag-das-buch-353451
https://www.boersenblatt.net/news/verlage-news/transparenz-353293
https://elibrary.narr.digital/xibrary/start.xav?#__xibrary__undefined__1733779722912
https://www.boersenblatt.net/news/verlage-news/illustration-oetinger-schliesst-nutzung-generativer-ki-tools-aus-350863
https://www.boersenblatt.net/news/literaturszene/buchbrauchtmensch-352969
독립 출판사 지원에 매진하는 쿠르트 볼프 재단과의 인터뷰
지난 10월에 열렸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장에서 독립 출판을 장려하는 쿠르트 볼프 재단의 공동 이사인 다니엘 베스코스(Daniel Beskos) 씨를 만나 재단의 설립 목적과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장에서의
쿠르트 볼프 재단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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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쿠르트 볼프 재단이 설립된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A1. 쿠르트 볼프 재단은 독일에서 독립 출판사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합니다. 저희는 일종의 로비 단체로 2000년에 설립되었어요. 독일에는 수천 개의 독립 출판사가 있고, 문화 분야 출판사는 수백 곳이 있는데요. 이중 쿠르트 볼프 재단의 ‘친구 그룹(Freundeskreis)’에 속하는 출판사는 약 140곳입니다. 후자는 문학, 논픽션, 아동 도서, 전문 서적까지 다양한 장르를 다루지만, 문화 분야의 출판사가 가장 많습니다. 재단이 수행하는 다양한 일 가운데 우선 저희가 매년 수여하는 두 가지 상을 소개합니 다. 본 상인 ‘쿠르트 볼프상(Kurt-Wolff-Preis)’과 신인상에 가까운 ‘쿠르트 볼프 후원상 (Kurt-Wolff-Förderpreis)’이 있으며, 각기 한 출판사가 수상합니다. 또한 프랑크푸르트 및 라이프치히 도서전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독서의 섬(Leseinsel) 공간이 있습니다. 해외 국제 도서전장에서는 독일 독립 출판사의 책을 선보이기 위해 협력을 하는데요. 예를 들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협력하여 바르샤바나 서울, 과달라하라 도서전의 공동 부스에 독립 출판사들이 참가합니다. 또한 재단에서는 1년에 한 번 카탈로그를 냅니다. 이 카탈로그에는 109개 독립 출판사의 새 타이틀을 소개하는데, 이는 서점, 관련 기관, 재단, (독일 문화원인)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배포됩니다.
독립 출판사 카탈로그인
<책에 대한 이야기(Es geht um das B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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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카탈로그에 자사의 도서를 실을 수 있도록 출판사가 직접 신청하나요
A2. 네. 출판사는 우선 재단의 ‘친구 그룹’에 가입 신청을 합니다. 가입은 몇 가지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승인되는데요. 가입되면 저희가 이 그룹에 속한 모든 출판사에 카탈로그 참여 여부를 묻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데이터를 전하는 모든 출판사가 카탈로그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는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로비 활동도 합니다.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같은 곳에서는 국가가 매년 출판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출판사를 위한 ‘구조적인 지원 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는 이런 제도가 없습니다. 도서상이 있긴 하지만, 이는 일부 출판사를 위한 상일 뿐 모든 출판사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저희는 몇 년 동안 정치인들과 협력하여 앞서 언급한 구조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정보를 전하는 일을 맡기도 합니다. (한 포스터를 건네주며) 이 포스터에는 책 한 권이 24유로에 판매될 때, (이 책이 만들어져 판매되기까지 어떤 일을 누가 하며) 도서 가격을 어떻게 나누어 받는지 보여줍니다. 책값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한 정보 전달 캠페인이죠.
한 권의 도서가 24유로에 판매될 때, 서점, 도매상, 광고, 보도 자료, 유통사, 인쇄소, 제본소, 그래픽디자인, 교정, 출판사, 작가가 24유로에서 각기 얼마씩 나누어 받는지 보여주는 포스터
Q3. 정말 멋진 포스터네요! 독자로서 한 권의 책의 가격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궁금할 수 있죠.
A3. 맞아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이 제작 및 판매되는 과정에 기여했는지와 더불어, 이들이 나누어 받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저희가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재단의 이사회는 세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봉사 활동과 같이 명예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각기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고요. 재단 일은 일이 많을 때도 있고, 거의 없는 때도 있는데요. 주된 업무는 재단의 전무이사인 델러(Dehler) 씨가 담당합니다. 임기는 6년이고요
Q4. ‘쿠르트 볼프상’의 위원회가 궁금합니다. 출판사 선발 절차는 어떠한가요?
A4. 위원회는 출판사에서 일하지 않는 분들로 구성됩니다. 기자, 서점, 독일 문학 아카이브(Deutsche Archiv für Literatur) 관계자, 연구자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들은 출판사와 직접 연관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출판사를 선정해야 하는 갈등에 빠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들은 자격을 갖춘 출판사들을 추천하고, 이에 대해 위원회가 함께 논의합니다. 이사들은 출판사에서 일하기 때문에 투표권이 없고요. ‘쿠르트 볼프 후원상’은 젊은 출판사, 즉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탄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콘텐츠 측면에서 중요한 관점을 전하는 출판사에 수여됩니다. 그리고 ‘쿠르트 볼프상’은 수년, 심지어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일해온 출판사에 수여되고요
Q5. ‘독립 출판사 카탈로그’가 정말 훌륭한데요. 카탈로그 제작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셨고, 제작 과정은 어땠나요?
A5.제작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친구 그룹’에 소속된 출판사에 데이터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기만 하면 됩니다. 개별 출판사가 전해야 할 정보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간략한 출판사 소개와 신간 세 권과 백리스트 몇 권에 대한 정보 정도입니다. 각 출판사는 자체적으로 카탈로그를 펴내지만, 독립 도서의 모든 주요 신간이 포함된 공동 카탈로그가 있어야 합니다. 초기에는 카탈로그가 얇았지만, 점점 두꺼워졌어요. 매년 10~15곳의 출판사가 새로 들어왔거든요.
Q6. 카탈로그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이는 누구이고, 디자인은 누가 하나요?
A6. 라이프치히 기반의 야콥 키르히(Jakob Kirch) 씨가 디자인합니다. 재단도 라이프치히에 있고요. 그리고 제작비의 일부는 친구 그룹에서 지원하지만, 자금 대부분은 독일 연방 문화 미디어부가 지원합니다.
Q7. 그렇군요. 일하실 때 어떤 점이 가장 즐거운지 궁금합니다.
A7. 저는 만나는 모든 사람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도서 판매는 어떠한지, 또 출판사의 상황에 대해 듣고,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고, 저만의 의견을 만듭니다. 재단의 국제 협력 업무도 담당하고 있어서 해외 도서전, 외국 기관과 자주 연락하는데요. 파리의 국제 독립 출판사 연합(International Alliance of Independent Publishers)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고요. 여러 국제 도서전을 방문하여 다른 도서전이 어떤 점에서 다른지 보는 것이 정말 흥미롭습니다. 반면 현재 가장 어려운 일은 정치인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이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4~5년마다 선거가 있으니 새로운 사람이 선출되면 종종 처음부터 다시 같은 일을 시작해야 하죠.
Q8. 다른 방향의 질문이지만, 재단의 웹사이트에서 변화, 구조적 지원이라는 표현을 읽었습니다. 여기에서 구조가 어떤 뜻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A8. 현재 독일에는 80~84개의 출판사에 주어지는 도서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는 이보다 많은 출판사가 존재합니다. 저희가 바라는 구조적인 지원은 일정 조건을 충족한 모든 출판사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도서 내용과는 상관없이 출간 권수, 서점 판매 여부 등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출판사는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겁니다. 지원되는 금액이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이를 구체적으로 구상해야 합니다. 독일 도서 시장은 세 대형 출판 그룹인 보니에르 미디어(Bonnier Media), 홀츠브링크(Holzbrink), 랜덤하우스펭귄(Random House Penguin)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다양성과 넓은 문화의 폭을 지니고 싶다면 국가가 이를 지원해야 합니다. 독일에서는 극장과 영화관에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왜 출판사에는 이러한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출판사는 기업과 문화적 기관 사이에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에서 창의적인 산업은 자동차 산업 다음으로 규모가 큰 분야입니다. 출판은 출판사, 번역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많은 전문가와 프리랜서가 종사하는 분야이고요. 이들은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는 국민의 일부입니다. 독일 출판계와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 관련 새 소식, 소규모출판사, 소량책, 소량책만들기
*출처
https://www.alliance-editeurs.org/?lang=en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