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
저자 명지연
Q. 『너는 피자 나는 샐러드』의 원고를 집필하고자 했던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A. 가장 좋아하는 책의 장르는 소설인데, 그중에서도 현대 문학을 즐겨 읽어요. 이렇게 유쾌하고 동시에 애틋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왜 더 안 읽지? 하고 생각할 만큼요.
제가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픽션이 가장 진실에 가까울 때가 있기 때문인데요. 소설의 인물과 서사는 분명 가상의 것인데 이야기가 전달하는 메시지 중심에는 세상에 알려야 하는 목소리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게 때론 뉴스보다 더 진실되다 느꼈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장르 소설의 플롯(plot)을 구상하게 된 것 같아요.
Q. 『너는 피자 나는 샐러드』는 어떠한 독자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으신가요?
A. 현대 문학과 스타트업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어요.
『너는 피자 나는 샐러드』는 1인 가구와 의식주, 디지털과 익명성이라는 사회 변화의 흑과 백을, ‘스타트업’과 ‘공동 구매 문화’를 소재를 통해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조금은 과장되게 스타트업 신에서 자주 사용되는 언어들을 소설 곳곳에 배치했고요.
책을 쓰는 데 있어서 실존하는 스타트업 두 곳에 영감을 받았는데요. 하나는, 서울대입구역 상권을 기반으로 배달비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스타트업 ‘두잇(Doeat)’이고 둘은, 사이버 세상에서 일어나는 각종 보안 문제를 기술로 이롭게 풀어내는 스타트업 ‘에스투더블유(S2W)’에요. 『너는 피자 나는 샐러드』에서 다루고 있는 서사는 허구이지만 이야기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현시대의 문제들은 진짜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현대 문학’과 ‘스타트업’ 키워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너는 피자 나는 샐러드』만의 가진 매력나 특징 혹은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너는 피자 나는 샐러드』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에 내가 몰입되는지를 통해 각 독자분들께서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지금 괜찮은지. 요즘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지. 나를 자책하면서 내가 질투했던 사람은 없었는지. 그런 마음을 발견하고 따라가다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 줄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소설의 메인 무대로 등장하는 21세기 ‘신구역’은 점집이 즐비한 동네로 도심에 얼마 남지 않은 미개발 지역으로 설정했어요. 이곳에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세 친구 진이, 수정, 수형이 주인공 3인방으로 등장하고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때 화자의 시점을 세 번 바꾸었어요. 화자가 인물과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통해, 독자분들이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경험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초고를 일부 지인분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OO을 ~하게 바꿔달라, 장난스레 요청하시더라고요. 특정 인물이 너무 ‘나’ 같아서, 마음이 가는 거죠. 그 모든 마음들에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습니다.
Q. <명지연>작가님이 독자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영상이나 노래 또는 책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 드릴께요.
A. 1) 영상: : 몇 달 전 친구가 추천을 해주어 EBS 다큐인사이트 ‘인생 정원: 일흔둘, 여백의 뜰’ 편을 인상 깊게 봤어요. 여주에 있는 여백서원을 가꾸시는 전영애 선생님의 영상 다큐멘터리 영상인데요. 거기서 이런 말씀을 하세요.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옆에 그냥 가서 가만히 서는 일인 것 같아요.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죠. 저 사람이 어디가 아프겠다. 이것을 안다는 건 어마어마한 감싸 안음이에요.” 괴테가 사망하기 2년 전 81년 전에 남긴 말 ‘Lieben belebt(리벤 벨레프)’를 덧붙이면서요. 독어로 리벤 벨레프는 ‘사랑이 살린다’는 뜻이래요. 문학과 사랑과 참 비슷하구나, 생각했어요.
2) 책: 올해 읽은 책 중 좋았던 세 권이에요. 각기 다른 장르별로 꼽아 보았는데요.
– 나주에 대하여 (소설): ‘마음’에 대한 책이에요. 최근 읽은 소설 중 가장 오래 품고 있었던 책이고 읽는 내내 마디마디에 숨이 쉬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는 회복하는 느낌을 안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는 기분.” 다른 분들도 이 책을 통해 저와 같은 느낌을 받으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 숲에서 우주를 보다 (산문): 만다라 숲에 대한 산문이다. 내용 자체로는 자연과학서에 가까운데 표현 방식이 매우 시적이에요. 숲의 사계절을 체험하는 느낌이 드는 책인데 각 계절마다 숲 속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의 이야기를 듣는 게 신기하고 귀해요. 마음에 조금 더 여유가 있을 때 차분히 다시 보고 싶은 책이에요.
–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인문철학): 개인적으로 어렵게 읽힌 책이에요. 그래서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텍스트나 맥락이 어려웠다기 보다, ‘웰빙’에만 집중하고 있는 시대에서 현대 의학의 ‘웰다잉’의 필요성을 따갑게 짚어주는 책인데, 그걸 사례 위주로 설명해요. 이렇게 손 쓸 도리가 없고 죽어가는게 확실한 상황에서, 너는 어떤 선택을 할래? 같은 제안을 하는 느낌을 줄곧 받았는데. 그게 결정장애가 아니라, 결정회피를 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상상이었어요. 존엄을 지키면서 죽길 희망한다고 말하는 건 너무 쉽지만, 1% 라도 살 수 있단 희망을 완전히 등지는 선택을 내 손으로 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견고히 지켜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너무 어렵잖아요. 그래서 몇 달간 읽고 멈추고 생각하고. 그걸 여러번 반복해 겨우 완독한 책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 번 추천하고 싶어요.
Q. <명지연>작가님의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소설가 정영수 씨가 어느 유튜브 인터뷰에서 ‘글은 나보다 나아요.’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근데 정말 그래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 나아짐을 입고 말처럼 글은 쉽게 뱉지 않으니까. 쓰는 과정 중의 고민과 생각들이 결국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읽고 쓰고 싶어요. 세 번째 책은 에세이가 될지 소설이 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자 하시는 메세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너는 피자 나는 샐러드』를 쓰는 기간 동안 저 또한 나아짐을 입었듯 독자분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이 책을 통해 있을 수 있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모든 책은 각자의 운명이 있는 것 같아요. 제게 어떤 책이 운명처럼 손에 들어와서 위로와 자극을 주었던 것처럼, 『너는 피자 나는 샐러드』도 이 책의 운명대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독자분들에게 닿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