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에 거는 기대, 소량출판, 소설인쇄, 소설출판사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에 거는 기대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호명하는 순간 서울 종로구 서촌의 고요한 작업실을 밝혔다. 낯선 철자의 이름을 예상했던 생경함과는 또 다른 놀라움을 전달 했다. 먼 곳이 아닌 가까이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강 작가였다. 뉴욕 기반의 전방위 문화 잡지 <n+1>의 발행인 마크 크로토프(Mark Krotov)는 시사 정론지 <뉴리퍼블릭(The New Republic)> 의 기자 알렉스 셰퍼드(Alex Shephard)와 함께 미국 출판계를 향한 글을 기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지속되고 있는 전시 상황에 국가 폭력을 다루는 한강 작가 작품의 주제 의식이 공명하고 있음에 의의를 두었다. 노벨 문학상은 문학이 평가 절하되는 현시대에 문학을 옹호하는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의 베스트셀러를 위주로 쏠림 현상이 유독 강하고 책에 대한 리뷰나 비평 담론이 쇠퇴하고 있는 현재의 출판계를 비판한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강 작가의 책들이 미국 출판계의 다양성을 넓히는 데 영향을 끼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전 수상자들인 욘 포세(2023), 아니 에르노(2022), 압둘라자크 구르나(2021) 작가와 비교하면 영어권에 이미 알려진 작가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폭발적이기보다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지난 여름 뉴욕타임스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선정된《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2016)》를 비롯하여《 소
년이 온다(Human Acts, 2017)》《, 흰(The White Book, 2019)》《, 희랍어 시간(Greek Lessons, 2023)》 총 네 권의 도서가 북미 시장에 번역되어 있다. 근작《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가 내년 1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소설가 한강의 미국 판권은 펭귄 랜덤하우스의 문학 임프린트 호가스(Hogarth)에서 관리한다. 크로토프 씨는 만약 부커상 수상 작가가 아니었거나, 비영어권 언어로 번역되지 않아 일정 규모의 독자층이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호가스에서 한강 작가의 책을 지속해서 발행할 가능성은 아마도 낮았을 것이라 말한다. 대형 출판사들 사이에서 작품성보다는 시장성을 확보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판권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내포한다. 그러기에 현재 출판계는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새로운 시각의 진지하고 가치 있는 작업을 지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논한다. 더욱이 전체 도서 시장의 80퍼센트를 점유하는 대형 출판사들은 인수 합병으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수익 구조상 시류에 편승하는 상업 소설들의 틈새에서 더 많은 한강, 아니 에르노가 나타날 수 있을지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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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희랍어 시간》 출간 기념 뉴욕에서 열린 한강 작가의 낭독회
세계 문학 공동체 아심토트와 화이트 리뷰
해외 번역 도서를 영어권 시장에 적극적으로 소개한 이들은 소규모 독립 출판사들의 젊은 편집자와 번역가들이었다. 이들은 문학 스카우트를 자처하며 세계 곳곳의 낯설고 독특한 목소리의 작품들을 찾아다닌다. 기존 주류를 이루는 출판계의 흐름과는 다른 전위적인 문학 저널을 발행하기도 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작가, 번역가들의 온라인 문학 공동체, ‘아심토트(Asymptote) 저널’은 2010년부터 국제적인 문화 교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학 번역가 리 유 리옹(Lee Yew Leong)이 창립하고 다국적 편집자들에 의해 발행되는 온라인 문학잡지다.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의 시, 소설, 논픽션,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번역 텍스트는 물론 오디오 녹음 자료들을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게했다. 또한 교육자들을 위해 문학 수업 자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분기별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독자 분포가 가장 많은 곳은 미국이며 150개국 이상에서 접속한다.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는 출간 전 <화이트 리뷰(The White Review)> 2015년 1월호에 번역된 작품 일부가 실려 독자들을 만났다. 2011년 26살의 출판 편집자 자크 테스타르(Jacques Testard)는 아방가르드 문학예술 잡지를 창간한 이후 2014년에는 일인 출판사 <피츠카랄도 에디션(Fitzcarraldo Editions)>을 설립하였다. 영미권에 생소한 작가들의 소설(블루 에디션)과 논픽션(화이트 에디션)을 발행하고 있다. 신생 출판사이지만 그동안 출간된 도서 목록에는 네 명의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출판계 내부에서 테스타르는 노벨상 식별가(Nobel Whisperer)로 불린다. 그는 프랑스 출판시장을 유심히 살핀다고 한다. 해외 번역 도서를 가장 빠르게 번역, 발간하는 환경은 잠재적인 작가의 목소리를 찾기에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미국의 유서 깊은 독립 출판사 뉴디렉션스(New Directions) 등과 협업하여 새로운 작가 발
굴을 위한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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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불가리아, 2015)와 올가 토카르추크(폴란드, 2018) 피츠카랄도 에디션
미국 독립 출판사들, 봉인된 목소리를 찾다
1936년 당시 하버드 대학 2학년생 제임스 래플린(James Laughlin)은 뉴디렉션스 출판사를 창립했다. 당시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에게 습작 시를 합평 받으며 그는 진로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한다. 졸업 후 더 유용한 일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말이 설립 배경이 되었다. 에즈라 파운드를 비롯한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테네시 윌리엄스등 미국 주요 시인들의 시집 발행에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역시 시인이 되었다. 김혜순 시인의 영문 시집《 죽음의 자서전(Autography of Death)》과《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을 펴낸 곳이다. 그로브 프레스(Grove Press, 1947), 화이트파인 프레스(White Pine Press, 1973), 그레이 울프 프레스(Graywolf Press, 1974), 커피 하우스 프레스(Coffee House Press, 1984), 댈키 아카이브(Dalkey Archive, 1985)등 설립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의 책들을 미국 출판계에 출간하고 있다. 이중 댈키 아카이브는 한국문학번역원과 협력하여 <한국문학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광수, 박완서, 정영문, 김경욱, 은희경 등의 한국 소설가들의 작품을 발간하였다.
화이트 파인 프레스는 ‘한국 시 시리즈(Korean Voices Series)’를 통해 지난 2007년부터 김광규, 문정희, 진은영, 심보선 등의 한국 현대 시집들을 발간해 오고 있다. 박상영 소설가의《 대도시의 사랑법(Love in a Big City)》은 지난 2021년 그로브 프레스에서 펴냈다. 작가의 위트 있는 문체가 미국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어 성공적인 데뷔작이 되었다. 2000년대에도 번역 문학을 특화로 하는 작은 독립 출판사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아키펠라고(Archipelago, 2003), 유로파(Europa, 2005), 오픈 레터 북스(Open Letter Books, 2008), 투 라인스 프레스(Two Lines Press, 2013), 레스트리스 북스(Restless Books, 2013), 트랜짓 북스(Transit Books, 2015)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주목을 받는 한국의 여성 소설가의 작품들 또한 이들 출판사를 통해 차례차례 소개되고 있다.
올해 출간된 도서로는 김혜진 소설가의《 경청(Counsel Culture)》, 황정은 소설가의《연년세세(Years and Years)》와《백의 그림자(One Hundred Shadows)》, 하성란 작가의 소설집《 웨하스(Wafers)》, 듀나 작가의 단편집 모음《Everything good dies here》,
조남주 소설가의《 우리가 쓴 것(Miss Kim Knows)》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작가의 첫 번역 도서들이 좋은 반응을 얻어 이루어진 후속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또한 문학 전문 번역가의 역량이 커지면서 번역 텍스트가 질적으로도 향상되었다는 점도 주요한 변곡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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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발간된 한국 소설들
전방위 문화 스카우트, 번역가들
재닛 홍(Janet Hong) 번역가는 2001년 대학 수업 시간에 하성란 작가의 단편 소설로 처음 번역을 접했고 지금까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에는 한국 번역 소설에 적극적인 현지의 출판사를 만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장편 소설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단편 소설집의 출간은 더욱이 힘들었다고 한다. 전문 에이전트가 부재한 한국 출판 환경에서 번역가는 에이전트의 역할도 겸해야 한다. 작품의 판권을 구하는 일에서부터 해당 도서를 관심 있게 인식할 현지의 출판사에 제안서를 보내는 일, 번역 지원금을 구하는 서류 작업 등 본격적으로 번역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방위로 적극 나서야 계약이 이루어졌다.
책이 출간된 이후에는 홍보와 마케팅 업무에도 소홀할 수 없다. 출판사 측에서 프랑스어 번역본을 접하고 번역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며, 오늘날 한국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체감하게 된다고 한다. 장해니(Jamie Chang) 번역가는 소설가 조남주의 영문판 번역을 맡고 있다. 좋은 번역을 위한 정해진 공식은 없다고 그는 말한다.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책의 배경과 등장인물, 이야기의 메시지들을 충분히 연구하는 편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책을 이해했다고 여긴 후 번역에 몰입한다. 초고 작업을 꽤 상세히 진행하고 가능한 질문들에 대한 각주를 남겨 놓는다. 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 작업 역시 초고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흔히 지적하는 직역이 아닌 번역에 대한 오해를 언급하며, 원작에 대한 충실도는 누구도 정확히 정의할 수 없으므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고 전한다.
‘아심토트’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두 개의 가까운 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 언어를 오고 가며 번역가들은 사이의 간극을 조율해 간다. 의미를 일치시키려 노력하지만, 가까워질 뿐 닿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한강 작가는 미국 독자들을 만나는 낭독회 자리에서 종종 한국어 원문과 번역의 간극을 묻는 질문을 받곤 한다. 지난해 펜 아메리카 세계 작가 축제(PEN America World Voices Festival of International Literature)에 초대되어 뉴욕 맨해튼 스트랜드 서점(Strand Bookstore)에서《희랍어 시간(Greek Lessons)》을 낭독했다. 작가는 한국어는 영어와는 달리 문장에서 주어, 목적어를 생략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맥락 안에서 독자들이 충분히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셈이다. 동사의 어미를 스무 개 이상으로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어 그에 따라 뉘앙스를 다르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도 말했다. 덕분에 시적 표현을 담을 수 있는 함축적인 문장이 가능하다고. 더불어《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는 출간 이후 번역가와 함께 문제가 되었던 총 67곳의 번역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지난 2018년 개정판으로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점도 언급했다. 더불어 두 문단가량의 본문 내용이 삭제된 부분은 담당 편집자의 결정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이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소년이 온다(Human Acts)》의 번역 작업은 초기부터 더 면밀한 협업으로 진행하게 되었다는 후기도 들려주었다.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는 번역가 이예원과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Paige Aniyah Morris)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소설을 쓰기도 하는 모리스 씨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는 동안 무엇보다 용감하고 대담한 문체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작품 속 역사 문화 배경을 전달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제주 방언의 문법과 구조를 연구했다. 한강 작가의 시적 문장의 뉘앙스를 살려내기 위해 고심했다고 전한다. 그럼에
도 문장의 모든 디테일을 옮기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독자의 관점에서 글의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까이 안내하는 일이 보다 현실적인 태도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그녀는 미국 문학 저널 조지아 리뷰(The Georgia Review) 등에 한국의 젊은 소설가 이상우, 김세희, 서장원 작가의 단편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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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문학을 지키기 위한 노력
뉴욕주 로체스터 대학(University of Rochester) 산하의 출판사 오픈 레터 북스(OpenLetter Books)는 미국에서 출간되는 번역 도서 데이터베이스를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를 통해 공유한다.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3년 사이 미국에서 발행된 외국 도서 중 프랑스어 번역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스웨덴어, 중국어, 아랍어, 러시아어, 노르웨이어가 상
위 열 개의 순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한국어 번역 도서가 자리한다. 한편, 지난 35년간의 공백을 깨고 2018년부터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수상작이 발표되고 있다. 가시적으로 번역 도서에 대한 공론을 이끌어내는 자리로서 기능하고 있다.
영어로 쓰이지 않는 책들에 대해 무관심하던 출판계의 관행에 조금씩 균열을 만드는 노력일 수 있다. 지난해는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Cursed Bunny, 안톤 허 번역)》가 최종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 2021년에는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 소라 김 러셀, 이정민 번역)》, 2020년에는 소설가 조남주의《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Born 1982, 장해니 번역)》이 1차 후보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2021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후보에 오른 김보영 작가의 단편집
미국 내 연방 기구인 국가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은 1965년 설립된 이래 공공 예술기관 및 비영리 예술 단체, 개별 작가들에게 창작 지원금을 보조하고 있다. 2000년대 문학 담당 디렉터이자 작가 클리프 베커(Cliff Becker)는 미국 출판계가 상업성에 우선하여 구축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문화 다양성을 꿈꾸며 번역 도서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 댈키 아카이브 편집자와 협업하여 번역 지원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는 당시 9.11 테러 직후 외국인 혐오문제가 사회적으로 만연해지던 시기와도 맞물려 있었다. 사회 구성원들의 긴장과 갈등을 해결해가는 방안으로 문학의 힘에 기대고자 했다. 사후에 작가의 이름을 딴 번역 문학상(Cliff Becker Book Prize in Translation)이 제정되어 문학 번역에 공헌했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이 상은 영어로 번역된 시집을 대상으로 미국 내 출판을 지원한다. 한국계 작가 제니퍼 권 돕스(Jennifer Kwon Dobbs) 시인의 첫 시집《 종이 전시장(Paper Pavillion)》이 수상작의 하나로 지난 2007년 화이트 파인 프레스에서 출간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를 통해 문학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1922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 펜 아메리카(PEN America)도 2003년 외국 도서의 영어 번역을 지원하는 기금을 조성하였다. 미국의 저명한 번역가 마이클 헨리 하임(Michael Henry Heim, 1943~2012)의 기부금으로 조성하여 ‘펜/하임 번역 기금(PEN/Heim Translation Fund)’으로 불린다. 매해 열명 이내의 번역가들을 선정한다. 스무 해 동안 35개 언어권에서 모여든 200여 명의 번역가들이 지원받아 다양한 작품들을 출간하였다. 2012년부터는 영국 출판사를 대상으로하는 ‘발행인을 위한 번역 기금(PEN Translates grand for publishers)’이 조성되기도 하였다. 한편, 지난해 ‘펜 아메리카 x SALT(PEN America x South Asia Literature in
Translation) 프로젝트’가 새롭게 출범하였다. 시카고 대학과 협업으로 진행하며 그동안 번역 시장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남아시아 국가들(스리랑카, 부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등)의 언어를 번역 지원한다. 남아시아 지역 이외의 전 세계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11월 30일까지 첫 번째 응모를 받고 있다. 세계 문학의 변방을 아우르며 영어권 독자들에게 다양성의 저변을 넓히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독립 서점에 진열된 한강 작가의 책
무모하고 아름다운 용기에 대해서
가디언지(The Guardian)는 지난해 영국 내 번역 문학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35세 미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며 번역 문학의 미래가 밝다고 이야기했다. 피츠카랄도의 책들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지적 취향을 드러내는 일종의 문화 액세서리(cultural accessory)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전체 소설의 6퍼센트가량이 번역 도서라는 통계가 있다. 같은 영어권임에도 미국 시장은 더욱 어둡다. 오픈 레터 북스의 발행인 채드 포스트(Chad Post)는 <3퍼센트>라는 번역 도서 리뷰 웹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수치에는 외국어 교육용 도서가 포함되었으므로 사실상 문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1퍼센트 정도라고 덧붙인다. 소규모 독립 출판사들이 비영리 기구로 전환하거나 정부와 단체의 지원금과 기부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하기 어려운 배경이 된다.
201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자크 테스타르는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Second-hand Time)》 영문 판권을 얻었다. 다음 해 미국 시장에 71배의 가격으로 판권이 팔렸다. 비로소 피츠카랄도의 첫 직원을 뽑을 수 있었다고 한다. 출판사의 이름은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의 영화 제목에서 빌려왔다. 아마존 정글 한가운데 오페라 하우스를 짓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화면에 건축 자재를 싣고 증기선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완전히 익히지 못한 언어였지만 흠모하는 작가의 책을 번역하고자 했던 대학원생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의 기개도 다르지 않았다. 무모하고 위험한 용기는 문학의 자리이다. 무용한 소설을 넘기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 나오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한강, 《흰》 중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에 거는 기대, 소량출판, 소설인쇄, 소설출판사
출처
<Can the Nobel Prize Save Publishing from Itself?> Mark Krotov, Alex Shaphard, The New Republic, 2024.10.10
<The Blue and The White> Rebecca Mead, The New Yorker, 2024.7.8
<The Art of Translation> Sarah Shaffi, The Booker Library thebookerprize.com
<It’s exciting, It’s powerful: How translated fiction captured a new generation of readers> John Self, The Guardian, 2023.7.29
<How a Tiny British Publisher Became the Home of Nobel Laureates> Alex Marshall, The New York Times, 2022.10.13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Translation> Deborah Smith, Los Angeles Review of Books, 2018.1.11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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