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뷸러 상을 받은 최초의 인도네시아 작가 A.W. 프리한디타, 한국 출판사들의 인도네시아 진출 상황, 병원리플렛제작, 복지관홍보지, 소식지제작
7월 인도네시아 출판시장 보고서
코디네이터 | 배동선
이달의 출판계 이슈
네뷸러 상을 받은 최초의 인도네시아 작가 A.W. 프리한디타
안셀마 위다 쁘리한디타 작가
안셀마 위다 쁘리한디타(Anselma Widha Prihandita)는 네뷸러 어워즈(Nebula Awards)를 수상한 최초의 인도네시아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2025년 6월 5일부터 8일까지 캔자스시티 메리엇 컨트리 클럽 플라자에서 열린 네뷸러 어워즈에서 최우수 중편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해당 작품은 2024년 11월 클락스월드(Clarkesworld)에서 출간되었다.
네뷸러 어워즈는 미국 SFWA(Science Fiction and Fantasy of America)에서 매년 수여하는 문학상으로, 전년도에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SF 또는 판타지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즉, 쁘리한디타가 이 상을 받은 첫 인도네시아인인 것을 맞지만 그녀의 해당 작품이 원래 인도네시아어로 나온 것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애당초 영어로 쓴 것이므로 이 상을 받은 첫 인도네시아 문학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A.W. 쁘리한디타는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변 소설 작가로 인도네시아국립대학교(UI)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워싱턴 대학교에서 언어 및 수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쁘리한디타는 유학생들이 서구 학문 환경에서 글쓰기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논문 주제로 삼았는데 그 논문 중의 한 챕터를 허구의 이야기로 재구성한 이번 작품으로 네뷸러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 속에서 그녀는 인간 의사와 외계인의 관계를 문화와 공감의 ‘번역’이란 관점에서 묘사했다. 그녀는 창작활동 역시 과학의 일부이므로 스토리 속에서 허구와 과학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SF, 판타지, 초상현상, 에코호러 장르의 작품 여덟 8편을 집필했다. 이 작품들은 클락스월드(Clarkesworld), 캐스트 오브 원더스(Cast of Wonders), 코레오(khōréō), 굴리시테일스(Ghoulish Tales) 등 다양한 플랫폼에 게재되었고 오디오북으로도 출간된 것도 있다. 그녀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수상 경력이 수록되어 있다.
《제5의 존재 상태에 관한 부정적 연구(Negative Scholarship on the Fifth State of Being)》(SF 소설), Clarkesworld, 2024년 11월 출간, 2024년 네뷸러상 최우수 소설 부문 수상, 클락스월드 독자 투표 최우수 소설 부문 수상
《어머니의 목소리와 그림자(My Mother’s Voice and the Shadow)》(다크 판타지/공포, 단편 소설), 캐스트 오브 원더스(Cast of Wonders), 2024년 9월 출간
《어머니의 등 뒤에 난 창문, 내 배 속에 생긴 문(The Window at My Mother’s Back, the Door in My Belly)》(공포, 단편 소설), 굴리시 테일스(Ghoulish Tales), 2024년 11월 출간
《캄캄한 바다 아래 잠들지 않는 신(The God Who Never Sleeps Dwells Under an Inky Sea)》(에코호러, 플래시 픽션), Haven Speculative, 2024년 9월 출간
《거기 없던 아버지의 (미래의) 기억 속에서(In (Future) Memory of an Absent Father)》(에코호러, 플래시 픽션), 미스테리온(Mysterion), 2024년 11월 출간 2024
이들은 모두 영문 소설이다. 인도네시아인이 영어로 쓴 소설은 영미 소설인가? 아니면 인도네시아 문학인가? 하는 질문을 새삼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출처
뷰티네시아 https://www.beautynesia.id/life/profil-aw-prihandita-penulis-indonesia-pertama-yang-raih-penghar-gaan-nebula-awards/b-305992/4
현지 한국도서 출간 현황 및 현지 반응 분석
한국 출판사들의 인도네시아 진출 상황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도서가 적지 않지만, 현재 현지에서 출판 활동을 하는 한국 출판사는 거의 없다. 사실 현지 교민 중에서도 책을 내는 사람이 일부 있지만 2025년 기준 전체 교민 수가 2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책을 낼 경우 타겟 독자층에 따라 한국에 있는 출판사를 통하거나 아예 로컬 출판사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굳이 한국의 출판사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거나 현지에서 한국인이 출판사를 세우는 것은 그리 효율이 좋은 일이 아닌 듯하다.
2017년부터 순정 아이북스가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며 교민 저자들의 원고로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인도네시아》(노경래 저), 《쏙쏙! 생활 인도네시아》(최은화 저)를 펴냈고 2020년에는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에서 집필한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의 출판을 도왔으나 사실상 기업으로서의 실체가 없고 인도네시아에서 인쇄하거나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출판도 아니었으므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출판사’라고 하기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순정 아이북스 인도네시아 관련 출판물
네뷸러 상을 받은 최초의 인도네시아 작가 A.W. 프리한디타, 한국 출판사들의 인도네시아 진출 상황, 병원리플렛제작, 복지관홍보지, 소식지제작
이름에서부터 한국 냄새가 솔솔 풍기는 사랑플러스 출판사(Penerbit Sarang Plus)가 2021년 설립되었다. 홈페이지에서도 스스로 한국 출판사라고 밝히고 있다. 다음은 홈페이지에 인도네시아어로 실린 프로필의 번역이다.
‘사랑플러스 출판사는 2021년에 설립된 한국 출판사다. 현재 사랑플러스 출판사는 아이들의 인성 발달을 위한 다양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독서 자료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일본, 미국 등 여러 국가의 베스트셀러를 번역하고 다양한 동화를 출판하여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의 문화를 교류하고 있다. 사랑플러스 출판사의 도서가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의 독서 흥미를 증진하는 데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홈페이지에는 아직 북수마트라 메단(Medan)에 주소지를 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2024년 중부 자바의 살라띠가(Salatiga)라는 소도시로 이사한 것으로 확인된다. 과거 독립전쟁 당시 인도네시아의 임시수도였고 현재도 마타람왕국의 후신인 족자 왕국 술탄이 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최고 대학 중 하나인 가자마 다국립대학교(UGM)이 있는 교육도시 족자(Yogyakarta)에도 자카르타 못지않게 많은 출판사가 있는데 살라띠가는 거기서 북쪽으로 좀 떨어진 소도시다. 아무래도 한국 출판사가 자리 잡기엔 최적지라 하기 어렵다.
이 출판사에서 내놓은 책들은 대부분 이 출판사 대표인 필립 배(Phillip Bae)를 저자명으로 되어 있고 클로이 안(Chloe Ahn) 같은 다른 한국인 이름도 보인다. 《효녀 심청(Simcheong Anak Berbakti)》 같은 동화책, 《한국을 칠하자(Kita Mewarnai Korea)》 같은 색칠 그림책 등 한국 관련 도서들도 있지만 별도의 한국 작가 이름이 없어 번역서가 아니라 현지에서 곧바로 인도네시아어로 출판된 것으로 보인다.
사랑플러스 출판사의 출판물 중 필립 배 저자 작품
출처
https://www.gramedia.com/author/author-philip-bae?is_available_only=true
홈페이지 연락처로 연락해 1차 회신을 받았지만, 현재 출판 활동과 IP 관련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서면 인터뷰에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일단 사랑플러스 출판사가 아동용 도서, 동화책을 주로 출판하고 액티비티 북도 매년 출판하고 있지만 메단 시절에 몇 차례 인쇄사고를 겪고 직원이나 작가 고용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 한국도서를 많이 출판하는 현지 하루 출판사(Penerbit Haru)의 유통망을 통해 그라메디아를 비롯한 몇몇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판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라메디아 온라인서점이나 부까부꾸 온라인서점(bukabuku.com)에서 10개 타이틀 이상의 사랑플러스 출판사의 출판물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출판사의 리아 인드라 안드리아나 사장은 도시창고에 엄청난 양의 사랑플러스 출판사의 데드스톡이 쌓여 있다며 효과적인 마케팅 플랜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북페어(2025 K-Book Market in Seoul)에 그라메디아의 사내 출판그룹 대부분을 비롯해 가가스미디어(Gagas Media), 하루 출판사, 시라미디어(Shira Media) 등이 다녀간 것처럼 도서 에이전시 산업이 정착되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서는 개별 출판사들이 한국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에릭양 에이전시(YEA)가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한국 에이전시에 비해 압도적인 활동을 보이며 한국문화원, 콘텐츠진흥원 등도 다양한 행사를 시시때때로 벌여 한국 도서들을 소개하고 있다. 즉 단지 한국도서를 현지 출판할 목적으로 진출하는 출판사에 별다른 독점적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국 출판사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해서는 현지 진출해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 출판시장은 포화상태이고 국가적인 도서 비율이 미미한 현지 시장에 뛰어든다면 자체 작가 라인업 또는 번역가 라인업이 탄탄하거나 현지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는 교육만화 또는 아동도서 브랜드를 하나 들고 들어오거나 순정 아이북스가 하려고 한 것처럼 현지 교민 중 유력한 작가를 발굴하여 한국과 인도네시아 동시 출판을 노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직은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인도네시아 문학의 우수도서를 발굴해 한국에 번역본을 출판하는 등의 자신만의 목표와 전략을 분명히 세우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참고
사랑플러스 출판사 홈페이지 https://www.sarangplus.com/
2025년 2분기 한국 원작 번역 도서 업데이트
2025년 4월~6월 사이 현지 서점을 다니며 한국 신간 또는 그간 발견하지 못했던 한국 도서들을 확인했다.
2025년 2분기 신규 출판되거나 새로 확인된 한국 원작 번역 도서
한국 도서의 현지 출판 추이가 약간 주춤한 듯하다. 이는 단지 확인되는 신간들의 숫자가 예년에 비해 줄어든 것뿐 아니라 업계 인사들의 답변이나 특정 도서의 마케팅 상황을 보면서 직간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들이다.
우선 오프라인 서점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바는 새로 나온 한국 신간들은 한 달에 두세 권 정도 보이지만 서점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책들은 현지 소설가 뜨레 리예(Tere Liye)와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 심심찮게 그들의 작품만을 위한 특별 매대가 꾸며지기도 한다. 현지 작가의 도서가 주목을 받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일본도서의 열풍은 굉장히 오래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일본 작가들의 신간들이 속속 나오는 중이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도 올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한국도서를 주로 번역 출간하던 하루 출판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 출판사 홈페이지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한국 원작 번역 도서들이 신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근에 거의 일본작품들 일색이다.
또 다른 트랜드는 역시 중국 도서들의 약진이다. 확실히 양적으로는 물론 작가들의 스펙트럼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루 출판사의 리아 사장과 최근 긴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딱히 인터뷰로 따로 빼서 정리할 정도의 내용은 아니었다. 단지 한국 작품들에 대한 반응이 전만 못하다는 리아 사장의 발언은 최근의 한국도서 현지 출판이 적어지거나 늦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단지 조사자 개인의 느낌만은 아님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니 한국 작품 또는 신간들에 대한 마케팅이 조금 시들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작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해당 도서를 현지 출판한 바짜 출판사는 물론 현지 도서 산업 전반에서 특별한 반응이 없었던 것은 당시 팔 수 있는 책도 이미 소진되었고 출판권 갱신도 안 된 상태였던 점도 있지만 한국 도서에 대한 소극적인 독자 반응 문제도 있었던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 그라메디아 BIP 부문에서 역대 메가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1등의 대화습관(Bicara Itu Ada Seninya)》의 저자 오수향 작가의 후속작 두 편을 적잖은 선인세를 내고 장기간 번역 끝에 그중 하나인 《긍정의 말습관(Siapa Bilang Bicara Positif Itu Gampang)》을 지난 5월 출판하고도 오프라인 서점 배포가 늦고 서점에 들어온 후에도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자기계발서 매대에 숨겨놓듯 놓아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작가 초청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라메디아 입장에서는 작가 초청이 성사되면 그때 함께 프로모션하려는 계획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올해 2분기에 여전히 그라메디아의 GPU, KPG, BIP, m&c! 등 각 출판 부문, 미잔그룹의 노우라북스(Noura Books), 븐땅 뿌스타카(Bentang Pustaka) 같은 굴지의 출판사들을 통한 출판이 많았고 파스텔 북스(Pastel Books) 출판사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국 도서들에 대한 반응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나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도서 박람회의 한국 부스는 물론 한국에서 열리는 북페어에 내로라하는 인도네시아 출판사들이 대거 방문하는 것은 출판사 차원의 관심과 한국 콘텐츠 폭발력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출처
하루 출판사 홈페이지 https://www.penerbitharu.com/
네뷸러 상을 받은 최초의 인도네시아 작가 A.W. 프리한디타, 한국 출판사들의 인도네시아 진출 상황, 병원리플렛제작, 복지관홍보지, 소식지제작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