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 개선 방법은?,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의 법적 근거와 그 취지, 에세이출판사, 영어교재제작, 원고투고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 개선 방법은?
정지우(문학평론가, 변호사, 작가)
2025. 01+02.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교과서 저작권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교과서에 수록되었음에도 정당한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러나 이는 비단 한강 작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작가들이 교과서에 자신의 글이 실렸음에도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필자 또한 최근 소식을 듣고 나서야,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에 확인하여 본인의 글이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글이 교과서에 실린 지 몇 년이나 지난 후에야 저작권 보상금을 청구했고, 해당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현행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에 일정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글에서는 현행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의 법적 근거와 문제점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의 법적 근거와 그 취지
현행 저작권법 제25조 제1항은 학교교육 등의 목적을 위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교과서에 수록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의 교육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교과용도서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게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규정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가 생략되어 있다는 점을 알면 깜짝 놀란다.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교과서에서 타인의 작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상당히 많은 규정들을 마련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2관 ‘저작재산권의 제한’에 규정된 내용들이 주로 그러하다. 이 관에는 대표적으로 교육, 비평, 보도 등의 목적을 위해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제28조) 등이 있다. 교과서 게재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이 관에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저작권 제한’ 조항들은 저작권을 과보호할 경우 문화의 발전과 공익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인용이나 공교육에서의 사용이 전혀 불가능하다면, 건전한 비평, 교육, 학문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상에 ‘공표된’ 작품이라면, 일정 조건 아래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이용할 수 있는 규정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작권자에게 아무런 보상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부분 인용은 특별히 저작권자에게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지만, 교과서 게재의 경우에는 보통 인용의 범위를 넘어 상당한 분량이 복제되어 게재되기 때문에 저작권자에게 일정한 보상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보상에 관한 내용은 저작권법 제25조 제6항과 제7항에 규정되어 있다.
제25조 제6항 (학교 교육 목적 등에) 공표된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른 보상금을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제25조 제7항 제6항에 따른 보상을 받을 권리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춘 단체로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를 통하여 행사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가 바로 ‘사단법인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이하문저협)’이다. 정리하자면, 교과서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작품을 실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금은 문저협을 통해 작가에게 지급되어야 한다.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미지급 문제의 현실과 원인 분석
최근 10년간 교과서에 실린 작품에 대해 미지급된 보상금은 무려 1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이는 보상금이 작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상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사는 작품을 교과서에 게재한 이후, 작품명과 저작권자명을 문저협에 통보한다. 그러면 문저협은 규정에 따라 정해진 보상금을 저작권자에게 지급하게 된다. 이때 문저협은 저자와 접촉하여 보상금을 지급하면 되는데, 문제는 그러한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즉, 문저협에서 모든 저작권자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자에게 일일이 연락하여 보상금을 지급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 경우, 첫 번째 문제는 과연 문저협이 적극적으로 저작권자와의 연락을 시도했느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문저협이 저작권자의 연락처를 조사할 때 출판사 등이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느냐는 것이다.
현재로서 문저협이 저작권자와의 접촉 시도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저작권자 개인의 연락 수단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문저협이 어떤 저작권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출판사에 연락하여 해당 저작권자의 연락처를 요청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출판사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문제로 작가의 개인정보인 연락처를 문저협 측에 전달하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 결국 출판사는 작가 개인과 연락하여 다시 연락처 전달을 허락받은 다음, 문저협에 전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작가의 작품이 이미 절판된 상황이거나, 출판사에서도 작가와 계약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 상황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작가 개인의 연락처를 알아내어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저작권법 제25조 제6항에서 “보상금을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도, 동조 제10항에서는 “보상금 분배 공고를 한 날부터 5년이 지난 미분배 보상금”은 저작권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저작권 교육, 저작권 보호 사업 등 다른 공익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문저협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작품의 교과서 게재 사실을 공고한 후 5년 동안 저작권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문저협에서 미분배 보상금을 여러 공익적 사업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현행 제도에서는 문저협의 입장에서 저작권자와 접촉하기가 쉽지 않고, 5년간 미분배된 보상금은 여러 공익적 사업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저작권자를 어렵게 찾아내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필요성이 낮은 것이다.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 개선 방법은?,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의 법적 근거와 그 취지, 에세이출판사, 영어교재제작, 원고투고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의 개선 방안
이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접근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작가들이 스스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저작권자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문저협의 주도로 플랫폼을 구축한 후, 전국의 모든 출판사 등에 공문을 보내 작가 등 저작권자들에게 플랫폼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플랫폼에 등록된 저작권자에게는 보상금이 자동 지급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다면 미분배 보상금 문제가 점차 나아질 여지가 있다.
두 번째는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사가 제작 단계에서부터 저작권자와 접촉하여 허락받거나 게재 사실을 통보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출판사가 교과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작가와 연락하여 작품 수록을 허락받거나 편집을 논의하기도 한다. 문저협에만 보상금 지급 문제를 일임하기보다는 이처럼 교과서 출판사가 초기 작품 게재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보상금 지급 문제에 관여한다면, 저작권자의 권리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현행 법령에 따라 미분배 보상금을 5년만 지나면 곧바로 공익적 목적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다. 미분배 보상금은 어디까지나 저작권자의 재산권 영역에 속해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의 재산을 보상금 분배 공고 후 5년만 지나면 몰수하듯이 공익적 목적 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 현재 저작권법 제25조 제10항은 미분배 보상금을 다음과 같은 목적에 매우 폭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제25조 제10항
1. 저작권 교육·홍보 및 연구
2. 저작권 정보의 관리 및 제공
3. 저작물 창작 활동의 지원
4. 저작권 보호 사업
5. 창작자 권익옹호 사업
6. 보상권리자에 대한 보상금 분배 활성화 사업
7. 저작물 이용 활성화 및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
이 중에서 6호의 보상권리자에 대한 보상금 분배 활성화 사업에 최우선하여 미분배 보상금이 사용되도록 규정을 개선하고, 저작권자에 대한 보상금 분배 활성화 사업에 활용이 불가능하거나 기타 부득이한 경우에만 나머지 각 호에 활용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정해둔다면, 저작권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네 번째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저작권자에게 교과서 게재의 허락을 받도록 규정을 개정할 수 있다. 통상 저작권법상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의 이용이 허용되는 ‘인용(제28조)’이나 ‘공정한 이용(제35조의5)’의 경우에는 저작물을 비영리적으로 이용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이용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범위 내에서 이용하게 하는 등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 게재를 포함하는 ‘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제25조)’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 게재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특정 저작물을 ‘전체’ 복제하여 이용하는 등의 행위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이 교과서에 마음대로 이용되고, 보상금도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누적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 게재를 포함하는 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에도 저작권법상 ‘인용’이나 ‘공정한 이용’처럼 “정당한 범위”,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 등의 제한을 추가해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제한 범위를 넘어서 저작물 전체를 이용할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분배 보상금은 저작권자들에게 ‘간접 분배’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미분배 보상금을 저작권 관련 공익사업에 쓸 것이 아니라, 저작권자들의 복지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상금을 분배받지 못한 저작권자들의 상당수가 무명작가인 점 등을 고려하여, 이러한 작가, 예술가 등의 복지 사업에 미분배 보상금을 사용하여 그들이 간접적으로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는 공교육과 저작권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조화시키려는 중요한 장치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보상금 지급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작가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투명한 시스템, 디지털 정보 관리, 법령 개정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창작자의 권리가 존중받고, 공교육의 공익성도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 개선 방법은?, 교과서 저작권 보상금 제도의 법적 근거와 그 취지, 에세이출판사, 영어교재제작, 원고투고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